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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05

       하나의 고비를 넘기고 더욱 단단해진 백우진과 조원들.

         

       혈교의 준동을 막아낸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그들은 빠르게 다음 일을 논의했다.

         

       “이제 다들 알겠지만…, 우리의 최종 목표는 마교야.”

         

       숙연해지는 분위기.

         

       이백 년에 걸쳐 준비한 혈교의 준동마저 멋지게 막아낸 그들이라고 해도, 마교의 이름 앞에선 조금도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되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는 말.

         

       그리고 이는 마교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이었다.

         

       그들은 중원 무림의 기나긴 역사 속에서 단 한 차례도 사라진 적 없는 집단이기에.

         

       적막 속에서 제갈연지가 손을 들어 올렸다.

         

       “마교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가 너무나도 많아요.”

       “그렇겠지.”

         

       마교가 똬리를 튼 곳은 십만대산.

         

       험준한 산세와 더불어 한 번 들어서면 절대 나오지 못한다고 알려진 죽음의 대지, 마경에 의해 보호받고 있다.

         

       그곳으로 대군을 이끌고 가기 위해선 길부터 터야만 했다.

         

       험준한 산맥을 정면에서 넘나드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으니, 필연적으로 마경을 안전하게 넘는 방법을 찾아내야 하는데.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이미 한 차례 마경을 경험해본 적 있는 그다.

         

       그곳에 가득 들어찬 마기가 얼마나 지독한지 알기에 더욱 쉽지 않게 느껴졌다.

         

       복잡해지는 생각을 애써 떨쳐낸 그는 조원들을 향해 말했다.

         

       “당장 십만대산에 있는 마교를 도모할 생각은 없어.”

         

       십만대산의 본거지를 도모하는 것보다 더 급한 일이 있기 때문.

         

       “우리가 앞서 해야 할 일은 천마의 목표부터 파악하는 거야.”

         

       그의 말에 의아함을 느낀 구왕수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천마의 목표라면 당연히 중원 아니야?”

         

       그러자 가까운 곳에 앉아 있던 당선영이 짓궂은 미소를 그리며 턱짓으로 백우진을 가리켰다.

         

       “흐응…, 글쎄. 어쩌면 중원보다 한 사람을 갖고 싶어 할지도.”

       “으음.”

         

       침음성을 흘리며 슬쩍 고개 돌리는 백우진.

         

       이상해진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황급히 입을 연다.

         

       “너희들은 모르지만, 우린 이미 천마와 동선이 두 번이나 겹쳤어.”

       “두 번…?”

         

       그는 천마와 동선이 겹쳤던 두 개의 사건을 일러주었다.

         

       태백호를 마주했을 때 한 번.

         

       혈교주를 상대할 때 또 한 번.

         

       “천마는 그곳에서 무언가를 빼앗아 갔어.”

       “무언가라면…?”

         

       도경의 물음에 백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나도 몰라. 그녀가 가져간 것이 심상치 않은 물건이라는 것밖에.”

         

       하나는 영물이 지키고 있었고, 다른 하나는 이백 년 묵은 노괴가 심장에 박아두었다.

         

       그러한 물건들이 시시껄렁한 물건일 리는 없을 테지.

         

       “우리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부터 시작할 거야.”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

         

       상대를 알고 싸워야 패배를 면할 수 있는 법이다.

         

       그러니 다른 것보다 그녀가 빼앗아 간 물건이 무엇이고, 그것으로 무얼 할 수 있는지부터 알아보는 게 가장 급했다.

         

       “하면 그것이 무엇인지는 어찌 알아내오? 천마에게 직접 물어볼 것은 아니지 않소.”

         

       어떻게 생겼는지, 크기는 어떤지조차 알 수 없는 물건을 무슨 수로 찾을까.

         

       아무런 단서조차 없는 상황이라면 막막하기 그지없겠으나, 다행히 한 가지 남았다.

         

       그녀가 빼앗아 간 물건이 무엇인지 알아볼 수 있는 미약한 실마리가.

         

       “혈교의 본거지에서 가져온 서책들에서부터 시작하면 돼.”

         

       다른 곳도 아니고 무려 심장이다.

         

       펄떡펄떡 뛰어대는 심장을 뚫는 위험과 고통까지 감수해 가며 심장에 넣어두었다는 건 분명 그럴 만한 사정이 있거나, 제게 큰 이득이 되기 때문일 터.

         

       “혈교의 본거지에서 가져온 물건 중에 그럴싸해 보이는 건 전부 추려내.”

         

       혈교의 신물이든, 무공이든, 특별한 의식이든, 사람이든.

         

       조금이라도 미심쩍은 게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파고들어 의문을 해소할 요령이다.

         

       시간이 아무리 걸려도 어쩔 수 없다.

         

       지금 그들이 기댈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그것뿐이기에.

         

       “맹주님께 부탁해서 열람 허락은 받아뒀으니 오늘부터 바로….”

         

       그의 말이 끝나갈 즈음.

         

       드르륵

         

       굳게 닫혀 있던 집무실의 문이 열리고 낯익은 두 얼굴이 걸어 들어왔다.

         

       “늦어서 죄송해요.”

       “미안….”

         

       유화연과 신예화.

         

       ‘백우진’을 떠나보낸 이후로 침소에 틀어박혀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그녀들이 마침내 밖으로 나와 모습을 드러낸 것.

         

       “뭐가 됐든 저희도 거들 수 있게 해주세요.”

       “응…, 뭐든 군말 없이 따를 테니까 부담 없이 얘기해 줘.”

         

       여전히 슬퍼 보인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받아들이긴 했어도 슬픔까지 온전히 해소하지는 못한 모양.

         

       그러는 와중에도 결연한 의지가 형형하게 빛나고 있다.

         

       그걸 보고 있으면서도 백우진은 그녀들을 시험했다.

         

       “더 이상 두 사람이 날 따를 이유는 없어.”

       “아뇨, 있어요.”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대답하는 유화연.

         

       그 뒤를 이어 신예화가 말을 이었다.

         

       “우진이가 걸어야 했을 길을 대신 걸어주는 거니까…, 힘이 되고 싶어.”

       “당신 혼자서 걷게 두고 싶지 않아요.”

       “…….”

         

       떠나기 전 ‘백우진’은 그에게 힘이 되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의 말이 없었다고 해도 그녀들은 백우진을 저버리지 않았을 것이다.

         

       제 연인을, 소꿉친구를 대신하여 고난의 길에 오른 이 아닌가.

         

       그를 내버려 둔 채 제 안위만을 찾아가는 것은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뭐, 좋아.”

         

       등 떠밀려 돕는 게 아니라는 것만 알면 되었다.

         

       그것만 아니라면 굳이 그녀들의 의지를 억지로 꺾을 필요 따윈 없을 테지.

         

       “지금부터 천마의 목적을 알아볼 거야. 두 사람도 다른 조원들을 도와줘.”

       “그러죠.”

       “응…!”

         

       백우진을 제외한 나머지 조원들이 집무실을 빠져나간다.

         

       혼자가 된 그 또한 자리에서 일어나 어딘가로 걸음을 옮겼다.

         

       그가 향한 곳은 정사연합을 이끄는 두 대장이 모여 앞으로의 일을 논하는 자리.

         

       “요즘 자주 보는군.”

       “이번에는 무슨 일인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내려다보는 무림맹주와 사흑련주의 앞에 선 그가 입을 열었다.

         

       “연합의 해체를 뒤로 미뤘으면 합니다.”

       “해체를 말인가?”

       “이유를 말하라.”

         

       천마.

         

       그리고 그녀를 신처럼 따르는 마교를 효과적으로 저지하기 위해선 연합의 힘이 필요하다.

         

       정파와 사파로 나뉜 두 세력이 아닌, 하나로 뭉친 단일세력의 힘이.

         

       이를 이뤄내기 위해선 사흑련주와 무림맹주 두 사람을 설득해야 하는 상황.

         

       백우진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사실을 그들에게 털어놓았다.

         

       “…쉬이 믿을 수 없는 말들이군, 그래.”

         

       정보를 전해 들은 사흑련주의 담백한 감상이었다.

         

       “본 맹주 또한 련주의 말에 동감하네.”

         

       믿기 어려운 것은 무림맹주 또한 마찬가지.

         

       보기 드문 영물의 존재와 그가 지키는 물건.

         

       혈교주의 심장에 있던 무언가.

         

       그것까지는 어떻게 믿을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이 믿기 어려운 것은 다름 아닌 백우진이 말한 천마의 행동 그 자체였다.

         

       “오로지 패도만을 걷는 천마가 남몰래 무언가를 꾸미고 있다…라.”

         

       마교를 이끄는 천마는 언제나 패도만을 걸었다.

         

       길을 가로막는 것이 있으면 부수고, 오직 힘을 통해 가지고 싶은 것을 빼앗는다.

         

       중원을 도모하는 방식 또한 마찬가지.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군.”

       “마교가 변화를 추구하기 시작한 것인가…, 아니면 당대 천마가 독특한 것인가.”

         

       어느 쪽이든 백우진의 말대로 그녀가 무언가를 획책하고 있다면 이는 중요한 문제.

         

       “자네의 말이 사실이라면…, 연합의 해체를 미뤄야겠지.”

         

       혈교의 준동 또한 중원을 발칵 뒤집어엎을 만큼 위험천만한 순간이었지만, 마교의 준동이 가져다주는 위험은 명백히 그보다 한 수 위.

         

       연합의 해체를 미루고 하나의 힘으로 마교를 상대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증거가 필요하네.”

       “증거…말입니까?”

       “그렇네. 아무리 본 맹주와 련주가 연합을 이끌어 나간다곤 하나, 모든 일을 독단적으로 처리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맹주의 말에 련주가 동감하듯 고개를 끄덕인다.

         

       “하물며 평소 사이가 안 좋은 두 세력일세. 연합을 이어가기 위해선 그만큼의 명분이 필요한 건 당연하지 않겠나.”

         

       그들의 말대로다.

         

       사흑련 하나만이라면 련주의 힘으로 찍어누를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연합은 두 거대 세력을 주축으로 한 연합체.

         

       연합을 온전히 유지하려면 그들 모두가 납득할 만한 무언가가 필요할 터.

         

       고작 천마가 무언가를 가져갔다, 라는 식의 얘기로는 부족했다.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무림맹주와 사흑련주를 설득하는 데에 성공한 것만도 놀라운 일이다.

         

       만약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꺼냈다면 헛소리하지 말고 일이나 하라며 돌려보냈을 테지.

         

       “알겠습니다. 조만간 그럴싸한 증거를 찾아 가져오도록 하겠습니다.”

       “고생 좀 해주게나.”

       “필요한 것이 있다면 뭐든 말하도록 하고.”

       “예.”

         

       정중한 인사와 함께 밖으로 나온 백우진.

         

       조원들이 혈교의 본거지에서 가지고 나온 서책들을 눈 빠지게 쳐다보고 있을 서재로 가 한손 거들기 위해 다가가고 있을 때였다.

         

       “백우진 대협…?”

         

       뒤를 돌아보니 연합의 무인이 땀을 뻘뻘 흘리며 서 있었다.

         

       “무슨 일이오.”

       “그것이…, 밖에 대협을 뵙겠다고 찾아온 분이 계셔서 말입니다.”

         

       미간을 살짝 찌푸리는 백우진.

         

       최근 약재며 영약을 손쉽게 얻기 위해 중원의 수많은 인사들을 만나온 그였다.

         

       그들로 인해 적지 않은 정신적 피로를 겪은 탓에, 당분간은 누구와도 만나지 않겠다고 말해두었건만.

         

       “미리 얘기했듯 당분간은 누구와도 만나고 싶지 않으니 돌아가라고 전해주시오.”

         

       그리 말하고 돌아서려 할 때, 무인이 다급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저, 저도 그리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대협께 긴히 할 말이 있으니 꼭 만나야겠다고 성화를 부리시는데…, 이게 또 보통 분이 아닌지라 물리치기가 굉장히 난감한 상황입니다요.”

         

       무인의 난색 어린 표정에 백우진이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보통 분이 아니라니, 대체 누구기에 그러는 것이오?”

       “그, 그것이…, 모용세가의 가주님이십니다.”

       “……?”

         

       전혀 예상치 못한 이가, 예상치 못한 시기에 찾아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그럼 저는 다음 편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셔요. (_ _)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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