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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03

    <403 – 격돌임박>

     

    현재 바다에는 7인의 대해적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선상전투①>의 강의를 맡은 교수 <엘 드라코>라 불리는 사내였다.

     

    “지고쿠해적단이라. 애들의 소꿉놀이로만 여겼지만… 꽤 하는데?”

     

    엘 드라코는 981기의 우수성을 감안하여 나름 강력한 해적단을 납치해왔다.

    남부도시국가연맹과 서부 피렌체 왕국 사이를 잇는 상로에 포진한 대해적 요르문간드.

    그 요르문간드의 왼팔이자 산하해적단으로 백척이 넘는 상선을 포획하고 세를 불린 외눈해적 모르소의 외눈해적단이 그가 납치한 해적단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오른팔을 납치해올걸 그랬나?”

     

    모르소 해적단의 진가는 한쪽 눈을 적출하고 심은 마안에 있다.

    마법사의 뛰어난 계산능력 없이도 ‘보는 것’만으로 바람의 방향을 읽거나 마나의 흐름을 감지, 포격거리 등을 산출할 수 있는 존재들.

    통칭 <마안보유자>라 불리는 특수클래스로 해적단 전원이 구성된 것이 모르소 해적단이다.

     

    “눈을 써서 읽어내는 것보다 한층 빠른 속도의 포격. 이건 대포를 물 쓰듯이 쏴본 경험이 없어서야 불가능한 수준이지.”

    “가산점을 주어야겠군요.”

     

    엘 드라코의 부관 겸 전속교관이 마나패널을 꺼내 빠르게 점수를 기록했다.

    마안보유자라도 눈의 급속한 피로로 인해 일정시간 이상 사용할 수 없는 특수한 감각을 숨 쉬듯이 자연스럽게 유지하며 선내 전역의 모든 학생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는 부관.

    그의 유능함은 그만한 인재를 부관으로 거느리는 엘 드라코의 강력함 또한 증명했다.

     

    “훌륭한 부하란 대장의 격을 올려주지. 자신보다 못한 자에게 고개를 숙이는 부하는 드무니까.”

    “시험 도중에 선장님께 금칠이라도 해달라는 겁니까? 선장님은 정말 남의 눈치를 보지 않으시는군요.”

    “네놈이 할 말이냐? 악명 높은 대해적이 금칠을 요구해도 뻔뻔히 거절하는 정신 나간 당돌함을 지닌 주제에.”

    “흥. 그래봤자 압도적인 무력 앞에서는 그깟 뻔뻔함도 아무것도 아니다. 오크노디 1년생. 저 괴물꼬맹이가 쓰러뜨린 교관들의 스펙은 어떻지?”

    “선장님의 배에서도 <상급전투원> 수준에 해당하는 실력자입니다. 이번에 포획한 모르소해적단을 기준으로 한다면 갑판장, 조타수 급의 간부수준입니다.”

     

    지금 당장 세상 밖으로 나가도 그만한 실력을 지닌 인재들이 1학년의 손에 고꾸라졌다.

    심지어 저것이 오크노디의 한계도 아니다.

     

    “와이히엠하이 재단도 참 대단한 녀석들이군. 쥐도 새도 모르게 저런 비밀병기를 만들어 내다니.”

    “보는 눈부터가 평범한 학생과는 전혀 다르기도 합니다. 설마 선상반란을 일으켜 간부의 지위를 탈환하고 <도전과제> 달성으로 대량의 보너스 습득을 노릴 줄이야.”

    “그래도 생각이 짧았다. 지고쿠해적단이 아무리 뛰어났다고 해도 녀석은 너무 서둘렀어. 이제 그 대가를 치러야 할 거다.”

    “겁 없는 밀항자들이 움직일 차례입니까?”

    “그래. 배 한 척은 진즉에 <영역>으로 삼은 부관이라면 이미 알고 있겠지.”

     

    부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크노디에게 흉심을 품고 밀항한 고학년들이라면 전부 파악하고 있습니다.”

     

    엘 드라코 선장, 당신의 영역이라면 배 한 척을 넘어서 함대 하나를 다 덮고도 남을 정도로 대단하다는 사실도.

    그런 당신이 오크노디만큼이나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는 고학년이 한 명 있다는 것도.

     

     

    * * *

     

     

    오크노디에 대한 모든 적대행위를 중지해라.

    만델라 카스테라는 일찍이 그런 선언을 내렸다.

    일치단결.

    만델라의 카리스마 아래에 똘똘 뭉친 2학년들은 그녀의 지시를 철저하게 수행했다.

    그 결과가 <약초기르기에 도전해보자> 강의시간에 기르던 약초의 전량실종으로 이어지기 전까지는.

     

    “아앗~~핫핫하━!”

    “으으, 귀가 울리는 엄청난 성량.”

    “또 시작이야?”

    “만델라 저 사람 벌써 몇 번째로 웃는 거야?”

    “신기록이야. 한 자리에서 연속 7번을 넘겼어.”

     

    레드마운틴 교수의 강의를 듣던 학생들에게는 다행히도 만델라가 학생회에 공식으로 이의를 제기한 덕분에 단체로 낙제를 받는 꼴은 면했다.

    그렇다고 오크노디에게 일방적으로 한 방 먹었다는 울분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만델라도 분명 분한 거겠지.”

    “웃음으로 분노를 가라앉히려고 애쓰나봐.”

    “제가요? 이 만델라 카스테라가? 분노를? 천만에 말씀! 오히려 저는 흥분하고 있답니다!”

    “으헉!”

    “어, 언제 여기까지!”

     

    조금 전까지 창턱에 올라서서 미친 년처럼 웃음을 멈추지 않던 만델라 카스테라가 복도에서 수군거리던 학생들의 옆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물론 고개보다도 먼저 앞으로 나서는 자존감 높은 봉우리가 있었지만 감히 학년최강의 여자를 상대로 엄한 시선을 보낼 겁을 상실한 2학년은 없었다.

     

    “귀여운 후배를 생각해서 휴전신청을 했지만 이렇게 대놓고 한 방 먹었다면 가만히 당한 채로 끝날 수는 없사와요!”

    “드디어 복수를 하는 거야?”

    “크으으, 믿고 있었다구 만델라!”

    “하지만 어떻게 복수하려고?”

     

    복수는 하고 싶지만 자신은 없다.

    2학년들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 녀석, 대운동회의 학년대항전에서도 엄청나게 강력했잖아. 물론 만델라도 전력을 다한 건 아니었지만 학년사천왕이 압도당했다고.”

    “명분과 기회라면 모두 이쪽에 있답니다. 선배의 과제를 도둑질한 후배를 향한 훈계. 이는 학생회가 허용하는 사적제재의 범위에 들어간답니다!”

    “오옷, 정말이잖아?”

    “더욱이 이번에는 저희 말고도 오크노디에게 도둑질을 당한 선배가 있사와요!”

    “우리보다 선배라니, 그건 3학년이라는 거잖아!”

     

    겁도 없이 저질렀다.

    그 말이 이렇게 딱 들어맞는 상황도 드물다.

     

    “그래… 우리가 그 겁도 없는 꼬맹이에게 소환수를 도둑질 당한 선배들이다.”

    “허억! 옷에 단 저 배지는 3학년 전용배지!”

    “아니, 잠깐만. 저 학부는… 생산학부잖아?”

     

    기사학부나 마법학부가 아닌 생산학부.

    2학년들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전투관련 클래스를 지닌 선배가 아니고서야 그 강력한 오크노디를 상대로 싸움이 성립할 리 없다.

     

    “너희들의 실망은 이해한다. 기사학부나 모험학부가 아니라서 약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 하지만 그건 싸울 준비가 되지 않은 생산학부일 때의 이야기다.”

     

    어렵게 사역한 <기가트론>이나 여러 상급소환수들과의 계약이 강제로 단절된 3학년들.

    심지어 격리실에 보관했던 <새끼크라켄>마저 도둑질 당한 지금, 3학년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너희들. 이런 의문을 품어본 적 있나? 약해빠진 생산학부 녀석들의 성과물을 매번 힘으로 빼앗으려 드는 기사학부와 꾀로 훔치려 드는 마법학부 사이에서 어떻게 생산학부가 존속할 수 있는지.”

     

    2학년들은 솔직히 궁금했다.

    저항할 방법이 없다면 생산학부는 그냥… 성적 낮은 학생들이 졸업장이라도 얻으려고 마지못해 들어가서 다른 학부의 괴롭힘을 당하는 약소학부가 아닌가.

    그러나 고학년들 사이에서 생산학부를 우습게 여기는 기조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것이 그 비결이다.”

     

    생산학부 선배들이 몸을 두른 망토와 코트를 들추는 순간,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왔다.

     

    “허억!”

    “어, 엄청난 마력광이다.”

    “뭐지, 이 말도 안 되는 마력반응들은?!”

     

    생산학부 선배가 ‘수많은 마도구’ 중에 하나를 손에 쥐며 말했다.

     

    “학부 내의 모든 3학년 학생들이 지닌 ‘범용아티팩트’ 시리즈다.”

    “저만한 양의 마도구가 모두 범용!?”

    “약자는 살아남기 위해 뭉친다. 각자의 분야에서 개발한 마도구를 소그룹 내의 모든 학생들이 1인당 1개씩 보유하고 있지.”

     

    그들에게 뛰어난 검술이나 마법재능은 없다.

    그렇기에 생산직에 목숨을 걸었다.

    그 성과를 그룹별로 공평하게 공유하며 1개도 아닌 수어 개의, 나아가 수십 개의 마도구를 확보했다.

     

    “그런 짓을 저질렀다만 체내마나가 버텨낼 수 없을 텐데요!?”

    “어째서 버틸 수 없다고 생각하지?”

    “한 사람이 마나연공법으로 늘릴 수 있는 마나양에는 명백한 한계가 존재하지 않습니까! 하물며 재능도 뒤떨어지는 생산학부라면…”

    “축기속도에서는 분명히 기사학부나 마법학부에 비해 뒤처진다.”

     

    그러나 그것이 생산학부의 약함을 의미하진 않는다.

     

    “그 대신, 우리는 뛰어난 재능으로 벼려낸 아티펙트를 지니고 있지. 그리고 그것을 판매하면 엄청난 양의 자금을, 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

    “설마 그렇게 얻은 재력으로…!”

    “그래. <영약>을 복용하고 마나량을 강제로 늘린다. 복수의 마도구를 소지할 수 있을 때까지.“

    “!!”

    “그 정도의 재력을 확보할 수 있는 마도구 제작에 실패한 학생은 3학년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는 뜻이지. 알겠나? 우린 그걸 해냈다는 뜻이다.”

     

    어마어마한 양의 마도구보다 더욱 대단한 대량의 마나가 생산학부 선배들로부터 용솟음치자 2학년들은 위압감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오옷~호호호~~! 선배님들의 실력이 이렇게 대단하니 저희 2학년들은 몹시 든든하답니다!”

     

    그런 기세를 오직 한 명, 학년수석 만델라 카스테라의 웃음소리가 말끔히 밀어내었다.

    마나의 심후함이 영약괴물 3학년들에게 조금도 밀리지 않는다는, 나아가 압도한다는 증거였다.

     

    “자, 그럼 선배님들. 이번 주말 아침에 다들 시간은 괜찮으신지요?”

    “설마… 선상전투 강의시간을 노리는 거냐? 아무리 고학년이라도 교수가 보는 앞에서 대놓고 1학년을 건드렸다가는…”

    “우회조항이 있답니다. 우연히 특별 보충강의를 받는 장소가 저학년의 강의장소와 겹치는 경우, 학생들의 충돌로 인한 불상사는 교수가 책임을 진다. 책임비용분배는 해당 교수들의 합의 하에 결정된다.”

    “!”

    “마침 생겼거든요. 레드마운틴 교수님의 <약초기르기에 도전해보자> 강의에 ‘수생약초 포획하기’라는 토요일 9시에 열리는 특별보충강의가.”

     

    레드마운틴 교수가 결단을 내린 것이다. 엘 드라코 교수를 들이받고 오크노디를 찍어 누르기로.

     

    “오옷~홋홋호호호~~~! 오크노디 1년생. 2학기에는 얼마나 성장했는지 이 만델라 카스테라가 손수 시험해드리겠사와요!”

    “그런데 지고쿠라는 상급반 녀석도 같은 강의를 듣는 걸로 확인되었습니다만… 이 녀석은 어떤 녀석입니까?”

    “지고쿠? 아하. 자기를 남자라고 주장하는 가슴에 붕대를 두른 남장여자스러운 해적모에 코트를 두른 빨간머리 해적씨 말인가요. 별로 그렇게 주목할 만한 특징은 없네요.”

     

    엄청나게 특징적인데!?

    당황한 2학년들과 달리 만델라의 평가는 냉정했다.

     

    “값이 비싼 탄환을 한층 더 비싼 속성인챈트 마탄으로 업그레이드해서 마구마구 쏴대면서 속성에 맞는 방어마법을 펼치지 않으면 일격에 쓰러지고 백병전에도 나름 일가견이 있어서 홀로 하급반 스무 명 정도는 추풍낙엽처럼 베어 넘기긴 할 텐데 그걸 제외하면 아무것도 아니랍니다. 신경 쓰지 마시길!”

     

    …엄청나게 강하게 들리고 신경도 쓰이는데!?

    2학년들은 지고쿠의 이름을 똑똑히 기억했다.

     

    “그럼 그 지고쿠가 오크노디와 싸우는 일이 생기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지금까지의 평가대로라면 당연히 오크노디의 압승을 점치리라 예상하며 말을 건 2학년.

    그러나 만델라의 평가는 이번에도 2학년들을 크게 당황시켰다.

     

    “모르겠네요.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은 지고쿠가 이기지 않을까요?”

    “예!? 아니, 평가를 그렇게 해놓고 이기는 건 왜 지고쿠가 이깁니까?”

    “그야 당연하죠. 지고쿠는 오크노디의 약점을 알고 있는 1학년이랍니다. 주말강의를 같이 들을 정도로 오크노디와 친밀하다면 모를 수가 없겠죠. 저도 조사를 개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눈치 챘으니.”

     

    만델라는 강한 확신을 품었다.

     

    “그 아이는 미인계에 약하답니다.”

    “미인계!?”

    “심지어 남장여자는 정체가 드러날 때의 미인계 파급력이 3배는 더 높아지죠!”

    “오오!”

    “그러니 오크노디는 지고쿠가 작정하고 미인계를 펼치면 절대로 이길 수 없답니다.”

     

    혹시나 정체가 들켰다면 그때는 모르겠지만, 체형보정과 인식장애의 마법술식이 걸린 가슴붕대를 두른 지고쿠의 정체를 간파할 가능성은 희박하리라.

    시작부터 정체가 발각되었으리라는 생각은 당연히 할 수 없었던 만델라의 오산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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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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