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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04

       

        

        

        

        

        

        

       “상황 보고해라!”

        

       “좋지 않습니다. 투입 전력들이 빠르게 분쇄되고 있습니다. 예상했던 손실률을 훨씬 웃돕니다. 현재 속도로 미루어봤을 때 앞으로 10분 후면 감당할 수 없을 정도가 됩니다.”

        

       “빌어먹을, 기껏해야 기계 하나랑 유기체 하나 아닌가. 신체적으로 증강된 것도 모자라 엑소스켈레톤까지 장착한 병사들을 30명이나 투입했는데 생포는커녕 상처조차 입히지 못했다는 게 말이 되나?”

        

       “숫자가 아니라 사람을 봐야 합니다. 당장 아키타입은 저희가 제작한 병기를 무려 세 기나 격파했고, 그 중 하나는 생포한 전적까지 있습니다. 그런 존재가 다시 완벽하게 수리해낸 UES를 전장에 끌고 나온 겁니다.”

        

        

        

        고가치 연구시설-감마의 외곽, 지휘통제차량 내부.

        

        대형 트레일러 안에서 여러 명이 바쁘게 움직이며 화면을 확인했다. 열여섯 개의 홀로그램 디스플레이가 각기 다른, 그러나 같은 결과를 토해낸다. 시체, 시체, 그리고 수많은 시체…그리고 그 위를 누비는 두 명의 적만이 비춰질 뿐.

        

        아키타입과 UES-4, 타입 감마.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해당 시설은 감마 타입이 창조되었던 바로 그 시설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 사실은 현장 지휘관과 통제관들에게 단 하나의 인상도 남기지 못했다.

        

        윗대가리라고 할 수 있는 미친 과학자들과는 다르게, 현장 인력들에게 있어 아키타입은 말 그대로 증오의 대상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지만.

        

        

        

       “화면 봐라, 화면! 이 망할 새끼들아! 우리 고용주들께서 저 진귀한 두 년이 가지고 싶으시단다! 어디 데리고 온 병력들을 다 쳐 꼬라박아보자고, 그래도 안 잡히나 보자!”

        

       “정신 차리십시오, 여기가 희망사항만 읊어대는 곳인 줄 아십니까? 밴딧 한 명을 쓸만한 병력으로 탈바꿈시키는 데만 하더라도 무지막지한 비용이 들어갑니다.”

        

       “하하, 명령에 거부해보시겠다? 어디 그 말을 상부에 타전해보자고. 난 꽤 관대한 편이니, 명령에 불복종하는 새끼들 대가리에 총알을 꽂기 전에 기회 한 번은 주지.”

        

       “저는, 참모로서, 올바른 건의를 제시하는 것뿐입니다.”

        

        

        

        그야말로 난장판.

        

        차량 내부의 분위기가 불온해질수록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눈치를 보더니, 이윽고 홀스터에 있는 권총으로 손을 편하게 가져갈 수 있도록 몸에 긴장을 주었다. 그리하여 내부 공기가 삽시간에 영하 이하의 온도로 내려가고 있었다.

        

        일촉즉발의 상황. 그러나 그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내부 시설에 투입되어 실시간으로 죽어나가고 있는 귀중한 전투병력들에 대해서는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 머리 혹은 가슴에 탄환이 적중하는 순간 마치 거대한 작살에라도 꽂힌 것마냥 나가떨어지는 인원의 숫자는 계속해서 늘어갔다.

        

        이들이 하등 쓸모없는 신경전에 15초 가량을 소비하는 동안 4명으로 이뤄진 소분대 하나가 그대로 지워진다. 그러나 한 번 망가져버린 지휘 체계를 다시 복구하기란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으며, 내부 인원들이 상황을 확인하고 다시금 지휘에 돌입하는 동안 두 명이 추가로 스틱스 강을 건넜다.

        

        병력 추가 투입이 승인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금 저 자들이 향하는 곳이 어디지?”

        

       “확답할 수는 없지만, 중요한 데이터를 보관하는 서버실 혹은 실험실이 아니겠습니까?”

        

       “…어디든 상관없다. 이쪽의 심기를 건드리기 위해 여기까지 온 건 아니겠지. 조금씩 후퇴하면서 저 두 명이 어디로 향하는지 확인해.”

        

        

        

        그러나 안타깝다면 안타깝게도, 해당 방안을 시행하기에는 너무 늦은 시점이었다.

        

        지휘통제차량의 내부에 있던 이들이 맞춘 것은 오로지 아키타입과 진이 갈 만한 곳뿐이었다 – 엄밀하게 말하자면 그것만으로도 소기의 성과를 거둔 셈이었으나, 그렇다고 하여 아르테미스가 두 명의 진군을 막을 수 있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이는 메카 유진이 급작스럽게 자리를 이탈하며 더더욱 선명한 형태로 드러났다.

        

        

        

       “감마 타입이 급작스럽게 교전 위치 이탈! 중앙 연구 구역으로 향합니다!”

        

       “뭘 멀뚱멀뚱 쳐다만 보고 있나! 빨리 전력 분리해! 최소한 어느 한 쪽이든 잡아야 한다!”

        

       “명령 전달. 아르테미스 네트워크 강제 접속을 위해 사전 준비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럼 만들어내야지.”

        

        

        

        하지만 상황은 이들의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과거 레드, 블루, 그린, 바이올렛이 아키타입을 포함한 여러 인명을 살해하기 위해 시설에 침투했을 때 파악했던 감마 타입의 미숙한 모습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 아르테미스의 생각보다도 메카 유진이 적진에 파고드는 속도가 더 빨랐단 소리였다.

        

        개머리판이 인간의 동체시력보다 몇 배는 빠른 속도로 허공을 가로질렀고, 그 순간 한 명의 머리가 통째로 분쇄되었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일련의 과정이 여러 번 반복됨에 따라 홀로그램 화면은 피칠갑이 되어버린 메카 유진과 박살난 네트워크 강제 접속용 허브 머신을 투영했다.

         

        그리하여 1분이나 지났을까, 해당 구역 인근에 있던 모든 화면이 전부 치직거리는 노이즈만을 투영했다. 안구에 박아놓았던 송출 기계가 전부 다 박살나버렸다는 뜻이었다. 근방의 병력 전부의 머리가 수박처럼 으깨졌다고 말할 수도 있었다.

        

        무언가를 해보겠다는 시도 자체가 처참하게 박살난다. 교전의 기본적인 전제이기도 한 숫자의 폭력이 무너지고 있었다. 사격을 위해 몸과 얼굴을 조금만 내밀기만 하더라도 마치 건물을 철거하는 데 쓰이는 렉킹볼에 얻어맞은 것마냥 뒤로 나자빠질 뿐.

        

        

        그렇게 몇 분이나 지났을까, 감마 타입은 무기 실험실 및 보관소에서의 행적을 마지막으로 모든 소식이 끊겼다 – 하지만 차량 안의 그 누구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진이 빠짐에 따라 아키타입이 있는 곳에 화력을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마치 총을 든 인간을 향해 최첨단 좀비가 달려드는 듯한 모습. 아키타입은 한 발에 한 명씩 달려드는 적들을 침묵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등 뒤의 ASh를 꺼내들어 눈 앞의 모든 것들을 분쇄했다. 그러나 허공을 가로지르는 10개 가량의 수류탄을 전부 요격하기는 실로 어려웠다.

        

        본래라면 순식간에 밀려버릴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이 일진일퇴를 거듭하는 것은 전적으로 인간을 진작에 뛰어넘은 유진의 교전 실력과 장전 속도 때문이었다. 유진은 ASh를 연발로 사격하며 등 뒤에 매어진 묠니르의 탄창을 꼬리를 사용해 교환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당연하게도 – 아키타입은 점차적으로 밀린다. 음속의 두 배가 넘는 속도로 날아드는 탄환을 전부 피할 수는 없었고, 그녀 역시도 신체에 총상이 한두 개씩 아로새겨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하여 2분 가량이 지난 시점에서, 지휘통제차량 내부에 있는 아르테미스 현장지휘관 및 참모들은 방금의 상황을 머릿속에서 깡그리 잊고 희열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물론, 희망은 깨지기 위해 존재했다.

        

        

        

       ───퍼어엉!

        

        

        

       “…이, 이런 미친….”

        

        

        

        섬광.

        

        음속 이상의 속도로 날아온 청색의 탄환이 아르테미스 무장병력 인근의 공중에서 폭발하더니, 이윽고 끔찍한 온도의 섬광이 되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셸 케이싱 안에 가둬진 플라즈마가 해방되며 모든 것을 불사른 것이었다. 살상 범위는 최소 지름 15m 이상이었다.

        

        폭심지와 가장 가까이 있던 이들은 살점 혹은 티타늄 증기가 되어 그 자리에서 사그라들었고, 그보다 조금 더 멀리 있는 이들은 통째로 탄화되거나 설명조차 어려운 형태로 변해 최후를 맞았다. 팔과 다리에 연결된 엑소스켈레톤 뼈대가 새빨갛게 달아오른 건 덤이었다.

        

        그런 것이 한 발도 아니고 여러 발. 그러나 아키타입만은 그 후폭풍에서 절묘하게 빗겨난 상태였다. 그리하여 십수 명의 전투 병력들이 전부 새까맣게 타버리거나, 혹은 분자 단위로 증발하여 이 세상에 존재했다는 증거 자체가 사라졌다.

        

        지휘차량 내부의 화면 대부분이 치직거리는 노이즈로 물들었을 즈음, 참모진들은 자신들이 완전히 망해버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못 보던 차량이 있군.”

        

        

        

        물론, 이들은 자신들이 물리적으로 망해버렸을 가능성은 아직 염두에 넣지 않고 있었다.

        

        아키타입과 메카 유진을 시설에 내려준 뒤 – 광학미채를 둘러입고 주변을 순찰하던 와중, 소복하게 쌓인 먼지 위로 길게 아로새겨진 타이어 자국을 따라 버려진 주차장으로 들어온 운전수가 발견한 것은 누가 봐도 새 것처럼 보이는 대형 트럭 한 대였다.

        

        

        

        

        

        

        

        

        

        

        

        

        

        

        

        

        

        

        

        

        

       “괜찮습니까, 아키타입?”

        

       “…끝내주는 무기를 들고 왔군요. 저를 겨누는 일은 없길 바라야겠네요.”

        

       “아키타입은 본 개체의 성장을 두려워합니까…으극, 이 정도의 압력이면 5초 안에 본 기체의 목 프레임이 틀어져 심대한 손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살려주십시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인간이 터미네이터 목을 조르는데 딜이 들어가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도 유진눈나한테 목조르기 당하고 싶…지는 않다

       -저렇게 졸리면 죽는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방금까지 꼬리에서 플라즈마 쏘던년한테 바로 코브라 트위스트 걸기 레전드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요 녀석이.

        

        물론 그리 오랫동안 조르지는 않았고, 불과 몇 초 정도만 그리 하다가 풀어주었다. 몸이 조금 욱신거렸기 때문이었다. 뒤늦게 확인해보니 몸 곳곳이 새빨갛거나 검어진 부분도 있었다. 주로 팔 부분이 검게 물들었고, 다리는 양쪽 다 빨간 색이었다.

        

        가방 안에서 수술 키트를 꺼내어 팔을 치료하고, 치료 도구를 열어 상처 부위에 지혈제를 뿌린 뒤 열심히 감아주면 자가 힐링은 끝이었다. 현실이었더라면 간단한 응급처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겠지만 게임이었기에 이렇게 해주기만 해도 바로바로 나았다.

        

        한결 움직임이 돌아오자 진이 내게 팔을 내밀고는 잡아당겼다. 힘겹게 그 자리에서 일어선 뒤 적막이 찾아온 실험실 내부를 살폈다.

        

        

        

       “이렇게나 조용한 곳일 줄은 몰랐네요.”

        

       “현재 시설의 데시벨을 표기하면 되겠습니까?”

        

       “아뇨, 그런 게 아니라…나중에 유머라는 개념을 좀 가르쳐줘야겠네요.”

        

        

        

        시청자들은 나와 진이 대화하는 것만 듣고도 열심히 깔깔대고 있었다.

        

        과연 얘가 나중에라도 유머라는 개념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을지나 싶었지만, 지금은 그게 딱히 중요하지는 않았다. 시설이 조용해졌으니, 다음 공격이 오기 전까지 – 하도 많이 잡은 탓에 오려나 싶긴 했지만 – 시설의 중요 데이터를 탈탈 털 차례였기 때문이었다.

        

        총기를 잡고 일어서자 플라즈마가 한 번 휩쓸고 간 시설 내부가 보였다. 복도는 까맣게 그을렸고, 정체가 무엇인지 딱히 알고 싶지조차 않은 검은 덩어리들이 군데군데 널려있었다. 발코니와 벽면이 녹아 질질 흐르다 바닥에 굳은 자국도 선명하게 보였다.

        

        위력은 과거 쇼핑몰에서 보았던 그 플라즈마 캐논보다는 대략 30% 가량 약한 듯했지만, 저걸 연발에 준하는 속도로 발사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진의 꼬리에 달린 무기가 한층 진일보한 것임을 여실히 증명했다.

        

        

        그리하여 칭찬 겸 꼬리에 달린 플라즈마 무기의 외형 확인을 위해 고개를 돌렸을 즈음, 나는 누가 봐도 의기양양한 표정의 진과 시선을 마주치게 되었다.

        

        

        

       “후후. 어떻습니까.”

        

       “…아휴.”

        

        

        

       -아ㅣㅅ발진짜준내기엽네무친메카비얌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뿌듯)

       -얘 진짜 사람아니냐? ㅋㅋㅋㅋㅋㅋㅋ

       -진짜선생님제발헨슬로우한테통화해가지고기어박스에메카비얌한마리씩만놔주세요제발제가이렇게빌게요진짜메카유진하나만가지고싶습니다ㅠㅠㅠㅠㅠㅠ

       -쉬1불룐 진짜 품속에 넣고 개처럼쓰다듬마렵네 ㅋㅋㅋㅋㅋㅋ

        

        

        

        …다들 미쳐가고 있다.

        

        아무튼 진이 뿌듯해하는 것 같기에 허리를 툭툭 쳐주며 잘했다고 덧붙이자, 이내 만족스런 표정을 띄우며 꼬리를 움직여 플라즈마 무기의 형상을 보여주었다. 예전과 크게 다를 것 없는 모습이었다. 그나마 바뀐 점이라면 꼬리 끄트머리가 열리며 집광기가 나타난다는 점일까.

        

        그러나 발사 모드로 돌입하는 순간 꼬리가 일부 변형되며 일종의 레일을 형성했고, 내부에서 자기장을 형성하여 만들어놓은 플라즈마를 가둔 후 방열 케이싱으로 이를 감싸는 형태였다. 케이싱 외피는 일종의 특수 금속이었기에 레일건마냥 발사할 수도 있었고.

        

        명명하자면 반자동 발사가 가능한 플라즈마-레일건이라고 해야 하려나, 이걸.

        

        그러던 와중 진은 막 만들어진 따끈따끈한 플라즈마 탄환을 보여주었다.

        

        

        

       “재료 특성 상 10초 후에 자동으로 폭발하게 됩니다.”

        

       “…좀 많이 크네요.”

        

       “20mm 탄환을 모티브로 제작되었습니다. 원본만한 관통력은 없습니다.”

        

        

        

        10초 후에 폭발이라.

        

        투명 케이싱 내부에서 일렁이는 청색의…액체라고 해야 하나, 기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 형태를 파악하기에 실로 어려운 기운이 탄환 안에서 유동하고 있었기에, 나는 그것을 받아든 후 폭발까지 6초 가량이 남았을 즈음 저 멀리로 던져버렸다.

        

        그렇게 시간초가 지난 뒤, 피잉 하는 소리와 함께 저 건너편에서 폭발이 일었다. 폭발 소리는 총기 사격이나 수류탄 터지는 것에 비하면 실로 조용했으나, 아직 남아있는 몇 명이 저 안쪽에서부터 비명을 지르고 있는 걸 보면 화력 하나는 상당한 듯했다.

        

        아무튼, 이렇게 고가치 연구시설에 온 목적 중 하나를 달성하게 되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진은 대형 탄도 방패도 들고 왔고, 이리하여 전위도 찾아내었다.

        

        깊게 숨을 토해낸 다음 덧붙였다.

        

        

        

       “그럼 이제 서버실로 향해봅시다. 믿음직한 포인트맨이 생겼으니 한결 부담이 덜해지겠군요.”

        

       “전진합니다. 잘 따라오시길.”

        

       “물론이죠.”

        

        

        

        서버실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나 나와 진을 생포 혹은 죽이기 위해 이 시설까지 내려온 친구들을 전부 스틱스 강으로 직배송해주었다고 해서 앞으로의 상황이 그닥 편해지는 건 아니었다 – 모두가 이 시점에서 잊고 있는 사실이 있었지만, 아르테미스는 원래 무인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곳이었으니까.

        

        다시 말해, 이 시점부터가 진정한 교전의 시작이라는 소리였다.

        

        

        

       “널브러진 친구들에게서 무장값을 꽤 톡톡히 받아내야할 것 같으니, 그동안…접근하는 무인기를 막아주시길.”

        

       “명령 확인. 어드밴스드 플라즈마 캐논 재기동. 현재 과열 수치 15%.”

        

        

        

       -살아생전 이딴광경을 다 보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플라즈마요????예??????????????????

       -이래도 1인1가정1메카유진입니까???

       -당연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미친게임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의 꼬리가 전방을 겨누었다.

        

        기이잉 하는 소리와 함께 빛이 새어나오는가 싶더니, 이내 꼬리 끄트머리에서 응축되며 케이싱이 플라즈마 위를 덮었다. 그와 동시에 재차 대량의 전력이 꼬리로 이동하며 해당 탄환을 마하 수 배로 가속, 한 줄기의 실선이 허공을 가로질렀다.

        

        퍼엉. 공간 전체를 열로 도려내는 듯한 광경이 눈 앞을 가득히 메웠다. 당연하게도 전방의 UGV가 그걸 견뎌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강화 플라스틱 및 티타늄, 그 외 여러 합금으로 이루어진 투견이 한 발의 유탄조차 쏘지 못한 채 금속 증기로 화했다.

        

        그로부터 대략 3m 가량 떨어진 곳에 있었던 또 다른 한 기는 한 줌의 쇳물 덩어리로 화했고.

        

        

        그러나 내가 그런 절륜한 위력에 감탄을 토해내기도 전 진은 두 번째 탄환을 생성하고 있었다. 이렇게 보니 3초에 대략 한 발씩 쏠 수 있는 듯했다. 과열 한계는 어림하기 어려웠지만 대략 20발 정도가 아닐까 싶기도 했다.

        

        그리 생각하며 바닥에 널브러진 새 총기를 들었다. 평범하게 잘 모딩되어있는 AR-15 한 정. 탄환은 당연하게도 고관통탄이었다. 묠니르와 애쉬의 총알을 아예 다 쓴 건 아니었지만 교전이 얼마나 길어질 지 몰랐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어깨를 두들기며 덧붙였다.

        

        

        

       “화력 끝내주네요. 전진합시다.”

        

       “확인.”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 그 자체.

        

        서버실로 가는 길 및 서버실 안쪽에 몇 명 정도가 아직 남아있긴 했지만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오히려 어려운 건 서버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최대한 신속하고 빠르게 교전을 끝마치는 것이었다. 서버 전반에는 강화유리벽이 쳐져있었지만 그것도 10발 이상 맞으면 깨지기 마련이니.

        

        그래서 내가 무엇을 선택했냐 하니,

        

        

        

       ───부우웅!

        

       ───퍼억!

        

        

        

       “후우.”

        

        

        

       -어어 쟤 또 도끼들었따….

       -목을 한번에 따버리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언제 봐도 진짜 두렵기 짝이없습니다 선생님

       -그냥제발총을쏴 무친련아!!!!!!!!!!!!!!!

       -?? : 그럼 총 대신 플라즈마를 드리겠습니다

        

        

        

        도끼였다.

        

        물론 도끼 말고 권총도 들었으므로 그닥 큰 문제는 없었다. 도끼 하나만 들게 되면 그건 현대전에 나타난 광인이지만 권총을 같이 든 순간 근접전을 펼치는 특수부대원이었으므로 이론적으로도 외형적으로도 큰 문제 없었다. 물론 아니라고 하더라도 크게 신경은 쓰지 않을 거였지만.

        

        그리하여 교전은 서버실의 안과 밖 양쪽에서 벌어졌다. 외부에서는 진이 플라즈마를 퓽퓽 쏘아대며 하나둘씩 몰려드는 적 무인기들을 수수깡마냥 박살내고 있었고, 나는 이 안을 돌아다니는 모든 병균들을 전부 쓸어내는 역할이었다.

        

        교전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금색의 액체가 뚝뚝 떨어지는 도끼를 시체의 옷으로 깔끔하게 닦아낸 뒤 다용도 파우치에 도끼를 집어넣고는 대용량 USB를 꺼내었다.

        

        

        서버실의 전원을 작동시키고 나자 하나둘씩 불이 들어오는 가운데, 패널을 꺼내고 USB를 꽂았다. 그리하여 서버실의 벽면에 몸을 기대고 외부에서의 소란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던 와중 갑작스럽게 울리는 다운그레이드 이카루스 워치.

        

        누군가 했더니 우리를 이 시설로 데려온 운전수였다.

        

        이젠 운전수도 스크립트 취급이 아니구나 싶은 생각을 뒤로 한 채 입을 열었다.

        

        

        

       “예. 무슨 일이시죠?”

        

       “외부를 정찰하던 도중 수상한 차량을 발견했소. 확인해보시오.”

        

        

        

        그와 동시에 눈 앞에 떠오르는 사진 한 장.

        

        그것을 본 순간 내 입가가 슬그머니 들어올려지는 건 당연했다.

        

        마찬가지로, 내가 할 말 또한 정해져있었다.

        

        

        

       “…좋아요. 지하에서의 일이 끝나는대로 처리해보도록 하죠.”

        

       “알겠소.”

        

        

        

        아르테미스의 포터블 전투지휘차량.

        

        크리스마스도 아닌데 기지로 싸들고 갈 선물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아키타입은 진의 성장을 두려워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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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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