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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06

       

        

        

        

        

        

       “브리핑 파일 확인 끝, 자료 준비 끝…빌어먹을, 뭔가 숨겨야만 하는 건 없는 것 같고…지휘통제실이랑 회의실 청소 상태 확인하게!”

        

       “이상 없습니다!”

        

       “대거 팀 착륙까지 5분 전!”

        

       “수송기 착륙 루트 확인하고 귀하신 분들 실어올 차량 보내게나! 꼬투리 잡힐 부분 아무 곳도 없도록!”

        

        

        

        6월 말의 어느 날, 캐나다. 날씨 맑음, 기지에 대거 팀 상륙 예정.

        

        기지를 총괄하는 단장, 혹은 아론 델라소비치 준장이라고 불리우는 이의 어깨에 달린 금색 견장이 천장의 조명을 받아 한시도 쉬지 않고 반짝거렸다. 일부분 벗겨진 그의 두피 역시도 마찬가지였으나, 그 위에서 흘러내리는 땀방울이 더욱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할 수밖에 없었다. 다크 윈터 사태가 촉발되었을 시점부터 대전쟁이 끝나는 시점까지 반쯤 강제로 캐나다에 처박힌 채, 시설의 안위만을 생각하며 남들보다는 비교적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던 단장에게 대통령의 전화라는 것은 그야말로 날벼락 그 자체였기에.

        

        

        

       ‘대전쟁이 끝났으니 앞마당부터 정리하려는 거로군. 여태까지 송신한 보고는 적당적당히 흘려보냈으면서, 이제 와서 무시무시한 사람들을 보내다니. 진작 말이나 해주면 좋았을 것을….’

        

        

        

        당연하게도, 그가 여태까지 보고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다크 윈터 사태가 본격적인 전쟁으로 비화된 이후 몇 년, 본격적으로 미 북동부와 서남부, 서부가 그림자의 도움 하에 빠르게 수복되고 있을 즈음, 아론 준장이 있는 캐나다 언저리에도 비교적 적은 숫자의 그림자들이 나타났고 – 당연하게도 이 역시 보고 대상이었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당연하게도, 급박한 대전쟁 사이에서 그의 보고는 적당적당하게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 거의 모든 미국 영토에서 상상 가능한 모든 자원이 모자라다는 보고가 끝도 없이 빗발치는 와중, ‘약간의 기묘한 일이 있으나 큰 문제 없이 돌아가고 있음’이라는 내용을 상부가 보았을 때 어떠한 반응을 보이겠는가?

        

        

        

       ‘…그냥 대충 잘 하고 있구나 싶겠지, 그럼.’

        

        

        

        그 말대로였다.

        

        그리하여 아론 준장은 여태까지 급박한 상황이라는 이름 하에 남들보다는 훨씬 무사태평하게 다크 윈터 사태를 넘기게 되었으나…이제는 아니었다.

        

        태스크포스 대거, 이카루스의 가장 날카로운 창, 죽음의 청기사, 에덴의 투견들…. 이런 변방에까지 그 악명과 위용이 끝도 없이 들려온 당사자들이 대통령의 명령을 등에 업고 캐나다 전초기지까지 날아온 것이었다. 그것도 전술핵과 동등한 파괴력을 가진 병기를 실은 채로.

        

        비록 그럴 일은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만약 상황이 최악의 형태로 번지게 된다면…기지가 말 그대로 평탄화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만 했다.

        

        비유가 아니라 물리적으로.

        

        

        

       “대거 팀 착륙 완료. 현재 활주로에서 선회 중입니다.”

        

       “바로 이쪽으로 모실 수 있도록. 당번병은 간단한 다과를 준비해두게. 현재 10명 이상의 인력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새로 지어진 연구소 옆에 가건물이 있군. 여긴 무슨 용도인가?”

        

       “고가치 자재 보관소입니다. 하지만 현재는 자재가 도착하는 대로 전부 건설에 쓰이고 있어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빈 공간입니다. 냉난방 및 환풍도 가능하고 전력도 연결되어 있으니, 숙소로 개조한다고 가정했을 때 대략 3시간 가량 정도만 투자하면 큰 문제 없을 것 같습니다.”

        

       “좋아. 대부분의 문제는 해결됐군. 회의실로 가지.”

        

        

        

        투박한 군홧발소리가 복도 전체를 울린다.

        

        이미 기지의 운영을 책임지는 각종 계통의 책임자들이 와있는 상태였고, 아론 준장은 이들과 경례를 주고받은 뒤 자신이 있어야만 하는 자리에 앉았다 – 본래라면 당직의 브리핑을 받는 것이 그의 몫이었으나 이번에는 완전히 달랐다.

        

        그리하여 몇 분이나 지났을까, 심장이 내려앉는 듯한 묵직한 문고리 소리와 함께 아홉 명의 인원들이 방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인사치레가 끝나고, 대거 팀의 대표와 단장이 악수를 나누었다.

        

        

        

       “반갑습니다. 대거 팀의 작전팀장인 안토니 오웬스입니다.”

        

       “반갑네. 현 기지 책임자인 아론 델라소비치 준장일세. 먼 길을 오느라 수고가 많군.”

        

       “괜찮습니다. 준비가 되는 대로 기지의 현 상황에 대해 브리핑을 받고 싶은데, 가능하겠습니까?”

        

       “문제 없지. 자리에 앉게.”

        

        

        

        대거 팀의 첫 인상은…평범했다.

        

        두 명의 발현자 때문에라도 그닥 많이 평범하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5년 동안 이어진 대전쟁 동안 총기 사격, 폭격 유도, 그 외에도 수많은 방법론을 통해 10만 명 이상을 사살하게 된 사신들이라는 점을 감안하였을 때 실로 평범하다고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숨길 수 없는 일종의…냄새가 났다. 죽음의 냄새였다. 단순히 씻는 것만으로는 절대 지워지지 않는, 마치 영혼 그 자체에 배어든 듯한 살짝 매캐한 탄내. 흙 냄새와 화약 냄새가 섞여서 나는 냄새 같기도 했다.

        

        아론 준장은 자신도 모르게 침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것을 느꼈다. 아홉 명이었다 – 얼마 전까지는 10명이었지만 – . 무려 아홉 명밖에 안 되는 사람들이 10개 사단을 지워 없애버린 것이었다.

        

        몸 전체를 짓누르는 듯한 기묘한 압박감을 느끼며, 그가 직접 리모컨을 들어 홀로그램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브리핑이 시작되었다.

        

        

        

       “일단…현재 기지의 상황부터 간략하게 브리핑하도록 하지.”

        

        

        

        기지의 내역 전체가 하나둘씩 공개되기 시작했다.

        

        전자서류화되어 무미건조한 문장화된 그것이 아론 준장의 입에서 목소리라는 매체가 되어 나오자 다들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보고는 되었지만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던 여러 전말들이 밝혀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 이는 불과 1~2년 가량 전부터 그림자가 등장했다는 점으로 인해 더더욱.

        

        사실들이 하나씩 드러날수록 대거 팀의 표정은 상당히 묘하게 변하고 있었다. 특히나 의심거리 중 하나였던 ‘기지 사령관이 아르테미스와 모종의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사실은 단순한 누명이었으며, 이는 몇 주일 전 기지가 습격당해 쑥대밭이 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반박이 가능했다.

        

        다시 말해, 도망친 아르테미스 테크놀로지가 새로이 둥지를 튼 곳이 하필이면 아론 준장이 총괄하는 기지의 인근이었다는 사실은…말 그대로 우연이었다.

        

        실로 기묘하게 꼬인 상황이었다.

        

        

        

       “…대략적인 전말은 이러하네.”

        

       “꽤 우여곡절이 있었군요. 그래도 그림자의 존재 때문에 어떻게든 위기 상황을 넘겼다는 건 꽤나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그 말대로일세.”

        

        

        

        그리하여 누명이 벗겨진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끝은 아니었다. 그는 연달아 슬라이드를 넘기면서 기지 및 주변 작전 구역에 대해서 안내를 시작했다. 간단하게는 기지의 구조부터, 더 나아가 쇼핑몰, 세관, 해안선, 연구 시설, 등대를 비롯한 여러 구역을 소개하고 있는 것이었다.

        

        흥미가 조금 줄어든 듯한 대거 팀은 무심한 표정으로 해당 상황을 확인했고, 아르테미스에 대한 몇 가지 정보를 저장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하여 대략 20분 가량이 지난 시점에서 아론 준장은 의자에 앉아 입을 열었다.

        

        

        

       “이상으로 알려줄 데이터는 거의 다 알려준 듯하니…이제 내 쪽이 몇 가지 물어보도록 해도 괜찮겠나?”

        

       “문제 없습니다.”

        

       “대통령 각하에게서 직접 받은 명령서에 의하면…귀관들을 서포트하는 것은 아무런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네만, 명령 목적이 조금 의아하더군. 그 부분에 대해서 물어봐도 되겠나?”

        

       “아르테미스의 완전한 소멸…이라고 쓰여있는 부분을 말하는 거군요.”

        

       “그렇네.”

        

       “흠.”

        

        

        

        잠시간의 시선 교환.

        

        그로부터 몇 초 가량이 지난 시점에서, 아론 준장은 이 전장에 단 하나도 있을 이유가 없어보이는 단아한 여인이 작전팀장과 부분대장의 옆으로 걸어나와 의자에 앉는 것을 보았다 – 크리스토퍼 ‘스펙터’ 로렌티나. 대거 팀의 화력을 책임지는 두 명의 발현자 중 한 명이었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우선, 과연 ‘어떠한 방법론을 통해서 해당 목적을 달성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 계신 분들 중 그 어떠한 분들이라도 궁금해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먼저 밝히지요.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 분들이 계시는지?”

        

       “…없네.”

        

       “이야기가 빨라서 좋군요.”

        

        

        

        다시 말해 기밀이란 소리였다.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은 로렌티나가 품 안에서 몇 장의 사진이 든 폴더를 꺼냈다. UAV로 찍은 듯한 사진 두 장, 그리고 그 옆에는 기밀이라는 영어 단어가 큼지막하게 박혀있는…유진의 사진. 그러나 확실한 것은 UAV로 찍은 병기와 후자의 모습이 썩 닮아있다는 사실이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아론 준장은 해당 사진을 그저 바라만 볼 뿐이었다 – 유진이라는 존재가 대거 팀과 무슨 관계인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는 이카루스의 데이터베이스, 그 중에서도 태스크포스의 구성과 이를 이루는 오퍼레이터의 신상까진 알 수 없었기에.

        

        그러나 알게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로렌티나가 이에 대해 몇 마디를 더 뱉었을 즈음, 아론은 정신이 혼미해지는 느낌을 받으며 입을 열었다.

        

        

        

       “…귀관들이 이곳까지 온 이유를 이제서야 알 것 같군.”

        

       “뭐어, 막내는 이미 공식적으로 복귀했으니 그 부분에 대해서 크게 신경쓸 건 없습니다. 중요한 건 대거 팀이 이곳에 왔다는 사실이고, 저희는 여러분들의 지원이 필요하단 점이겠죠. 짧은 시간 동안이겠지만 잘 부탁합니다, 아론 준장님.”

        

       “이쪽이야말로 영광이네.”

        

        

        

        그렇게 악수가 끝났다.

        

        그러나 그것이 스케줄 전부가 끝났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여태까지 입을 다물고 있던 로건이 입을 열었다.

        

        

        

       “대부분의 상의가 마무리된 것 같지만, 한 가지 요청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말만 하게. 무언가?”

        

       “해당 기지의 기어 박스에서 신형 병기…그러니까 막내를 본따 만든 병기를 한 기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해당 기체를 확인해봐도 괜찮겠습니까.”

        

        

        

        올 것이 왔군.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의 의사를 표했다.

        

        대거 팀과의 만남은 그렇게 끝을 맺었다.

        

        

        

        

        

        

        

        

        

        

       “아주 그냥 퀘퀘하기 짝이 없는 곳에서 잘도 사는구만.”

        

       “흐음, 이게 그 소문의 병기로군요. 무어라 부르면 좋을까요. 메카 막내?”

        

       “아키타입. 지난 번 기어 박스에 찾아왔던 인물과 동일한 형상의 존재가 또 존재합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오호. 막내가 있는 곳의 ‘저’는 진즉 알고 있었다 이거군요. 그보다 아키타입이라니 제법 재미있는 호칭이네요.”

        

       “아이, 증말! 다들 훈수만 두러 왔어요!?”

        

        

        

        유진은 행복할 수 없었다.

        

        아릿하고 잔망스러운 대거 팀의 막내-기어박스 습격이 시작되었다.

        

        

        

        

        

        

        

        

        

        

        

        

        

        

        

        

        

        

       

        

        

        

        

        

        

       “서부에서 얼쩡거리던 연합군 친구들을 전부 시애틀 앞바다에 처넣는 걸로 모든 게 끝난 줄로만 알았더니, 결국 또 총을 잡으셨네요.”

        

       “세상이란 원래 그런 법이지요. 이 다음엔 또 뭐가 있으려나 싶기도 하고…아르테미스까지 전부 끝장낸 후에는 멕시코 카르텔 쪽이 또 난동을 부릴지.”

        

       “이번엔 예외적인 경우지. 너와 긴밀하게 얽혀있는 게 아니었더라면 이번 일은 신경도 안 썼을 거다.”

        

        

        

        스트리밍이 없는 날, 다크 존의 미확인구역 어딘가. 나는 대거 팀이 행동을 실천에 옮기는 능력이 엄청났음을 간과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되었다.

        

        내 옆에 앉아있는 진이 멀뚱멀뚱 주변을 둘러보는 중이었다. 당연하게도 그녀의 존재는 뜨거운 감자 그 자체였고, 안타깝게도 당사자는 그러한 상황에 단 한 번도 놓여져본 경험이 없었다. 말 그대로 어떻게 반응해야만 할지 모르는 것이었다.

        

        물론 대거 팀에게는 아무런 상관도 없었지만.

        

        주제는 여전히 나였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유진. 너는…일을 평범하게 처리할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난 걸지도 모르겠어.”

        

       “…가끔은 저도 그런 생각을 하긴 하네요. 그래도 결과가 좋으면 어쨌든 괜찮은 게 아닐…으엑.”

        

       “평범하지는 않아도 철저히 통제된 과정은 예측 가능한 결과를 산출하지만, 그 사이에 우연이 섞였을 때는 그 결과를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지 말아라…알고 있겠지, 유진?”

        

       “예, 물론입니으브브.”

        

        

        

        당연하겠지만 열심히 훈계당했다.

        

        물론 딱히 반박할 수도 없었고, 반박하고 싶지도 않았다. 결국 진이 한 식구가 되어버린 경위는 우연과 우연이 겹쳐 제3의 선택지를 탄생시킴으로서 만들어진 결과기도 했으니까 – 물론, 내가 그림자가 아니라 아직 대거 팀에 소속되어 있었더라면 이런 짓은 하지 않았겠지.

        

        작전팀장이 말했던 것처럼, 전투에 있어서의 행운은 맹신하면 안 되는 무언가였으니.

        

        그렇게 대강의 이야기는 끝났다. 하지만 대거 팀은 내 기어 박스에서 나갈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어 보였다. 당연하겠지만 그에 따른 이유도 있었다 – 아직 숙소 배정이 안 되었다나 뭐라나.

        

        좌우지간, 그것과는 별개로.

        

        

        

       “…그래서. 이번에 여기까지 온 건…역시 아르테미스 때문이죠?”

        

       “그렇지.”

        

        

        

        옆에서 서킨스가 말을 받았다.

        

        

        

       “동양의 사자성어 중에 참초제근이라는 말이 있지. 지금 같은 경우에는 마을에 난 불을 전부 끄고 왔더니 앞마당에 무수한 양의 잡초가 자란 거라고 할 수 있을 테니…전부 갈아엎고 가야지.”

        

       “이번에 비행기로 가지고 온…그 심상찮은 테스트 웨펀도 그 일환인가요?”

        

       “물론.”

        

        

        

        아주 기초적인 형태의 반물질 무기.

        

        이들은 아무래도 아르테미스를 완전히 날려버리고자 마음먹은 모양이었다. 그러던 와중 진과 시선이 마주치긴 했지만 그녀는 정말 1도 신경쓰지 않는 듯했다 – 뭐어, 그렇겠지. 만약 조금이라도 신경을 쓰고 있었더라면 얼마 전에 있었던 단호한 공격은 없었을 터였으니.

        

        아무튼, 그것과는 별개로 조금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가 있었다.

        

        잠시 현실의 이카루스 기어를 조작해 정체불명의 두 명에게 메시지를 보내며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엄밀하게 따지면 게임 내의 대거 팀은 NPC라고 할 수 있을 테고, 그렇다면 지금 현 상황을 조금만 더 매끄럽게 문지르면 꽤나 괜찮은 결과를 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쨌든 내 마음의 고향이기도 한 이들이 미확인구역에 상륙해버린 이상 공동 작전을 펼치는 것은 필연이었으나, 문제는 그 과정에서…이 상황이 이상하게 여겨질 수도 있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단적인 예로, 내가 있는 세계의 로렌티나가 정부 요인과의 미팅을 끝내고 다시 내 집으로 복귀하여 같이 게임을 한다고 했을 때, 내 세션에 상어가 두 명이나 있게 된다면…그건 상당한 참사로 이어지겠지.

        

        그럴 바에는 차라리 지난 번처럼 얼굴 정도만을 가린 채 대거 팀의 참전을 대대적으로 공표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몰랐다.

        

        요컨대 이런 것이었다.

        

        

        

       -[@^#^ : 마침 인게임 이벤트가 모자란 타이밍이었는데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네요. 슬슬 프로토타입 메카 유진 레이드에 박차를 가해보도록 하죠.]

        

       -[&$*! : 대거 팀의 데이터를 완전히 복사했어요. 앞으로 며칠 안에 미확인구역 내에 업로드하고, 게임 플레이를 돕는 NPC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손대봅시다.]

        

       -[*&!% : 물론 유진 씨의 세션에 존재하는 대거 팀만이 진짜라는 점을 감안하면…앞으로는 아키타입 세션이라고 말해도 되겠네요.]

        

        

        

        작명 센스 하고는.

        

        물론 방금의 말은 우리를 제외한 그 누구에게도 밝혀질 일이 없을 것이었으며, 앞으로 며칠 안에 이카루스 인터내셔널은 대거 팀의 EU 참전을 동네방네 광고하고 다니겠지.

        

        게다가 다행스럽게도 이미 복선은 깔려진 상태였다.

        

        

        

       -[Y92@^ : 그동안 유진 씨가 프로토타입 메카 유진을 잡을 수 있는 기믹을 여럿 밝혀냈으니, 그걸 빌미 삼아 본격적인 두 번째 페이즈로 넘어가면 되겠죠.]

        

        

        

        그렇게 되었다.

        

        그렇게 누구도 곤란하게 되지 않는 세계가 하나둘씩 그 구색을 갖춰가는 가운데,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로렌티나가 슬그머니 내 뒤로 다가왔다. 머리 위에 무지막지한 상어 찌쭈가 얹히는 가운데 말이 이어졌다.

        

        

        

       “마침 이번 일이 끝나면 7월 말에서 8월 정도가 되겠군요. 그 즈음에는 마이애미비치에 한 번 가보도록 합시다. 이의는 없으리라 믿겠어요.”

        

       “…이렇게 갑작스럽게 정해도 돼요?”

        

       “구리구리한 노퍽 옆 버지니아비치를 언급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칭찬할 만한-어우.”

        

       “주먹 속도 측정…시속 279km. 위험한 공격입니다.”

        

       “어머, 메카 막내는 이런 말도 할 줄 아는군요. 제법 유머 감각이 있어요. 막내는 여기서 할 일이 많은 것 같으니 그 대신으로 대거 팀에 오시는 게?”

        

        

        

        그게 말이나 되나.

        

        내가 빠진 대거 팀을 채우는 새로운 인력이 메카 유진이라니, 상상도 못한 결론에 나는 기어코 어처구니를 상실하고야 말았다.

        

        

        

       “아유, 요상한 소리 하지 말고 얼른 가서 방이나 잡으세요.”

        

       “막내가 없는 자리에는 새로운 막내가 필요…악, 악!”

        

       “미안하다, 유진. 나중에 또 보자.”

        

       “아니, 생김새도 동일하고 싹수도 푸른 메카 막내를 대거 팀에 새로 영입하는 방안이 뭐가 잘못됐다고오오오오-!”

        

       “미안하다. 이따 보지.”

        

       “…내일 오셔도 돼요.”

        

        

        

        로건의 원만한 진압 하에 상어는 기어 박스 밖으로 질질 끌려갔고, 대거 팀은 쓴웃음을 지으며 밖으로 스리슬쩍 나가게 되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 전개인가 싶던 와중 이어지는 말.

        

        

        

       “저 인원들이 마음에 듭니다.”

        

       “…그쪽은 또 왜 그래요?”

        

        

        

        역시 내 주변에는 이상한 사람밖에 없는 듯했다.

        

        로렌티나의 말이 복선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기 전까지 2주일 가량 전의 날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메카 비얌(귀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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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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