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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05

    <405 – 심해의 대괴수>

     

    엘 드라코 교수는 건방진 고학년들의 너머에서 전해지는 <음성전달>마법에 안면근육을 꿈틀거렸다.

     

    [명분은 내 손에 있어. 묵인해. 그러지 않으면 당신 입지가 많이 어려워질 거야.]

     

    레드마운틴 교수.

    한때 동방과 서방의 경계를 장악한 천령산맥의 주인.

    천고의 대요녀가 가하는 경고는 무게가 달랐다.

     

    “감히 산짐승 새끼가 내게 모욕을 주다니. 대해적의 위명을 그 빈약한 가슴에 새겨보고 싶은 건가?”

     

    상대가 대요녀라면 그는 대해적.

    엘 드라코도 작정하면 전성기의 힘을 상실한 레드마운틴 교수에게 쉽사리 지지는 않으리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교장은 네게 <금제>를 걸었지. 여의 눈에는 그 금제의 실체가 보이는구나. 학생을 잃지 말라. 죽어나간 생명 하나마다 힘의 총량에서 1할을 잃게 되리니.]

    “!!”

    [선을 넘기로 작정하고 저지른다면… 잃을 것이 많은 쪽은 누구일까?]

     

    해적은 불의의 사나이 따위가 아니다.

    잃을 것이 많다면 가차 없이 손절할 수 있다.

    보물도, 부하도, 배도.

    버리지 못하는 사나이들은 전부 죽었다.

    가장 비겁한 사나이들만이 사략해적이 되어 목숨을 부지하거나 무에서부터 다시 해적단을 일으켜 세우며 악명을 다시 쌓아올렸다.

     

    “크흐. 크흐흐흐흐!”

     

    많은 것을 잃어본 사람은 알 수 있다.

    이것이 재기불능의 상실인지, 다시 일어날 여력이 있는지, 어디까지 잃어야 다음이 존재하는지.

     

    “산짐승 녀석아. 너는 아무것도 모른다.”

    [네 추한 발버둥을?]

     

    엘 드라코는 정곡을 찔려 분한 기색을 드러냈지만 그것은 레드마운틴 교수를 속이기 위한 <속임수>와 <연기> 기능일 뿐.

    결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패색이나 분통 따위가 아니었다.

    그의 부관도 말했다시피 그의 영역은 함대 전체를 아우르는 거대한 범위.

     

    ‘배에 올라온 시점에서 내 눈을 속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오크노디가 가져온 상자에 얼마나 엄청난 폭탄이 들어있는지.

    새끼크라켄.

    저것이 물에 닿는 순간, 새끼의 어미가 부상한다.

    바다사나이라면 모를 수 없는 심해의 대괴수 크라켄이 직접.

     

    ‘마력반응이라면 산짐승 녀석도 감지했겠지.’

     

    하지만 그녀는 산에서 비롯된 존재.

    대괴수 크라켄의 모성본능을 이해하지 못한다.

    차이는 그로부터 비롯되었다.

     

    “상호금제를 걸어라. 그러면 침묵을 약속하지.”

    [좋다. 이제야 말귀를 알아먹는군. 교장에게 내걸 핑계거리 하나쯤은 있어야겠지.]

     

    ━━━

    서로 학생에게는 해를 가하지 않으며, 사망 혹은 그에 준하는 치명상을 입은 학생에서 비롯되는 모든 피해는 레드마운틴 교수가 변제한다.

    단, 이 과정에서 엘 드라코 교수 및 그의 부하들이 손을 썼을 시에는 해당 금제는 무효가 된다.

    위 금제는 계약의 신의 이름 아래에 공증되며 계약불이행의 대가를 지불하지 않은 자는 신에게 강제징수를 받을 것을 맹세한다.

    ━━

     

    계약이 맺어진 순간, 승리는 결정되었다.

    레드마운틴 교수가 아닌 엘 드라코 교수에게.

     

    [초거대 영역전개!? 뭐지, 이 반응은!!]

    “뭐긴. 네년이 갚아야 할 빚이 산더미처럼 올라가는 소리지.”

     

    이제 이 해역에서 일어나는 모든 인명사상은 레드마운틴이 감내해야 한다.

    물론 1학년의 피해는 없을 것이다.

    저걸 불러낸 당사자가 1학년인 오크노디니까.

     

     

    * * *

     

     

    3학년들은 당황했다.

    2학년들이 시선을 끄는 사이, 소환의식을 치러 배를 묵사발을 낼 괴수를 소환한다.

    본래의 계획은 분명 그러했는데 <수중호흡>의 마법을 걸고 바다 속에서 마법을 시전 하던 그들에게 어마어마하게 흉포한 기운이 엄습했다.

     

    “뭐, 뭐야!”

    “뭐가 오는 거야!?”

    “이거 정말 소환의식이나 하고 있어도 괜찮은 거야? 4학년들이 뭔가 저지른 거 아니냐고!”

     

    마나술의 경지가 높으면 개방되는 마나감지력이 맹렬하게 경고한다.

    당장 여기서 달아나야 한다고.

    감당 못할 거대한 위협이 다가오고 있다고.

     

    “소환을 끊자!”

    “일단 살고 봐야지!”

     

    대해적 엘 드라코 교수가 들었다면 훌륭한 해적마인드라며 칭찬했을 자세였지만 그들은 1학년과 입장이 달랐다.

    무너지는 도중이지만 엄연히 배 위에 있는 1학년.

    소환의식을 치르고자 수중에 들어간 3학년.

     

    “모, 몸이 말을 듣지 않아!”

    “뭐지? 뭐에 당한 거지?!”

    “견문안을 펼쳐!”

     

    서치아이Search Eye.

    모든 마법적 현상을 두 눈으로 감별하는 견문안이 3학년들의 몸을 옭아맨 상태이상의 실체를 알아냈다.

     

    “공포?!”

    “해저가 떨렸을 뿐이잖아. 떨림 하나에 이 많은 인원이 모조리 공포에 걸렸다고!?”

    “이런 건 월드몬스터가 발산하는 광역피어Fear에서나 겪는 현상이잖아.”

     

    3학년은 어림도 없고 4학년도 엄청난 실력을 지닌 강자들이 졸업과제로 삼아볼 법한 존재.

    그마저도 토벌이 아닌 격퇴에 의의를 두는 월드몬스터의 피어.

    이 피어의 주인이 지금 바다에서 움직이고 있다.

     

    “당장 소환진에 들어가는 힘을 풀어!!”

     

    소환수를 잃은 3학년 조교들을 인솔하는 수석조교 사르페돈.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그가 다급히 외쳤지만 어느 학생도 소환진에 불어넣는 마나를 회수하지 않았다.

     

    “머, 멈출 수가 없어!!”

    “몸이 통제를 따르지 않는다고!!”

    “으아아아, 제발 멈추게 해줘!!!”

     

    공포가 밀려왔다.

    몸으로 느낀 거대생물체를 향한 본능적인 공포와는 다른 명석한 두뇌로 분명히 인지했기에 더욱 현실감 넘치게 다가오는 공포가.

     

    <마나퍼즐 – 수水속성>

     

    바다에서 물속성의 마나퍼즐이 느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지금 소환진에서 느껴지는 물의 마나퍼즐에는 <중량감>이 달랐다.

    마치 심해 깊은 곳에서 단단히 압착되어 벼려진 농밀한 마나와 마주치는 것처럼.

     

    “이런, 당했다!!”

     

    공포를 일으킨 주범, 심해의 대괴수는 이미 일찌감치 눈치 챈 것이다.

    이곳에 소환의식이 치러지고 있음을.

    그것을 자신이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까지도.

     

    <술식개변>

    <마법진변환>

    <소환의식간섭>

     

    소환자의 의지에 따라 정해진 소환수를 부르는 소환의식이 아득히 상위의 존재가 발산하는 마나에 점령당해 강제로 구조가 변환된다.

    심해의 대괴수를 지금 즉시, 그 육신이 부상하는 속도보다 더욱 빠르게 이곳에 강림시킬 수 있는 대괴수 소환의식의 문으로!

     

    <강제소환>

     

    “크아아아악!!”

     

    <기맥손상>

    <경혈파괴>

     

    “마도구를 전부 풀어. 유지마나를 줄이지 않으면 마나가 고갈되어서 죽는다!!”

     

    소환의식을 강제하는 마법에 의해 의식을 중단할 수는 없지만, 의식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품속의 마도구, 아티팩트를 내던지는 행동은 가능하다.

    하나하나가 모두 천금이나 다름없는 값비싼 보물들이지만 목숨보다 귀하지는 않다.

    3학년들은 마나가 말라붙은 끔찍한 고통 속에서 눈물을 흘리며 다급히 마도구를 내다버렸다.

     

    <마나로드훼손>

    <마나하트과부하>

     

    3학년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거대한 존재의 강림에 전신의 마나로드가 비명을 지르고 마나하트가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럼 욱신거렸다.

     

    ‘운이 나빴지만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야.’

     

    사르페돈은 깨달았다.

    모두가 힘을 합쳐 공통의 대상을 소환하는 집단의식이기에, 그리고 소환을 돕는 수속성의 마나가 풍부한 해저이기에 망정이지.

    의식을 치르는 것이 혼자이거나 바다 속이 아니었다면 강제소환의식을 당하는 순간 피를 토하고 죽을 정도였다.

    그러나 마나가 많은 것만으로는 스스로 연공법을 펼쳐 정순한 마나를 쌓는 상급반의 인재들, 마법학부의 괴물들에 필적할 수 없다.

    강자들이라면 이 의식을 끝까지 버텨냈을지도 모르지만 편법으로 힘을 쌓은 그들의 마나는 외부의 침식으로부터 제 몸을 지키지도, 저항하지도 못하고 강제로 끌려 다닐 뿐이다.

    안도감은 이내 좌절로 이어졌다.

     

    ‘부질없었어. 마도구에 의지하는 방식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뭉친 집단의 힘도 전부 압도적인 폭력 앞에서는 아무 소용도 없는 거야!’

     

    눈을 마주친 학생들의 얼굴에도 경혈에서 전해지는 고통보다 더한 마음이 꺾이는 절망감이 보였다.

     

    ‘도대체 누가 이만한 괴수를 불러냈단 말인가! 대해적 엘 드라코인가? 악명 높은 대해적들은 심해의 대괴수 크라켄도 부릴 수 있다는 전승이 사실이었나?’

     

    바다사나이들의 전설처럼 전해지는 괴수를 부려먹는 해적단.

    세상에 그보다 공포를 선사하는 해적단은 없겠지.

    드래곤교장이 몸소 교수로 납치해온 대해적이라면 충분히 가능성은 있다.

     

    ‘이런 짓을 하지 못하도록 레드마운틴 교수가 나섰다고 했으면서, 이건 약속과 다르지 않은가!!’

     

    억울하고 분통해도 어쩔 수 없다.

    이미 일은 벌어졌다.

    목숨이라도 부지하기 위해 사르페돈은 이를 악물고 한 줌도 안 되는 재능을 마지막까지 비틀어서 소환진에 의지를 투영했다.

     

    -너는 우리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거대하다.

    -우리의 몸을 한 줌의 피로 쥐어짜내더라도 네 진체를 소환하지는 못할 것이다!

     

    감히 마주보기도 무서운 거대한 의지를 거스르며 역으로 자신의 소리를 높인다.

    무모한 행위의 대가는 그 어마어마한 영압이 사르페돈에게 모조리 쏠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커헉!!!”

     

    모든 3학년들이 분산하여 받아내던 압력을 홀로 받아내는 것만으로도 마나하트에 금이 갔다.

    회로의 절반이 주저앉으며 마나가 아닌 생명의 근원지기가 강제로 뽑혀 올라왔다.

    그러나 헛된 시도는 아니었다.

     

    [다리 하나로 봐주마.]

     

    거대한 의지와 함께 소환진을 비집고 뛰쳐나오려던 거대한 진체의 기운이 크게 줄어들며 몸에 가해지는 부담이 덜어졌다.

    본체가 아닌 촉수 하나, 심해의 대괴수의 다리 하나만이 소환진 너머로 빠져나왔다.

     

    <소환의식 성공>

    <심해의 대괴수 크라켄의 촉수>

     

    소환과 동시에 3학년들을 마나탈진과 기력고갈로 무력화 상태로 만들어낸 촉수가 그 거대한 다리를 수면 위로 들어올렸다.

    하늘 아래 그림자를 드리우며 거대한 풍랑을 일으키는 다리의 크기는 무려 100m.

    저 다리가 수면을 내리치는 순간 발생할 어마어마한 참사가 모두 자신의 책임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레드마운틴 교수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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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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