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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05

   “당신 말이야. 또 다쳐오고 그러면 나 이번에는 정말로 화낼 거니까.”

     

   비앙카와 하링에게 선물 받은 이후.

   크라슈는 카란디스와 함께 일을 보고 돌아온 아스트리아에게 미리 한 소리 들었다.

     

   크라슈가 힘을 되찾은 것은 기쁘지만.

   늘 크라슈를 치료해 왔던 아스트리아였기에 괜히 옛날처럼 될까 봐 걱정되기 시작했다.

     

   크라슈도 아스트리아의 반응을 이해하지 못한 건 아니다.

   한동안 크라슈가 다칠 일이 없다는 것만으로 부쩍 얼굴이 밝아진 아스트리아니까.

     

   “신성 왕국 쪽 일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어.”

   “딴말하기는.”

     

   크라슈가 자연스레 말을 돌리려 하자 아스트리아는 눈총을 주면서도 이야기해 주었다.

     

   “딱히 별일은 없어. 그런데 확실히 최근 신들의 접촉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야.”

     

   크라슈가 최근 신계에 더 집중한 이유는 신성왕국 프리만 쪽 소식도 있었다.

   그건 다름아닌 금역이 있을 때는 한창 자신들의 스킬을 뿌리지 못해 안달이었던 신들의 움직임이 최근 5년 사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신성 왕국에서도 여러 논쟁이 오고 가고 있었다.

   이 소식은 크라슈도 꾸준히 보고를 받아온 만큼, 크라슈가 자리를 비웠을 때 아스트리아가 프리만을 방문하고 왔었다.

     

   “이대로라면 아마 10년 내로 더 이상 신과 계약하는 이들은 없지 않을까 싶을 정도긴 해.”

     

   크라슈가 턱을 천천히 쓸었다.

   

   신들은 자신들의 격을 올리기 위해 인간이 지닌 재능을 원한다.

   그렇기에 자신들의 권능인 스킬을 부여해 주고, 그 대가로 인간이 죽었을 때 사후의 재능을 받아 간다.

     

   ‘자기들 격을 올리지 못해서 안달인 신들이 계약을 줄인다고.’

     

   이 점에 관해서는 크라슈도 의문이었다.

     

   신계에 관해 모르는 게 많아서일까.

   자꾸만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 연거푸 발생했다.

     

   ‘정보의 부족인가.’

     

   회귀 덕분에 정보의 우위 점에 섰던 것이 이제는 무의미함을 새삼 깨닫는다.

   세상은 이제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날지 한 치 앞을 몰랐다.

     

   [ 어쩌면 스킬의 계약보다 더 중요한 게 그놈들한테 생긴 걸지도 모르지. ]

     

   그러는 순간 크림슨가든이 다른 쪽 방향성을 제시했다.

     

   인간의 재능을 취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

   그것이 무엇인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지만, 만약 그런 게 있다면 앞으로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

     

   ‘묵시록의 4기사, 신계, 일이 아주 끊이지를 않네.’

     

   기어코, 금역을 닫아 멸망의 마녀까지 무찔렀더니 웬걸.

   이 망할 세계는 아직까지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험을 무수히 많이 품고 있었다.

     

   한차례 숨을 내쉰 크라슈는 낙담하지 않았다.

   그걸 해결해 보기 위해 지금 여러 사람이 움직이고 있지 않던가.

   크라슈 혼자서 고민해 볼 일은 아니다.

     

   ‘괜히 벌집 쑤시는 것만 아니면 좋겠는데.’

     

   그렇다고 해서 타고남이 일이 터질 때까지 손 놓고 있을 만한 성격이 못 된다.

     

   일이 터지고 나서는 뭐든 늦는 법.

   기껏 지킨 세계를 잃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고마워. 또 다른 소식이 오면 알려주라.”

   “말로만?”

     

   아스트리아가 살짝 심술궂은 얼굴로 크라슈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말속에 숨은 의미를 알아차린 크라슈는 도리어 짓궂게 웃었다.

     

   “아스트리아, 제일 최근에 한 게 너야.”

   “읏.”

     

   아스트리아의 얼굴이 순식간에 화악 붉어졌다.

   그녀는 입술을 꾸물거리더니 자기 치마를 양손으로 꽉 쥐었다.

     

   “다, 당신도 좋다고 한 거잖아!”

   “좋아했던 거야 맞긴 한데.”

     

   크라슈가 느끼기를 아스트리아는 다른 애들보다 성욕이 강했다.

   성녀로 살아오면서 성욕을 드러내는 것을 최대한 숨기는 삶을 살아서 그런가.

   유달리 성욕이 두드러진 편이다.

     

   나름 체력 좋은 크라슈도 종종 아스트리아의 성욕에는 밀리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 그리고 당신도 내 거 만지는 거 좋아하면서.”

     

   아스트리아가 자기 가슴을 슬그머니 강조했다.

     

   아무래도 저런 폭력적인 걸 눈앞에서 보고 있으면 크라슈도 남자인지라 가만두기 힘들긴 하다.

   다른 아이들도 작지 않지만, 아무래도 아스트리아는 좀 남다르니 말이다.

     

   크라슈가 좋아한다는 걸 알고 나서 최근 자기 가슴에 부쩍 자신감이 생긴 아스트리아다.

     

   남몰래 관리도 받고 있다고 하던데.

   잘은 몰라도 갈수록 탄력이 좋아지고 있는 느낌이었다.

     

   ‘예전이었으면 부끄러워서 말도 못 했을 거면서.’

     

   문뜩 아스트리아와의 첫날밤이 잠깐 떠올랐다.

   자기 가슴이 큰 것을 오히려 부끄러워하며 보여주기를 꺼리던 아스트리아에게 몇번이고 예쁘다고 말해준 뒤에야 겨우 보여줬었지.

     

   확실히 그때의 임팩트는 다르긴 했다.

   움직일 때마다 모양이 바뀌니 말이다.

     

   “당신, 무슨 생각 하고 있어.”

   “네 첫날밤.”

   “흐, 흐흥.”

     

   크라슈가 솔직하게 말하자 아스트리아는 콧소리를 내더니 슬그머니 옆에 달라붙어 왔다.

     

   “왜 막 하고 싶고. 그래?”

     

   어쭈.

     

   “차례 지켜.”

     

   아스트리아가 불만스러운 듯 볼을 부풀렸다.

     

   “……흣, 당신이 먼저 유혹했잖아!”

     

   뭘 했다는 건지 모르겠다.

     

   어쨌든 아스트리아와 한차례 실랑이를 벌인 크라슈는 모두의 배웅을 받으며 이카루스를 떠났다.

     

   크라슈가 향한 곳은 해상 왕국, 포세우스.

   대해가 사라진 이후 오히려 황금선과 선박을 이용해 무역에 박차를 가하며 더더욱 무역 판을 크게 키운 포세우스는 이제는 유통의 중심지라 봐도 무방했다.

     

   원래도 유통의 이점이 큰 위치에 있던 포세우스다.

   그러니 대개척 시대를 맞이하여 포세우스는 전에 없던 호황기를 누리고 있었다.

     

   그런 포세우스에 크라슈가 발을 들였다.

   대해 이후 오랜만에 오는 포세우스는 호황기라는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듯 엄청난 발전을 거듭하고 있었다.

     

   자본이 넘쳐난다는 것이 어떤 뜻인지 확실히 체감될 지경이다.

     

   덕분에 왕국의 권력도 예전보다 훨씬 더 강해졌다.

   국민이 풍족하니 왕국에 들어오는 세금도 풍족한 덕이다.

     

   “성장세가 심상치 않네.”

     

   포세우스 왕국 쪽에서 지원해 준 배를 타며 해상 왕국 내부로 진입하며 크라슈가 말을 걸자, 카란디스가 살포시 웃음을 지었다.

     

   “후흐, 이제라도 포세우스 왕을 목표로 할까요?”

   “하라고 하면 정말로 할 거 같으니까 괜찮아.”

   “당연하죠. 크라슈 님이 원하는 거라면 저는 뭐든 할 수 있답니다.”

     

   확실히 카란디스라면 기어코 해낼 것 같기는 했다.

   하지만 크라슈도 거기까지 바라지는 않는다.

     

   “너무 노력만 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니까. 지금으로도 충분해.”

     

   카란디스와 크라슈는 타고난 성격 부분에서 비슷한 점이 많다.

   크라슈가 카란디스의 노력을 높이 사듯이 그녀가 노력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심기를 쏟아야 하는지 잘 알았다.

     

   그러니 지금으로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전해주자, 카란디스가 잔잔한 미소를 띠었다.

     

   “그런 걸 알아주시는 크라슈 님이라 제가 더 열심히 하나 봐요.”

     

   노력꾼다운 대답이다.

   그만큼 크라슈는 카란디스가 대견스럽기도 했다.

     

   “아, 다 왔네요.”

     

   그리고 곧 크라슈의 눈에 제블람 왕궁이 보였다.

   예전과 같이 여전히 푸른색과 새하얀 색이 뒤섞인 왕궁은 한눈에 보기에도 해상왕국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카란디스가 왕궁에 들어서자, 시중들이 몰려와 그녀를 도왔다.

   이제는 카란디스도 포세우스 왕국 어디를 가나 무시당하지 않았다.

     

   그녀는 해왕이 직접 인정한 제자다.

   대해를 수호했던 해왕과 같이 해상 왕국의 바다를 수호하게 될지도 모를 이.

     

   과거 9공주라는 위치는 이제 카란디스에게는 무의미한 것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무려, 천상사강 용황이 직접 카란디스와 함께 행차했다.

     

   크라슈가 과한 반김을 싫어한다는 것은 이미 유명하기에 카란디스가 대동하는 만큼 최소한으로 준비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고급스러움과 정중한 안내는 잊지 않았다.

     

   “남자친구도 잘나고 볼 일인가 봐요. 제가 혼자 올 때보다 훨씬 긴장해 있네요.”

     

   카란디스가 장난스럽게 말을 걸며 크라슈의 팔에 팔짱을 껴왔다.

     

   카란디스가 천하십강이 되기 전까지.

   크라슈는 포세우스 왕이 카란디스의 꿈을 짓밟고 멋대로 시집을 보내지 않도록 자기 이름을 마음껏 써도 된다고 허락했다.

     

   그런 만큼 포세우스 왕국에서 카란디스는 여전히 크라슈의 여자친구와 같이 되어 있다.

     

   사실 실제로도 여자친구라는 말이 맞긴 했다.

   카란디스의 저돌적인 맹진과 노력꾼의 모습은 크라슈 또한 높게 평가하고 있는 만큼 그녀에게 호감을 품고 있었으니까.

     

   아내들도 다른 여자들과 달리 카란디스만은 편애하고 있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솔직한 말로 당장 카란디스와 크라슈가 식을 올린다고 해도 아내들은 별말 안 할 것이다.

   이미 그녀들 사이에서도 이는 거의 기정사실처럼 굳어져 있었을 정도다.

     

   “요즘은 어때.”

     

   하지만 세간에서 보기에는 이는 다르게 비칠 가능성이 있었다.

   벌써 네 번의 결혼식을 올린 크라슈지만 카란디스와는 별다른 식을 올린 적이 없다.

     

   그녀의 위치는 여전히 크라슈의 여자친구일 뿐.

   그 이상의 관계로 나아가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카란디스의 혼기도 이제는 꽉 차다 못해 적정 혼령기를 살짝 지나기 시작했다.

   보통 귀족 여성들이 빠르면 십 대 후반, 늦으면 이십 대 초중반에 결혼하는 것을 감안 하면 카란디스는 늦는 게 맞다.

     

   혼령기가 지나가고 있는 만큼 주위에서도 말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 크라슈가 질문하자 카란디스는 입가를 가린 채 음흉하게 웃었다.

     

   “저도 크라슈 님의 이름을 빌리는 동안 놀고만 있지는 않았거든요. 이래저래 아버님의 약점을 잡아뒀죠.”

     

   이미 대비를 해뒀었군.

   어쩐지 카란디스가 유달리 자신감 넘쳐 보이긴 했다.

     

   “그래도 그러네요. 주위에서는 별말 하지 않지만, 크라슈 님도 조금이라도 어린 여자가 결혼하기 좋으시려나요.”

     

   그 말을 들은 크라슈는 눈을 깜빡였다.

     

   “나는 카란디스 너라서 좋은 거야. 그러니 이런 걸 허락한 거고.”

   “엇.”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카란디스가 얼굴이 붉어질 말을 내뱉었다.

     

   하지만 이는 크라슈의 진심이기도 했다.

   다른 여자였다면 크라슈는 이런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그는 정말로 카란디스이기에 이런 태도를 보일 뿐이다.

     

   “그리고 내가 회귀자인 걸 잊은 모양이네. 정신 연령만 따지면 카란디스, 너도 나한테 한참 어려.”

     

   살아온 인생 기간이 얼마나 되는데.

   지금 와서 어린 여자가 좋다는 생각을 할까 봐.

     

   크라슈의 말을 들은 카란디스는 잔뜩 붉어진 얼굴로 스르륵 고개를 떨구었다.

     

   “어, 어째 가면 갈수록 더 능글맞아지시는 거 같아요.”

   “나이 먹는 거겠지.”

     

   크라슈가 짧게 웃자, 카란디스는 싫지만은 않은 얼굴로 크라슈에게 낀 팔짱을 강하게 당겼다.

     

   “그래도 전 크라슈 님이 좋아요. 몇 살이 되셨든 제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고마운 이야기네.”

   “아으흐, 정말 그냥 결혼식 올릴까요? 크라슈 님이 자꾸 이러니 그냥 다 잊고, 크라슈 님 곁에 있고 싶어지잖아요.”

     

   이쪽은 언제든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정작, 카란디스 본인이 자신과의 약속은 무조건 지킬 생각이었다.

     

   그러니 크라슈는 그 말에 짧게 웃어줄 뿐이었다.

     

   “금슬이 좋군.”

     

   그러는 순간 크라슈의 귀에 아는 목소리가 들렸다.

   크라슈가 고개를 돌리자, 거기에는 거구의 남성 한 명이 서 있었다.

     

   목에 아가미가 달린 사내는 크라슈와 카란디스를 보자 씩하니 특유의 거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드디어 왔군. 용황!”

     

   반가운 눈치로 외치는 그를 보고 크라슈는 짧게 고개 숙였다.

     

   “오랜만입니다. 다이노 바르돈 님.”

     

   해왕, 다이노 바르돈.

   이 세상에서 가장 신과 깊게 계약한 사내가 그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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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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