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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03

       쿵!!

         

       검과 검이 충돌한다.

         

       어느 때와 같이 뿜어지는 낙뢰와 충돌하는 정철의 검.

         

       낭아표랑도(狼牙漂浪道).

         

       사천성의 문파들을 쓰러뜨리며 선보인 비룡십이검이 낭야검 정철의 성명절기였다면 낭아표랑도는 황보세가와 점창파와 같이 강적을 상대할 때 꺼내는 비전절기였다.

         

       늑대의 움직임과 공격법을 본따 만들어진 낭아표랑도.

         

       치악력이 강한 짐승들의 치악력은 바로 아래턱에서 나온다.

         

       그렇기에 낭아표랑도의 아래턱 역할을 하는 올려베기는 검술 운영의 중심이 된다.

         

       카가각!!

         

       내 검에 굳세게 맞설 것만 같았던 정철의 올려베기.

         

       충돌의 직전 검을 쥔 손은 역수로 바뀌고 동시에 손목에 힘을 풀며 검신을 자신의 팔뚝에 댄다. 대검이 흘러나갈 경사로가 만들어지고 타점을 잃은 대검은 순식간에 그 경사로를 타고 미끄러진다.

         

       순식간에 올려베기를 흘리기로 바꾸어낸 정철.

         

       내 대검이 떨어지기 무섭게 손을 좌수로 바꾸어 쥐고는 찔러 올라온다.

         

       대검이 미끄러지는 순간부터 충분히 예상했던 공격. 검을 회수하지는 못했지만 상체를 비틀어 일점의 찌르기를 피한다.

         

       파아앗!

         

       몸은 피했지만 흑립에는 시원하게 칼자국이 났다. 버리기로 결심한 흑립이었지만 이렇게 손상되니 기분이 더럽긴 하네.

         

       승천한 검이 다시 빙글 뒤집히며 낙하한다.

         

       방금 전까지가 아래턱의 운용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윗턱의 참격이다. 길고 날카로운 이빨과 온 체중이 실린 공격이 내리 찍혀온다.

         

       그러나 그런 정철의 검이 내 몸에 닿는 일은 없었다.

         

       꽈아아앙!!!

         

       수평으로 휘둘러진 내 대검이 정철의 윗턱의 공격을 상쇄시켰으니까.

         

       강기와 강기가 부딪히며 발생한 여파에 나와 정철의 흑립이 당장이라도 부러질 듯이 요동쳤다. 그렇게 출렁이는 흑립 사이로 보이는 정철의 굳은 얼굴.

         

       내가 어찌어찌 화경에 올랐다 치더라도 우위는 본인이 점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모양이다.

         

       무림의 상식에 맞추어 보면 정철의 생각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정철은 내 각오를 읽어내지 못한 모양이다.

         

       경지를 뛰어넘어 승부를 보기 위해서는 일격필살의 공격 말고는 수가 없다.

         

       그러니 당연히 내가 일격필살의 검술을 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일까.

         

       꾸욱.

         

       나는 대검을 쥐며 다시 한번 앞으로 나아갈 준비를 했다.

         

       정철 너는 모를 것이다.

         

       내가 너를 쓰러트리기 위한 각오가 얼마나 굳건한 것이었는지.

         

       정철을 적대하기 전 나는 무슨 검을 익혔는가.

         

       일휘청운검을 익혔다.

         

       일휘청운검은 무슨 검이었는가.

         

       일반적인 검술의 모든 가짓수를 수용할 수 있는 폭넓은 검술이었다. 수많은 묘리를 섭렵하며 운용의 폭을 넓히는 것은 곧 상대방이 익힌 무공을 알고 있는 내 정보력을 최대한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편이었으니까.

         

       그러나 나는 너를 상대하기 위해 그 가능성을 포기했다.

         

       오직 너를 쓰러트리기 위해서 내가 알고 있는 모든 무공을 품을 수 있는 가능성을 포기하고, 다른 기운과는 공존할 수 없는 뇌의 기운을 품은 경운무심공을 익혔다.

         

       이 드넓은 천하에 어디 뇌기를 이용한 검술이 단사패검뿐일까.

         

       그럼에도 지금까지 일격에 모든 것을 걸며 이곳에까지 도달했다.

         

       이격필살의 낭아표랑도를 짓눌러버리기 위한 일격필살만을 갈고닦았다.

         

       오직 너를 쓰러트리기 위하여.

         

       나는 모든 가능성의 가지들을 쳐내며 이곳에 왔다.

         

       이곳은 네가 마련한 무대일지는 모르겠으나.

         

       그 각오도. 노력도.

         

       그리고 네가 갈고 닦았다 생각한 강함조차도 나에게는 미치지 못하겠지.

         

       꽈르릉!

         

       일문직뢰가 뻗어나간다. 또다시 간을 보려는 아래턱의 움직임이 시작된다.

         

       아래턱을 들이밀며 훼방을 놓고 나를 흔들겠다는 의도가 그대로 드러나는 정철의 움직임.

         

       그렇기에 나는 아래턱을 부수기로 정했다.

         

       뇌형극변이 펼쳐진다.

         

       세 방위에서 날아드는 검을 보고 정철의 움직임이 다급해졌다.

         

       셋으로 쪼갰다고는 하나 어디까지 간을 보려고 뻗어낸 아래턱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위력이었으니까.

         

       쿠구궁!!

         

       뇌형극변을 막아낸 정철이 연신 뒷걸음질치며 그 여력을 해소한다.

         

       또 전진.

         

       일문직뢰가 쌍연각전으로 변화한다. 다급하게 휘둘러진 정철의 검을 삼영환휘로 피해낸다. 사극신뢰로 견제하는 정철의 검을 넘어선다.

         

       계속해서 아래턱을 들이밀며 힘을 온존할 생각을 하는 정철. 일격필살 위주의 내 검과 정면으로 충돌한들 손해라는 계산이겠지.

         

       그렇다면 그 아래턱. 아주 너덜너덜하게 만들어주마.

         

       단사패검의 세 번째 초식이 전개된다.

         

       천밀뇌우(天密雷雨).

         

       콰과과과과과!!!

         

       계속해서 묵직한 움직임만을 보이던 대검이 어느 때보다 영활하게 움직였다. 모든 것을 단박에 쪼개버리려던 대검의 움직임은 모든 것을 갈아버릴 것처럼 흉악해졌다.

         

       정철이 연신 물러나며 검을 어지러이 휘두른다. 일견 현명하게 수를 두며 치명적이지 않은 것은 받아내고 치명적인 것들은 흘리며 이득을 가져가는 것처럼 보인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맹공.

         

       우우우우우웅!!

         

       빠른 속도로 소진되는 내공에 힘을 뽑아내는 뇌륜의 흐름이 출렁이며 비명과 같은 공명음이 내 머릿속에 들려왔지만 나는 공세를 멈추지 않은 채 뇌륜을 다독였다.

         

       무리한 공세로 그저 힘을 낭비하는게 아닌가.

         

       구경하는 이들은 그런 생각이 들 법도 한 공세였지만 나는 알고 있다.

         

       아니 확신하고 있었다.

         

       콰과과과과!

         

       결국 이 맹공 속에서 윗이빨을 꺼내지 않는 이상 정철은 손해만 본다는 것을.

         

       가랑비에도 옷이 젖는 법이다.

         

       “크윽!”

         

       하물며 폭우 속에 서 있는 정철이 어떻게 멀쩡할 수 있을까. 맹공 속에서 강기의 파편과 검강의 경에 노출된 정철은 그야말로 전신이 갉아먹혔다.

         

       정철 역시 결단을 내린 것일까.

         

       쿠웅!!

         

       물 만난 고기마냥 정철의 전신을 두드리던 천밀뇌우의 검이 멈추었다.

         

       제대로 된 ‘아래턱’이 펼쳐지며 검이 물린다.

         

       정철이 이 초식을 펼치는 것을 처음으로 목도했으나 펼쳐지는 초식을 보고 있노라니 머릿속에서 하나의 초식명이 뚜렷하게 떠올랐다.

         

       단경쌍극아(斷頸雙極牙).

         

       아래턱이 내 검을 물자 곧바로 경이 확산되며 정철의 검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져 내린다.

         

       뇌륜이 비명을 지르는 연격의 와중에도 포기하지 않았던 다섯 번째 걸음을 펼쳐낸다.

         

       오영추혼.

         

       오영추혼을 펼쳐내면서 생각했다.

         

       부족하다고.

         

       단경쌍극아의 아랫니에 내 검이 멈추고, 결과적으로 물려 버린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뒤틀리며 떨어져내리는 정철의 검격과 그에 서린 검강. 그리고 한순간에 확장되는 정철의 경이 나에게 속삭였다.

         

       이 정도로는 피할 수 없다고.

         

       그렇기에 나도 속으로 답을 주었다.

         

       이 정도는 예상했다고.

         

       발을 다시 한 번 움직였다.

         

       육영개화로 이어지는 움직임에도 아직도 단경쌍극아의 반경을 벗어나지 못했다. 흔들리는 죽립 아래 드러난 정철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 있는 것이 보였다.

         

       제 우위를 확신했는가.

         

       그 모습을 보며 다시 한번 발을 뻗는다.

         

       칠뢰영변.

         

       칠뢰영변이 향한 방위는 바로 전방이었다.

         

       우우우우우웅!!

         

       내 검에는 이미 검기가 충만했고 떨어질 준비를 모두 갖추고 있었으니까.

         

       형세는 분명 불리했다.

         

       나는 천밀뇌우를 펼치다가 당경쌍극아의 일극에 걸렸고 기세 오른 이극을 맞이해야 했으니까.

         

       이제 와 공세를 취한들 어디까지나 뒤늦은 후공일 뿐이었다.

         

       그러나.

         

       이런 불리함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상성이었으니까.

         

       부드러움이 강함을 제압하고 변화를 허용치 않는 빠름이 변화를 제압하는 것처럼.

         

       이격필살의 검술은 일격필살의 힘을 이길 수 없는 법이었으니까.

         

       단경쌍극아와 낙뢰가 충돌했다.

         

       화경 고수와 화경 고수의 전력을 다한 충돌에 순식간에 비무장의 바닥이 가루가 되고 충격파가 비산했다.

         

       검을 든 손이 떨리고 팔을 감싸고 있던 무복이 찢겨나간다.

         

       뇌륜이 절로 삐걱인다.

         

       계속해서 막대한 내공을 불어넣어야만 하는 검강.

         

       지금 이 순간에도 힘을 더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충기.

         

       충격에 밀려나지 않기 위한 천근추.

         

       쏟아지는 강기의 파편과 충격파에서 몸을 지키기 위한 호신강기까지.

         

       그야말로 온몸으로 내공을 빨아들이고 있었으니 순식간에 단전이 텅 비고 뇌륜의 고리가 끊어질 듯이 약해졌다.

         

       길항하는 검격.

         

       서로가 서로에게 가하는 충격을 견디기 위해 발끝이 지면을 파고든다. 신발 밑창은 진작에 찢어졌으리라는 확신과 함께 필사적으로 부서진 비무장의 석판을 붙잡는다.

         

       그 누구도 승패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

         

       그럼에도 끝까지 필사적으로 낙뢰를 욱여넣는다.

         

       악에 받친 정철과 시선이 마주쳤다.

         

       정철의 시선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선공을 취한 내가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그 눈빛을 받으며 생각했다.

         

       네가 승리를 확신하는 근거는 고작해야 그것뿐인가.

         

       그저 한순간의 알량한 우위가 나를 꺾을 근거가 되리라 생각하는가.

         

       순간적으로 내 머릿속에 수많은 장면들이 떠올랐다.

         

       먼 서장에 가서 사라를 치료하고 보리연화담에서 몸을 담았던 일.

         

       운남에 돌아와 사도련을 와해시키기 위해 암룡문에 잠입했던 일.

         

       오독문을 공격하다가 정철을 만나고 진법에서 오랜 기간 수련했던 일.

         

       사천성의 사파들을 쓸어내고 사천낭인배 후기지수 선발대회를 열었던 일.

         

       그 후 중영산에서 환생트럭을 만난 뒤 위서련과 마주친 일.

         

       마교의 손님이 되어 위서련과 승부를 겨루며 천마비고에 드나들었던 일.

         

       뇌정을 얻기 위한 천마와의 기나긴 도박 승부.

         

       정철을 끌어내기 위한 방편으로 택한 섬서분타에서 있었던 일들까지.

         

       길었다.

         

       참으로 길고 다사다난한 여정 속에서 나는 많은 이들을 만났고, 때로는 돕고, 때로는 도움 받으며 지금 이곳까지 왔다.

         

       그 과정들이 나에게 확신을 주었다.

         

       나는 변하고 성장했으며.

         

       눈앞의 정철을 넘어섰다고.

         

       우웅! 우웅! 우우웅!!

         

       내 생각에 호응이라도 하는 것일까.

         

       아니면 내 확신이 뇌륜을 자극한 것일까.

         

       그 어느쪽인지는 확신할 수 없었지만 균형을 무너뜨릴 최후의 힘이 더해졌다.

         

       완벽히 길항 상태를 유지하던 내 검이 미세하게나마 정철의 검을 눌렀다. 정철의 눈이 부릅떠지고 두 팔에 힘을 더해 보았지만 이미 균형은 무너졌다.

         

       굳건하게 버티던 정철의 발이 밀리기 시작했고 그 검극은 점차 아래로 쳐졌다.

         

       다리는 굽혀졌고 허리는 휘었으며 팔은 온전히 뻗지 못했다.

         

       쩌적!

         

       그리고 종국에는 정철의 검에 금이 내달리며.

         

       콰아아앙!!

         

       폭음과 함께 두 동강이 나버렸다.

         

       정철의 검이 폭발하는 순간 나와 정철은 그대로 그 폭발에 휩싸였다. 강기의 파편과 과도하게 밀집된 경이 전신을 때렸고 텅 빈 것이나 마찬가지인 몸은 그대로 그 여파에 휩쓸렸다.

         

       그그극!!

         

       썩어도 준치라고 해야 할까.

         

       어떻게든 허공에서 몸을 비틀어 대검을 비무장에 박아 넣었다. 길게 상흔을 남기며 어떻게든 몸을 세우는 순간 절로 입에서 피가 새어나왔다.

         

       “쿨럭.”

         

       강기의 파편이 눈썹 위를 스치고 지나갔는지 왼쪽 눈에 피가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손을 들어 피를 닦는 대신 숨을 길게 내쉬었다. 당장 시야를 확보하는 것보다 끊어진 뇌륜을 잇고 충격에 노출되어 후들거리는 팔다리의 힘을 되돌러야 할 일이었으니까.

         

       이미 바닥을 드러낸 단전의 내공을 다시 한번 긁어내 운기를 잇는다.

         

       최소한의 응급조치를 끝낸 나는 정철 쪽을 바라보았다.

         

       “크윽…!”

         

       정철의 입가에 핏기가 있기는 했지만 내상은 내 쪽이 깊어 보였다.

         

       그러나 그런 내상이 문제가 아니었다.

         

       절반 이상이 부러져 버린 검.

         

       그리고 짧아진 검을 간신히 쥔 채 축 늘어진 정철의 오른팔.

         

       “으으윽!”

         

       정철이 이를 악물고 오른팔을 들어 보이려 했으나.

         

       쩔그렁!

         

       오히려 그 움직임에 검을 떨어트리고 말았다.

         

       비무장을 둘러싼 무인들이 술렁이기 시작했고 정철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내가…졌다.”

         

       오오오오오!!

         

       정철의 패배 선언에 울리는 탄식과 함성소리. 정철은 비틀거리며 비무장을 내려갔고 군중들은 그런 정철에게 시선을 힐끗 줄 뿐 모든 관심을 나에게 집중했다.

         

       승자가 모든 명예를 가져가고 패자는 관심조차 받지 못한 채 쓸쓸이 사라지는 듯한 장면이었지만 검을 맞댄 나는 확실히 알고 있었다.

         

       최후의 최후.

         

       그 힘의 길항이 깨지고 완전히 균형이 무너졌을 때.

         

       정철은 일부러 검을 희생하고 팔을 내주었다.

         

       팔을 제외한 몸을 온존하고 내상을 최소화시킨 정철.

         

       정철은 도주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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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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