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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04

   검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크라슈는 우뢰성 수준의 검을 구할 수밖에 없었다.

     

   우뢰성 수준의 검.

   그것은 오직 단 하나.

   10대 천검을 찾는 것이다.

     

   ‘10대 천검이 어디서 갑자기 뚝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크라슈는 씁쓸한 웃음을 흘렸다.

     

   게다가 이제는 10대 천검도 아니다.

   성검과 우뢰성을 크라슈가 박살 내 버렸으니까.

     

   8대 천검.

   그중 대부분은 내로라하는 강자들에게 있거나 혹은 골치 아픈 곳에 모셔져 있다.

     

   뒤진다면 못 찾을 것도 없긴 하지만.

   찾아낸다 한들 구하는 건 또 별개의 문제였다.

     

   결국 크라슈는 차선책을 택하기로 하였다.

     

   그가 손에 쥔 새까만 검은색 날의 검을 붕붕 휘둘렀다.

     

   “저번에 부러뜨려 먹었으니, 이번에는 잘써라.”

     

   크라슈는 어깨 위에 앉은 까마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봐야지.”

     

   검의 정체는 다름 아닌 묵검.

   오래전 크라슈가 몇 번이고 검을 부러뜨려 먹자, 크림슨가든이 구해다 준 검이었다.

     

   물론 그런 묵검마저도 결국 깨 먹은 크라슈였지만.

   그래도 당분간 사용하기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정 안 되면 금왕이라도 찾아가 볼까.’

     

   무장공주의 무기를 챙길 수 있는 한 전부 챙긴 금왕이다.

   그녀의 금고에 그럭저럭 쓸만한 검 정도는 하나쯤 있지 않을까 싶다.

     

   ‘이건 나중에 하고.’

     

   크라슈에게는 우선 해야 할 일정이 있었다.

   바로 카란디스와 함께 포세우스로 가기로 한 일이다.

     

   이쪽 일정은 이미 앞에 잡아둔 것인 만큼.

   크라슈는 천검 쪽은 조금 미뤄두고, 이쪽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그렇게 크라슈가 사실상 집이라고 볼 수 있는 이카루스 본부로 돌아왔다.

   크라슈가 걸음을 옮기자 다들 칼같이 자세를 바로 하며 인사해 왔다.

     

   금역을 함께 나아갔던 녀석들의 경우에는 크라슈를 친근하게 대했지만.

   대개척 시대가 열리며 후에 들어온 이들은 크라슈가 최고 단장이었던 탓이다.

     

   이제는 이것도 익숙하다.

   크라슈는 그들의 인사를 적당히 받아주며 걸음을 옮겼다.

     

   “와, 크라슈 단장님.”

     

   그러자 때마침 크라슈는 아는 얼굴과 마주쳤다.

   크라슈는 그를 보자마자 씩하니 웃어 보였다.

     

   “펠레이.”

     

   평민의 영웅, 펠레이.

   크라슈와는 꽤 연이 깊은 라헬른 아카데미 동창생이다.

     

   대개척 시대를 앞장서고 있는 영웅 중 한 명인 그에게 크라슈는 손을 들어 보였다.

     

   “직접 보는 건 오랜만이네.”

   “그러게. 편지로만 소식을 전하고 있었으니까.”

     

   앞서 말했듯 펠레이는 대개척 시대를 이끄는 영웅이다.

   제국에서도 그를 팍팍 밀어주고 있는 만큼, 그는 이카루스 소속으로서 황무지를 열심히 개척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개척해야 할 땅에 세계 침식을 닫는 일이긴 하지만.

   그것도 개척이라면 개척이다.

     

   “일보고 돌아오는 길이야?”

     

   펠레이가 질문하자 크라슈는 자기 턱을 천천히 쓸었다.

   그러고는 비밀 이야기라는 양 크라슈가 펠리이에게 와보라고 손을 까닥거렸다.

     

   의아함을 품은 펠레이가 다가오자, 크라슈는 그의 어깨 위에 팔을 둘렀다.

     

   “다른 녀석들한테는 말해두지 말고, 이번에 좀 힘을 되찾았다.”

   “뭐?”

     

   펠레이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왜냐하면 그 또한 크라슈가 힘을 잃었음을 아는 인물 중 한 명이었으니까.

     

   크라슈가 완전히 힘을 소실한 이후.

   이 소식은 그의 지인에게만 주로 전해졌다.

   천상사강인 용황이 힘을 잃었다는 소식이 퍼져봤자 좋을 건 없으니 말이다.

     

   “정말로? 잘됐다!”

     

   그러자 크라슈의 소식을 들은 펠레이의 얼굴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크라슈와는 오랜 친구 관계인 펠레이다.

   그는 자기 일처럼 크라슈의 힘이 돌아온 것을 반겼다.

     

   저러니, 말해준 보람이 생긴다.

     

   “다음에 대련 한 번 하자.”

   “좋지!”

     

   펠레이가 밝게 웃어 보였다.

   벌써 들떠 보이는 것이 보기 좋다.

     

   그렇게 펠레이와 인사를 나눈 크라슈는 집무실 쪽으로 돌아왔다.

   카란디스와 합류하기 전, 조금 밀린 일을 해둘 생각이었다.

     

   크라슈가 집무실 문을 연 순간.

   크라슈의 시선이 소파에 닿았다.

     

   거기에는 백발의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여성 한 명이 잠을 자고 있었다.

   크라슈가 집무실에서 작업 도중 종종 두르고 있던 재킷을 얼굴까지 당겨 입은 그녀는 새근새근 소리를 냈다.

     

   비앙카 하덴하르츠.

   크라슈의 전 약혼자이자 현 아내 되는 사람이다.

     

   잠에 든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크라슈가 왔음에도 자는 비앙카를 보며 크라슈는 조용히 그녀의 곁에 다가갔다.

     

   그러고는 그녀의 머리맡에 앉아 천천히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무래도 자신이 없던 동안 괜히 그리워서 여기 있었던 모양이다.

     

   비앙카와 지내온 시간만 해도 벌써 십 년이 넘었다.

   이제는 비앙카의 행동만 봐도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알았다.

     

   ‘내 향이 좋다고 했던가.’

     

   종종 크라슈의 품에 안겨 ‘크라슈 님 향 좋아요.’라고 말했던 비앙카였다.

     

   그러고 보니 향을 좋게 느끼는 건 유전적으로 궁합이 좋은 거라던데.

   어디선가 주워들은 거라 정확한 건 모르겠다.

     

   “우웅.”

     

   비앙카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으니, 그녀의 입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비앙카는 그대로 꾸물거리더니 이내 크라슈의 허리에 얼굴을 파묻으며 안겨 왔다.

     

   “크라슈 님, 좋, 아 해요.”

     

   잠결에 하는 소리지만 크라슈의 입에 잔잔한 미소가 그려졌다.

     

   “그래, 나도 좋아해.”

     

   마주하여 대답해 주자 비앙카가 기분 좋은지 크라슈를 더 당겨 안았다.

   한결같이 자신을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포근하고, 안정된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다.

     

   크라슈가 세계를 구한 것에 가치를 느끼는 것도 이런 부분에서 느끼는 것이다.

     

   “언제부터 잤어.”

   “방금 전요.”

     

   비앙카는 아직 눈을 뜨지 못한 채 대답했다.

     

   “더 잘래? 침실에 데려다줄까.”

     

   그러자 싫다는 듯 크라슈의 품에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 모습이 퍽 귀여웠다.

     

   “일어날 거예요.”

     

   비앙카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돌리더니 눈을 감은 채 크라슈에게 얼굴만 내밀었다.

   그 뜻이 무엇인지 알아차린 크라슈는 고개를 낮춰 그녀에게 입맞춤 해주었다.

     

   “히.”

     

   비앙카의 입술이 곡선을 그렸다.

   비앙카는 그대로 몸을 일으켜 크라슈의 입에 직접 다시 입술을 맞추었다.

     

   따스하고 촉촉한 입술이 다시금 닿았다.

   왜인지 몰라도 비앙카의 입술은 늘 달콤한 맛이 났다.

     

   오랜만에 봐서일까.

   비앙카는 입을 맞춘 채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다.

     

   대신, 크라슈의 몸에 조금 더 자기 몸을 붙여왔다.

     

   비앙카의 따스한 향이 코를 타고 느껴졌다.

   옷을 입고 있지만 그녀의 부드러운 살결 또한 동시에 느껴졌다.

     

   비앙카의 숨소리가 조금 가빠졌다.

   어느새 서로의 입술이 열리고 혀가 그 안을 비집고 들어갔다.

     

   타액이 섞이는 소리가 집무실 안을 조용히 울려 퍼졌다.

     

   비앙카는 키스를 상당히 좋아했다.

   크라슈가 비앙카의 어리광을 받아주듯 그녀의 허리를 감싸자, 비앙카의 몸이 움찔거렸다.

     

   키스로 인해 달아오른 몸이 예민해진 것이다.

     

   “푸흐.”

     

   얼마 후 키스를 마치고, 떨어진 비앙카가 크라슈를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잠이 깬 그녀의 푸른 눈동자는 고혹적으로 빛났다.

     

   그러고는 한차례 데구루루 눈동자를 굴리더니 살짝 새침하게 말하였다.

     

   “……침실로 갈까요.”

     

   가게 되면 오늘 하루는 못 나올 거 같다.

     

   크라슈도 20대 중반의 남자다.

   아내의 이런 반응은 여러모로 들끓게 한다.

     

   크라슈가 살짝 비앙카의 허리를 더 당겨 안던 순간.

     

   벌컥!

     

   “비앙카, 크라슈가 왔…….”

     

   문을 열고 등장한 것은 하링이었다.

     

   그녀는 크라슈 위에 올라타고 있는 비앙카와 방 안을 채운 후끈한 분위기를 느끼고, 눈을 깜빡였다.

     

   그러고는 크라슈와 비앙카, 두 명과 동시에 눈을 마주친 하링은 눈썹을 살짝 치켜세우더니.

   이내 그대로 걸어 들어와 크라슈의 팔을 꾸욱 당겼다.

     

   “낮에는 안 하기로 했잖아.”

     

   크라슈가 멋쩍은 얼굴을 했다.

     

   비앙카도 반쯤은 농담이었는지 주섬주섬 내려와 옷을 정돈했다.

   그러자 하링이 살짝 토라진 얼굴로 크라슈의 손을 잡은 채 만지작거렸다.

     

   크라슈가 그대로 손을 벌려 깍지를 끼워주자, 하링의 얼굴은 금세 풀렸다.

   그러자 비앙카도 반대쪽 손을 냉큼 깍지 꼈다.

     

   아내들이 귀여워서 곤란하다.

     

   “크라슈, 어떻게 됐어?”

     

   기분이 풀린 하링이 물음을 던져 왔다.

   그 물음이 무엇인지 아는 크라슈는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이제 24시간 붙어 다니는 일은 없어도 될 거 같아.”

     

   크라슈의 말을 들은 비앙카와 하링이 동시에 화색을 보였다.

     

   “고생했어.”

   “잘했어요.”

     

   두 사람이 동시에 크라슈를 안아오며 고생한 값어치를 톡톡히 보상해 줬다.

     

   “하링 님.”

     

   그러자 비앙카가 하링을 불러왔다.

   그녀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더니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집무실을 걸어 나갔다.

     

   그걸 본 크라슈가 의문을 품고 있자 잠시 후 하링이 검 한 자루를 들고 나타났다.

     

   검을 본 크라슈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왜냐하면 그녀가 들고 온 검을 크라슈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별 구름을 담아낸 검.

   10대 천검 중 하나.

   성운검(星雲劍)

     

   그 검을 하링이 들고 나타났다.

     

   하늘에서 떨어진 별로 만들어졌다는 성운검은 검날을 아예 직접 만들어 내는 우뢰성을 제하면 오러의 감도율이 가장 높은 검이다.

   우뢰성과 다른 장점은 바로 사용자의 출력을 더 증폭시킨 형태로 출력을 내보낸다는 점.

     

   오죽하면 크라슈도 과거 자신의 출력을 고려했을 때.

   우뢰성을 구하지 못하게 된다면 차선책으로 성운검을 떠올렸을 정도다.

     

   당연하지만 10대 천검답게 구하기 굉장히 까다로운 검이다.

     

   어느 오래된 신의 유적에 박혀 있을 거란 것만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는데.

   그걸 하링이 들고 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크라슈 님이 힘을 되찾을 거라고 했으니까요.”

     

   크라슈의 눈이 커졌다.

   하링과 비앙카가 힘을 되찾을 크라슈를 위해 직접 성운검을 구해온 것이다.

     

   하링이 다가와 크라슈에게 성운검을 건넸다.

     

   “꺼내봐.”

     

   하링의 말대로 크라슈가 검집에서 검을 뽑아 들었다.

   그러자 검은 밤하늘을 연상케 하는 검날이 보였다.

     

   먹물 같다는 이름으로 지어진 묵검보다도 더 진한 검은색이다.

   크라슈가 힘을 살며시 불어넣자, 검날에 떠오른 별들이 그 힘에 감응해 별빛을 내뿜었다.

     

   성운검의 힘이 확실하게 느껴졌다.

     

   “……둘 다 고마워.”

     

   가뜩이나 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했는데.

   설마하니 이런 선물을 받게 될 줄이야.

     

   크라슈는 솔직하게 감동했음을 드러내며 둘을 보았다.

   그러자 두 사람은 쑥스러운 듯이 웃었다.

     

   “저희가 해줄 수 있는 건 해주고 싶었어요.”

   “응, 크라슈의 힘을 되찾는 걸 나는 도와주지 못했으니까.”

     

   크라슈가 힘을 잃은 이후, 하링은 연금성주, 달링 단펠리온을 찾아가 여러 영약을 제조해 왔었다.

     

   그런 영약들은 몸을 안정적으로 만드는 데 도움을 주었지만.

   아쉽게도 힘을 되찾는 데는 효과가 없었다.

     

   그 말을 들은 크라슈는 성운검을 놓고, 양팔을 뻗어 두 사람을 끌어안았다.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늘 이상으로 도움 되어 주고 있어.”

     

   크라슈의 솔직한 말을 들은 두 사람이 기쁨을 드러내며 웃었다.

     

   두 사람을 보며 결심했다.

   성운검은 절대 부러뜨려 먹지 않고, 평생 아껴 쓸 거다.

     

   기필코.

     

   [ 지랄 났군. ]

     

   오늘도 크림슨가든의 말은 흘려듣는 크라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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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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