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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04

    <404 – 전율이 흐르는 강함>

     

    <약초기르기에 도전해보자> 강의를 수강한 2학년들과 만델라 카스테라.

    소환수를 도둑질?당하고 격리실의 새끼크라켄을 잃어버린 책임을 져야하는 생산학부 3학년들.

    이들의 난관은 <선상전투①> 강의를 맡은 교수와 교관의 눈을 피해 어떻게 오크노디에게 유의미한 복수를 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아카데미 교수가 마음먹으면 우리 따위는 전부 한 순간에 쓸려나간다. 그러니 절대로 살인을 비롯한 중범죄를 저지를 수는 없다.”

    “그럼 이 많은 인원이 복수를 하러 나설 의미가 없지 않습니까 선배님!”

    “그러니 ‘명분’부터 쌓는다. 놈들의 배가 진행하는 방향에 수경재배에 쓸 약초밭을 만들고 경호용 소환수를 풀어 배에 짓밟히도록 만드는 거다.”

     

    2학년들은 전율했다.

    그렇게 되면 먼저 강의를 방해받은 것은 자신들이다.

     

    “오크노디 본인을 향한 직접공격은 불가능하더라도 강의를 방해한 ‘선박’을 향한 보복은 충분히 용인될만한 상황이 되겠지.”

    “오오!”

    “명분이 생긴 이상, 학생들의 일에 간섭하는 행위는 엘 드라코 교수에게 더욱 위험이 생긴다. 가뜩이나 대해적 출신으로 강제로 아카데미에 붙잡혀와 교수 노릇을 하는 엘 드라코 교수로서는 감수하고 싶지 않은 위험이겠지.”

     

    생산학부 선배가 날카로운 눈으로 만델라 카스테라를 돌아보았다.

     

    “이게 네가 떠올린 작전이겠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사와요! 배움이 부족한 2학년들은 3학년들의 뜻을 전적으로 따를 뿐이랍니다?”

     

    금발트윈테일을 천진하게 흩날리며 시치미를 뚝 떼는 만델라 카스테라의 행동에 3학년은 코웃음을 쳤다.

    명분쌓기를 도운 것부터 예사롭지 않더라니 만에 하나에 대비해서 공모의 위험을 3학년에게 떠넘길 작정인가보다.

    <해양생물학> 실험실 수석조교 사르페돈은 구태여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이미 전날의 공모내용은 마도구에 기록되었다. 발뺌해봤자 늦었어.’

     

    생산학부 고학년 앞에서는 한 입으로 두말해봤자 소용없다.

    의뢰인의 시치미 떼기를 방지하기 위한 기록마도구는 생산학부에 대대로 전해지는 아티팩트니까.

     

    “약초밭이 쓸려나가는 즉시, 배를 공격한다. 물론 진짜 목표는 배의 침몰이 아닌 오크노디를 향한 타격. 공격범위는 오크노디의 주변으로 삼는다.”

     

    계획은 완벽했다.

    변수조차도 그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마도구를 지닌 우리 생산학부 3학년들은 강의 중 학생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3학년 교관들을 습격한다. 이 정도까지는 아슬아슬하게 용인될 수 있다.”

    “어? 사르페돈 님. 저쪽의 교관 녀석들, 이미 뻗어있는데요?”

    “뭐?”

    “관측마도구로 직접 보십시오. 오크노디가 교관들을 쓰러뜨렸습니다. 심지어 타륜까지 자기 손으로 부숴놔서 배를 몰고 도망치지도 못합니다.”

    “하하하하! 하늘이 우리를 도왔구나. 자기를 지켜줄 보호자를 제 손으로 쓰러뜨리다니. 이 또한 손버릇 나쁜 아이가 감내해야 할 업보다.”

     

    손 안 대고 코를 푼 격이 된 생산학부 3학년들은 크게 기뻐하였다.

     

    “소환마법에 더욱 집중해라. 2학년들이 시간을 버는 사이, 이 자리에서 소환의식을 치러 강력한 소환수가 <통제불능>의 상태에 놓여 피치 못한 사고를 일으키도록 유도한다!”

    “오크노디가 아닌 다른 1학년들도 휘말리면 어떡합니까?”

    “그 전에 2학년들이 전부 때려눕히고 범위 밖으로 꺼낼 거다. 부득이하게 오크노디 한 명만은 꺼내지 못하게 되겠지만.”

    “하하. 정말 완벽한 계획입니다!”

    “기뻐하기엔 이르다. 소환의식에 실패하면 죽도 밥도 되지 않아. 당장 의식을 치른다!”

    “옙!”

     

    3학년들이 소환의식에 돌입하는 사이, 만델라 카스테라를 위시로 한 2학년들의 공격이 1학년들이 탑승한 배를 향해 쏟아졌다.

     

    <화염폭발>

    <부식구체>

    <구조붕괴>

     

    선수가 불타오르고 선상구조물이 녹아내리며 갑판의 일부가 뚝 떨어져나갔다.

     

    “우와앗, 배가 갑자기 흔들려!”

    “적의 기습이다!”

    “교수님은 이런 돌발상황까지 만드는 건가!?”

    “지고쿠, 이제 어떡하지?”

    “배를 버리고 달아날까?”

     

    지고쿠를 따라 올라왔다가 오크노디에게 한방씩 당한 지고쿠해적단의 간부, 낸시와 브로도.

    두 사람은 언제나 그렇듯 위기에 처하면 체면 따윈 가볍게 내던지며 달아나는 지고쿠해적단의 방침을 입에 담았다.

    일단 살아야 뭐라도 하지!

     

    “선장님도 배를 지키다가 죽는 것보단 살아서 무사히 탈출하는 것을 더욱 높이 칠 겁니다.”

    “맞아요. 생존보너스는 포기 못 하죠!”

    “뭐 그렇겠지. 이 아카데미는 기본적으로 모든 종류의 위기에서 <살아남기>를 중시하니까.”

     

    지고쿠도 순순히 인정했다.

    발을 빼는 것이 현명하다는 사실을.

     

    “단원들을 데리고 구조정으로 탈출해.”

    “지고쿠 님은 같이 가지 않으시는 겁니까?”

    “누군가는 시간을 벌어야지. 내 한 몸은 알아서 건사할 수 있으니까 먼저 가.”

    “고마워 단장!”

    “단장이 죽거든 오늘의 희생을 기려서 첫 자식의 이름을 지고쿠로 삼을게!”

     

    빈말로도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한 번을 빼지도 않고 쿨하게 먼저 떠나버리는 간부들!

    매정한 반응에도 지고쿠는 피식 웃고 말았다.

    원래 체면이나 양심 따위에 얽매이지 않는 저런 담백한 성격의 녀석들이 오래 살아남는 법이다.

     

    “저깄다, 1학년이다!”

    “어이, 비켜. 너한텐 관심 없으니까.”

    “그럼 누구한테 관심이 있는데?”

     

    지고쿠의 짧은 말에도 선배들은 불편함을 드러내지 않았다.

    학년은 입학한 기수로 정해지지 나이로 정해지는 것은 아니니까.

    연연하는 것이 있다면 개인의 강함.

    지고쿠는 1학년 상급반의 일원이니 보통의 2학년 하급반보다도 명백히 강한 인물이었다.

    그런 인물을 냉대하며 적대하는 위험을 무릅쓰는 대신, 2학년들은 순순히 물음에 답했다.

     

    “오크노디.”

    “뭐 본인을 해치겠다는 것도 아니다. 조금 아픈 꼴을 보게 해줄 뿐이야.”

    “보아하니 원래대로라면 알아서 큰 득점을 얻을 수 있었는데 오크노디의 방해 때문에 망했지? 눈만 감고 지나가. 그럼 우리가 알아서 순위를 바로잡아주지.”

    “교수가 가만있지 않을 텐데.”

    “말했잖아. 눈만 감고 지나가라고. 1학년, 넌 그냥 우리를 못 본 척만 하면 돼. 뒷일은 다 알아서 해줄 테니까.”

    “…”

     

    불타오르고, 지글지글 산에 부식되고, 곳곳에서 배가 무너져 내리는 선창 위.

    지고쿠의 옆을 선배들이 지나쳤다.

     

    탕!!

     

    <자동방어>

     

    “…끝까지 못 본 척만 하면 되었을 것을.”

    “미련하군. 왜 우리를 적대하는 거지?”

     

    지고쿠는 껄렁한 자세로 삐딱하게 서며 선배들을 내려다보았다.

     

    “그야 당연하지. 지고쿠해적단의 부선장 후보를 멋대로 빼앗아가려는 걸 놔둘 리가 없잖아.”

    “너희 해적단의 성적을 나락으로 보낸 오크노디를 영입하겠다고?”

    “갸하핫! 선배들은 모르나본데 한 가지 업계상식을 알려주지. 해적단은 원래 악당이 인기가 많아.”

     

    2학년들이 재빨리 마법을 발동하거나 각자의 무기를 꺼내들었지만 지고쿠의 총은 허공에 떠오르는 마법진이나 손에 들린 무기, 휘둘러지는 무기의 궤적을 모두 눈에 담고 번개처럼 연달아 총탄을 쏟아내었다.

     

    <속사>

    <연사>

    <조준보정>

    <궤도보정>

    <찰나:사격시간>

     

    가파르게 움직이던 총구에서 불이 그쳤을 때, 그녀를 위협하던 2학년들은 모두 무기를 놓치고 공격이 강제로 취소되며 겁에 질렸다.

     

    “도, 도망쳐.”

    “우리가 상대할 수준이 아니야.”

    “흐음. 2학년도 별거 없는데.”

    “큭. 기고만장하는 것도 여기까지다. 신호탄을 쏴.”

    “만델라 님을 여기에?“

    “달리 방법도 없잖아!”

    “큭. 어쩔 수 없군.”

     

    만델라 카스테라.

    2학년 학년수석의 이름이 언급되어도 지고쿠는 시큰둥한 기색이었다.

    아무리 거창하게 불려봤자 눈앞의 애송이들의 대장이라고 생각하면 기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아앗~핫~핫핫하~!”

     

    커다란 웃음소리.

    접근을 감추지 않는 무모할 정도로 당당한 태도.

    귀엽게 흔들리는 트윈테일.

    첫 인상은 인질로 잡으면 돈 좀 되겠네.

    해적으로서는 군침이 돌 정도로 생포하면 돈이 될 냄새가 나는 우수한 <귀족영애>였다.

     

    “수치를 당하고도 아이를 감싸다니, 해적치고는 제법 특이하시군요!”

    “갸하핫! 너처럼 웃는 녀석이 할 말이냐?”

    “아앗핫핫하! 그건 이쪽이 할 말이랍니다!”

     

    그런데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올수록 만델라 영애의 존재감이 무섭도록 크게 느껴졌다.

     

    <위기감지>

    <생존본능>

    <해적의직감>

     

    이 이상 만델라에게 접근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처럼 본능이 경고한다.

     

    <트리거해피>

    <속사>

     

    사격속도를 3배로 올리는 속사.

    여기에 한층 더 사격속도를 10배로 올리는 트리거해피를 접목시킨다.

    탄창 하나로는 감당할 수 없는 연사력을 충원하는 것은 마력으로 빚어낸 마탄.

     

    슈슈슝

     

    복부부터 가슴, 머리로 이루어지는 착탄이 만델라 영애의 몸을 뚫고 지나갔다.

    시험중인 1학년들과 달리 몸을 감싸는 마나역장이 없기에 벌어진 현상.

    그러나 살해를 저지른 장본인의 얼굴에는 긴장감만 더해졌다.

     

    스스슥

     

    구멍이 뚫렸던 만델라 카스테라의 몸이 원형을 되찾았기 때문이다.

     

    “제 점수는요~~ 45점! 연사력은 뛰어나지만 사격부위를 분산시켜서 결정타! 라는 느낌이 안 드네요. 결정타는 이렇게 먹이는 거랍니다?”

    “…!”

     

    가녀린 여자의 몸에는 어울리지 않는 비현실적인 괴력으로 커다란 망치를 들어 올리는 만델라.

    그녀의 망치가 풀 스윙으로 <끌어치기>를 날리자 지고쿠는 <충격탄>을 지척의 지면으로 발사하며 서있던 위치로부터 급히 뒤로 이탈했다.

     

    쿵.

     

    가뜩이나 불안정한 선창이 폭삭 주저앉았다.

    층 전체가 무너지며 아래층 복도로 추락하는 지고쿠.

    다양한 속성탄을 총동원해서 저항을 시도해보지만 그 모든 시도가 무색하게 만델라는 모든 공격을 흘려보내고 섬뜩한 역습으로 지고쿠를 궁지로 몰아붙였다.

     

    “이딴 공격, 몇 번을 해도 안 맞아.”

    “아앗핫핫하! 당신이 맞을 거라는 기대는 조금도 하지 않았답니다. 하지만 소중한 동료 분들이 머무를 배가 무너지는 것은 피할 수 없겠죠!”

    “그런 일을 우리 교수가 지켜볼 것 같아?”

    “그럴 것 같답니다. 저희도 교수님이 있으니까요!”

    “…!”

     

    끊임없이 만델라를 피해 물러서던 지고쿠의 기감에 익숙한 기척들이 감지되었다.

    구명정을 막 내리고 탈출하려던 지고쿠해적단이 그녀의 뒤에 있었다.

     

    “자아, 더 물러날 수 있겠나요? 소중한 단원들이 등 뒤에 있는데!”

    “크윽…!”

    “서, 선장…”

    “우리 따윈 신경 쓰지 말고 싸워요!”

    “어차피 교수님의 보호막이 있다고요!”

     

    더는 물러날 수 없다.

    지고쿠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재능이 개화하지 못한 단원들.

    그들의 부족한 성적으로 2학년 진급에 필요한 학점을 채우려면 이 강의에서 반드시 성과를 거두어야 함을.

    간부급은 몰라도 단원급은 한 명이라도 무의미하게 보호막을 잃었다간 낙제의 위기에 처한다는 사실을.

    지금 그녀가 한 걸음을 물러나면 단원 한 명이 2학년 진급에 실패한다.

     

    “못 물러나겠다면?”

    “아픈 꼴을 당해야겠죠?”

     

    절체절명의 위기.

    이길 자신은 없지만 어떻게든 맞선다.

    지고쿠가 뒤가 아닌 앞으로 한 걸음을 내딛으려는 순간이었다.

     

    구구구구궁.

     

    “뭐, 뭐야 이 진동은!”

    “수면이다. 수면에서부터 피어났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지!?”

     

    만델라의 고개가 삐딱하게 기울었다.

    소환의식?

    아니, 너무 빠르다.

    이 타이밍은 3학년들이 저지른 짓이 아니다.

    그렇다면 누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가.

     

    “다들 바쁘신 와중에 죄송한데 잠깐 우리 응애부터 물에 풀어줄게요!”

     

    범인은 구명정 사이에 숨어있던 오크노디.

    어마어마한 마력파장의 발원지에는 상자에서 호다닥 달아나 물속으로 달아나는 응애크라켄이 있었다.

    그에 호응하듯 앞선 진동보다 더욱 거대한, 영혼이 떨리는 울림이 해저 저편에서부터 만델라뿐만 아니라 물 위의 모든 사람들을 덮쳤다.

     

    “영역전개에서 비롯되는 공명현상…!?”

     

    작은 영역의 기운이 막대한 마나를 펼쳐내며 공간을 장악한 자에게 호응하며 일어나는 현상.

    하늘에 닿은 천재의 재능을 지닌 만델라 카스테라에게 공명현상은 낯선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규모가 달랐다.

    이것은 바다 전체를 뒤덮는 공명현상.

    이만한 초거대영역은 감히 인간에게는 허락된 것이 아니다.

     

    “응애야 잘 가!”

    “무오오오옹!”

     

    새끼크라켄의 부모.

    심해의 대괴수 성체크라켄이 급속도로 수면 위로 부상하는 전조현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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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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