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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04

        

       생존자를 수색하러 다니는 진성의 모습은 능숙한 용병을 보는 듯했다.

       사람이 숨어있을 법한 곳에서는 철저하게 생존자를 찾아다니는 구조대의 흉내를 내었고, 그것으로도 안 되면 귀신을 부려서 그곳을 확인하게 했다. 그리고 그 후에 만약을 대비해 불을 지르거나 독충을 풀어 넣었다.

         

       불을 지르는 것은 인간이 겪을 수 있는 끔찍한 고통을 줄 수 있는 데다가 은신처를 파괴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이었다. 생존자가 남아있다고 한들 불에 겁을 먹고 뛰쳐나오며 인기척을 내거나, 불에 지져지며 비명을 지르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불에 타서 죽어버리게 될 테니 이보다 더 효율적인 방법은 없었다.

         

       불이 최선이라면, 독충은 차선이었다.

       불을 지르면 배에 심각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나, 연소시킬만한 물질이 눈 씻고 찾아보기 힘든 곳에서는 불을 피우는 대신에 독충을 풀어 넣는 것으로 대신했다. 대신에 그 독충은 아주 작아 어디든 돌아다닐 수 있는 녀석으로 골랐고, 한 번 쏘이면 도저히 비명을 지르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의 끔찍한 고통을 주는 녀석으로 골랐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생존자가 발견된다면….

         

       타앙-!

       

       소총이 불을 뿜었다.

         

       앞서 구조대가 도착한 것으로 착각하고 은신처에서 튀어나온 생존자는 머리에 구멍이 뻥 뚫려서 죽었다.

       위급상황에서의 대처 매뉴얼을 잘 습득해서 구조대가 오건 말건 숨죽인 채 숨어있는 생존자의 경우 진성의 확인 사살에 화들짝 놀라 튀어나왔다가 머리에 구멍이 뚫려서 죽었다.

         

       “보자…. 생자(生子)는 하나요, 그 기세가 미약하니 겁쟁이로구나. 보자, 어디에 있을꼬.”

         

       남은 생존자는 하나.

         

       진성은 점괘로 마지막 생존자의 존재를 확인한 뒤, 아까와는 다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구조대 흉내를 낼 때 사용했던 인형을 해체하기 시작한 것이다.

         

       투두둑.

         

       구조대 흉내를 내며 배 곳곳을 돌아다녔으니 흉내에 속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구조대가 흉내를 낸 뒤에는 총소리가 뒤따른 것이 세 번.

       바보가 아니라면 지금 돌아다니는 ‘구조대’가 실제 구조대가 아니라, 침입자가 흉내를 내는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겠지. 그 침입자가 귀신인지 살아있는 사람인지는 차치해두고서라도 말이다.

         

       그렇기에 구조대를 흉내 내던 말건 숨죽인 채 틀어박혀 있을 것이 분명할 터.

         

       그러니 더 이상 이 인형은 존재 가치가 없었다.

       저것을 해체하고 벌레의 먹이로 주는 것이 훨씬 더 좋은 방법이었다.

         

       사각사각.

         

       그렇게 인형은 해체되어 해산물 무더기가 되었고, 그 해산물 무더기는 진성의 품에서 나온 독충의 먹이가 되어 산 채로 갉아 먹혔다. 하나같이 끔찍한 독성을 지닌 독충은 독을 풀어서 해산물을 마비시켜 죽였고, 강인한 턱을 이용해 해산물을 뜯어 먹었다.

         

       그렇게 뜯어먹힌 해산물은 본래의 형체조차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너덜너덜하게 변했으며, 남아있는 부분은 독에 절여지고 순식간에 부패하여 먹으면 안 되는 물건이 되어버렸다.

         

       진성은 그 잔해를 보며 중얼거렸다.

         

       “더러운 물에서 모기가 태어나고, 깊은 땅속의 흙에서는 지렁이가 태어나고, 죽은 나무가 썩으면 버섯으로 변하며, 악취에서는 병이 창궐하는 것이 바로 세상의 진리라. 썩은 고기에서 구더기가 태어나고 파리가 되는 까닭은 바알제불(Baal-Zebul)의 행사가 아닌 진리에서 비롯된 것이니, 진리를 탐구하는 모든 이들은 이 이치를 눈앞에서 관찰하고 미신에 현혹되지 말지어다.”

         

       과거, 연금술사가 태동하기 시작하던 초창기.

       에테르의 존재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지 못하였고, 화학과 마법을, 과학과 주술을 구분하지 못하며 혼용하고 살았던 그 시절.

         

       그 시절에 사용했던 연금술사의 주술이 진성에 의해 재현되었다.

         

       파스스스.

         

       고기의 부패를 가속하고, 벌레를 꼬이게 만들고, 구더기와 파리가 들끓게 만드는 주술.

         

       본래는 선배 연금술사가 구더기와 파리를 불결하고 삿된 것으로 여기던 후배 연금술사들에게 ‘올바른 교육’을 행하기 위해 사용하던 주술이었지만, 지금 진성은 그것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려 하고 있었다.

         

       꿈틀.

         

       브즈즈즈.

         

       하얗게 튀어나오는 구더기들.

       썩은 고기를 순식간에 갉아먹고 성체로 자라난 파리들.

         

       그 파리들은 무질서하게 날아다니다가 진성의 의지에 따라 한곳으로 뭉쳤다.

       마치 군체라도 되는 것처럼 질서정연하게 날아다녔고, 검은 덩어리가 되어 복도의 공중에 부유했다.

       그리고 진성의 손짓에 따라 사방으로 흩어졌고, 환풍구같이 사람이 드나들기 힘든 통로로 움직여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진성의 뜻에 따라 생존자를 찾아내기 위해서 말이다.

         

       불결한 썩은 고기에서 태어난 파리들이 환풍구를 따라 움직였다.

       미로처럼 얽혀있는, 퍼져있는 환풍구를 길처럼 사용하며 움직인다.

       거슬리는 소리를 내며 날아가 사방을 수색하였고.

         

       브즈즈즈.

       퍼억.

         

       마침내 사람을 찾아냈다.

         

       환풍구로 거슬리는 소리를 내며 날아오른 파리는 훌륭하게 사람을 찾아내었고, 사람의 손에 짓눌려서 시체가 되었다. 그리고 시체가 된 파리는 자신과 심령으로 연결된 진성에게 신호를 보냄과 함께 자신이 죽은 위치를 알려주었다.

         

       “거기에 있었구나.”

         

       위치를 알아차린 진성은 손짓으로 벌레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독충.

       한 번 물리면 고통에 비명을 지르고, 여러 번 물리면 바닥을 뒹굴면서 경련하고, 쉴 새 없이 물리면 고통과 함께 몸을 마비시키는 끔찍한 독충들.

         

       약식으로 만든 충고(蟲蠱)들이 자신을 만들어낸 고주(蠱主)의 명에 움직였다.

         

       지네가 기어가고, 거미가 벽면을 따라 움직이고, 나방이 독분(毒粉)을 떨구면서 훨훨 날아간다. 화상벌레라고 불리는 청딱지개미반날개가 체액을 가득 품어 빵빵해진 몸을 끌고 바닥을 기고, 해골 문양이 있는 박각시가 찍찍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움직였다.

         

       그렇게 해충은 일렬로 움직였고…마침내 마지막 생존자와 마주했다.

         

       스스슥.

         

       선봉으로 선 것은 자그마한 거미였다.

       몸과 다리가 너무 가늘어서 제대로 보지 않는다면 존재조차 알기 힘든, 존재감이 희박해 보이는 녀석.

         

       하지만 작은 몸과는 다르게 강력한 독을 품고 있는 녀석이었다.

         

       물리면 근육통과 두통 등의 끔찍한 고통이 따르고, 아세틸콜린(Acetylcholine)을 범람시켜 근육을 경련하게 만드는 녀석이었다. 자그마한 몸체와 강력한 독성, 거기에 근육을 경련시켜서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진성이 용병 시절부터 애용하는 독충이기도 했다.

         

       “끄으으으윽!”

         

       거미는 사람이 숨어있는 곳으로 들어가 독을 주입했다.

         

       그냥 물려도 끔찍한 독이 고독술로 강화까지 되었다.

         

       저것을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버티는 것은 무리였으리라.

         

       숨어있는 군인은 고통에 신음을 내었고, 곧이어 뒤따라오는 근육의 경련에 화들짝 놀라면서 숨어있던 곳에서 빠져나왔다.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비좁고 구석진 곳에 가만히 있다가는 저 벌레에게 계속 물려서 곤욕을 치를 수도 있을 테니, 어떻게든 빠져나온 뒤 벌레를 밟아 죽이든 다른 곳으로 가서 숨든 할 생각이었으리라.

         

       하지만 근육의 경련을 참아가며 밖으로 나온 남자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독충들.

         

       나방, 지네, 개미, 거미, 애벌레, 벌….

         

       종류도 다르고, 가진 독도 다른 독충들의 무리였다.

         

       그리고 그 독충들의 뒤에는 사람이 있었으니.

         

       철컥.

         

       그것은 바로 소총을 들고 있는 주술사라.

         

       진성은 마지막 남은 생존자에게 소총을 겨누며 말했다.

         

       “이보게. 자네가 마지막 남은 사람일세. 그러니 내 물어보겠는데, 혹여 나를 도울 생각이 있는가?”

         

       금방이라도 방아쇠를 당길 것 같은 손가락.

       무저갱 같은 어둠을 품고 있는 소총의 총구.

       언제 불을 뿜으며 튀어나올지 모르는 총알의 존재.

       그리고 명이 떨어지면 군인에게 달려들어 독을 뿌리겠다는 듯 맴돌고 있는 독충들….

         

       군인은 자신을 소총으로 겨누고 있는 진성을, 자신을 위협하는 독충들을 보았다.

         

       저 멀리 복도에서 들리는 귀신들의 말소리를 들었고, 벽면과 바닥을 타고 움직이는 귀신들의 발소리를 들었으며, 기분 나쁜 물소리가 아주 자그맣게 철벅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환풍구에서 진동하듯 울려 퍼지는 파리떼의 날갯짓 소리를 들었고, 사람이 사라져도 자신의 목숨은 끝나지 않았다고 소리치는 엔진의 소리를 들었다.

         

       짧은 순간.

         

       군인은 일생일대의 고민을 했고, 답을 내렸다.

         

       그는 경련으로 푸들거리는 입매를 움직여 답했다.

         

       “…예. 협조, 하, 겠습, 니다.”

         

       그것은 굴복을 알리는 표시였으며, 살아남기 위해 무엇이든지 하겠다는 한 인간의 각오였다.

         

       진성은 자신에게 협조하겠다는 군인을 바라보았다.

       군인은 자기 말을 믿어달라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으며, 얼굴이 경련 때문에 푸들푸들 움직이는 와중에도 믿음을 주기 위해서인지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눈꺼풀이 덜덜덜 떨리며 금방이라도 감길 것 같음에도 그는 힘을 주어 그것을 막았고, 자신을 바라보는 진성의 눈을 빤히 바라보며 자신의 의지를 전하려 하고 있었다.

         

       믿어달라고.

       자신을 믿어달라고.

         

       진성은 군인의 얼굴을 바라보았고, 군인의 손을 보았고, 자기 눈과 마주 보고 있는 군인의 눈을 바라보았다.

         

       진성은 짧은 시간 동안 군인을 관찰했고, 고개를 끄덕였다.

         

       탕-!

         

       진성은 고개를 작게 끄덕이는 것과 동시에 손가락을 움직여 그대로 방아쇠를 당겼고, 조금 전에 죽었던 군인들처럼 똑같이 머리에 구멍을 만들었다.

         

       그리고는 삼매진화로 불을 피워 군인의 몸을 순식간에 태워버렸다.

         

       ‘끌끌. 거짓말을 하면 쓰나….’

         

       그렇게 죽기 전 협조하는 척을 하다가 뒤통수를 치려고 했던 최후의 생존자는 죽음을 맞이했다.

         

       이제 이 배의 주인은 박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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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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