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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04

       캠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내가 산 음식은 고기류와 그걸 먹기 위한 채소 정도뿐이었다.

        

       다시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 마트에 가서 각자 사고 싶은 것을 샀다. 고기만 먹으면 느끼하니 샐러드 거리나 쌈거리도 몇 개 샀고, 삼겹살만 먹는 건 조금 아쉬우니 다른 부위나 베이컨, 소시지나 양파, 감자도 샀다.

        

       그리고 같이 마실 탄산음료도 샀고. 나는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른 애들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숯불구이라서 밥을 볶아먹지는 못했지만 고기가 사라지자 어느 순간 그 위에 커다란 양은 냄비가 올라왔다.

        

       처음에는 라면이라도 끓이려는 줄 알았는데, 어째서인지 그 안에서 보글보글 끓는 것은 불고기였다.

        

       “그…… 매운 것보다는 이게 더 먹기 좋을 것 같아서…….”

        

       내가 조금 어이없는 표정으로 쳐다보자 앨리스는 눈을 피하며 그렇게 말했다.

        

       게다가 위에 올라온 건 양은 냄비 뿐만이 아니었다.

        

       그 옆에서는 어째서인지 양은 냄비보다 튼실하고 커다란 냄비가 하나 올라가 있었고, 안에서는 누가 봐도 갈비찜으로 보이는 것이 보글보글 끓어오르고 있었다.

        

       ……아까 물에 갈비를 담글 때부터 알아보았어야 했는데.

        

       참고로 갈비는 그것보다 훨씬 많이 사 와서 이미 어느 정도는 구워 먹었다.

        

       “……음식 종류는 많을수록 좋잖아요?”

        

       내가 빤히 바라보자 샤를로트가 자신을 변호하듯 그렇게 말했다.

        

       지난번에 갈비찜을 한 번 사준 적이 있었는데 그게 엄청나게 인상 깊기라도 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냄비 쓰는 음식들이 굳이 그릴 위에 올라와야 하는 걸까? 그냥 옆에 가스버너 놓고 따로 끓여도 되었던 거 아니야?

        

       이미 올라온 이상 따지는 건 무의미하다만.

        

       “아직 더 먹을 수는 있습니다만, 저는 조금만 더 먹으면 배가 완전히 찰 것 같습니다. 여러분이 해결할 수 있겠습니까?”

        

       “물론이지!”

        

       클레어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저도 더 먹을 수 있어요.”

        

       미아가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클레어야 더 들어갈 수 있다 쳐도 미아는 대체 어디로 들어가는 건지 모르겠네. 위장이 나보다 몇 개 정도 더 있는 건가?

        

       오늘이 지나고 나면 영양분 과잉섭취로 키가 몇 센티미터 더 크는 게 아닐까 싶다. 뭐 그보다는 살찌는 게 먼저겠지만.

        

       희희낙락 즉석밥을 꺼내 드는 클레어를 보면서 나는 할 말을 잃었다.

        

       *

        

       나야 먹는 양이 이들 중에서는 가장 적은 편이었고, 또래 여자애들보다 훨씬 많이 먹는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위장에 한계가 있기는 한 것인지 나머지 네 사람도 결국 음식을 어느 정도 남기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음식을 치워버린 것은 아니다.

        

       일단은 뚜껑을 덮어 옆으로 빼두었다가, 생각나면 다시 먹겠다는 것이다.

        

       노을이 졌을 때쯤, 앨리스가 차를 열더니만 뭔가 두루마리 같은 것을 꺼내왔다.

        

       남는 공간에 지지대를 세우고 두루마리를 걸어 펼치자 훌륭한 스크린이 되었다.

        

       “그런 것까지 준비했습니까?”

        

       “응…… 뭐, 이번에 해보고 싶은 거 다 해볼 생각이었으니까.”

        

       감성 캠핑이라고 정말로 감성적인 준비물은 죄다 챙긴 모양이다.

        

       하긴 나도 조금 로망을 가지고 있긴 했다.

        

       예전에 어느 인터넷 블로그에서, 옥상에 스크린을 펼쳐두고 친구들과 영화를 본 사람의 글을 본 적이 있었다. 엄청 멋지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건물의 주인이었던 적도 없었고, 옥탑방에 산 적도 없는 데다 무엇보다 따로 프로젝터를 살 생각 자체를 해본 적이 없었던지라 시도한 적은 없었다.

        

       이젠 차도 있고, 돈도 있고, 무엇보다 같이 그런 일을 해줄 친구들도 있구나.

        

       이미 지나가 버린 시간이라 생각했는데 어째 시간이 돌아가 버렸다.

        

       “아, 괜찮아. 내가 하고 싶었던 거니까 내가 준비할게.”

        

       “다 같이 온 캠핑이지 않습니까. 영화 혼자 볼 것도 아니고요.”

        

       스크린을 펼치던 앨리스가 나를 만류했지만, 나는 몸을 일으켜 앨리스가 저걸 꺼낼 때 같이 꺼낸 작은 테이블을 펼쳤다.

        

       “이렇게 하면 되겠습니까?”

        

       “어, 으응, 고마워. 미안. 괜히 귀찮게 해서.”

        

       ……?

        

       그건 또 무슨 소리지.

        

       내가 미간을 살짝 찡그린 채 고개를 들자, 앨리스는 눈을 이리저리 굴리면서 뭔가 변명하듯 말했다.

        

       “아니, 뭐랄까. 처음에 왔을 때는 재미있었는데, 생각해보니까 이거 다 네 돈으로 하는 거잖아. 클레어는 운전도 했고.”

        

       “운전은 클레어가 굳이 하고 싶다고 주장해서 한 것입니다만?”

        

       “아니, 그래도. 뭔가 계속 받기만 하는 것 같아서.”

        

       “……여기 와서 제일 즐겁게 뛰어다닌 사람도 클레어가 아닙니까?”

        

       나는 진심으로 어이없어서 말했다.

        

       “게다가 클레어만큼 뛰어다니지는 않았어도 우리 모두 엄청나게 먹었습니다. 억지로 먹은 것도 아니고 맛있게요. 애초에 여기 오고 싶지 않았다면 처음부터 반대했겠죠.”

        

       “어…… 그런가?”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네요.”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샤를로트가 말했다.

        

       “우리가 알리스만을 위해 모여있는 것은 아닌데요. 다 같이 놀려고 왔지, 당신 놀아주려고 온 건 아니에요.”

        

       앨리스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왜 갑자기 혼자 사과하고 있어?”

        

       클레어의 얼굴은 나와 비슷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어, 잠깐! 클레어, 손에 들고 있는 거……!”

        

       “아, 미안, 표정이 너무 좋아서 나도 모르게.”

        

       클레어는 미러리스를 든 채 말했다.

        

       앨리스는 한 손을 쭉 뻗어 카메라 렌즈를 가리려고 했지만, 클레어는 카메라를 든 채 요리조리 피했다.

        

       “이거 동영상인데? 막아도 이미 소용없어!”

        

       “이리 내놓지 못해!? 전부 지워버릴 거니까!”

        

       “기껏 멋진 장면을 찍었는데 아깝잖아. 아, 이거 편집해서 브이로그로 쓰면 되겠다.”

        

       ……그러게. 감성 터지는 장면으로 넣으면 훌륭하겠다. 누가 보면 주작 아니냐고 할 만큼 취지에 맞는 장면이기도 했고.

        

       클레어가 해변으로 도망가고, 앨리스는 그 뒤를 따라갔다.

        

       멀리서 뭐라 뭐라 외치며 쫓고 쫓기는 광경이 연출되었다.

        

       “오.”

        

       미아는 그 광경을 멀리서 핸드폰으로 촬영하면서 흥미진진하다는 듯 감탄사를 내뱉었다.

        

       “우린 준비를 계속하도록 하죠.”

        

       “그럴까요.”

        

       내 말에 샤를로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우리는 앨리스와 클레어가 뛰어다니는 와중에 영화감상을 위한 세팅을 완성했다.

        

       *

        

       앨리스는 주도면밀하게도 영화까지 미리 골라왔다. 어쩌면 우리가 영상을 올리게 될지도 모르는 세계적인 스트리밍 사이트에서는 기존에 개봉한 영화들도 판매하는 VOD 서비스를 했는데, 앨리스는 거기 영화를 하나 구매해둔 것이다.

        

       영화는 일본 영화였다.

        

       햇수로 치자면 개봉한 지 몇 년 정도 된 영화였다. 내 개인적인 시간 감각으로는 이미 10년이 넘은 영화지만, 내가 이쪽 세상에서 저쪽 세상으로 넘어가고 나서도 이쪽 세상의 시간은 1년 정도밖에 흐르지 않았으니 ‘그렇게까지 오래되지는 않은 영화’라고 할 수도 있겠다.

        

       휴대용 프로젝터에 앨리스의 스마트폰을 연결해 영화를 틀고, 우리 모두 각자 스크린 쪽으로 의자를 두고 영화를 감상했다.

        

       포즈는 모두 제각각이었다. 앨리스와 샤를로트는 의자를 문자 그대로 ‘의자’ 처럼 썼다. 클레어는 그것보다는 조금 더 뒤로 젖혀서 살짝 누운 모습이었고, 나는 완전히 뒤로 젖혀서 누워 쿠션을 머리 뒤에 대고 고개만 살짝 들어 스크린을 봤다. 미아는 완전히 펼친 의자를 옆으로 두고 옆으로 누운 채 담요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영화는 캠핑장에서 보기 좋은 영화였다. 너무 잔인하거나 야한 장면은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

        

       그런데 내용이 최루성이었다.

        

       어디서 캠핑하며 보기 좋은 영화를 검색하기라도 한 건지, 영화 내용은 남자와 고양이 한 마리가 같이 여행하는 내용이었다.

        

       남자는 고양이를 키우지 못할 사정이 생겼고, 그래서 고양이를 다른 곳에 입양 보내주려고 이래저래 찾는 내용이었는데, 고양이에게 배우를 붙여서 독백을 넣어둔 것이 인상적이었다.

        

       다만 보통 이런 영화가 그렇듯 이유는 뭐.

        

       “훌쩍.”

        

       클레어가 코를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미아는 담요 안에서 눈 위쪽만 내놓고 있었고, 앨리스와 샤를로트는 대놓고 울음을 터뜨리지는 않았지만, 눈가가 촉촉했다.

        

       “……저는 애완동물은 키우지 못할 것 같네요.”

        

       “그러게. 나보다 먼저 가버리면 그것대로 충격일 것 같아.”

        

       ……영화 내용은 반대였던 것 같지만, 뭐 나올 수 있는 감상평이라 생각한다. 적어도 고양이는 사람만큼 오래 살 수는 없으니까.

        

       “어, 그러고 보니 언니도 애완동물 있잖아.”

        

       “……저한테요?”

        

       “응. 그때 싸울 때.”

        

       “…….”

        

       설마 그리폰을 보고 하는 말인가.

        

       “……그리폰을 애완동물 취급할 수 있다는 게 어떤 의미로는 배포가 참 대단합니다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때 뛰어들어서 구해줬다는 것을 이유로 애완동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 언니 좋아하는 것 같던데.”

        

       “아뇨, 아무리 그래도 그리폰이 저를 주인 취급하지는 않겠죠.”

        

       “그렇지도 않은 것 같은데요.”

        

       옆에서 이야기를 듣던 샤를로트가 말했다.

        

       “당신이 사라진 뒤에 엄청 불안하다는 듯 여기저기 돌아다녔으니까요. 당신을 찾는 것 같아서 찾을 수 있을 거다 말해줬더니 조금 안심하기도 했고요.”

        

       그 5분 사이에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말인가.

        

       “맞아요. 분명히 마음이 전해졌을 거예요.”

        

       미아가 그렇게 말했다.

        

       ……그 마음이라는 게 뭔데.

        

       나는 진심으로 궁금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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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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