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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06

   해왕, 다이노 바르돈.

   카란디스와 함께 그를 따라간 크라슈는 어김없이 넓은 바다를 보고 있었다.

     

   본래는 대해가 있었던 장소.

   그 장소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크라슈는 슬그머니 시선을 올렸다.

     

   “……굳이 여기로 데려올 이유가 있었습니까?”

     

   솔직하게 말해 안에서도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던 거 아니었나.

   바닷바람이 여간 부는 게 아니라서 머리카락이 끊임없이 흩날린다.

     

   카란디스가 이 틈에 슬쩍 엉겨 붙어 왔지만.

   이제는 익숙해진 터라 크라슈도 별다른 제지하지 않은 채 내버려 두었다.

     

   크라슈가 질문하자 다이노가 거칠게 콧바람을 내쉬었다.

     

   “물의 신과 대화하고 싶다고 한 건 너였지 않나. 물이 있어야 물의 신과 대화할 수 있는 법.”

     

   그런 거라면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불러오시는 겁니까.”

   “흐음, 신기는 다룰 수 있나?”

     

   천하십강에서 가까운 이들은 크라슈가 더 이상 힘이 없음을 알고 있다.

   그러니 신기를 다루지 못하는 크라슈가 물의 신을 보지 못할 것을 염두 해 묻자, 크라슈가 씩하니 웃었다.

     

   “예, 비슷한 게 있거든요.”

   “그렇다면 됐다.”

     

   볼 수 있는 것만 확인하면 그만이었기에 다이노는 바로 바다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순간 그가 손을 뻗은 방향으로 바닷물이 몰려들기 시작하며 소용돌이 치기 시작했다.

     

   천하십강 중 유일하게 물의 신과의 계약으로 반신의 영역에 들어선 다이노다.

   크라슈는 그의 몸에서 신기가 요동치고 있음이 느껴졌다.

     

   예전에 신기를 다루지 못했다면 그의 몸에서 지금 어떤 힘이 일어나고 있는지 몰랐겠지.

     

   ‘물의 신이 중간계에 개입할 수 있도록 문을 열고 있는 건가.’

     

   완성된 신들은 반신과 달리 중간계에 힘을 선사하는데 한계가 있다.

   그렇기에 인간들에게 스킬을 부여하고, 재능을 받아 가는 것이다.

     

   그걸 알고 있기에 다이노는 지금 중간계의 매개체로서 물의 신이 개입할 수 있도록 문을 열고 있는 것이다.

     

   ‘터무니없는 짓을 하네.’

     

   잘못하면 물의 신에게 몸을 강탈당할지도 모르는 상황.

   다이노가 이런 행동을 한다는 것은 곧 물의 신을 그만큼 신용하고 있다는 소리와도 같았다.

     

   ‘대체 얼마나 유대 관계가 형성된 건지.’

     

   신을 그다지 신용하지 않는 크라슈로서는 신기할 지경이다.

     

   잠시 후 소용돌이치던 물이 솟구쳐 오름과 동시에 다이노를 덮쳤다.

   카란디스가 급히 물의 장막을 일으켜 주지 않았다면 크라슈는 물벼락을 맞았을 것이다.

     

   “다이노 님?”

     

   카란디스가 펼쳐준 물의 장막 속에서 크라슈가 다이노를 불렀다.

   그러자 잠시 후, 바닷물에 흠뻑 젖은 다이노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크라슈는 그의 눈동자와 입에 감돌고 있는 신기를 느끼곤 입을 열었다.

     

   “물의 신이십니까?”

   [ 도둑의 아이야. ]

     

   다음 말을 듣고, 크라슈의 몸이 멈칫하였다.

   저번에도 그렇지만 물의 신은 역시 크라슈에게 블랙 후드를 준 신에 관해 알고 있었다.

     

   곧이어 다이노에게는 볼 수 없는 자애로운 미소가 거닐어졌다.

     

   [ 무엇이 그토록 궁금하기에 결국 신계에까지 호기심을 뻗더냐. ]

     

   이미 사정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는지.

   물의 신이 질문을 던져왔다.

     

   크라슈가 카란디스 쪽을 힐끗 보았다.

   그러자 카란디스는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기울였다.

     

   그도 그럴 게 지금 그녀의 눈에는 다이노가 입술을 뻐금거리는 모습으로만 보였기 때문이다.

     

   신기를 다뤄 보지 못한 카란디스는 지금 물의 신의 목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크라슈도 만약 성위 마법을 통해 신기와 비슷한 힘을 얻지 않았다면 물의 신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을 터였다.

     

   “묻고 싶은 건 간단합니다.”

     

   크라슈는 자세를 바로 한 채 물의 신을 바라보았다.

     

   “신계 너머에 있는 묵시록의 4기사.”

     

   아벨라와 격전을 벌인 그날.

   잠시지만 신의 영역에 도달했던 크라슈는 그날 보았던 묵시록의 4기사를 선명히 기억하고 있다.

     

   “그들의 존재가 왜 신계에 있습니까.”

     

   크라슈의 다음 질문을 듣고, 물의 신이 침묵했다.

     

   혹시 이야기해 줄 수 없는 건가.

   어쩌면 이건 신들의 역린을 건드린 걸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든 크라슈가 살짝 긴장한 순간.

     

   [ 으응? 묵시록의 4기사가 뭐니, 그게. 무섭게. ]

     

   방금까지 자애로운 미소가 사라지고, 물의 신에게서 당혹스러움이 드러났다.

   그것을 본 크라슈가 눈을 깜빡였다.

     

   물의 신에게서 거짓말을 하는 낌새는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말로 모르시는 겁니까?”

     

   크라슈가 질문하자 물의 신은 난처한 표정을 지은 채 자기 턱을 손으로 감쌌다.

     

   [ 그도 그럴게 신계라는 것도 한 개가 아니란다. ]

     

   신계가 하나가 아니다.

   그 말은 크라슈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 신계란, 설명하기는 복잡하지만, 너희 식으로 이야기하면 신마다 독립된 공간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단다. ]

   “그 정도로 많다는 겁니까?”

   [ 너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넓다고 봐도 무방하겠지. 밤하늘에 비치는 별들 사이에 공간만큼이나 신계도 넓으니. ]

     

   그 정도라면 가늠이 안 된다.

   더불어 그런 거라면 확실히 물의 신도 묵시록의 4기사에 관해 모를 만도 했다.

     

   ‘어쩌면 아벨라의 성위 마법 탓에 묵시록의 4기사가 잠시 드러났던 건가.’

     

   그녀의 성위 마법에는 세계 침식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그 힘에 반응해 묵시록의 4기사가 모습을 드러낸 걸까.

     

   이렇게 따지니 머리가 복잡해진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질문을 해도 괜찮겠습니까?”

     

   답이 안 나오는 문제는 크라슈도 넘겨 두도록 했다.

   대신, 크라슈는 다른 걸 질문하기로 했다.

     

   [ 해보렴. ]

     

   다행히 물의 신은 흔쾌히 받아들여 주었다.

     

   “최근 신들이 인간에게 스킬을 부여하는 일이 드물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에 관해 아시는 게 있습니까?”

     

   물의 신도 같은 신이다.

   그러니 혹시나 해 물어보자, 물의 신이 애매한 반응을 보였다.

     

   [ 그건 조금 더 근본적인 이야기를 해야겠구나. ]

     

   물의 신은 바다를 바라보았다.

     

   [ 너희가 일컫는 세계 침식은 사실 중간계가 신계가 개입할 수 있는 허용치를 늘려주는 힘이기도 하단다. ]

     

   그 말은 크라슈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허용치 말입니까?”

   [ 일종의 균형인 셈이지. 세계 침식이 강대해질수록 신도 부여하는 힘이 강대해지는 거란다. ]

     

   크라슈가 생각에 잠겼다.

   지금까지 신들의 개입이 원활하게 있을 수 있었던 것도 전부 세계 침식 덕이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했다.

     

   세계 침식은 분명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크라슈에 의해 세계는 금역을 전부 청소하며 세계 침식의 비율이 상당히 줄었다.

     

   당연히 이를 따라 신들의 개입도 줄어든 것이다.

     

   [ 물론 최근에는 다른 신들이 의도적으로 손을 떼는 모습이 보이기는 하지마는.

   흐흠, 여기까지는 자세히 모르겠구나. 나라고 하여 다른 신들과 그리 친한 게 아니라. ]

     

   아까 말했듯 신계는 넓다고 했다.

   물의 신도 모든 신에 관해 아는 것은 아니겠지.

     

   “그냥 아는 신들이 없어서 모르는 거잖나.”

     

   그 순간 이번에는 물의 신이 아닌 다이노가 직접 말하였다.

   다이노가 기가 막힌다는 반응을 보이자, 물의 신의 신기가 크게 움찔거렸다.

     

   [ 그, 그게 무슨. ]

   “내가 아는 이야기를 뭐 그리 둘러 하는지. 부끄러워할 거 없다. 넌, 혼자서도 유유자적 잘 지내잖나.”

   [ 혼자라던가 그런 말 하지 말거라! ]

     

   자애로운 물의 신 대신 아싸 물의 신이 생겨났다.

   크라슈는 한 몸에서 잘도 대화 나누는 두 사람을 바라보곤 짧게 웃었다.

     

   “물의 신님, 혹시 인간이 신계에 가는 것도 가능하겠습니까?”

     

   그러고는 크라슈는 다른 질문을 던졌다.

   묵시록의 4기사가 궁금하다면 결국 신계에 직접 가서 살펴보면 될 일.

     

   혹시 물의 신이 알까 물음을 던지자, 그녀는 잠시 고민하더니 대답했다.

     

   [ 은하수를 횡단할 수 있다면 가능하지 않겠니. ]

     

   불가능하다는 소리군.

   지금까지 왜 신계에 도달하는 방법이 역사에 남겨져 있지 않는지 알겠다.

     

   ‘신의 영역에 도달하게 된 반신들도 결국 신계가 아닌 중간계에 머물다 그 수명이 다한 경우가 더 많았으니까.’

     

   신기가 끝에 다다르며 소멸해 버린 신들.

   그런 신들의 존재는 예전 아서가 성검을 개안하기 위해 찾은 성지와 같이 여러 곳에 그 흔적이 남아 있다.

     

   즉, 중간계에서 신계로 넘어간 이는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처음부터 세계와 같이 존재해 온 신들과 인간에서 신의 영역에 도달하게 된 이들은 사실 별개의 존재로 봐야 하는 건가.’

     

   머리가 복잡해진다.

   적어도 역사에서 신계에 도달한 인간이 없음은 사실이니까.

     

   ‘그래도 성위 마법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별들마저 움직이게 하던 성위 마법이다.

   크림슨가든과 마황에게 좋은 소식이 있기를 기다려 보는 게 가장 가능성이 높을 듯싶었다.

     

   더불어 어쩌면 물의 신이 모르는 또 다른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야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많이 알았습니다.”

     

   물의 신 덕분에 새로운 정보를 꽤 알았다.

   나머지 정보는 이쪽이 알아보면 되겠지.

     

   “미안하군. 여기까지 왔는데 대답해 줄 수 있는 게 그리 많지 않아서.”

   [ 이, 이 정도면 충분히 대답하지 않았니? ]

   “예, 이 정도면 충분하고도 남으니까요.”

   [ 거 보거라! ]

     

   애초에 신계라는 미지의 세계와 관련된 정보다.

   정보 하나하나가 새롭고 귀했다.

     

   다이노와 투덕거리던 물의 신을 본 크라슈는 이내 한 가지 더 떠올랐다.

     

   “아,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 ……물어보렴. ]

     

   이미 이미지가 다 깨졌음에도 애써 이성을 유지하는 그녀의 모습에 크라슈가 입을 열었다.

     

   “도둑의 신에 관해서 묻고 싶습니다.”

     

   크라슈는 자신에게 블랙 후드를 준 그녀에 관해 질문했다.

     

     

   * * *

     

     

   물의 신과의 대화를 마치고, 크라슈는 포세우스에서 하룻밤 보낸 뒤 돌아가기로 하였다.

   덕분에 포세우스 왕국에 방을 하나 받게 된 크라슈는 고급스러운 손님 접대용 방에서 창밖을 보고 있었다.

     

   왜냐하면 물의 신이 답해준 마지막 질문에 머리가 복잡했기 때문이다.

     

   「인간 중 유일하게 신계에 도달한 이.」

     

   크라슈는 지금까지 인간 중 신계에 도달한 이는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웬걸.

   세계에는 알려지지 않은 뜻밖의 이야기가 있었다.

     

   「신계에 있던 신들과는 무관하지만, 중간계에는 라그나로크라는 게 일어난 적 있단다.」

     

   라그나로크.

   당연하지만 크라슈도 처음 들어본 이야기다.

     

   「라그나로크에서 신의 영역에 도달한 무수히 많은 신들이 죽임당했고, 혹은 이름을 빼앗기며 반신으로 추락했었단다.」

     

   크라슈는 뒤늦게 밤의 신을 떠올렸다.

   이름을 뺏기며 격이 낮춰진 신들과 신들의 시체가 쌓인 장소, 성지.

     

   그러한 것들이 왜 존재했는지 이제는 모든 게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세계 여기저기에 남아 있는 흔적들은 현대에 이르러서도 아직 밝혀지지 못한 것이 많았다.

   어쩌면 세계는 현대보다 훨씬 더 진보된 문명과 신의 영역에 도달한 무수히 많은 이들을 보유했던 시절이 있었던 걸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 중 모든 신들을 물리치고, 신계에 도달한 이. 그게 바로 도둑의 신이란다. 그 뒤로 꽤 여러 짓을 하고 다녔지.」

     

   그 여자, 생각보다 더 터무니없는 인간이었다.

   물의 신은 그때를 회상하며 살짝 골 아픈 반응을 보였다.

     

   「그 덕분에 신들에게 워낙 원한을 많이 쌓았단다. 혹시나 나중에 보게 되면 조심하라고 전해주렴.」

     

   크라슈는 생각이 복잡했지만, 일단은 알겠다고 하였다.

     

   ‘그 여자는 대체 무슨 생각인 건지.’

     

   도통 속을 알 수가 없는 신이다.

   더불어 두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첫 번째 사실은 이렇다.

     

   ‘아벨라는.’

     

   어쩌면 그 시대부터 지금까지 환생을 이어왔을지도 모른다.

   그녀가 사용한 성위 마법이 신기와 유사한 점이 많다는 것이 그러하였다.

     

   ‘……성위 마법은 아벨라가 창시한 것이 아니라 예전부터 존재했던 마법이었다?’

     

   이는 새로운 접근 방법이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두 번째 사실은.

     

   ‘블랙 후드는.’

     

   어쩌면 신계로 갈 수 있는 열쇠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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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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