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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03

   성위 마법과 여의주.

   크라슈의 그릇을 재구성하기 위해 아서와 크림슨가든, 테라시우스가 직접 준비해 준 소재다.

     

   크라슈의 그릇은 아벨라와의 격전에서 완전히 녹아 버린 뒤 좀처럼 돌아오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크라슈는 그것도 나쁜 경험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렇기에 많은 것들을 깨달을 수 있었던 덕분이다.

     

   크라슈의 주위를 이루는 수많은 인연.

   그 인연들은 크라슈가 가진 힘이 없다고 해서 사라질 것들이 아니었다.

     

   오히려 크라슈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해줄지언정.

   크라슈가 힘이 없다 해서 내치는 사람들은 그의 곁에 한 명도 없었다.

     

   그 사실이 크라슈에게는 무엇보다도 가치 있었다.

   자신의 모든 걸 바쳐 세계를 지킨 것에 조금의 후회조차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어딘가 아쉬움은 존재하는 법이다.

     

   사람이란 손에 쥐지 못하였을 때는 막연히 그것을 동경하지만.

   손에 쥔 것을 잃었을 때는 쥔 것을 종종 회상하고는 한다.

     

   이는 크라슈도 마찬가지였다.

   어딘가 조금 좀이 쑤시는 감각은 늘 종종 있었다.

     

   그런 지금.

   크라슈는 실로 오랜만에 몸속으로 거침없이 흘러 들어오는 힘을 느끼고 있었다.

     

   크라슈가 호흡을 당겼다.

   밀고 들어온 힘이 그동안 허물어져 있던 크라슈의 몸속 내부를 죄다 부숴버리고 있었다.

     

   그때마다 크라슈의 입에서는 거친 침음이 흘러나왔다.

     

   식은땀이 뚝뚝 흐르기 시작한다.

     

   한 번 녹아내렸던 그릇을 재구성한다고 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 각오는 했지만.

   확실히 이건 전에 없던 견디기 힘든 통증이다.

     

   ‘아서가 왜 그렇게 말했는지 알겠네.’

     

   마황의 도움을 받아 백룡왕의 힘을 온전히 흡수하던 때가 떠오른다.

     

   몸을 처음부터 재구성하는 과정.

   그 과정이 얼마나 끔찍한 것인지 그때 직접 체감했었는데.

   오늘 또다시 알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극.”

     

   흘러나오는 침음을 애써 삼켜내며 크라슈가 눈을 감았다.

   대신, 그는 몸속을 마구잡이로 부숴대고 있는 힘에 집중했다.

     

   여의주에는 기본적으로 악룡 바크라의 힘이 담겨 있다.

   악룡, 타락해 버린 용왕족은 주변 국가들을 무참히 짓밟아 놓으며 미친 듯이 날뛰었다.

     

   그렇기 때문일까.

   악룡이 지닌 힘에는 세계 침식조차 질릴 만큼 타락한 기운이 듬뿍 섞여 있었다.

     

   이는 저주다.

   악룡이 세상을 향해 울부짖은 지독하기 짝이 없는 저주.

     

   악룡이 생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 크라슈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세상을 끊임없어 저주하고, 미워했으며 이는 다른 세계인 크라슈의 세계까지 뻗어졌다.

     

   모든 생명을 꺼트리고, 자신이 지닌 불씨마저 결국 꺼지기를 바라는 악룡의 악에 뻗친 저주의 힘.

   그 힘은 크라슈의 그릇을 철저하게 박살 내고 있었다.

     

   하지만 박살 내기만 해서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크라슈의 눈동자에서 붉은 기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천살성이 서서히 그 힘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천살성을 타고난 이는 세상을 저주하고 울부짖으며 살의를 토해내게 된다.

     

   기묘하게 천살성의 힘은 악룡의 저주와 유사했다.

     

   이는 과거, 크라슈가 세계 침식의 광증을 통해 천살성이 지닌 살의를 상쇄시켰듯이.

   반대로 악룡의 저주 또한 천살성으로 고삐를 쥘 수 있다는 소리와 같았다.

     

   치솟은 천살성의 살의가 크라슈의 몸 내부를 질주하며 악룡의 저주와 맞부딪쳤다.

     

   둘의 맞부딪침으로 인해 정신이 혼미해졌지만.

   크라슈는 정신의 고삐를 단단히 쥐었다.

     

   동시에 크림슨가든과 마황의 합작품인 성위 마법 또한 그 힘을 본격적으로 쏟아내기 시작했다.

   천살성과 악룡의 저주가 부딪치며 생긴 여파로 난리가 난 내부를 성위 마법이 가득 채워 나갔다.

     

   성위 마법은 사실상 신기에 가까운 힘이다.

     

   지금은 허물 뿐이라고는 하나.

   한 번 신에 도달해 봤던 크라슈의 육체는 이러한 성위 마법의 힘을 몸 곳곳으로 빠르게 흡수해 나갔다.

     

   동시에 불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불사는 영혼의 그릇을 본래 모습으로 회복시키려는 탄성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니 때마침 부서진 영혼의 그릇을 불사는 적극적으로 회복시켜 나가기 시작했다.

     

   크라슈의 몸속에서 여러 가지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그 중심에 있는 크라슈는 당연히 죽을 맛이었지만.

   어째선가 그의 입가에는 웃음이 거닐어져 있었다.

     

   느껴진다.

   부서졌던 그릇들이 원래의 형태로 되돌아오며 육체가 살아나고 있음이 느껴진다.

     

   그 사실이 크라슈에게는 꽤 반가운 일이었다.

     

   “저 꼴을 겪고 있으면서 웃고 있다니. 미치광이로군.”

     

   그러자 크라슈를 질린다는 눈초리로 보며 크림슨가든이 중얼거렸다.

     

   남들은 이미 까무러치다 못해 혼절하거나 혹은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혀를 깨물어 버릴 법한 상황이건만.

   그 와중에 크라슈는 웃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한 번 잃었던 것을 되찾는다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큰 기쁨으로 다가왔으니까.

     

   ‘아쉬워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크라슈도 자신이 마음껏 나아갈 수 있던 그 시절을 그리워하고 있던 것이다.

     

   후에 아서에게는 감사 인사를 해야겠다.

   그런 다짐과 함께 크라슈는 자기 육체 내면에 집중했다.

     

     

   * * *

     

     

   크라슈가 그릇을 완전히 재구성하고, 힘을 소화해 내는 데는 대략 이틀 정도가 걸렸다.

     

   이틀이 지난 후, 재구성을 마쳤을 때.

   크라슈는 그대로 몸이 고꾸라지며 기절하듯 잠들었다.

     

   체력적 한계에 도달한 만큼 더 이상 정신을 유지할 수 없었던 탓이다.

     

   그렇게 이틀을 또 꼬박 잠으로 보내 버린 크라슈가 일어났을 때쯤.

   크라슈는 전에 없을 정도로 개운한 몸을 느꼈다.

     

   여기저기 쑤시긴 하지만 그릇이 녹아 버린 대가로 유달리 일어나기 힘들었던 아침을 손쉽게 일어났다.

     

   눈을 뜨자마자 크라슈는 곧바로 자세를 바로 해 앉았다.

   그러고는 이내 재빠르게 몸 내부를 살피기 시작했다.

     

   크라슈는 자기 내면에 깃들어 있던 오러의 힘을 일깨웠다.

     

   세계 침식과 아우라에 비해 아무래도 모자랐던 오러긴 하나.

   그래도 마스터 경지를 가뿐하게 넘겼던 크라슈다.

     

   그릇이 녹으며 오러 또한 침체 됐던 만큼 오러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 크라슈다.

   오랜만에 일깨운 오러는 순식간에 크라슈의 몸에서 솟아오르더니 이내 그의 몸 내부를 빠르게 훑고 지나갔다.

     

   움직인다.

   놀라울 정도로 수월하게 잘 움직인다.

     

   이를 깨달은 크라슈는 눈을 한차례 크게 치켜뜨곤 헛웃음을 흘렸다.

     

   “하, 하하.”

     

   설마하니 정말로 이런 날이 다시 올 줄이야.

   몸에서 확연하게 힘이 흐른다는 게 느껴진다.

     

   물론 아무리 그래도 전성기에 미칠 바는 못 된다.

   그때는 반칙적인 수단을 수없이 써서 아득바득 올라간 경지였으니까.

     

   하지만 이걸로도 충분했다.

     

   화르륵-

     

   크라슈가 이그니스를 끌어 올려 불길을 태웠다.

   그러자 악룡의 힘과 성위 마법이 반반 뒤섞인 회색빛의 불꽃이 타올랐다.

     

   오래전, 크라슈가 다뤘던 흑염과 백염과는 또 다른 불꽃이었다.

   크라슈는 손을 콱하니 쥐었다.

     

   아직은 당시와 같이 거세게 타오르는 불꽃이 아니지만.

   이 불꽃을 보니 확실히 깨달았다.

     

   ‘다시 성장할 수 있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예전과 같이 밑바닥에서 시작하는 것도 아니고.

   이만큼 발판이 깔려 있으니 아주 냉큼냉큼 힘을 되찾아 가며 성장해 주겠다.

     

   “또 세계 침식으로 기어들어 간다거나 하는 짓은 하지 마라.”

     

   그런 확신을 느끼던 순간 크라슈가 들려온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들었다.

   목소리의 정체는 크라슈가 무척이나 잘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크림슨가든 아우구스트.

   이제는 불사를 버린 불사자였다.

     

   불사를 버렸다고는 하나.

   자신들의 종들의 수명까지는 보고 가겠다는 결의로 살아 있는 그녀다.

     

   그런 그녀를 본 크라슈가 씨익하니 웃었다.

     

   “제일 쉽게 강해질 수 있는 수단을 포기할 이유가 있어?”

   “네 아내들 앞에서도 그 말 해봐라.”

   “농담이야.”

     

   크라슈도 이제 세계 침식은 지긋지긋하다.

   이제는 굳이 극혈침독과 같은 위험 부담 있는 비술을 사용할 필요는 없었다.

     

   본연의 힘이면 충분하다.

     

   “성위 마법으로 만들어진 육체는 어떠냐.”

     

   크림슨가든이 진짜 궁금했던 건 이거겠지.

   그 말을 들은 크라슈는 짧게 웃고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시험 해 볼래?”

     

   무척이나 도발적인 언사였다.

   하지만 크림슨가든은 그 말에 코웃음 치지 않았다.

     

   대신, 크라슈를 내려다보며 고했다.

     

   “내가 다시 만들어 준 몸을 망가뜨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살벌하게 말하기는.

     

   어쨌든 크림슨가든 또한 크라슈의 현재 육체 능력을 파악하고 싶어 하는 건 확실했다.

     

   크라슈 또한 새롭게 구성된 몸이 어디까지 힘을 낼 수 있는지 궁금했다.

   잘된 이야기다.

     

   “제자가 스승을 꺾는 건 자주 있는 일이니, 조심해.”

   “흥, 아직 한참 멀었다.”

     

   마신, 크림슨가든 아우구스트.

   크라슈가 그녀를 향해 도전장을 내밀었다.

     

     

   * * *

     

     

   크림슨가든을 따라 이동한 곳은 제블람 왕궁의 마법 실험실이었다.

     

   마황, 테라시우스가 종종 마법을 시험하러 오는 곳인 만큼.

   이곳은 그가 공간 마법과 방어 마법, 강화 마법 등.

   갖가지를 이용해 구축해 놓은 넓디넓은 실험실이었다.

     

   그런 실험실 안에 크라슈와 크림슨가든이 마주 보고 섰다.

   참관인은 성위 마법을 함께 연구한 테라시우스와 바이오렌까지 있었다.

     

   “일어나자마자 싸우겠다니, 질리지도 않나 보네.”

     

   크라슈를 보며 바이오렌이 질린다는 반응을 보였다.

     

   방금 막 일어난 만큼 조금은 더 휴식했으면 좋겠건만.

   누가 크라슈 아니랄까 봐 일어나자마자 저렇게 몸을 쓰려고 하고 있다.

     

   “괜히 옆에서 간호해 줬어.”

     

   잠들어 있던 크라슈를 중간중간 간호해 준 것은 바이오렌이었다.

   차라리 아예 더 자버리게 꽁꽁 묶어 버릴 뻔했다고 그녀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 사이, 크라슈는 몸을 풀고 있었다.

   다리를 쭉쭉 뻗고, 팔도 한차례 붕붕 휘둘렀다.

     

   마지막으로 목까지 두둑하니 푼 크라슈는 크림슨가든을 바라보며 씩하니 웃어 보였다.

     

   “내 인생에서 제일 컨디션이 좋은 느낌인데.”

   “누가 걸어준 마법인데. 당연한 이야기지.”

     

   크림슨가든이 콧방귀를 내쉬며 손을 들어 올렸다.

     

   “시작은.”

   “언제든지.”

     

   크라슈의 대답을 끝으로 크림슨가든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 순간 그녀의 등 뒤에 마법진 수십 개가 동시에 그려졌다.

     

   마법진에 담긴 힘을 그대로 느낀 크라슈가 헛웃음을 지었다.

   무자비하구만.

     

   그러나 그렇기에 크림슨가든다웠다.

   이쪽도 망설임 없이 전력으로 맞부딪쳐도 괜찮으니까.

     

   크라슈가 검을 뽑았다.

     

   예전과 다르게 이제 크라슈에게는 우뢰성도 성검도 없었다.

   그러니 그가 들고 있는 것은 일반 검이었다.

     

   ‘어디.’

     

   한 번 힘 좀 써보자.

     

   그 생각으로 크라슈가 쥐고 있던 검에 힘을 불어넣던 순간이었다.

   그 순간 검이 드드득하고 거세게 떨리더니.

     

   쨍그랑!

     

   이내 깨져버리며 검의 파편이 여기저기 튀었다.

   크라슈는 그 자리에 굳은 채 서 있었다.

     

   그러자 마법을 발동시키려던 크림슨가든도 덩달아 마법을 천천히 꺼트렸다.

   그것을 본 크라슈는 허망한 눈초리로 깨져버린 검을 바라보았다.

     

   크림슨가든이 낄낄거리는 웃음을 흘렸다.

     

   “싸우고 자시고, 검부터 구해야겠군.”

   “……그러게.”

     

   문뜩 우뢰성이 그리워진 크라슈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전여친 우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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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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