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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04

       QZ게이밍의 회식을 끝마치고 거나하게 취해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엔리를 집으로 데려다주고 나니 시간은 이미 하루가 끝나는 때가 되어 있었다.

       

       어차피 본인이건 파이스건 간에 잠을 자지 않더라도 문제가 생길 인종은 아닌지라 시간이 늦었다는 건 큰 문제가 아니었다.

       

       대충 지금 그 쪽으로 향해서 내일 저녁이 되기 전에 돌아오면 되겠지. 경우에 따라서는 파이스 이 놈만을 남겨두고 본인 혼자 돌아와도 괜찮을 터이고 말이다.

       

       그래도 짧긴 짧구나. 방송만 아니었어도 며칠의 기간을 잡아 놓고 여유롭게 돌아다녔을 텐데.

       

       흐음. 파이스와 다투며 재밌는 걸 보여 주었으니 만족하라 그러고 다시 며칠 휴방을 해볼까?

       

       그런 생각이 잠시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난 그를 순식간에 지워버렸다. 기분을 따라 일을 저질렀다가 무슨 꼴을 보려고.

       

       본인의 편집자들이 무어라무어라 투정을 부릴 것이고.

       

       또 엔리가 찾아와서는 이러면 안 된다 잔소리를 퍼부을 것이고.

       

       채팅창에서는 또 난리가 날 것이고.

       

       룰렛에는 괴상한 것들이 적히게 되겠지.

       

       그런 참사는 사양이다. 본인은 사서 고생을 하는 걸 즐기는 인간이 아니니까.

       

       곰방대를 피우며 빠르게 움직여야겠단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벽에 기대어서 투덜거리는 백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 대체 왜 퇴근을 못하는 거야.”

       

       평범하게 직장을 다니는 사람이라면 이미 퇴근을 하고 잠을 청하고 있어야 할 시간에 출장을 나온 백호는 내 얼굴을 마주했을 때부터 불만이 많아보였다.

       

       상대가 본인이기에 아무런 말도 못 하고 있었지마는 파이스를 붙잡고 계속 무어라 그러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건 분명했다.

       

       대충 이야기를 들어보자니 아침 일찍 출근을 해서는 여태까지 일하다가 퇴근 직전에 붙잡혀 본인들과 함께 내일 저녁까지 움직이게 된 셈이니. 불만이 없는 게 오히려 이상하긴 하구나.

       

       우울에 찌든 녀석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겨 어색한 웃음과 함께 백호를 위로하는 파이스를 옆으로 치우고 내가 그 앞에 섰다.

       

       “백호야. 그대의 회사에선 계약서 같은 걸 작성하지 않으냐?”

       

       작금의 본인도 작게나마 사람을 부리는 입장이다. 그러니만큼 이 세상의 법과 규율이 얼마나 촘촘히 짜여져 있는지 알고 있다.

       

       최소한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아랫사람을 노예마냥 부릴 수는 없다는 게지.

       

       백호의 회사는 거대한 규모를 지닌데다가 여러 일반인까지 고용하고 있으니 이 세상의 법을 무시할 수 없을 터인데?

       

       “작성합니다. 당연히 하죠.”

       “그럼 그 법과 규율에 따라 일하고 말고를 결정할 수 있는 것 아니더냐?”

       “저희 회사에는 그 법과 규율보다 높은 사람이 존재하니까요.”

       

       간단하게 말하자면 그거구나. 법보다는 주먹이 더 가깝다는 이야기.

       

       내 무림에서 통용되던 이야기를 현대에 와서 다시 들을 줄이야.

       

       “일한만큼 돈은 주느냐?”

       “그것도 안 줬으면 진즉에 때려쳤을 겁니다.”

       “때려치고 싶다고 때려 칠 수는 있고?”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상황이라면 퇴직을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 또한 불가능할 터인데?

       

       내 그리 물었더니 백호가 입술을 꾹 다문 채 바닥을 쳐다 보았다.

       

       으음. 저 짠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내 편집자들에게 잘해주어야겠단 생각이 절로 드는 구나.

       

       “…아. 그리고 아라님께 한 가지 허락받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무어지?”

       “저희 회사 측에서도 파이스님의 세계는 이전에 방문해보지 못한 장소입니다. 그 때문에 저 세계를 탐험하는 동안 영상기록을 해두려 합니다만.”

       “마음대로 하거라.”

       

       본인이 움직이는 것을 영상으로 담는 게 어디 하루 이틀 일이더냐. 그런 것을 신경 쓰기에는 본인이 여태까지 해 온 것이 너무도 많다.

       

       “더 할 말이 있느냐?”

       “아뇨. 없습니다.”

       

       백호에게 답을 듣자마자 파이스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이쯤 하면 이 녀석의 투정도 다 받아준 듯 하니 움직이자는 의미였다.

       

       그러자 파이스 녀석이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품 안을 뒤져서는 한 가지 물건을 꺼냈다.

       

       그것은 반지였다.

       

       “그 곳에서 작별 선물로 받은 겁니다. 다른 세계에 있을 지라도 서로의 위치와 생사를 알 수 있도록.” 흐음.

       

       마법적 물건인가. 잘은 모르겠다마는 이 물건이 다른 세상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단 사실은 알겠구나.

       

       “놀라지 말고 가만히들 있거라.”

       

       반지를 손 위에 올려놓고서 주변을 공으로 만들었다.

       

       그런 다음 주변의 규율을 하나 하나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써내려 간다.

       

       세상이 본인의 아래에 이미 굴복해버린 이상 본인의 의사는 곧 세상의 의사가 될 지어니.

       

       이계로 향하는 문을 여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될 수 없었다.

       

       일련의 작업을 끝마치기 무섭게 내 앞에 존재하는 세상에 균열이 나더니 이윽고 부서져 어딘가로 향하는 통로를 만들어냈다.

       

       “자. 가자꾸나.”

       “이게 제가 있던 곳으로 향하는 통로입니까?”

       “그렇다. 이 반지의 다른 짝이 있는 곳으로 향하는 통로를 연 것이니 대충 맞을 것이다.”

       “…대충이요?”

       “좌표에는 약간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반지를 지니고 있는 녀석 바로 옆에 도착할 수는 없겠지만 그게 무어 큰 문제더냐?

       

       어쨌든 간에 그 세계에만 도착할 수 있다면 되는 것이지 않은가. 어차피 본인이나 그대나 물리적인 거리에 얽매이는 사람은 아니지 않은가.

       

       그런 자잘한 부분은 신경 쓸 필요 없을 터.

       

       “차원을 넘는 통로가 이렇게 쉽게 만들어지다니…”

       “감탄은 되었으니 따라오기나 해라.”

       

       균열 너머의 풍경은 검정의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처음에는 밤이기 때문이라 생각했던 나였지만 하늘을 보면 그게 아님을 알 수 있었다.

       

       해는 물론이요 달과 별조차도 자리하지 못한 채 그저 검고도 검은 색으로 물들어 있는 하늘은 아무리 보아도 정상이라 말하기 어려웠으니까.

       

       “…이건.”

       

       파이스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든 것을 보면 이 세상이 본래 이런 것도 아닌 모양이구나.

       

       이거야 원. 단순히 파이스의 인연을 찾아내기만 할 생각으로 온 것이다마는 생각보다 일거리가 많아질 것 같군.

       

       최소한 본인이 방송을 키기로 한 시간 이전에 모든 것이 끝나면 좋을 텐데.

       

       세상일이라는 게 그리 맘대로 되는 것이 아니니만큼 지금부터 시청자들의 분노를 달랠 방법을 생각해보아야겠구나.

       

       상황이 꺼림칙해졌음을 직감한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백호는 어찌할 줄을 몰라하는 파이스를 보며 긴 한숨을 내쉬고는 이내 파이스의 어깨를 붙잡았다.

       

       “파이스. 당황한 것은 알겠지만 일단은 진정해라.”

       “…아. 죄송합니다.”

       “죄송할 건 없다. 예상치 못한 사태에 당혹을 표하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감사합니다.”

       “감사도 됐다. 어쨌든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이거다. 지금 그대의 옆에는 내가 있고 뭣보다 화령이라는 이름의 초월자가 있다. 대부분의 문제는 가뿐히 해결할 수 있다는 거다. 그러니 빠르게 머릿속 생각을 정리하고 설명해라. 이해했나?”

       “이해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자신의 목소리만으로 당황한 상대를 진정시키고 빠르게 해결책을 찾아내려는 백호의 모습에선 여태까지 보지 못했던 신수다움이 엿보였다.

       

       평상시였다며는 본인도 저를 보며 순수히 감탄을 했을 터이다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구나.

       

       방금 전의 투덜거림이 떠오른 나머지 저게 빠른 퇴근을 위한 발버둥처럼 비쳤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본인이 옅게 웃는 동안에도 파이스는 혼자 무어라무어라 중얼거리면서 빠르게 머리를 정리했다.

       

       아무리 현대에 물들어 허약해졌다 할지언정 파이스 저 놈도 수많은 위기를 넘어왔던 이다.

       

       전혀 예상치 못한 사태에 당황했을지라도 침착을 되찾을 수만 있다면 과거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터.

       

       내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파이스는 머지않아 나름의 결론을 내리고서 입을 열었다.

       

       “아직은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한 일입니다마는. 만약 이게 제가 과거에 본 현상과 똑같은 것이라면 이는 분명 외신의 소행일 겁니다.”

       “외신?”

       “예. 화령님께서 아피스에서 상대하셨던 그 녀석말입니다.”

       “그걸 물은 것이 아니다.”

       

       외신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는 안다. 그 검은 놈은 여전히 내 머릿속에 들어있는 추억 중 하나니까.

       

       “내가 묻고자 하는 것은 그 놈이 어떻게 소행을 벌이냐는 것이다. 분명 내 듣기로 파이스 그대가 처리했다고 들었다만?”

       “그것은 사실입니다. 전 그 녀석을 쓰러트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제대로 처리한 것은 분명하고?”

       “예! 물론입니다! 확신이 없었더라면 본래 세계로 돌아오지도 않았을 테죠!”

       

       내게 반박하는 파이스의 목소리에는 여태까지 저 녀석에게서 볼 수 없었던 열기가 묻어나 있었다.

       

       흐음. 이렇게까지 성을 내는 걸 보면 제대로 마무리를 지은 것은 사실인 듯 한데.

       

       분명 죽었어야 했을 놈이 무언가 소행을 벌였다.

       

       이러한 일이 일어나기 전에 이 세상을 떠났던 파이스는 어찌하여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인지 알지 못한다.

       

       이 이야기를 정리해 보자면 어느 하나 명확한 것이 없노라는 결론으로 이어지겠군.

       

       “그렇다면 결국 이 곳에 거주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게 아니라면 모든 논의가 무의미하겠구나. 그렇지?”

       “…예. 정확합니다.”

       

       결국 해야 할 일은 바뀌지 않았다는 소리다.

       

       그 후에 해야 할 일들이 몇 가지 추가되었을 뿐이지.

       

       외신이라.

       

       파이스가 이야기하길 아피스 속의 외신은 원본에 비하여 한참이나 약화된 상태라 하였다.

       

       만약 그 외신이라는 것이 이 세상에 남아 있다면 그 본체와 주먹을 맞대어 볼 수 있겠구나.

       

       서로 힘의 제약을 두었던 아피스와는 달리 서로의 전력을 다할 수 있는 현실에서의 대치인가.

       

       재밌겠군.

       

       “일단은 발을 움직이자꾸나. 본인의 시간은 제약되어 있으니 말이다.”

       

       방송을 시작할 시간이 되기 전에 문제를 일으킨 원흉을 만나려면 부지런히 움직여야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침 7시에 출근해 최소 다음날 저녁 5시 퇴근 예정인 백호

    노동법은 ㅈ이 맞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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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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