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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06

    <406 – 시야차이>

     

    천령산맥을 호령하던 대요녀 레드마운틴.

    아니, 드래곤교장에 의해 강제로 개명을 당하기 전까지 자신만의 이름을 지녔던 존재.

    적산대원 잔묘묘.

    赤山大猿 孱杳杳.

    그녀는 휘하의 무수한 보스몬스터들을 거느리며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수많은 괴수와 싸워왔다.

    천령산맥의 거대한 산세가 피로 물들도록.

    깊고 깊은 골짜기 속 어둠에 패배한 괴수들의 잔약한 비명이 울려퍼지도록.

    무수한 시체를 딛고 올라서며 세운 공포의 상징으로서 그녀는 군림해왔다.

    그런 그녀이기에 하늘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기둥처럼 솟구친 다리를 보며 깨달았다.

     

    저것 또한 같았다.

    그녀의 과거와.

    드래곤교장에게 패배하기 전의 자신과 같았다.

     

    <천강호신부>

    <강령비인술>

    <천량초혼부>

     

    가장 값비싼 부적과 비약, 영령을 사용함에 있어 레드마운틴 교수는 한 순간도 망설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녀는 배를 짓뭉갤 기세로 내리치는 거대한 다리를 막아낼 수 있었다.

     

    콰아앙!!

    치이익!!

     

    천강호신부의 문양이 끝자락까지 타들어가고, 강령비인술의 강화술식이 산산이 터지고, 천량초혼부로 부름받은 영령들이 모조리 산화하여도.

    아슬아슬하게 규모의 폭력을 막아내어 등 뒤의 1년생과 2년생들이 털끝 하나 다치지 않도록 사수하는데 성공하였다.

     

    “시건방을 떨어대는구나, 건방진 문어새끼가…!”

     

    본능적으로 남자를 유혹하는 고혹적인 자태에서 어떤 남자도 감히 눈을 마주치길 두려워할 패악적인 살기가 솟아올랐다.

    그것은 크라켄의 영역전개 하나로 발산되었던 광역피어를 모조리 밀어낼 정도로 강한 살기였다.

     

    “어마어마한 법술이군. 비약과 부적, 성장을 돕는 보조수단에 불과하리라 여겼던 것들로도 이만한 전투가 가능하다니. 이게 생산학부의 진가인가?”

     

    대해적 엘 드라코 교수는 솔직히 레드마운틴 교수를 경시하고 있었다.

    어설픈 꾀를 부리다가 1학년에게 호되게 당해버린 멍청한 교수.

    그 생각이 눈앞의 교전으로 뒤바뀌었다.

    오만할 수밖에 없는 대단한 실력을 지닌 교수로.

    끝도 없이 허공으로 솟구치는 부적들이 거대한 방어결계를 형성하며 크라켄의 다리 하나를 봉쇄하고 자연마나의 흐름을 뒤틀어 대마법에 준하는 자연현상을 인위적으로 이끌어낸다.

     

    <천벌>

    <낙뢰>

     

    극에 달한 기술은 모두 같은 경지에 도달한다고 일컫듯이 자연마법의 궁극에 준하는 자들이 펼치는 낙뢰가 쉼 없이 크라켄의 다리에 내리친다.

    그마저도 해저로 퍼져 바다속의 3학년들에게까지 해를 끼치지 않고 수중에 스며든 부적의 힘으로 결계의 표면을 따라 번개의 힘이 도로 위로 올라가니, 영구동력마냥 거듭 낙뢰가 내리친다.

    인간의 몸으로 저런 흉험한 부적술에 당했다가는 손쓸 새도 없이 즉사를 면치 못할 것이다.

     

    ‘세계의 섭리를 비트는 데 그치는 마법과 달리, 섭리 그 자체를 이용하여 같은 현상을 쉼 없이 되풀이하는 공세를 어찌 인간의 몸이 감당할까!’

     

    자연은 거스를 수 없다.

    그런 상식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강함이 신묘한 부적술로 펼쳐지고 있다.

    그러나 이 대단한 기행에는 막대한 대가가 따른다.

     

    ‘부적의 수만큼 커지는 위력과 자연현상. 여기에 쓰인 부적을 모두 회수할 수는 없다!’

     

    번개에 맞아 타들어가는 부적.

    크라켄이 몸부림을 칠 때마다 속박에 힘을 다해 녹아내리는 부적.

    매초, 매순간 레드마운틴 교수의 부적이 줄어든다.

    끝을 모르는 물량이 그 수를 충원하더라도 저 부적 하나하나가 사실상 마도구 하나와 같다.

    돈을 물 쓰듯이 퍼붓는 교환비로 벌어지는 갑부조차 손이 떨릴 끔찍한 광경이었다.

    그래도 레드마운틴 교수가 주저하지 않는 이유는 힘을 상실하면 이를 회복하는데 드는 대가보다 부적의 값이 더욱 저렴하기 때문이다.

     

    ‘저 괘씸한 1학년이 없었다면 레드마운틴 교수가 이만한 피해를 볼 일도 없었겠지만.’

     

    3학년들은 소환의식이 개변되어 대괴수의 영력에 짓눌려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교수 또한 실시간으로 아까운 부적이 눈 녹듯이 녹아내리고 있다.

    이런 와중에 배에 올라 피해를 악화시킨 2학년들만 뻔뻔하게 무사해서는 도리에 맞지 않겠지.

     

    <영역축소>

     

    1학년들을 감싸던 영역을 축소하여 자신의 보호범위에서 2학년들을 배제시킨 직후, 힘과 힘의 격돌에서 비롯되는 어마어마한 충격에 2학년들 전원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몇몇은 입가에서 피를 흘리며 주저앉았고, 재주가 조금 뛰어난 이들은 동료들의 앞을 지키다가 더 많은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종래에 이들 모두를 지키는 것은 학년수석 만델라 카스테라가 되었다.

     

    “아앗핫핫하!”

     

    맹랑한 웃음소리에 실린 마나파장이 충격파를 거듭 밀어내고는 있지만 웃음에 실린 기운은 점점 눈에 띄게 약해지고 있다.

    특기인 교란과 현혹, 상태이상 강제부여 따위는 대괴수와 교수의 충돌에서 비롯된 충격파에는 아무런 영향도 미칠 수 없다.

    잔재주 따위는 통하지 않는 진정한 강자들의 싸움 앞에서 무르익지 못한 천재의 재능 따위는 그저 버티기에도 급급하기에.

     

    ‘크라켄이 정말 단단히 격노했군. 역시 원인은 새끼크라켄 때문인가?’

     

    배 뒤에 찰싹 달라붙어서 무오옹 소리를 내며 덜덜 떠는 어린 크라켄.

    오크노디가 물에 풀어놓은 새끼에게 심어진 마나술식이 부모를 불러내었다.

    제 새끼가 인간들에게 속아 납치되었다가 간신히 풀려났음을 깨달은 부모가 격노한 꼴이다.

     

    “부관! 역장을 더 크게 펼쳐라.”

    “반대쪽의 함선은 어떡합니까?”

    “뫼르소 해적단? 뒤져도 상관없는 녀석들이지만 다음 학기 강의를 위해 새로운 교습재료를 납치하기도 귀찮은 일이다. 겸사겸사 목숨만 살려라!”

     

    우연히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들은 1학년들은 뭐 이런 미친 교수가 다 있나 싶었지만 덕분에 뫼르소해적단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미친 아카데미 녀석들. 무슨 1학년 강의장에서 대괴수가 튀어나오고 지랄이야!!”

     

    포격전에 난타당하고, 적선이 통제를 잃고 돌격하기에 옳다구나 백병전을 하려고 덤벼들었더니 해저에서 튀어나온 크라켄의 다리가 발산하는 기세에 모든 마안이 무력화되었다.

    태양을 바라보는 이의 눈이 멀듯이 너무 강력한 마나파장은 감지하는 마안을 파괴시키기에.

    마안을 특기로 삼은 뫼르소 해적단 전부가 크라켄의 등장과 동시에 사실상 무너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설마 우리해적단의 특징을 간파하고 저런 대괴수를 불러냈단 말인가?!”

    “선장님,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닙니다. 상대는 고작 1학년이지 않습니까.”

    “아니, 저 중에 한 명. 1학년이지만 학년을 초월한 무시무시한 존재가 있다.”

     

    뫼르소는 두려움을 담아 그 이름을 입에 담았다.

     

    “다크프린세스 오크노디. 우리 해적들의 군주로 군림하는 일곱 대해적에게 감히 <지령>을 내릴 수 있는 각국의 왕에 버금가는 권세를 지닌 재단의 최고걸작이 저기에 있다.”

    “그 와이히엠하이 재단의!!”

    “맙소사. 왜 그걸 미리 알려주지 않으신 겁니까!”

    “알았다면 이 미친 시험에 순순히 끌려왔겠냐? 탈출한다고 개짓하다가 다 죽었겠지.”

    “차라리 탈출이라도 시도하지 그랬습니까! 이대로는 여기서 다 죽게 생겼잖습니까!”

     

    와이히엠하이 재단의 이름은 양지보다 음지에 더욱 알려져 있다.

    양지에서 그 이름을 듣는 것은 모든 일이 벌어진 이후, 소란이 된 몇몇 사건에서 비롯된 극히 일부의 일화 때문이다.

    음지에서는 알려지지 않은, 완벽하게 실행된, 그 실행을 몸소 담당한 조직이 잔뜩 얽혀있다.

     

    악행의 횟수도, 심각성도, 위험성도.

    음지에서의 악명이 아득히 위에 속한다.

    그 와이히엠하이 재단의 수석장학생, 공식적으로 존재를 인정받은 아가씨의 존재는 선전포고와도 같다.

     

    우리는 더 이상 역사의 어둠에 머무르지 않는다.

    재단의 이름에 공포를 지닌, 복수심을 품은.

    그 모든 적을 상대로 이 아가씨를 지켜낼 수 있다.

     

    세계의 이면에서 키운 힘은 어둠 밖으로 나선다.

    옥좌 위에 앉아 군림하던 열국의 통치자들과 마침내 어깨를 나란히 한다.

    그 상징이자 시작점이 내비치는 흉포함이라면 저 무자비한 심해의 대괴수를 불러내는 것은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닌 것이다.

     

    “죽지 않는다. 지금 여기서 무분별하게 대괴수가 날뛴다면 죽는 건 모두가 될 테니까. 아무리 재단의 아가씨라도 그만한 정치적 부담은 이길 수 없어.”

    “그럼 고작 1학년에 불과한 재단의 아가씨가 저 대괴수를 통제할 수 있단 말입니까!?”

     

    전성기에 비해 힘을 상실한, 교장에게 목줄이 채워진 신세라고 해도 아카데미의 교수가 고작 촉수 하나를 묶어두는 것에 불과하다.

    심지어 이 뒤에는 그보다 더한 것이 다가온다.

    저깟 촉수 하나와는 비교도 안 되는 더욱 많은 다리를 지닌 대괴수 크라켄의 <본체>가 심해 깊은 곳에서부터 이 장소에 전속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드래곤교장이야 크라켄을 무찌를 수 있겠지.

    하지만 교수는 무리다.

    교장이 도착하기 전까지의 인명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게 된다.

     

    “멍청이들. 하나 남은 눈으로도 보는 것을 그리 못하니 네놈들이 위로 올라서지 못하는 게야.”

     

    뫼르소의 눈에는 보였다.

    통제할 자신이 있기에 불러냈으리라는 당연한 인과가.

    그 생각은 분명하게 이루어졌다.

     

    “응애야. 엄마한테 집에 빨리 가고 싶다고 해!”

    “무오오오오오옹!”

     

    오크노디의 외침 한 번에 애달프게 소리치는 새끼크라켄.

    그에 방금 전까지 격렬하게 몸부림치던 촉수가 거짓말처럼 분노를 억눌렀다.

    레드마운틴 교수는 온 힘을 다해 촉수 하나를 묶어두기에 급급한 대괴수를 오크노디는 세치 혀로 뜻대로 조종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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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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