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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05

       하늘을 내달리던 우리를 향하여 불꽃을 쏘아낸 녀석의 목덜미를 붙잡은 나는 그 녀석의 모양새를 관찰했다.

       

       녀석의 기본적인 생김새는 원숭이를 닮아있다. 얼굴이나 사지나 꼬리나.

       

       다만 기괴한 것이 허리춤에 이리저리 뒤틀린 날개 비스무리한 거시 달려 있는데다가 손 끝에 달린 발톱은 철로 만든 것처럼 튼튼하고 날카롭고 완연히 검은색으로 물들어 동공조차 보이지 않는 눈은 이딴 걸 생물이라고 불러야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품게 했다.

       

       내 이런 놈을 한 번만 보았더라면 돌연변이겠거니 생각하고 말았을 터이다마는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생기가 느껴지는 곳을 향해 움직이는 동안에 마주한 것만 하더라도 열댓은 되었으니까.

       

       “이 곳의 생물들은 원래 이렇게 기괴하더냐?”

       

       슬슬 이 세상이 본래 이런 것일까에 대한 의심이 생겨나 원숭이를 집어던지며 물었더니 파이스가 쓴웃음을 지었다.

       

       “아뇨. 그럴리가요. 이 곳에 사는 생물들은 지구의 생물과 대개 비슷합니다.”

       “그럼 왜 이 숲에는 이런 기괴한 것들밖에 없는 것이야?”

       “외신의 영향입니다. 녀석의 힘이 여러 동물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이지요.”

       “호오. 그것 참 재미난 이야기구나.”

       

       이렇게 광범위하게 영향을 끼칠 정도로 강대한 힘을 지니고 있단 것인가.

       

       점점 더 그 외신이라는 것을 마주했을 때가 기대되는구나.

       

       최소한 반나절 안에는 만나고 싶은데. 그리 생각을 하며 다시 걸음을 옮기던 중 저 멀리에서 희미한 생기가 느껴졌다.

       

       여태 본인이 마주했던 여러 기괴한 것들과 비슷하면서 훨씬 규모가 커다란 기운 또한.

       

       “먼저 움직일 테니 알아서 따라와라.”

       “네? 잠시. 화령님?!”

       

       세상을 접어 걷는 것으로 생기 근처에 도착한 순간 내 눈에 담긴 풍경은 마을이었다.

       

       전쟁을 대비하듯 드높이 둘러진 목책.

       

       그 앞에서 나무로 된 창을 들고 있는 이들.

       

       무언가가 타는 냄새.

       

       피비린내.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비명.

       

       아이의 울음소리.

       

       사람들의 고함소리.

       

       절망에 빠져 신을 원망하는 소리.

       

       그 너머에서 들려오는 기분 나쁜 웃음소리. 목책을 두들기는 무언가의 소리.

       

       높다란 목책의 너머로도 보이는 무언가.

       

       키는 인간 장정 다섯을 합친 것보다 더 카다랗고.

       

       몸은 너무나도 커다랗고 두터워서 도저히 생물이라 여겨지지 않으며.

       

       손에 들린 몽둥이는 어지간한 주택을 한 번에 깨부실 수 있을 것처럼 위협적이고.

       

       어둠 속에서 빛나는 하나 뿐인 눈에는 누구라도 알 수 있을 오만함이 서려있다.

       

       허어. 육신의 강함에 취하여 수련을 게을리 한 쓰레기 주제에 제가 강한 줄 알고 뻗대는 것이 영 거슬리는 구나.

       

       “이봐! 당신 누구야!”

       

       옆에서 들려 온 외침에 고개를 돌리자 가죽 갑옷을 입은 이가 보였다. 겁에 질린 것이 훤히 보이거늘 자신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움직이는 자인가.

       

       “대답해!”

       

       누구냐. 라. 평소 같았으면 무시하고서 지나쳤을 터이나 나중에 이런저런 것을 물어야 할 터이니 한 마디 정도는 해둘까.

       

       “용사의 일행이다.”

       

       가뿐히 대답을 하고서 허공을 밟는다.

       

       불타는 건물을 지나치고.

       

       사람들의 비명을 지나치고.

       

       필사적으로 창을 내지르는 이들을 지나치고.

       

       드높은 목책을 지나쳐.

       

       어둠 속에서 빛나는 외눈의 앞에 섰다.

       

       “인가아아안!”

       

       거. 녀석. 말 안에 담긴 내용도 없으면서 목청 하나는 더럽게 크구나.

       

       나름 이 기괴한 무리를 이끄는 것처럼 보였기에 지성을 기대했거늘 이래서야 본인의 권능으로 말뜻을 번역하는 의미가 없지 않은가.

       

       내 이런 말 하긴 그렇다마는 애견 카페에서 보았던 강아지가 그대보다 말을 더 잘 하는 것 같구나.

       

       “죽인다아아아!”

       “시끄럽다. 빌어먹을 것아.”

       

       턱을 걷어차는 것으로 녀석의 입을 닫을 생각이었다만 내가 생각한 것보다 외눈의 거죽이 허약했다. 적당히 턱뼈만을 부술 생각이었는데.

       

       강제로 입이 닫히며 혀가 잘리고 이빨이 부러질 줄이야. 이래서야 완전히 전의를 잃어버리지 않으냐.

       

       “으으. 으어어.”

       

       거뭇한 피와 함께 괴상한 소리를 지껄이는 걸 보며 곰방대를 꺼내어 입에 물었다.

       

       뭐어. 되었다. 슬슬 저 멀리서 백호와 파이스의 기운이 느껴지기도 하니 적당히 마무리를 짓자꾸나.

       

       지금 마을의 목책을 둘러싸고 있는 불길한 것들의 수는 상당했으나 그건 본인에게 별 의미를 지니지 못했다.

       

       아무리 수가 많다고 한들 무어 달라질게 있겠느냐. 그 하나하나가 오합지졸에 불과할 지언데 말이다.

       

       주변으로 본인의 내기를 퍼트린다. 세상의 모든 것을 집어 삼키고자 하는 포악한 것들은 이 세상에 퍼져 있는 마력의 앞에서도 머뭇거리지 않았다.

       

       마력이건. 내기건. 무엇이건 간에 제 입에 넣을 수만 있다면 족하다는 것처럼.

       

       그리고서 얼마 지나지 않아 본인의 내기가 기괴한 것들의 위를 완전히 메워버린 그 순간.

       

       앞으로 한 걸음을 내딛었다.

       

       단순히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걸음이 아닌.

       

       하늘을 부수고 스스로 하늘이 된 자가 지상을 즈려밟기 위한 걸음을.

       

       그것으로 끝이었다.

       

       지상에 자리하던 기괴한 것들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바닥에 얼굴을 파묻어야 했다.

       

       주변이 고요해진 것을 확인하고서 바닥에 내려왔더니 두려움으로 가득한 이들의 시선이 보였다.

       

       방금 전 본인이 이들을 구원했음에도 불구하고 도움을 주었단 사실보다 본인이 보여주었던 압도적인 힘에 공포를 느끼는 것이다.

       

       워낙 익숙한 일이었던지라 억울함이 느껴지지도 않았다.

       

       단체로 머리를 처박고 살려 달라 빌지 않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지.

       

       파이스가 올 때까지 기다릴 요량으로 입을 다물고 있으려니 군중의 한 가운데에서 나이가 지긋한 이가 튀어 나왔다.

       

       “이름 모를 위대한 분이시여.”

       “겉치레는 되었다. 본인은 그런 걸 좋아하지 않으니.”

       “도움에 감사를 표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분명 내 겉치레는 되었다고 말했던 것 같다만 이들의 귀가 그리 좋지는 않은 모양이야.

       

       내 불편하다는 티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마을의 이들은 멈출 줄을 몰랐다.

       

       하아. 차라리 방금 전처럼 공포에 질려 있는 편이 나았던 것 같구나. 어쩔 수 없지. 파이스가 오기 전까지 슬쩍 위협을 해둘까?

       

       “여러분들!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그리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파이스가 하늘에서 떨어지듯 내려왔다.

       

       이것 참 아쉽게 되었구나. 조금만 더 늦게 왔더라면 이들 중 절반은 실신한 상태였을 터인데.

       

       “…용사님?”

       “예. 용사 파이스 스코비아입니다. 촌장님. 예전에 뵈었었는데 기억하시는지요.”

       “당연히 기억하지요! 저희가 어찌 용사님의 얼굴을 잊겠습니까!”

       

       주민 중 가장 나이든 이가 반가움을 드러냄에 따라 모든 경계가 눈 녹 듯이 사라졌다.

       

       건물 근처에 숨어있던 아이들이 튀어나와 파이스의 근처로 달려왔고.

       

       마을의 주민들은 존경과 반가움을 드러냈으며.

       

       개 중에는 파이스의 모습을 보고서 두 손을 꼭 쥔 채 기도를 올리는 이들마저 있었다.

       

       이러한 풍경을 보고 있자니 새삼 파이스의 인품을 알게 되는 구나. 얼굴을 보이자마자 저들은 본인의 공포로부터 구원해 내다니.

       

       “뒤 편에 계신 분은 제 일행입니다.”

       “아! 죄송합니다! 용사님의 동료님! 실례를 끼쳤습니다! 최근 많은 일이 있었던지라!”

       “되었다. 신경 쓰지 마라.”

       

       얼굴을 보자마자 칼을 휘두른 것도 아닌데 무어 사과를 하느냐.

       

       내가 손을 휘휘 내저었더니 자비롭다느니. 아름다우시다느니. 고풍스럽다느니 뭐니 하는 이야기가 연이어져서 울려 퍼졌다.

       

       하. 진짜 저 놈의 호들갑들은.

       

       “촌장님. 오랜만에 재회를 한만큼 저도 여유로이 대화를 나누고 싶으나 지금은 상황이 그렇지 못합니다. 그러니 몇 가지 여쭤보는 것에 대답을 해주십시오.”

       

       내 곰방대를 슬며시 입에 물었더니 파이스가 목소리를 드높였다.

       

       “이 세상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돌아온 지 얼마 안 되셨군요?”

       “예. 그렇습니다.”

       “저는 자그마한 시골의 촌장인지라 많은 것을 알진 못합니다. 그래도 제가 아는 것은 모두 다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촌장이 설명해주는 이야기를 정리하자며 이러했다.

       

       파이스가 자신의 세계로 돌아가고서 3년이 지났을 무렵. 외신이 다시금 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녀석은 과거 자신이 저질렀던 실수를 만회하듯 처음부터 전력을 다해 세계를 집어 삼키려 들었다.

       

       하늘을 어둠으로 물들여 빛을 빼앗고. 대지를 자신의 힘이 담긴 불길한 생명으로 가득 채웠으며. 세상 이곳저곳에 저주를 흩뿌리는 것으로 인간이 살기 어렵게 한 것이다.

       

       “오시는 길에 보셨을 겁니다. 기괴한 생명이 숲을 가득 채운 것을.”

       “…말도 안 됩니다. 그 때 전 녀석의 흔적조차도 남겨두지 않았단 말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녀석이.”

       “죄송합니다. 용사님. 전 자그마한 마을의 촌장일 뿐인지라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많습니다.”

       

       촌장이 고개를 숙임에 따라 파이스의 입이 틀어 막힌다.

       

       당황한 티가 나는 것이 자신의 감정이 거세게 튀어나올 줄 몰랐던 것이겠지.

       

       어찌할 줄 몰라 하며 당신에게 화를 낸 것이 아니라 이야기하는 녀석의 목덜미를 붙잡아서 뒤로 빼냈다.

       

       “그대들이 자세한 사안을 모르다면 어디로 가야 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

       “그에 대해서라면 파이스님께서 더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옆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파이스가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모양새를 보아하니 짐작 가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구나.

       

       “말해보거라.”

       “왕성으로 가야 합니다. 과거 제가 이 곳에 머무를 때에 그 곳이 외신에 대항하는 중심이었으니. 지금 이 순간에도 분명 그럴 것입니다.”

       “여기에서 왕성까지는 얼마나 걸리지?”

       “방금 전 같은 속도라면 1시간으로 족할 겁니다.”

       

       1시간이라.

       

       멀군. 멀어. 너무나도 멀어.

       

       시간제한이 걸린 상황에서 1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어.

       

       “파이스. 그 공주라는 자와 관계된 물건은 없느냐?”

       “…차원을 넘으시려고요?”

       “그게 제일 빠르잖으냐.”

       

       괜한 소리는 되었고 내놓기나 하거라. 내 손을 내미는 것으로 녀석을 겁박했더니 파이스가 우물쭈물거렸다.

       

       무어냐.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 꼬맹이마냥.

       

       “파이스. 자꾸 그런 식으로 나온다면 내 힘으로 빼앗는 수밖에 없다만?”

       “…이미 가지고 계십니다. 화령님.”

       “호. 네가 준 반지가 그 공주라는 자의 것이더냐?”

       “예.”

       

       그렇다면 진즉에 이야기를 했어야지.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파이스를 옆으로 치운 나는 이 곳에 올 때 그랬던 것처럼 공간을 뛰어넘는 문을 만들어냈다.

       

       자. 가자꾸나. 그 공주라는 자를 만나러.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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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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