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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03

    자신이 이번 기회가 마지막이라 선언한 탓일까?

    서드는 이번에는 무언가를 깊게 생각하는 듯이 두 팔을 걷어 올리며 서서히 주먹 쥔 두 손을 제 얼굴 가까이에 올려 자세를 잡는다.

     

    그에 루크 또한 숨을 가다듬으며 서드의 온 몸의 형상에 집중했다.

    옷감 너머로 드러나는 미묘한 근육의 움직임과 호흡, 서드가 바라보는 시선의 위치와, 그 몸을 지나는 마나의 움직임까지.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분석하면 결국 그의 버릇이 나타난다.

     

    어떤 움직임을 선호하고, 또 어떤 행동을 할 지 앞서서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몸의 주인보다도 훨씬 먼저 말이다.

    따라서, 서드의 모든 수는 루크에게 훤히 읽히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이미 무려 34번이나 주먹을 맞댄 상황이니.

     

    그렇기에 처음과 변함이라곤 없는 서드의 자세와 행동은 루크에게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했다.

    안다고 해도 고치기는 쉽지 않으리라.

    버릇은 고치기 어려우니까.

     

    컴퓨터가 아닌 이상, 인간은 학습하는 것 보다 빠르게 변화하지 못한다.

    그것이 ‘머리’가 아닌 ‘몸’에 새겨진 기억이라면 더욱 더.

     

    “…….”

     

    그렇지만 처음과는 확실히 달라진 것이 있었다.

    바로, 눈빛.

     

    서드의 눈빛은 한층 날카로워져 있었다.

    그에 루크는 고개를 살짝 숙여 입가를 머리카락에 가리며 웃었다.

     

    승리하기 위해 궁리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보아하니 이번에는 분명 무언가 꿍꿍이가 있는 듯한데, 과연 이번엔 어떻게 다를까?

     

    “후우…….”

     

    서드는 마지막이라 아무래도 긴장이 되는 지, 크게 숨을 내쉬고는 이리저리 목을 돌려가며 몸을 푼 뒤에 입을 열었다.

     

     

    “스승님, 갑니다.”

     

    이번 작전의 일환인지, 아니면 마지막이니 스승에게 예의를 차리려고 하는 것인지, 서드는 자신이 공격해올 것을 밝혀왔다.

    그렇다면 자신도 대답하지 않을 수 없다.

     

    “오너라.”

     

    -탓!

     

    서드가 땅을 박찼다.

     

    ——

     

     

     

    확실히 마지막이라고 이야기를 한 탓인지, 서드는 더 이상 힘을 아끼지 않고 쏟아내는 중이었다.

    주먹 하나하나에 더 빠르고, 더 강한 힘이 실려 있었다.

     

    -파바바박-!!

     

    그러나 그 일견 무자비해 보이는 연격도, 루크에게 제대로 닿는 공격은 하나도 없었다.

    서드의 공격 패턴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으니까.

     

    손날과 팔을 이용해 주먹이 닿는 경로를 비틀어 쳐내고, 그렇지 못한 공격은 머리를 틀고 숙여서 피하는 동작의 반복.

     

     

    이전처럼 반격당하고 끝나버리는 것이 두려운 것일까?

    서드는 자신이 휩쓸리지 않을 정도로 얕은 공격만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뭐, 확실히 이렇게 방향을 틀어 상대에게 되돌리기 어려운 공격들은 막아내고 따로 반격을 하는 것 외엔 도리가 없다.

     

    혹시, 지치게 만들 셈인가?

     

    아마도 지구력 싸움으로 끌고 간다면 자신에게 승산이 있으리라 판단하는 게 아닐까 싶다.

     

    확실히 자신은 기초적인 수준의 신체강화만을 사용하겠다 선언한 상태.

     

    따라서 현재 루크는 스트랭스나 헤이스트와 같은 제대로 된 주문이 아니라, 몸을 타고 흐르는 마나를 이용한 기초강화, 인핸스 바디 만을 두르고 있었다.

    이는 서클을 통한 마나 운용의 부산물이나 다름 없는, 제대로 된 마법이라고 부르기에도 뭐한 기초중의 기초이므로, 루크에겐 ‘통상적인 신체상태’라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서드는 제대로 된 주문으로 신체를 강화하고 있으며, 그 또한 드래곤 하트의 소유자.

    게다가 루크보다는 신체적인 능력면에서도 우월한데다, 비교적 팔과 다리도 길어 거리조차도 유리한 탓에, 서드의 그 재빠른 공격을 방어하며 공격까지 이어갈 겨를이 없었다.

     

    하지만, 사실 지구력으로 끌고 간다면 루크가 질 이유는 더더욱 없다.

     

    자신의 이 방어적인 자세는 움직임을 효율화시켜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고 공격하는 상대에게 더욱 큰 체력 소비를 유도하는 자세인데다가, 이 전부터 34번을 이어진 공방에서 서드는 이미 지친 상태였으며, 심지어 기본적인 체력조차도 키메라인 자신이 우위에 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서드는 점차 지쳐가는 것이 눈에 보였다.

     

    이대로 간다면 서드는 분명 헛점을 내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 순간이 루크에게는 기회일 것이다.

     

    ‘뭐어, 이번에도 결국은 싱겁게 끝나겠군.’

     

    -쫑긋.

     

    미세한 귀 끝의 떨림.

    계획을 실행에 옮길 때는, 지금 바로 이 순간이었다.

     

    -파앗-!

     

    일순간, 서드가 급격하게 몸을 낮추며 루크의 사각을 향해 스텝을 옮긴다.

    역시 의표를 찌른 타이밍이었는지, 루크의 반응이 평소보다 살짝 늦고 만다.

     

    그렇게 찰나의 틈을 이용해 뒤를 잡게 된 서드는 곧장 이 전투를 끝내기 위한 공격을 온 힘을 실어 내지른다.

     

    하지만-.

     

    “뒤에서라면 반응하지 못 할 거라고 생각했나?”

     

    “큭-!”

     

     

    루크는 고개를 살짝 틀어 너무나도 손쉽게 그 공격을 피하고는, 부드럽고도 섬세하게 몸을 회전시키며 서드의 팔을 감쌌다.

    이미 몇 번은 당해본 수법이므로, 서드는 앞으로 일어날 일 역시도 아주 잘 알고 있다.

    아마 여기서 주먹을 뻗는 데 사용한 힘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자신의 몸은 다음 순간 저 멀리 날아가게 되리라.

     

    하지만, 서드는 힘을 빼지 않고 더욱 밀어붙였다.

     

     

    이 순간에도, 서드의 눈동자는 오로지 루크의 귀를 향하고 있었다.

     

    -쫑긋-.

    의도한 대로다.

    아직까지는.

    ——-

     

     

    그렇게 루크의 기술은 이어졌다.

    어깨 너머로 팔을 잡아내리며, 뒷발로 서드의 몸을 차올린다.

    이윽고 그의 몸이 속절없이 들어올려지며, 서드와 루크의 힘이 합쳐진 힘이 그 몸에 담겨 공중을 난다.

     

    -팍-!

     

    그리고 마침내 루크가 서드의 몸을 저 멀리로 던진다.

     

     

    결국, 또 이대로 끝나는 것일까.

     

     

    “음?”

     

    하지만 루크는 자신이 그를 던진 방향에서 서드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것에 의아함을 느낀 루크가 시야를 살짝 위로 향하자,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1서클 마법, 마나 와이어였나?’

     

    서드는 공중에서 검푸른 빛을 내는 실을 골목의 돌출부와 자신의 손 발에 묶는 것으로, 날아가는 도중 공중에서 방향을 튼 것이다.

    어쩐지, 이대로는 기술이 들어간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몸에서 힘을 빼지 않는다 싶었다.

    설마 이런 걸 노리고 있었나?

     

    과연, 괜찮은 응용이었다.

     

    아마 웬만한 마법은 이미 마력시를 통해 간파되기에 무영창으로 빠르고 쉽게 사용할 수 있는 1서클 마법이라는 점과, 이 장소가 여기저기 와이어를 걸어둘 곳이 많은 골목이라는 점을 보고 떠올린 생각인 듯 보인다.

    하지만 보통의 마법사는 저런 짓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겠지.

    아마 이는 서드 자신의 신체능력과 균형감각이 굉장히 뛰어난 점이 있었기에 가능한 묘기일 것이다.

     

    조금은 훌륭한 발상이라고 할 수 있겠지.

     

     

     

    ……하지만, 동시에 뻔하기도 했다.

     

    장소가 골목이라는 점은 이미 루크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이고, 그렇기에 어쩌면 서드가 마나 와이어를 쓸 지도 모른다는 것도 이미 계산을 해 두었다.

     

    아무리 자신이 신체강화가 되지 않아 대응하는 속도가 부족하다지만, 이건 너무 얕보인 게 아닌가?

    공중에서 기교를 부린다 해 봤자, 기껏해야 고양이 장난감 수준의 시선교란일 뿐이다.

     

     

    그리고 그건, 서드의 입장에서도 고려하지 않은 게 아니었다.

    이렇게 되면 다시 공세를 이어나갈 수야 있겠지만, 속도가 부족하다.

    결국 똑같은 일이 벌어질 게 뻔하다.

      

    이렇게 자신이 공중에서 몸을 비틀며 자세를 다잡는 찰나의 순간에도, 루크의 눈은 계속해서 서드를 놓치지 않고 있었으니까.

     

    -꽈악-!

    루크를 당황시키기 위해서는 훨씬 더 빨라야 한다.

    헤이스트 정도론 부족해.

     

    이를테면, 번개.

    그야말로 번개와 같은 속도가 필요하다.

     

    ‘번개라…….’

     

    서드는 그 단어에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다.

     

    -두근, 두근.

     

    그것은 마치 드래곤하트가 자신의 생각에 공명을 하는 것 같았다.

    너는 번개가 될 수 있다, 라고.

     

    제 스승은 누누히 자신에게 ‘감각으로 마법을 쓰지 말고, 철저한 계산과 이성을 바탕으로 마법을 써야 한다’고 신신당부하고는 했다.

    마법을 사용하는 본능이나 감각이라는 건, 그 기저에 깔린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만 하는 것이라고. 

    마음이 내키는 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하고 고찰하며 주문을 하나 하나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나아가는 것이라고.

    그래서, 결국 세상의 모든 것을 공부하고 알아나가는 것이 마법의 올바르고 참된 길이라고.

    서드 역시도 비록 오랜 시간은 아니지만, 그 말씀을 진심으로 이해하며 공감했다.

    그 말씀 덕분에 그토록 짧은 시간에 3서클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이나 다름이 없으니.

    하지만, 이 감각은 대체 뭘까?

     

    이는 처음부터 번개는 자신의 것이었다는 듯이 누군가가 속삭이는 것 같았다.

    이해할 수 없는 목소리.

    아군인지, 적군인지조차 단언할 길이  없는, 명백한 미지의 감각.

    과연, 스승님의 가르침을 어기고 그 목소리에 몸을 맡긴다는 것이 정말로 옳은 일인가?

    그러나 고민은 길지 않았다.

    서드는 묘한 확신을 품고 그 속삭임을 따라 외쳤다.

     

    “인챈트!”

     

     

    -콰릉!!

     

     

    굉음과 섬광이 골목 어귀에 난폭하게 퍼져나갔다.

     

     

    ——

     

    서드의 외침에 루크는 의아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서드가 방금, 인챈트라고 했나?

     

    인챈트에는 모든 원소에 대한 원활한 지배권한(4서클)이 필요하다.

    서드의 불완전한 3 서클로는 사용할 수 없는 고급 응용마법일텐데.

     

    -콰릉!

     

    그러나 서드는 성공했다.

    그것도, 말도 안되는 방식으로.

     

     

     

    ‘설마, 자신의 몸에 번개를 인챈트했다고?’

     

    인간의 몸에 인챈트를 바르는 짓은 통상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생물에게는 누구든지 생존의 의지가 있고, 마법은 마법사의 의지가 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마법은 기본적으로 생물 그 자체에겐 좌표지정이 작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법사가 마법을 사용하고자 하는 의지인 ‘발현의지’와, 생물체가 그것을 거부하는 ‘생존의지’.

     

    그 둘의 충돌이 있기에 마법사들이 마나 와이어의 꼭짓점 좌표를 살아있는 것의 몸에다 박아 넣을 수 없는 것이고, 파이어볼을 몸 안에서 폭발시킬 수 없게 되는 일이 벌어진다.

     

     

    그러나 가끔, 통상적이지 않은 경우가 있다.

     

     

    한 생물의 몸과 어떤 원소와의 적합도가 너무나도 뛰어나고, 그의 ‘발현의지’가 ‘생존의지’를 뛰어넘는 경우.

    그렇게되면 좌표가 서로 충돌하는 일이 없게 되고, 오히려 융합되고만다.

     

    이것은 그 경우인가.

     

    ‘서드, 너는 정말로 스스로의 죽음을 각오할 정도로…….’

     

    -콰앙!

    그렇게 자신의 뒤를 향해 몸을 내리꽂는 서드는, 정말로 하나의 낙뢰와도 같았다.

     

     

     

     

     

     “스승님, 용서하십시오!”

    “……!”

    그래, 이건 확실히 당황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요즘은 걍 액션만화를 그리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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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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