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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06

       쿠구구구궁!!

         

       흑룡의 거체가 청년과 여자의 위를 스치고 지나가 지면에 처박혔다.

         

       여성은 멍하니 그 장면을 바라보았다. 지진이라도 난 듯이 흔들리는 땅이 지금 이 순간이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해 주었지만 그럼에도 믿기 힘든 광경이었으니까.

         

       사람이 흑룡을 하늘에서 떨어뜨리다니?

         

       크아아아아!!

         

       한방 먹은 흑룡이 제 성질을 못 이겨 사방으로 몸부림쳤다. 나무가 산산조각나고 바위가 박살나는 파괴의 향연.

         

       “엎드리시게.”

         

       여성은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곧바로 몸을 숙였다. 낡고 허름한 복장에 머리는 긴 산발. 보이는 하관만으로는 나이를 추측할 수 없는 자가 앞으로 달려나가는 것이 보였다.

         

       바위와 나무들을 그야말로 종잇장처럼 동강내며 돌진하는 사내의 손에는 한 자루의 검이 쥐여저 있었고 그 검에는 별무리가 넘쳐나고 있었다.

         

       사내가 달려오고 있음을 감지한 흑룡이 거대한 꼬리를 내리쳤다.

         

       그야말로 산이 부서지는 폭음과 함께 흙먼지가 수십 장이나 치솟아 올랐다.

         

       “윽!”

         

       쏟아지는 흙먼지를 소매로 막아낸 여성은 사내의 안위를 걱정했다. 꼬리에 직격당했다면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일이었고 어찌 피해냈다고 하더라도 비산하는 파편들에 곤죽이 되었을 일이었으니까.

         

       그러나 사내는 여성의 예상과는 달리 멀쩡하게 비산하는 흙먼지를 뚫고 내 달렸다.

         

       그리고는 번개와 같은 속도로 곧바로 흑룡의 목을 찔러 들어갔다.

         

       콰아앙!!

         

       캬아악아악!!

         

       흑룡의 목이 휘청였다. 그 사이에 다시 한번 흑룡의 앞발을 밟고 뛰어 오른 사내가 다시 한번 흑룡의 목을 강타했다.

         

       기어이 기우뚱 기우는 흑룡의 거체. 흑룡의 목을 치고 비스듬히 치솟아 올랐던 사내는 하강하며 다시 한번 검을 내리쳤다.

         

       순식간에 늘어난 별무리가 당장이라도 흑룡의 목을 잘라 버릴 듯 했으나.

         

       캬아아아!!

         

       흑룡의 주둥이가 벌어지고 이빨 사이에 검이 걸렸다.

         

       사내의 푸른 기가 검으로 집중되고 흑룡의 검은 기가 입으로 집중되었다. 어찌나 어마어마한 기의 밀집이었는지 그 기의 흐름에 휩쓸린 대기가 칼바람과 회오리로 변해 주변에 몰아칠 정도였다.

         

       콰아아아앙!!

         

       그리고 그 길항은 두 존재 다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깨져나갔다.

       

       

       사내가 들고 있던 검이 박살났기 때문이었다.

       

         

       “이런…!”

         

       사내의 기운도, 흑룡의 기운도 견딜 수 없었던 사내의 검. 거대한 두 기운의 압력을 받던 검은 결국 버티지 못하고 부러져 폭발했다.

         

       사내는 낭패한 표정을 지었고 입 안에 검편이 박혀든 흑룡이 괴로워했다.

         

       그러나 흑룡은 고통에 못 이겨 벌린 주둥이를 그대로 사내에게 들이댔다.

         

       이미 수행자를 여럿 잡아먹은 흑룡은 검이라는 단어는 몰랐지만 그 이쑤시개 같은 것이 인간의 전투수단이라는 것 정도는 파악하고 있었으니까.

         

       벌이 침을 쏘아내고 나면 무력하듯이 무기를 잃어버린 인간은 무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흑룡은 지금 기회를 살려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흑룡의 판단은 조금 성급했다.

         

       “어렵게 구한 검이었거늘, 어쩔 수 없지.”

         

       미련 없이 검 손잡이를 던져 버린 사내의 오른손에 다시 한번 별무리가 형성되었으니까.

         

       파천일권.

         

       무방비하게 주둥이를 들이대던 흑룡의 콧잔등이 찌그러졌다.

         

       기세를 잡은 사내가 두 번째 주먹을 내지르려 했으나 그 주먹은 허공만을 갈랐다.

         

       흑룡이 홰를 치며 날아 올랐기 때문이었다.

         

       캬아아악!

         

       허공에서 성난 눈으로 사내를 쏘아보던 흑룡은 형세가 불리하다 판단했는지 날아 도망쳤다.

         

       여자는 흑룡이 도망치는 모습을 보며 눈을 껌뻑이다가 흑룡을 물리친 사내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사람이 단신으로 하늘의 지배자인 흑룡을 물리칠 수 있다니.

         

       여자와 청년은 그런 흑룡을 물리친 사내의 뒷모습만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단신으로 흑룡을 물리친 위업을 달성한 사내가 두 사람을 돌아보며 중얼거렸다.

         

       “배가 고프군.”

         

       “…예?”

         

       “식사 한끼 대접 받을 수 있겠는가?”

         

       꼬르륵!

         

       천연덕스럽게 배를 문지르는 사내.

         

       청년과 여자는 멍하니 사내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 ***

         

       마을에서는 한 바탕 난리가 났다.

         

       청년과 여자가 마을에서 자취를 감춘 뒤에 흑룡이 이 난동을 피웠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본래라면 한바탕 치도곤이 날 일이었지만 청년과 여자의 벌은 뒤로 밀렸다.

         

       마을 사람들도 흑룡이 땅에 처박힌 뒤 벌어진 전투를 눈으로 보았고 그 전투의 주인공이 사내라는 걸 눈치채기는 어렵지 않았으니까.

         

       우걱! 우걱! 후르르륵!

         

       마을 사람들은 걸린들린 듯이 음식을 쓸어담는 사내를 멀찍이 둘러 싼 채 수군거렸다.

         

       “수행자인가..?”

         

       “흑룡을 물리쳤으니 신인(神人)이지!”

         

       “꺼어억.”

         

       마을 사람들이 수군거리건 말건 족히 5인분은 먹어치운 사내가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후우, 이제야 살 것 같군. 고맙소.”

         

       “…아닙니다. 목숨을 구해주셨는데 이 정도 대접은 해 드려야지요.”

         

       “저기, 신인님! 신인님께서는…”

         

       어느 새 사내를 수행자에서 신인으로 격상시킨 청년이 눈을 반짝이며 무언가를 물으려 할 때였다.

         

       “물럿거라!”

         

       “제사장님의 행차시다!”

         

       청년의 입이 다물어지고 여자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사람들 사이에 길이 트이고 긴 지팡이와 용 가면을 쓴 제사장이 나타났다.

         

       “그대가 수행자요?”

         

       “그냥 정처 없이 떠도는 떠돌이요.”

         

       “우리 마을 사람들을 구해 주었다지?”

         

       “눈 앞에서 사람이 죽어나가는 꼴을 볼 수 없었으니까.”

         

       제사장은 느긋하게 대답하는 사내를 보며 인상을 굳혔다.

         

       “식량은 좀 드릴 터이니 속히 마을을 떠나주시게.”

         

       제사장의 선언에 여자가 목소리를 높였다.

         

       “제사장님! 이게 무슨 짓입니까! 제 목숨을 구해 주신 분을 이리 박대하다니요!”

         

       “시끄럽다! 흑룡님께서 정한 규칙을 어긴 것은 네가 아니더냐!”

         

       “이대로면 다 굶어 죽는다는 것을 모르십니까!”

         

       “하늘같은 흑룡 님께서는 깊은 뜻이 있으시다! 이 또한 시련에 불과하였거늘 그 시련을 견디지 못하고 이리 망둥이처럼 날뛰다니! 너 때문에 또 그 시련이 길어지겠구나!”

         

       여자가 이를 악물었다.

         

       “사람을 잡아 죽이는 것이 무슨 시련이고 하늘입니까!”

         

       “불경한 것!”

         

       제사장이 눈에 불을 켜고 여자를 노려보았다.

         

       “흑룡님이 자비를 베풀어 영역을 허락해 주셨기에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있는 것이다! 흑룡님의 영역이 아니었다면 우리 마을은 진작에 짐승과 영물의 습격에 시달리다가 멸망했을게야!”

         

       “그런…!”

         

       “내가 좀 말을 해도 되겠소?”

         

       말싸움을 이어가려던 여자는 사내가 끼어들자 멈칫했다.

         

       “미안하지만 내 당장 떠나기에는 처지가 곤란해서 말이오. 한동안 신세를 졌으면 하오만…”

         

       “예! 물론입니다! 얼마든지 머물러도 좋습니다!”

         

       여자가 화색이 되어 수락했고 제사장이 사납게 인상을 찌푸렸다.

         

       “수행자! 내 분명히 마을을 떠나라는 말을 했거늘 듣지 못했단 말인가!”

         

       “아아, 확실히 들었소.”

         

       그러나 사내는 태연하게 이를 쑤시며 말했다.

         

       “그래서 내가 떠나지 않겠다면 그대는 어찌할 셈이오?”

         

       “….뭐라?”

         

       “내가 떠나지 않겠다면 그대가 뭘 할 수 있냐고 물었소.”

         

       제사장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고 그런 제사장의 안색을 보면서도 사내는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할 수 있다면 해 보시게. 그때까지는 이곳에서 신세를 지도록 하지.”

         

       소란을 지켜보던 마을 사람들과 제사장은 새삼스레 깨달았다.

         

       눈앞에 있는 대식가 사내가 마을 사람들이 그토록 두려워하던 흑룡을 때려눕힌 자라는 것을.

         

       제사장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물러날 수밖에 없었고.

         

       마을 사람들은 사내를 어색한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 ***

         

       여자와 청년 그리고 사내는 산을 올랐다.

         

       “집에서 쉬고 계셔도 되는데…”

         

       “밥값은 해야 하지 않겠소.”

         

       “신인님이 함께 해 주시니 든든하긴 하네요!”

         

       “캐는 것은 서투르나 짐을 드는 것은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 원 없이 주워 담으시게.”

         

       여자와 청년은 사내를 믿고 식량들을 욕심껏 끌어모았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바구니 하나를 가득 채우는 것만으로도 산길을 걷기 쉽지 않았으나 사내는 바구니를 셋이나 이고 지도고 발걸음이 가벼웠다.

         

       걱정했던 흑룡은 나타나지 않았고 청년과 여자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마을로 돌아갔다.

         

       “자! 마을 사람들! 함께 먹읍시다!”

         

       여자는 산에서 쓸어담은 식량으로 사람들을 유혹했다. 제사장의 눈치를 보던 사람들도 눈 앞의 음식에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사내는 오늘도 왕성하게 먹어 치웠고 그 모습을 보던 청년이 감탄했다.

         

       “역시 신인님께서는 드시는 것부터 다르시군요.”

         

       “흐음. 그대가 날 신인으로 취급하는 것은 자유이나 그대들에 비해 부릴 수 있는 힘이 더 있을 뿐 나 역시 한 사람에 불과할 뿐이오. 피로하면 마음 편히 쉬어야 하고 힘을 쓰면 회복해야 하며 자고 일어나면 원기가 돋지.”

         

       “과, 과연…그렇습니까.”

         

       한 아이가 물었다.

         

       “저, 저기 신인님은 어디서 오셨나요…?”

         

       “이곳에서 남서쪽에서 왔단다. 내가 나고 태어난 곳이라면 글쎄, 백 밤은 자며 걸어야 하는 먼 곳이라 정확히 설명할 수가 없군.”

         

       “우와아…그럼 어쩌다 이곳에 오신 건가요?”

         

       “글세. 정처 없이 걷다보니 이곳에까지 와버렸구나.”

         

       “헤에..”

         

       감탄사를 터트리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사내. 그런 사내의 모습에 용기를 얻었는지 마을 사람들이 이런저런 질문을 던졌다.

         

       사내는 모든 것을 답해주지는 않았으나 적당히 답을 해 주었다.

         

       사람들은 그것만으로도 만족했다.

         

       다음 날도 여자와 청년 그리고 사내는 산을 올랐다. 산을 오른 자들은 세 사람 뿐만이 아니었다.

         

       마을 사람 몇몇도 그 뒤를 따랐다.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위험할 수도 있는데…”

         

       “이젠 집에 식량이 없어서 아무것도 먹을 게 없네. 어차피 이래 죽어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야.”

         

       그렇게 말하는 남자는 사내를 힐끗 바라보았다. 여자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도 흑룡은 나타나지 않았고 마을 사람들은 풍족한 수확을 거두어 마을로 귀환했다.

         

       마을에는 간만에 웃음꽃이 피었다. 배불리 먹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사내는 그런 마을 사람들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솔직히 말해서 왜 저런 것이 하늘을 날고 있음에도 이곳에 사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소.”

         

       마을 사람들과 어울려 웃던 여자가 사내의 말에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지금은 이해가 가는구려. 이 일대는 자연의 기운이 풍족하니 확실히 축복받은 곳이오.”

         

       “예.”

         

       여자는 하늘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기에 이 인근에는 여러 마을이 있었지요. 이 인근의 자연은 수많은 사람들이 누리기에 부족함이 없었으니까요. 지금은…흑룡의 행패에 모두 없어져 버리고 말았지만 말입니다.”

         

       “그렇군.”

         

       사내 역시 말없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마을 사람들은 그런 사내를 따라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저기…신인님.”

         

       마을 사람들 중 한 사람이 입을 열었다.

         

       “염치불고하고 여쭙겠습니다. 흑룡이 나타난다면 물리칠 수 있으신지요?”

         

       여자도, 청년도, 그리고 마을 사람들도 사내를 바라보았다.

         

       흑룡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다면 매일 산과 들을 누빌 수 있을 테고 항상 오늘만큼의 수확을 거둘 수는 없을 테지만 적어도 배를 곯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터였다.

         

       “솔직히 말해서 어려운 일이오.”

         

       희망을 품을 마을 사람들의 시선을 받은 사내는 담담하게 그 사실을 부정했다.

         

       사내는 팔을 걷어올렸다. 왼 팔뚝에는 엄지손가락만한 검붉은 흉터가 나 있었다. 살이 검게 변색된 심상치 않은 모습에 사람들의 얼굴이 찡그려졌다.

         

       “흑룡과 다투던 때, 내 검이 부러졌소. 뭐…여행 중에 우연히 손에 넣은 것이라 좋은 것이라 할 수는 없었지만 내 유일한 무기였지. 흑룡의 이빨을 버티던 무기가 박살나며 흑룡의 입 안을 찔렀고 그 뒤로 이어진 전투에 이곳에 녀석의 피가 닿았다오. 그 피의 독성이 얼마나 지독한지 며칠이 지났음에도 아직 상처가 낫지 않고 있소.”

         

       “으음….”

         

       “음.”

         

       “날아다니는 녀석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도 고민이지만, 맨주먹으로 녀석을 쓰러트리기 위해서는 두 주먹에 피를 묻혀야 하니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오.”

         

       부정적인 답변에 마을 사람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여자가 황급히 화제를 돌렸다.

         

       “자자, 일단은 식량을 확보했잖아요? 그렇죠?”

         

       “으음…그렇지.”

         

       “신인님 덕에 위기를 넘겼으니까.”

         

       마을 사람들은 욕심이 과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애써 웃으며 분위기를 바꾸었다.

         

       다음 날.

         

       많은 사람들이 산에 올라 풍족하게 식량을 수급했다. 제사장을 제외한 모두가 웃었으나.

         

       캬아아아악!!

         

       그 웃음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흑룡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 ***

         

       흑룡은 무려 이틀동안 마을의 상공을 날아다녔다.

         

       사내가 지키고 있기에 마을을 직접적으로 공격하지는 않았지만 마을 사람들이 마을에서 한 발자국이라도 벗어나려고 하면 여지없이 위협을 가했다.

         

       캬아아악!!

         

       마을을 한껏 괴롭힌 흑룡이 저공 비행으로 마을을 휘젓고 비웃는 듯한 울음소리를 남긴 채 사라졌다.

       

       

       시간을 주면 마을에 분열이 일어날 것임을 짐작한 흑룡의 움직임에 여자는 치를 떨었다.

         

       “흑룡님이 노하신 게야!”

         

       아니나 다를까 제사장이 이때다 싶어 마을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이제 어쩔 게냐? 저 자가 있다고 한들 흑룡님께서 저렇게 하늘을 떡하니 지키고 계시면 굶어 죽는 것 말고 무슨 수가 있단 말이냐!”

         

       마을 사람들이 고개를 숙였다.

         

       먹을 것은 산 위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평소에 하던 채집 활동을 전혀 하지 못했으니 삼일간 비축했던 식량들이 적지 않게 소진되었다.

         

       “당장 저자를 내쫓아 흑룡님의 진노를 가라앉혀야 한다! 저자는 마귀야 마귀! 흑룡님의 비호 아래 살아가던 우리를 파멸시키려는 마귀!”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런다고 흑룡이 우리를 가만히 둘 것 같나요!”

         

       “닥치거라! 아직도 그 요망한 혀를 놀리느냐! 네년이 흑룡님이 정한 규칙만 제대로 지켰더라면 아무런 일도 없었을 것을! 어찌 하늘이 정한 규칙을 어기고도 살기를 바랐단 말이냐! 네가 그리 지껄이던 대로 우리 모두가 굶어 죽게 생겼구나!”

         

       사내는 말싸움을 벌이는 제사장과 여자. 그리고 그런 둘을 바라보며 불안과 공포에 떠는 마을주민들을 살펴본 뒤 하늘을 보았다.

         

       “미안하게 되었소.”

         

       제사장과 여자의 말싸움이 멈추었고 마을 사람들이 사내를 보았다.

         

       “수행자님…!”

         

       “이곳은 그대들이 살아가는 땅이었고 그대들은 그대들의 방식으로 하늘을 지배하는 흑룡과 살아가고 있었으나 이방인인 내가 와서 그 균형을 깨트려 버렸구려.”

         

       사내는 마을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내 산꼭대기에서 흑룡을 유인하겠소. 흑룡을 이기기는 어렵겠으나 시간을 끄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오. 흑룡이 그대들을 내버려 둘 것 같지는 않으니 그 사이 멀리 도망치면 살 수 있을 거요.”

         

       “신인님…!”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차라리 함께 하시지요!”

         

       사내는 쓴웃음을 지으며 마을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미안한 말이지만, 함께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소?”

         

       사내의 냉정한 말에 마을 사람들이 고개를 숙였다.

         

       “그대들과 함께 싸운들 흑룡과의 싸움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고, 내가 그대들과 함께 도망친들 도망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니 나는 흑룡을 유인하고 그대들은 도망치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오.”

         

       “신인님…”

         

       “며칠이지만 제법 즐거웠소. 본디 나 같은 떠돌이는 쉬이 마을에 들여주지 않으니 간만에 사람과 어울렸으니 말이오.”

         

       그 말을 남기고 사내가 산의 꼭대기를 향해 몸을 날리려던 때였다.

         

       “함께 싸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요?”

         

       자신을 붙잡는 말에 사내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창백한 안색의 청년이 서 있었다.

         

       *** ***

         

       사내는 산꼭대기에 올라 마을을 바라보았다. 줄지어 이동하는 마을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음.’

         

       사내는 점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자들을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스스로 신인이 아닌 사람이라고 말하고 다녔음에도 어쩌면 자신은 스스로를 신인이라 생각한 것은 아니었을까.

         

       사람이라면 응당 먹고 자고 쉬는 것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기대고 어울려야 사람이거늘.

         

       그럼에도 자신만의 잣대를 휘두르며 다른 이들의 역할을 단정지었다.

         

       사내는 자신을 노려보던 제사장을 떠올렸다.

         

       “마귀라….”

         

       어쩌면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그 판단이 옳건 그르건 필사적으로 흑룡과 조화를 이루려고 했던 제사장 입장에서는 그 조화를 무너뜨린 사내는 영락없는 마귀였을 테니까.

         

       내가 그대의 하늘을 무너트린 마귀다.

         

       흑룡을 쓰러트린 뒤 제사장 앞에서 그리 말하면 제사장은 무슨 표정을 지을까.

         

       뒷목을 잡은 채 거품을 물고 무너질까.

         

       그 모습을 상상한 사내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어쩐지 조금은 의욕이 샘솟은 사내는 폐부 깊숙이 공기를 채워 넣었다.

         

       [이 땅의 하늘인 양 날뛰는 어리석은 미물아!]

         

       [너를 쓰러트리고 내가 이 땅의 하늘이 되겠다!]

         

       낙천흑룡(落天黑龍) 천마도래(天魔到來).

         

       훗날 마교의 역사에 이리 기록될 사자후를 천하에 떨쳐낸 사내.

         

       캬아아아아아악!!

         

       그런 사내의 도발에 흑룡은 격분해 달려들었다.

         

       “음.”

         

       사내는 양 주먹에 별무리를 피워 올리며 강하하는 흑룡을 향해 뛰쳐올랐다.

         

       사흘 밤낮동안 이어질 사투의 시작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천마뽕 최대로.

    분량이 조금 길어지는군요…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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