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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03

       내 이야기를 들은 파이스는 잠시 눈썹을 들어 올렸지만 이내 본래의 편안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하하. 저도 그럴 수 있으면 좋겠네요.”

       “농이 아니라 진담이다.”

       “저도 진심으로 하는 이야기입니다.”

       

       정색을 하며 답하기 무섭게 파이스가 똑같이 진지한 얼굴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대충 보아도 할 말이 많은 것 같았기에 난 품 안에서 곰방대를 꺼내드는 것으로 할 말이 이으면 해보란 의사를 표했다.

       

       “화령님께서도 잘 아시겠지만 이 세상에서 다른 세상으로 넘어가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회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얼마든 할 수 있죠.”

       

       파이스 이 놈이 말하는 것은 내 지난번에 보았던 회사의 게이트인 것 같았다.

       

       “허나 회사의 능력에도 한계는 있습니다. 그 분들께서 사용하는 관문은 이 세계와 비교적 가까운 세계로만 넘어갈 수 있으니까요.”

       

       호오. 이건 본인이 모르던 정보구나.

       

       “제가 살던 세계는 화령님께서 가보셨을 여러 세계와는 다릅니다. 제가 있던 세계는 이 곳에서 관측조차 하지 못하는 곳이죠.”

       “그러니 회사의 능력으로는 향할 수 없다?”

       “만일 세계를 넘는 게 가능했더라면 누가 권유하기도 전에 그 곳으로 향했을 겁니다.”

       

       자신이 떠나온 세계에 남겨둔 미련이 많은 듯 목소리에 힘을 더하던 파이스는 이내 긴 한숨을 내쉬고는 자신이 들고 온 맥주잔에 맥주를 따랐다.

       

       “대충 그대가 하고자하는 말은 이해했다.”

       “네. 그럼.”

       “그런데 말이다. 그대는 한 가지 커다란 착각을 하고 있구나. 본인은 회사의 도움을 받을 생각이 조금도 없다.”

       “…네? 아니 그치만. 그럼 차원을 어떻게 넘으시려고.”

       “세계를 굴복시킨 자에게 세계 간의 경계가 의미 있으리라 생각하느냐?”

       

       파이스. 그대의 상식을 뛰어넘은 존재에게 그대의 상식을 강요하는 것만큼이나 멍청한 행위가 없음을 알아야 한 것이다.

       

       내 이리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파이스가 맥주를 마시다 말고 멍하니 내 얼굴을 쳐다봤다.

       

       “그럼. 정말로. 그 곳에 갈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까?”

       “위치만 안다면 충분히 가능하지. 혹여 그 세상에서 가지고 온 물건이 있느냐?”

       “있죠! 무척이나 많습니다! 그 뿐 만이 아니라 그 세상에서 나고 자란 정령도 존재합니다!”

       

       목소리에 열기를 담은 파이스가 앞으로 내민 것은 처음 내가 파이스와 만났을 적에 소란을 일으킬 뻔 했던 자그마한 아이였다.

       

       손에 들어갈 정도로 작고. 동글동글한 얼굴을 지녔으며. 왠지 뺨을 잡아당기면 쭉 늘어날 듯한 찹쌀떡 같은 아이는 두 손을 가슴에 품은 채 부들거리면서 고개를 들더니 이내 나와 마주치고는 그대로 눈물을 터트렸다.

       

       그 아이가 얼마나 서럽게 울던지. 본인이 한 일이라고는 그저 바라본 것 밖에 없거늘 죄인이 된 것만 같아서 기분이 미묘해졌다.

       

       “라이!”

       

       아이의 울음에 당황한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파이스는 다급히 아이를 자신의 품 안으로 데려와서는 아이를 어르고 달래기 시작했다.

       

       쉬이 울음을 그치지 못하는 아이의 모습에 절로 한숨이 새어 나와 곰방대를 입에 물었다.

       

       도대체가 말이다. 좀 귀엽고 아기자기하다 싶은 것들은 어찌하여 본인을 보면 겁에 질리는 것이냐.

       

       내 평생 바루를 쓰다듬는 거 이외의 그 무엇도 할 수 없는 것이야?

       

       세상조차도 본인의 앞에 고개를 숙였거늘 어찌하여 저 귀여운 것들에게 사랑을 받는 건 불가능한지 모르겠구나.

       

       “죄송합니다! 얘가 이렇게 겁이 많은 애가 아닌데 이상하게 화령님을 보면 어찌할 줄을 모르네요.”

       “그 아이는 본인의 무엇이 두렵다고 하더냐.”

       

       파이스가 저 아이와 대화를 나누는 듯 하여 물음을 던졌더니 녀석이 어색하게 시선을 피했다. 무슨 이야기를 듣기는 한 모양이군.

       

       “걱정마라. 저 아이가 무슨 이야기를 했다 하더라도 성을 낼 생각은 없으니.”

       “…정말이십니까?”

       “본인은 본인을 적대하지 않는 자에겐 실로 관대한 인간이니라.”

       

       물론 몇 가지 예외사항이 존재하기는 한다만 이번에는 아니다.

       

       내 이미 성을 내지 않겠다 이야기를 했는데 무슨 이야기를 듣는다 하여 난장을 피우겠는가.

       

       나의 말을 들은 파이스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슬며시 이렇게 이야기했다.

       

       “…그. 화령님의 영혼이 무섭다고 합니다.”

       “…뭐?”

       

       내 어지간한 이야기는 이미 예상해둔 바였지만 영혼은 조금도 생각지 않았던지라 절로 되물음이 새어나왔다.

       

       “본인의 영혼이 뭐 어떻기에 무섭다는 말을 하는 것이야.”

       “거기까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 아이가 제대로 설명해주질 않아서.”

       “그렇더냐.”

       

       마음 같아서는 저 아이에게서 이야기를 캐내고 싶다만 그랬다간 저 아이에게 미움을 사는 것뿐만이 아니라 파이스에게도 좋지 못한 인상을 줄 게 분명했다.

       

       그러니 일단은 호기심을 억누르도록 하자꾸나.

       

       …허어. 영혼이라.

       

       본인은 여태까지 영혼이란 것에 대해 깊게 생각한 일이 없었다.

       

       혼이라는 게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굳이 그걸 신경 써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으니까.

       

       단적으로 이야기를 해서 말이다. 무의 길을 걸어가는 것조차 버거운 것이 현실인데 본인이 왜 영혼 같은 것에 관심을 가지겠느냐.

       

       허나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만일 저 아이가 지닌 두려움이 다른 동물들이 본인을 두려워하는 이유와 같다면.

       

       영혼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성공한다면 본인도 동물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일 터.

       

       “파이스. 혹여 네가 살던 세계에는 이 아이와 비슷한 걸 볼 수 있는 자가 있더냐?”

       “예. 제가 그 곳에 머무를 때엔 있었습니다.”

       “그럼 되었다.”

       

       마침 잘 되었구나. 안 그래도 파이스 녀석이 있던 세계에 들릴 요량이었는데 가는 김에 이 문제까지도 해결하면 되겠군.

       

       부디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으련만.

       

       “언제가 시간이 좋으냐. 그대가 머무르던 세계로 향한다 쳤을 때 하루 이틀 묵고서 돌아올 것은 아니지 않은가.”

       

       당장 파이스가 사는 세계에 도착하는 것만 하더라도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게 현실이다. 그러니 가능한 여유롭게 일정을 잡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만.

       

       “당장 내일은.”

       “그건 내가 불가하다.”

       

       오늘 그럭저럭 괜찮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청자들을 어느 정도 진화시켜 두었다.

       

       내 게시판에서 서버를 터트린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난장을 피우곤 있다만 다들 반쯤 농담을 하는 분위기지.

       

       허나 이 상황에서 본인이 내일 방송을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그 농담은 진실이 되어 빌어먹을 시청자 놈팽이들이 룰렛을 돌리게 만들 명분이 되어버릴 터.

       

       “그렇습니까…”

       “무엇이 그리도 급하더냐.”

       “아하하. 그게 그 곳은 저에게 있어 두 번째 고향이나 다름없는 곳이니까요.”

       

       목을 주무르는 녀석의 얼굴에는 수많은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하기야 무림에 별 좋은 감정이 없는 본인조차도 차원을 넘을 수 있게 되자마자 본래의 세상으로 돌아가 어머님께 인사를 드리지 않았던가.

       

       많은 미련을 남기고서 온 파이스라면 그 미련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터. 곰방대를 입에 문 채 머리를 굴리던 나는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라서 입을 열었다.

       

       “차라리 오늘 밤에 바로 가는 것은 어떠냐.”

       

       *

       

       서버 유지 보수 팀장의 분노는 상당했다.

       

       최근 들어 야근에 야근에 야근을 반복하고 있는데 또 다시 일거리가 생긴 심정을 아느냐 외치던 그녀는 서버 유지와 관계 없는 이들까지 모두 붙잡아서는 강제로 일거리를 손에 쥐어 주었다.

       

       덕분에 회사에서 함께 화령의 무위를 감상하던 이들은 모두 다 회사에 남아 일을 하게 되었고 그 무리 속에는 백호 또한 뒤섞여 있었다.

       

       하아. 무협 2팀장님께서 가만 입을 다물고 계셨다면 몰래 도망칠 수 있었을 텐데.

       

       그 분께서 내 어깨를 붙잡는 바람에 이게 무슨 꼴인지 원.

       

       이미 한 밤이 되었음에도 퇴근은커녕 잠시 눈을 붙일 시간조차 지니지 못한 백호였지만 그래도 그에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번에 생긴 서버 문제. 그러니까 화령의 권이 만들어낸 균열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 그의 희망이었다.

       

       서버 유지 보수 팀이 기본적인 작업을 끝마치고 있으니 그게 끝나고 안정화를 한 후에 다시 서버를 열기만 하면 돼.

       

       그럼 퇴근할 수 있어! 집에 가서 쉴 수 있다고!

       

       그가 희망찬 미래를 속으로 부르짖고 있던 그 순간 갑자기 그의 전화기에서 벨소리가 울려 퍼졌다.

       

       백호가 좋아하는 어느 밴드의 거친 노랫소리.

       

       이 시간에 전화 걸 사람이 있나 싶어 스마트폰을 꺼내 든 백호는 전화를 건 사람이 파이스라는 걸 보곤 입술을 꾹 깨물었다.

       

       아라 그 인간한테 덤비지 말라 그랬는데 굳이 덤벼서 이 사단을 만들어 내놓고는 전화를 건다고?

       

       나한테 욕지거리를 듣고 싶은 건가?! 그런 거냐?!

       

       “뭔데.”

       

       백호가 인사말보다 먼저 짜증담긴 물음을 내뱉은 그 순간. 스마트 폰 너머에서 파이스의 흥분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백호님! 아주 중요한 소식입니다! 화령님께선 굳이 알릴 필요 없다 그러셨지만 그래도 알려드리는 것이 예의라 생각하여.”

       “…화령님?”

       

       화령이라는 이름을 들은 순간 백호의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이 스치고서 지나갔지만 그는 일단 파이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결정했다.

       

       자세한 상황도 모르는 데 판단을 내릴 수는 없으니까.

       

       “그. 자잘한 이야기는 됐고. 정확하게 무슨 일인데.”

       “화령님께서 저를 제가 납치되었던 세상으로 데려다주기로 하셨습니다!”

       “…뭐?”

       “지금 당장 움직이시겠다고 하셔서.”

       “지금?! 아니. 잠시만. 잠시만!”

       

       미친. 미친. 미친. 파이스가 원래 살던 세계로 차원을 부수고 이동하겠다고?!

       

       우리가 관문을 설치할 수 없을 정도로 먼 세계까지?!

       

       “일단 사장님께 보고 드리고 답변 들을 테니까 그 때까지만 기다려줄래?! 응?!”

       

       백호가 파이스에게 화령을 붙잡아 달라고 빌 듯이 부탁하던 그 순간. 갑자기 백호의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어디선가 메시지가 날아든 것이다.

       

       이 시간에 또 무슨 스팸이 날아온 걸까 싶어 미간을 찌푸린 채 스마트폰에서 귀를 뗀 백호는 자신에게온 문자가 모르는 번호가 아닌 ‘사장님’의 문자임을 알게 되었다.

       

       – 화령님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 둬.

       

       …무슨 미래를 보셨구나.

       

       휴우. 이럼 다행이네.

       

       굳이 보고 할 필요도 없을 거고. 화령님 말리느라 고생할 필요도 없고. 그냥 내 할 일에만 집중하면 그만이잖아.

       

       지이잉.

       

       – 아. 아니다. 백호야. 아무래도 네가 따라가야 할 것 같다. 화령님에겐 내가 잠시 기다려 달라고 부탁해두마.

       

       …네?

       

       아니.

       

       네?

       

       사장님?

       

       출장을 가라고요?

       

       지금 이 시간에요?

       

       …

       

       사장 당신 노동법이 좆으로 보입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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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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