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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03

       

        

        

        

        

        

        

        

        

       “오늘은 꽤 무난한 곳으로 왔군요. 지난 번처럼 복잡하게 꼬여있는 곳이면 상당히 골치아플 뻔했는데, 길 찾기는 어렵지 않겠어요.”

        

       “이번에도 지난 번처럼 따로 떨어져서 돌아다니면 되는 겁니까?”

        

       “뭘 자연스럽게 헛소리를 하고 있으신지. 지난 번에 그랬다가 신나게 얻어터지고 있는 걸 누가 구출해줬는데요.”

        

       “정정. 당시 교전 형세는 본 기체에게 유리하게 진행 중이었…사과. 사과하겠습니다. 둔기를 휘두르려는 행위를 멈춰주기를 바랍니다.”

        

        

        

       -wwwwwwwwwwwwwwww

       -매력터지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젠 로봇에게도 강강약강을 시전하는 비얌쉑ㅋㅋㅋㅋㅋ

       -미니건 쏘던 년이 망치 하나 들었다고 쪼는거 진짜 개웃기네 ㅋㅋ

       -팩트)저 망치 한 대 맞았다고 대가리가 함몰되버린 걸 고려해보면 합리적인 선택이다

        

        

        

        컷신이 나온다.

        

        차량이 멈춰서고, 헐레벌떡 내린 운전수가 대략 1시간 가량 운용 가능한 광학미채를 차 위에 호다닥 덮는다. 그 사이 내가 내렸으며, 나와 똑같이 생겼지만 배색만 좀 다른 메카 유진이 잇따라 내렸다. 나도 무게가 꽤 무거운 편이었지만, 500kg가 넘는 진이 지면에 발을 디디자마자 쿵 소리가 났다.

        

        근래 들어 시나리오 진도가 조금씩 나감에 따라 목적지도 조금씩 달라진다. 더군다나 괜히 나와 진 사이에 낀 유저의 등짝이 터져버리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세션의 AI 숫자를 풀로 땡겼더니, 이제는 우리 둘을 잡기 위해 아르테미스가 대놓고 연구소에 전력을 파견하는 중이었다.

        

        그냥 아무나 보내는 것도 아니다. 꽤나 고급 인력인 것처럼 보이는 인원들에 엑소 슈트까지 입혀놓은 뒤 끊임없이 충원시키는 형태로 잡으려고 하는 것이었다.

        

        도대체 어디서 이렇게 인력을 화수분마냥 뽑아내는 건지 궁금하기만 할 따름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예상이 안 가는 건 아니긴 하지만….’

        

        

        

        나와 진이 때려잡은 이들 중 거의 대부분은 대가리에 전선과 케이블 혹은 괴상한 전자장치들이 박혀있었고, 심지어는 금빛의 절단면 사이로 일종의…광섬유 같은 게 심어진 이들도 존재했다.

        

        수상할 정도로 빠르게 인력이 충원되는 이유가 별 게 있는 게 아니었다. 윤리를 적당히 도외시하기만 하면 불과 며칠 전까지 도시와 숲을 쏘다니며 잡템을 줍고 보이는 모든 것들에게 방아쇠를 당기는 밴딧들도 하루아침만에 백전노장의 전투병력으로 바꿔버릴 수 있었으니.

        

        미국 수복이라는 거창한 작전안에 밀려 완전히 뿌리뽑지 않은 게 한이었는데, 이렇게라도 세력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으니 실로…상쾌했다.

        

        아직 남아있는 아르테미스 친구들을 위해서라도 호다닥 천당으로 보내줘야겠어.

        

        

        

       -[알림 : 출입증 인식. 엘리베이터 문이 닫힙니다.]

        

        

        

        시네마틱이 끝남과 동시에 메인 로비에 진입한다.

        

        가장 처음으로 확인해야만 하는 것은 시설의 구조를 보여주는 로비의 청사진 패널이었다. 맵 자체는 기존 고가치 연구시설을 몇 개의 섹션으로 분리한 뒤 그것을 무작위로 뒤섞는 형태였기 때문에 큰 구조는 다를지언정 익히는데 큰 문제는 없었다.

        

        무기 테스트실은 가장 거대한 섹션이기도 한 중앙 연구 구역의 한가운데에 있었으니 그 점을 유의하며 맵을 확인하면 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 천장에서부터 사이렌이 울려퍼졌다.

        

        

        

       “시작이네요. 어지간하면 얻어터지지 마시고…일단 미션부터 확인해보도록 합시다.”

        

        

        

        주변의 불이 하나둘씩 꺼지고, 천장에서 회전하는 붉은 불빛만이 주변을 밝히는 유일한 광원이었지만, 그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다. 애초에 지난 번에도 이랬고, 지지난 번, 그 전에도, 그것보다도 더 전에도 이랬기 때문이었다.

        

        미션의 목표는 불명확했고 부정확했다. 사실상 미션이라고 하는 것보다는 상인의 ‘의뢰’라고 하는 편이 더 맞았기에, 정확히 무엇을 가져오거나 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는다. 바로 그런 연유 때문에 행간을 읽는 능력이 필요했다.

        

        그럼에도 큰 줄기를 읽어낸다면 큰 문제 없이 파악이 가능했는데, 이는 현재 시나리오의 목표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밝혀지지 않은 – 시즌 초 우발적이거나 운이 좋아 마주친 경우를 제외하고는 – 프로토타입의 위치를 알아내고, 이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모든 단서를 수집하는 현 메타 때문이다.

        

        말은 거창했지만, 그냥 맵을 돌아다니면서 서버실을 찾아 필요한 데이터를 찾고, 그 과정에서 아이템 파밍을 하거나 하면 될 뿐이었다.

        

        

        물론 그것도 가능하다는 가정 하의 이야기.

        

        

        

       “…그러니까 그렇게 빤히 쳐다보지 마시겠어요. 무기 실험실부터 직행할 거니까.”

        

       “훌륭한 선택입니다.”

        

       “으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메카윾진쉑 하모니과였네

       -??? : 화력…더많은화력…히히히힣….

       -어어 왜 녹냥이가 보이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모니 또너야!?!!

        

        

        

        …그런가?

        

        이번 판이 끝나고,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민아를 불러서 혹시 나 몰래 이상한 바람을 불어넣었냐고 물어봐야겠어 – 물론 생각해보면 민아가 그렇게 된 것도 전부 나 때문이긴 했지만 – . 하여간 내 주변엔 다들 이상한 사람밖에 없다니까.

        

        지면을 통해 진동이 전해진다. 외부와 연결된 통로를 통해 적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행어가 기존 위치와 반대되는 곳에 있었고, 주차장과 딱 붙어있었다. 1층과 2층의 구조 역시도 기존과는 꽤 달랐고.

        

        그러나 크게 신경쓰이지는 않았기에, 메인 홀의 계단을 걸어올라가며 사주경계를 이었다.

        

        그러던 와중 진이 덧붙였다.

        

        

        

       “먼저 도착하게 된다면, 플라즈마를 연발로 발사할 수 있는 무기가 있는지 확인해줄 수 있습니까?”

        

       “미니건이 가지고 싶다면서 노래를 부르더니, 이젠 생각이 좀 바뀌었나요?”

        

       “미니건은 대량의 탄환을 휴대해야 합니다. 때로는 타협할 줄도 알아야만 한다는 판단이 비교적 더 올바르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흐음.”

        

        

        

        큰 문제는 없었다.

        

        고개를 끄덕임과 동시에 오른쪽으로 시선을 홱 돌렸다. 주차장 건너편에서부터 언뜻언뜻 보이는 검은 물체들이 이쪽을 향해 빠른 속도로 가까워지고 있었다. 속도는 꽤나 빨랐다. 당연하겠지만 엑소 슈트 때문이었다.

        

        정면에서의 교전은 결국 힘과 힘이 맞부딪히는 형태였고, 그 과정에서 진과 계속해서 붙어다니기에는 무리가 따랐다. 큰 문제는 아니었지만 때로는 비효율적이란 소리였다. 그리고 교전에서 비효율은 때로는 불상사로 이어질 수도 있었고.

        

        그렇기에 방금 진이 내게 ‘먼저 도착하게 된다면’이라는 말을 남긴 것이었다.

        

        물론 교전이 돌아가는 형태를 봐야 확인할 수 있었지만.

        

        

        심호흡을 한다.

        

        언제나 그렇듯 내 총은 Mk.18 묠니르였다. 물론 내 옆에 있는 총 역시도 묠니르였다. 근래 진이 자신의 장기를 십분 살려 대구경 총기를 쉽게 다루는 모습을 보고는 쥐여준 것이었다.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등 뒤에 매어진 ASh-12.7은 적어도 정면 화력에서는 꿇리지 않겠단 의지의 표상이었다.

        

        물론 그러한 이유도 있긴 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적들이 반쯤은 죽은 시체라는 점 때문이었다. 통각을 인위적으로 차단한 적들은 확실히 굉장히 까다로웠고, 그리하여 한 번에 신체를 움직일 수 없게 만드는 과정-일격필살을 필요로 했다.

        

        사설이 길었다. 방아쇠 위에 손가락을 올리고, 어슴푸레한 어둠 사이를 직시했다.

        

        나직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사격.”

       

        

        

        발포음이 터져나왔다.

        

        소음기를 꼈음에도 시설 내부를 쩌렁쩌렁 울리는 날카로운 음색과 함께 튕겨나간 탄피가 바닥으로 떨어져 맑은 쇳소리를 내었다. 개중 한두 발은 메카 유진의 팔에 맞아 캉 소리를 내기도 했다.

        

        삽시간에 둘 다 한 탄창을 비웠다. 기계처럼 정밀한 사격은 행어와 주차장을 가로지르던 수십 명 중 열다섯 명을 불귀의 객으로 만들어버렸다. 시설 내부로 진입하려던 적군 역시도 차량 뒤에 엄폐하는 부가적 효과도 있었고.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위험합니다.”

        

        

        

        내가 한 말이 아니었다.

        

        그리하여 고개를 돌리자 시선이 마주쳤다. 사격 도중 갑자기 진이 나를 바라본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게 무슨 뜻인지를 알고 있었고, 황급히 몸 전체를 숙여 화단 아래에 납작 엎드렸다 – 그와 동시에 방금까지 내가 있던 지점을 라푸아 탄환이 가로질렀다.

        

        건너편의 사무실 복도에서부터 기어나온 적군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엎어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꼬라지를 보며 내가 입을 열었다.

        

        

        

       “또 시작이군요. 오래 있으면 위험하겠어요. 서버실 방향으로 가봅시다. 원래 행어가 있던 위치를 차지한 것 같으니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 같네요.”

        

       “아키타입은 서버실로 가십시오. 본 기체가 엄호할 것입니다.”

        

       “뭐, 그 짧은 사이에 무기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 정도는 그리 어렵지 않겠죠. 저쪽도 무한히 인력을 충원시킬 수는 없을 테니, 보이는 것들을 전부 쓸어버린 다음 다시 결정해봅시다.”

        

        

        

       ───카카캉!

        

        

        

        그리 말하며 다시금 견착.

        

        순식간에 전장을 훑은 뒤, 이쪽을 향해 유탄을 막 조준하려는 UGV 한 대를 식별. 이번에는 내가 한 박자 느리긴 했지만, 나의 동체시력은 날아오는 유탄 정도는 눈으로 식별하고 총으로 격추시킬 수 있었다. 그리하여 세 발의 탄환이 3연발 유탄을 전부 까부수기까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한 번에 나를 죽이는 데 실패한 UGV에게는 오직 지옥의 텅스텐 탄환 불벼락이 있을 뿐. 순식간에 동체에 송송 구멍이 난 무인기가 대폭발을 일으키고, 주변에 있는 적군 한두 명까지 스틱스 강 동반자로서 끌고 가버리는 모습은 희극 그 자체였다.

        

        어깨를 톡톡 쳐 제압사격을 날리는 중인 진에게 신호를 보낸 뒤 카페 복도를 가로질러 주방 삼거리 방향으로 향한다. 그 와중 아까 진이 쏴죽였던 시체를 힐끔 확인.

        

        그 순간 그 자리에서 멈춰섰다.

        

        

        

       “…뭔가 놓친 거라도 있습니까, 아키타입?”

        

       “아뇨, 그건 아니고.”

        

        

        

        그 자리에 잠시 무릎을 꿇은 뒤 가슴에 주먹만한 구멍이 뚫려 절명한 적의 얼굴을 확인했다.

        

        카토, 혹은 하모니의 EU 방송을 볼 때 언뜻 보았던 것 같은 외모. 그리고 내 세션에서는…한때 고가치 연구시설을 관찰하던 UAV에 잡혔고, 4월 26일에 아르테미스 연구원들에게 뒤통수를 맞아 전기충격기로 지져지고 복도를 질질 끌려간 바로 그 상인.

        

        매버릭이 그 자리에 죽어있었다.

        

        이걸 무어라 해야만 할까 싶었지만, 나는 별 말 없이 다운그레이드 이카루스 기어의 사진 촬영 기능을 활성화시켜 죽어버린 시체의 얼굴을 찍었다.

        

        

        

       “이런 흉흉한 세상에서의 엔딩은 보통 이런 법이죠. 갑시다.”

        

       “명령 확인. 이동합니다.”

        

        

        

        그 말만을 남긴 채 나와 진은 중앙 연구 구역을 향해 사라졌다.

        

        실로 묘한 기분이었다.

        

        

        

        

        

        

        

        

        

        

        

        

        

        

        

        

        

        

        

        

       “적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게 몰려드는데, 생각보다 곤란하네요.”

        

       “방어구를 모아서 임시로 방패를 만드는 방안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아키타입?”

        

       “그 또한 나쁘지 않긴 하죠. 하지만 일단은 무기 실험실을 뒤지는 게 좀 더 우선순위가 될 거예요.”

        

       “목적지는 서버실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째서입니까?”

        

       “서버실로 직행하면 적들이 먼저 서버를 파괴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고개를 끄덕이는 한편, 논리 회로를 통해 분석한다.

        

        총알이 빗발치고, 헤드 기어 파츠 안쪽에 설치된 집음기에서 무수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는 와중에도 논리 회로는 그것이 올바른지 아닌지에 대한 여부를 파악하고, 이윽고 확률적으로 보았을 때 해당 결과가 도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아키타입과 함께 하는 교전은 언제나 그러한 형태였다. 이유를 알고 나면 간단하지만, 그 전까지는 절대로 알 수 없는 맹점들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그녀와 함께 하며 쌓여간 수많은 전투 데이터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말을 아끼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었다. 

        

        그러한 경험들 하나하나가 전부 자신을 새로운 경지로 이끌고 있었기에.

        

        

        

       “지속적인 동행 및 2인 교전이 적 전력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을 거라고 추측. 아키타입이 내린 결론도 이와 동일한지?”

        

       “물론이지요. 괜히 다른 길로 샐 생각 말고 잘 따라오시길. 이곳에 들이닥친 친구들 중 단 한 명도 밖으로 다시 나갈 수 없게끔 만들어야겠다는 마인드로 임하세요.”

        

       “인식하였음.”

        

        

        

        단순하면서 더없이 효과적인 지시.

        

        불필요하거나 어려운 내용은 없었다. 그러나 아키타입이 내리는 명령은 가장 효과적인 타이밍에 실행되었을 시 적의 중추를 전단하고 단순 숫자로 표기된 전력 차이를 뒤엎었다. 이와 동등한 효율의 전투 알고리즘을 구축하는 것은 현 시점으로는 불가능했다.

        

        그러한 모든 사실들은 데이터가 되었고, 이내 내부 데이터베이스로 이관된다 – 그러나 그로부터 파생되고, 새로이 나타나는 논리 회로의 결론들은…이전까지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 그 자체였다.

        

        데이터가 쌓일수록 내부의 딥러닝 알고리즘은 특정한 선택지를 조금 더 ‘선호’하게 되고, 그에 따라 논리 회로는 점차적으로 해당 방향에 존재하는 선택지를 고른다. 그러한 순환은 회로 내부에서 계속해서 이어지며, 머잖아 일종의 경향을 생성한다.

        

        그리하여, 100% 확실히 보장할 수는 없지만, 인간들의 감정 중 하나인 ‘좋음’과 ‘싫음’에 대해서 점차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접근 중인 적 식별. 5인으로 이뤄진 1개 소분대를 확인. 위치는 50m 앞 회의실 및 사무실 복도로 추정됨.”

        

       “잘 맞췄군요. 시간을 끌고 있을 테니 중앙 연구 구역으로 내려가서 무기 테스트장으로 가세요. 주변을 돌면서 가볍게 산책이라도 하고 있을 테니.”

        

       “오류. 현 시점에서 산책을 하는 것은 불가능. 대량의 적 세력들이 남아있습니다.”

        

       “농담이에요, 농담.”

        

        

        

        농담이란 과연 무엇일까. 상황에 맞지 않는 말을 하는 것이 농담일까.

        

        언젠가 아키타입에게 물어봐야겠다는 판단을 논리 회로 안쪽에 눌러 접고 계단을 내려간다. 그러나 그 사이에도 논리 회로는 여러 가지 가정을 제기한다. 아키타입이 불의의 사태로 인해 손상을 입게 되면 상황 타파 능력이 절반 이상으로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이동이 느려져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게 더욱 큰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계단을 내려가며, 총기를 들고, 하나둘씩 보이는 ‘적’이라 규정된 생물들을 향해 발포한다.

        

        전투 모드로 전환된 논리 회로에 의해 체감 시간이 급격하게 진동하며 ‘적’들의 움직임이 느려진다. 그 사이에서 본체만이 정상적인 속도로 움직인다. 방아쇠를 당기자 견착 지점에서부터 진동이 퍼져나간다. 그러한 모든 일련의 과정들이 내부 데이터베이스에 차곡차곡 쌓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더 빨라야만 한다는 판단은 사라지지 않고 계속해서 나타난다. 그에 대한 이유를 제기했지만 명확한 답은 없었다. 그저 그래야만 한다는 판단만이 결론이 되어 나타날 뿐.

        

        어쩌면 이게 인간들이 말하는 ‘조바심’이라는 것일지도 몰랐다.

        

        

        

       “잡아라! 막아! 무기 테스트실로 향하고 있다!”

        

       “알린다. UES-4 타입 감마를 식별. 아르테미스 네트워크와의 재연결을 시도-컥!”

        

       “해당 시도를 단절합니다.”

        

        

        

        내부 구조를 파악하지 못한 기계를 조작하는 ‘적’에게 공격을 가한다.

        

        아키타입이 가장 처음으로 가르쳐준 근접 공격의 형태는 총기의 개머리판을 휘두르는 것이었고, 그것을 행하자 개머리판의 궤도 상에 들어와있던 적군은 즉시 수 미터 이상 나가떨어진 후 생명 활동을 정지했다.

        

        그런 과정을 몇 번 더 반복한 뒤, 드디어 무기 테스트룸으로 표기된 장소에 간신히 도달할 수 있었다. 잠겨있는 문을 물리적 타격을 통해 부순 뒤 내부를 수색하였다. 그다지 가치가 없는 것으로 판단되는 여러 잡동사니들 사이에서 금방 보관소를 찾을 수 있었다.

        

        엄중하게 잠겨있는 문. 그러나 내부 에너지를 신체 강화로 돌린 뒤, 팔꿈치 뒤쪽의 가속기를 통해 에너지를 방사하여 주먹의 속도를 권총탄에 준하는 속도로 가속. 그리하여 문을 파괴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광원이 없었기에 내부는 어두웠지만, 그럼에도 안쪽을 식별하는 것은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아키타입에게 전달. 무기 보관고 내에서 5종의 무기를 식별. 스캔 결과 해당 테일 플랫폼과 호환되는 양식임을 확인하였습니다.”

        

       “좋아요, 큭…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잡고 나오시길. 이 지긋지긋한 곳을 슬슬 무인지대로 만들어야 하니.”

        

       “본 기체는 해당 의견에 동의합니다.”

        

        

        

        처음에는 미니건을 택했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무게가 70kg에 이르는 대형 탄도 방패와 UES-1이 사용했던 초기형보다도 더욱 진보된 것처럼 보이는 어드밴스드 플라즈마 캐논이 착용을 기다리고 있었고, 패널을 조작함과 동시에 방 한쪽에 비치된 – 한 명의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정도의 캡슐이 열렸다.

        

        데이터를 통해 알고 있었다. 과거 생산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본 기체가 테일 플랫폼에 무기를 장착하기 위해 사용했던 바로 그 실린더였다.

        

        해당 캡슐 안에 들어가 연결 단자와 접촉함과 동시에 덧붙였다.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복귀 예정. 예상 소요 시간은 2분 35초입니다.”

        

       “1초라도 늦으면 각오하시길.”

        

       “확인. 10초 이상 빠르게 가겠습니다.”

        

        

        

        아키타입에게 본격적인 화력 지원이 가능해지는 때가 왔다.

        

        캡슐이 닫히며 논리 회로를 스쳐지나간 감정은 그 무엇도 아닌 ‘좋음’의 감정이었다.

        

        

        

        

        

        

        

        

         

        

        

        

        

        ───퍼어엉!

        

        

        

       “…아주 무서운 걸 달고 오셨군요, 진.”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시리도록 푸른 섬광이 허공을 가로질러 착탄했다.

        

        아득한 열기와 함께 사람이 부글거리는 액체와 증기로 화했고, 유진은 그걸 보며 헛웃음을 터뜨렸다.

        

        세상이 실로 요지경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플라즈마 캐논

    화력 유지 및 연사 가능 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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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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