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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03

        

         

       살아있는 군인이 몇이나 될까.

       저 귀신의 군세에서 무사히 목숨을 부지한 사람은 몇이나 될까.

       갑작스레 찾아온 저 귀신에 제대로 반항조차 못 하고, 총도 꺼내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하지 않은 사람은 얼마나 되겠는가.

         

       좁아터진 관물대에 몸을 숨긴 군인은 귀신에게 산채로 뜯어먹힌 사람들을 떠올리며 울상을 지었다. 몸이 저절로 덜덜덜 떨렸고, 그 덕분에 달달 떨리는 무릎이 벽에 닿아 덜컹거리는 소리를 약하게나마 발생시켰다.

         

       그 모습에 군인은 화들짝 놀라며 이를 악물고 다리에 힘을 팍 주었고, 절대로 움직이면 안 된다는 생각을 끊임없이 되뇌며 그 자세를 유지했다. 마치 자신이 허수아비라도 된 것처럼, 나무로 만든 인형이라도 된 것처럼 말이다.

         

       ‘제발 신이시여, 제발.’

         

       그의 한 손에는 펜던트가 들려 있었다.

       연을 반쯤 끊다시피 했던 부모님이 준 선물이다.

         

       그의 부모님은 사이비 컬트 교단에 푹 빠져 있었는데, 얼마나 푹 빠져 있었는지 친구에 친척에 직장 동료까지 포교를 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 때문에 몇몇이 그의 부모님을 따라 교단에 갔다가 푹 빠지고 재산을 다 들어 갖다 바쳐서 큰 문제가 일어나기도 했으며, 그 때문에 그의 부모님은 가문에서 절연 선언을 받기까지 했다. 게다가 직장에서는 동료를 컬트 교단에 끌고 간 게 문제가 되어 권고사직을 당했고, 친구에게 돈을 빌려서 컬트 교단에 바친 덕분에 절교한 것은 물론 고소까지 당하기도 했다.

         

       ‘광신도’라는 단어를 현실로 끄집어낸다면, 분명히 그 모습 중에는 그의 부모님도 들어가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런 광신도들이 있는 집구석이 제대로 굴러갈 리가 없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툭하면 방치당하는 것이 일상이었고, 머리가 어느 정도 크자 컬트 교단에 강제로 끌려가서 세뇌당할 뻔하기도 했다. 그 이후로 그는 집을 뛰쳐나와서 친구 집을 연연하며 살았고, 나이가 차자마자 자위대에 자원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천륜은 끊을 수 없다고 했던가.

       그의 부모님은 어찌 알았는지 면회를 왔고, 선물이랍시고 아들에게 펜던트를 남기고 갔다.

         

       부모라고 부르기도 싫은 그 인간들이 말하길, 오랜만에 아들을 만나러 간다고 하니까 교주가 준 ‘교주가 직접 만든 귀중한 물건’이라고 한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당연하게도 그는 그걸 꼴도 보기 싫다면서 버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 시도는 실패했다.

       묘하게 만화에서 나올법한 비밀조직의 상징 같은 모양의 펜던트에 흥미를 느낀 그의 선임이 그것을 빼앗아 간 것이다. 어차피 버릴 거라면 내가 가져도 문제가 없지 않겠냐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때 그는 그 역겨운 펜던트를 바다에 집어 던지지 않은 것이 아쉽기는 했지만, 그래도 뭐 어차피 버릴 거라면 남이 갖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펜던트의 소유권은 그의 선임에게 넘어갔다.

         

       아니, 넘어갔었다.

         

       선임의 시체에서 그것을 그가 습득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빌어먹을…!’

         

       선임은 죽었다.

       그것도, 아주 안타깝게 죽었다.

         

       다른 사람들처럼 귀신에게 당해서 죽었다면 이런 감정을 느끼지 않으련만.

         

       그의 선임은 도망치려고 하다가 안 좋은 곳에 머리를 박고 그대로 절명했다.

         

       죽음을 분류한다면, 그의 선임의 죽음은 ‘사고사’에 속하겠지.

         

       선임의 시체를 본 그는 안타까워했었다.

       도망치다가 머리가 깨져서 죽다니.

       어찌 안타깝지 않을 수가 있을까?

         

       그런데 그때 그는 무언가를 눈치챘다.

         

       다른 시체와는 다르게, 선임의 시신은 멀쩡했다는 것.

       머리야 부딪쳐서 깨졌으니 피를 줄줄 흘리고 있기야 했지만, 사람을 찢고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저 귀신들이 손을 대지 않은 듯 선임의 시체는 아주 깨끗했다.

         

       그것을 본 그는 무언가에 홀린 듯 선임이 착용하고 있는 펜던트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들고 숨었다.

         

       왜 역겨운 사이비 종교의 물건을 집었는지는 모른다.

         

       본능이었을 수도 있고, 조상님의 조언이었을 수도 있다.

       그것도 아니면…이런 지옥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기 위한 발버둥이었을지도 모르고.

         

       그리고 그 발버둥은 성공했다.

         

       귀신들이 그가 숨어있는 관물대에 다가왔음에도 눈치채지 못하고 그대로 지나친 것이다. 심지어 그때 몸이 저절로 떨렸는지 살짝 덜컹거리기까지 했는데도, 귀신들은 그가 낸 소리를 듣지도 못한 것처럼 그대로 지나쳐버렸다.

         

       ‘이 펜던트에 도움을 받다니, 제기랄. 제기랄.’

         

       그를 지켜준 것이 무엇인지는 뻔했다.

         

       선임의 시체가 뜯어먹히지 않게 해준 것.

       그가 숨어있는 곳을 귀신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해준 것.

         

       그의 손에 꼭 쥐어진 펜던트밖에 없다.

         

       그는 집안을 말아먹은 사이비 종교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에 분노를 느끼면서도, 어쨌든 살아날 수 있었다는 사실에 기쁨을 느꼈다.

         

       그는 깜깜한 관물대 속에서 눈을 꼭 감은 채 펜던트의 효과가 다 떨어지기 전에 저 귀신들이 사라지길, 자신을 구하러 사람이 오기만을 기도한 채 숨을 죽였다. 그리고 아까처럼 덜컹거리는 소리를 내지 않도록 이에 금이 갈 정도로 세게 악물며 몸에 힘을 계속해서 유지한 채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그렇게 얼마만큼을 기다렸을까?

         

       “우와…. 이거 심하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멀리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터엉.

       터엉.

         

       목소리뿐만이 아니다.

         

       발소리도 들린다.

       항상 듣던 군인의 발소리가 아닌, 뭔가 다른 느낌의 발소리.

         

       저것만 들어도 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람.

       사람이다.

         

       그를 구하러, 사람이 왔다.

         

       “흡….”

         

       그는 눈에서 뜨거운 물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간지러운 감촉이 얼굴에 느껴졌고, 살짝 벌어진 입 안으로 짠 물이 들어갔다.

         

       그는 혹여나 귀신이 남아있을까 소리죽여 울었고, 빳빳하게 굳은 몸을 조금씩 떨면서 감격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구조대, 구조대가 왔어….’

         

       눈을 감고 있었기에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는 모른다.

       길다면 길게 느껴졌고, 짧다면 짧게 느껴졌다.

       시간 따위를 느낄 여유보다는 오직 생존을 위한 몸부림만이 그의 머릿속에 가득했기에,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걸까?

         

       하루?

       사흘?

         

       시간이 얼마나 지났던 그는 놀라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대신에.

       대신에…흰 쌀밥에 된장국, 그리고 절임을 정신없이 입에 밀어 넣고 싶었다.

       그리고 모든 악몽을 잊고 안전한 곳에서 푹 자고 싶었다.

         

       “여기 아무도 없어요? 구하러 왔습니다!”

         

       “있으면 대답해 주세요! 우리는 안전합니다! 구하러 왔어요!”

         

       들린다.

       구조대의 외침이.

       산 사람을 찾는 다급한 목소리가.

       이 지옥도에서 생존자가 있기를 바라는 저 간절한 감정이 느껴진다.

         

       덜컹.

         

       그는 굳어버린 몸을 움직여 관물대에 부딪쳤다.

       몸에 힘을 주어 관물대의 문을 열었고, 쓰러지듯 관물대의 밖으로 나왔다.

       그가 관물대에서 나오자마자 보인 것은 비릿한 피의 냄새와 썩은 오물의 냄새, 조명이 없어 깜깜한 시야.

         

       그리고 문 앞에 서 있는 두 사람의 그림자였다.

         

       그림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아무도 없습니까-?! 안심하세요! 구하러 왔습니다!”

         

       사람 모양의 그림자.

       넝마 같은 옷을 걸치고, 손전등도 없고, 사람을 수색할 때 필요한 도구도 없다.

       귀신을 물리치기 위한 도구도 없고, 혹시 모를 감염이나 오염을 막기 위한 의료 장비도 착용하고 있지 않았다.

         

       넝마 같은 옷에…평상복이다.

         

       “구하러 왔습니다! 예, 구하러 왔어요!”

         

       그리고 그 옆에는 또 다른 그림자가 있다.

       징그러운 해산물과 해초를 엮어서 만든 것 같은 그림자.

       가만히 있어도 표면이 꿀렁꿀렁 움직이고, 몸에 감긴 해초에서는 비릿한 냄새의 바닷물이 뚝뚝 떨어진다.

       그리고 사람을 흉내를 내서 만든 머리통 한가운데의 입에서는 사람을 흉내 내는 소리가 연신 흘러나온다.

         

       “아무도 없습니까-! 사람, 사람 구하러 왔어요! 사람 구해요!”

         

       넝마를 걸친 인간.

       바다에서 온 것 같은 사람 형상의 괴물.

         

       그리고, 둘의 목소리에 속아 은신처를 박차고 나온 군인 한 명.

         

       “하, 하….”

         

       군인은 희망이 단숨에 절망으로 바뀔 때의 낙차를 몸소 겪으며, 어색한 미소를 흘렸다.

         

       그 미소에는 체념이 담겨 있었다.

         

       철컥.

         

       넝마를 걸친 남자가 품에서 소총을 꺼내 들고 그를 겨눴을 때.

         

       “역겨운…빌어먹을 요괴 같은 놈….”

         

       타앙-!

         

       그는 삶을 포기했다.

         

         

         

        * * *

         

         

       소총이 불을 뿜고, 철을 토해내고, 사람 한 명의 머리통에 구멍을 뚫었다.

         

       단지 그뿐인 이야기였다.

         

       “흠. 일본 총도 못 쓸 수준은 아니로다.”

         

       군인이 죽는 것이야 아주 흔한 이야기이며, 흔히 보아오던 것이 아니던가.

       딱히 특별한 것도 없는 이야기다.

         

       진성은 용병으로 생활하면서 배웠던 대로 소총을 그대로 겨눈 채 군인을 관찰했다.

       혹시 죽지 않았는데도 죽은 척을 하고 있지 않나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그는 한 손에 삼매진화를 피워 군인에게 집어던져 몸에 불을 붙였고, 삼매진화의 불길이 군인의 상반신을 태워 먹고 있음에도 미동조차 하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군인이 죽었다는 확신을 얻었다.

         

       진성은 군인의 몸을 장작 삼아 타오르는 삼매진화의 불길을 보며 허공에 손을 뻗었고, 복도에 가지고 온 기름통을 끌어와 방 곳곳에 부었다.

         

       삼매진화의 불길이 자연스럽게 방 전체를 태워버리도록 말이다.

         

       이는 확인 사살을 위한 것이라.

       혹시 같은 방에 다른 사람이 숨었고, 끝까지 나오지 않았을 때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

       숨은 사람이 없다면 확인 사살을 조금 과하게 한 것으로 끝이 나고, 숨은 사람이 있다면 타죽거나 존재감을 드러내어 사냥당하게 될 것이니 나쁜 것이 없는 일이었다.

         

       그가 용병으로 생활하면서 얻은 교훈 중 하나는 확인 사살은 철저하게 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자. 점괘에서 이르기를 배 위에 자리하는 생자(生子)는 총 넷이요, 하나는 방금 절명했음이라…. 보자. 셋이 남았구나….”

         

       진성은 소총을 들고 움직였다.

         

       “구하러 왔습니다! 아무도 없습니까-!”

         

       귀신들이 놓친 생존자를 찾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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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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