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407

    그렇게 방에 들어간 유미르는 겉옷과 교복을 벗으며 중얼거렸다.

     

    “휴우, 정말로 괜찮으려나…….”

     

    루크가 자기 입으로 괜찮다고는 했지만, 부모님께 너무 압박당하고 있는 게 아닐까 조금 걱정이 된다.

     

    아까 잠깐 봤을 땐 역시 분위기가 그리 따듯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었지.

     

    그렇다고 부모님이 무슨 악당인 것도 아니니 별 일이야 없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손님을 그렇게 어색한 분위기에 무책임하게 던져 놓는 것은 좀 그렇지 않겠는가.

     

    유미르는 그렇게 환복과 방 정리가 끝나는대로 문을 열었다.

     

    “저기……. 루크, 기다렸…….”

     

    -벌컥-.

     

    “어머, 정말로? 평소에도 마석 세공에 관심이 많았다고?”

    “흐음, 보통의 애들은 관심을 갖기 어려운 분야일텐데…….”

    “저는 대마법사가 될 거거든요. 마석에 관심이 있는 게 당연하지요. 현대 마법기술의 기반에는 당연히 마석세공도 깊게 연관이 되어 있으니까요. 그만큼 중요한 기술인걸요.”

    “으하하! 그 말이 맞다, 맞는 말이야!”

     

    예상과 전혀 다른 상황에 유미르는 방문을 열어젖힌 모습 그대로 잠시 말을 잊었다.

    뭐지, 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분명 몇 분 전만 해도 굉장히 어색하고 낯선 분위기였던 것 같았는데……?

     

    지금은 왁자지껄, 거실은 이미 루크와 함께 웃음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유미르가 잠시 그렇게 자신의 부모님과 루크가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광경을 지켜보고 있으니, 그녀의 어머니인 요르무트가 방 문을 연 채 가만히 서있는 유미르를 발견하고는 입을 열었다.

     

    “어머, 유미르. 왜 거기 그렇게 멍하니 서 있니?”

    “정신 차리고, 너도 와서 네 친구 옆에 좀 앉아봐라!”

     

    호미르는 호탕하게 웃어제끼며 외치듯 말했다.

    그에 유미르도 ‘아하하…….’하고 멋쩍게 웃음을 흘리는 수밖에 없었다.

    대체 그 짧은 시간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

     

    유미르의 부모들은 루크가 탐탁치 않았다.

     

    아무래도 루크의 모습은 평소 그들이 알던 유미르와 안 어울려도 너무 안 어울렸던 데다가, 이전에 이런 친구가 있다는 이야기는 단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호미르도 바보는 아니다.

    예전에는 휴대전화를 자주 잃어버리거나 돈을 평소보다 더 많이 요구하는 등, 정황은 사실 어느정도 있었다.

    게다가 최근에는 유미르가 무언가를 부모에게서 숨기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고,

     

    유미르가 이렇게 갑자기 이야기도 없이 갑자기 집에 데려온 것도 그렇고, 이상한 점이 한 둘이 아니다.

     

    혹시나, 얘가 그 괴롭히는 그 아이가 아닌지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래도 척 보면 잘 놀게 생겨먹지 않았는가?

    분명 옷과 행동이 단정하기는 했지만, 그 느낌이라는 게 있다.

    어른이 하는 말 제대로 안 듣고, 겉으로는 착한 척이나 하면서 뒤에서는 할 거 다 하는 여자들이 저런 느낌을 낸다.

    게다가 외모도 꽤 예쁘장하게 꾸민 것이, 공부도 지지리 못할 것 같다는 느낌을 주고 있었다.

    어떻게 부모님 덕에 티그 아카데미에 진학은 한 모양이지마는, 아카데미에 입학했다고 끝은 아니잖은가?

    심지어는 이름도 어울리지 않게 웬 촌스러운 남자 이름인데다,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 수 없는 미소까지, 거슬리지 않는 부분이 없다.

     

    그러니까 루크라는 애가 애 답지 않게 수석에 대해 잘 안다고 해도, 그리고 심지어는 그 대화가 호미르에게 꽤 즐거웠다고는 해도, 아직은 영 호감이 가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말이야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고작 말 몇마디로 첫 인상을 휙휙 고쳐먹을 정도로 호미르의 고집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도 이 말에는 역시 반응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이냐? 저번에 티그 아카데미의 축제 때 유미르를 만나서 도와준 적이 있다고?”

     

    호미르가 턱수염을 쓸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는 유미르와는 정확히 어쩌다가 만나게 됐냐는 주제의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온 이야기였다.

     

    “네, 아무래도 유미르가 좀 귀엽다보니까, 귀찮게 하는 애들이 좀 있는 모양이더라고요. 다시는 귀찮게 하지 못하게 혼을 내 줬죠.”

     

    딸이 심하게 괴롭힘 당했다는 이야기를 부모 앞에서 꺼내는 것도 부절적하다는 판단에 상황을 조금 축소시키기는 했지만, ‘귀찮게’라는 단어의 선택이 그렇게 잘못된 부분은 없었다.

    실제로 유미르는 그 괴롭힘에서 귀찮음을 느끼기도 했을 테니 말이다.

     

    게다가, 굳이 그들에게 알리지 않더라도 그 녀석은 더 이상 유미르에게 손을 댈 수도 없을 거다.

    아카데미에선 서드가 그녀를 지키기로 했으므로.

     

    그러나 그 이야기를 쉽게 믿을 수 없던 호미르는 미심쩍은 표정으로 루크를 바라보며 물었다.

     

    “흐음, 네가 직접 말이냐?”

     

    그에 루크는 생긋 웃으며 주먹을 들어보였다.

     

    “네, 제가 보기보다는 힘이 좀 세거든요. 절 귀찮게 하는 남자 정도는 스스로 제압할 수 있어요.”

    “허어-.”

     

    아무리 봐도 가냘퍼 보이는 손목에 무슨 힘이 있다고 그런 소리를 하는지 이해가 가질 않던 호미르의 시선은 한층 강해진 의심의 눈초리를 루크에게서 거두지 않았다.

    그에 루크는 이미 그의 의심을 알고 있다는 듯이 제안했다.

     

    “뭣하면, 시험해 보실래요?”

    “뭘?”

    “제가 꽤 세다는 걸요.”

     

    루크는 테이블에 팔꿈치를 올렸다.

    팔씨름의 자세였다.

     

    “아서라, 어린 여자애하고 내가 무슨…….”

    “그렇지만, 이대로는 못 믿으시잖아요?”

     

    루크는 드워프가 얼마나 의심이 많은 종족인지 알고 있었다.

    그들은 고집이 강한 만큼 소문을 절대 안 믿고, 자신이 두 눈으로 확인한 것 만이 진리라 맹신한다.

    즉, 심사숙고하여 고른  백 가지의 문장보다도 한 번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 부분은 마법사와도 꽤 닮은 구석이 있다.

     

    하지만, 그들은 그렇기에 더욱 단순하기도 하다.

     

     

    루크는 손을 쥐락펴락하며 승부욕이라는 감정을 드러내듯이 살짝 웃으며 말했다.

    “저는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거든요.”

     

     

    사실, 이렇게 제안한다고 해서 여자아이의 손을 잡고 진심으로 팔씨름을 하려고 하는 어른은 잘 없다.

    허나, 드워프는 다르지.

     

    그들의 호승심은, 꽤 남다른 편이니까.

     

    “흠-. 그래!”

     

    아니나 다를까, 호미르는 팔짱을 풀고는 다가와 테이블 맞은편에 앉아서 손을 내민다.

     

    “계속 의심을 하는 것도 피곤하니까. 한번 믿어보기로 할까.”

    “여보! 주책이야, 정말!”

     

    아내가 곁에서 어이가 없다는 듯 외치기는 했으나, 그녀 역시 그리 적극적으로 제지를 하지는 않는 듯 했다.

    뭐, 그녀도 드워프인만큼, 그런 부분에서는 마찬가지였으니까.

    허세꾼이나 거짓말쟁이를 싫어하는 것은 같다는 것이겠지.

     

    그에 루크는 가볍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굳이 봐주실 필요 없어요. 그냥 오른 손으로 하셔도 돼요.”

    “무슨 소리냐?”

    “그야, ‘오른손잡이’ 시잖아요?”

     

    그에 호미르는 살짝 난처하다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

     

    “그걸 어떻게 알았지?”

    “아까 팔짱을 끼시는 모습을 보고 알았죠. 오른손잡이는 보통 오른 손이 위로 가도록 팔짱을 끼니까.”

     

    사람을 자세히 관찰하면 생각보다 많은 사실을 알 수가 있다.

    오른손잡이인지, 왼손잡이인지, 평소 어떤 부위가 아픈지, 또 어떤 성격을 갖고 있는지, 어떤 취미를 갖고 있는지.

    심지어는 그들이 평소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까지도.

    사소한 곳에서 모두 나타나는 법이다.

     

     

    루크의 말에 호미르는 살짝 고개를 숙였다.

    과연, 눈썰미가 있는 아이로구만.

    계속 말하는 걸 보니 머리에 든 게 없는 것 같아 보이지도 않는 것 같고…….

     

    그는 이내 허탈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허허, 이거 참. 내가 널 너무 나쁘게만 봤던 것 같구나.”

     

    호미르는 루크의 제안을 받아 오른손으로 바꾸며 말을 이었다.

     

    “그래, 제대로 상대해주지. 봐주지 않고 말이야.”

    “좋아요.”

     

    루크 역시 그에 마주보며 웃었다.

    계획대로다.

     

    사실, 루크가 팔씨름을 제안한 데엔 다 이유가 있었다.

    드워프라는 종족에게 악수는 굉장히 신뢰하는 사람과 나누는 일종의 맹세와도 같은 것이다.

     

    지금은 딱히 그런 문화적 의미는 많이 없어지기는 했지만, 그들의 몸에는 여전히 손을 잡는다는 행위엔 신뢰도를 급격히 높이는 심리가 내재되어 있을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그들은 단순하고 호전적인 종족이기도 하다.

    함께 싸우거나, 싸웠던 인물과는 금세 마음의 문을 연다.

    옛날처럼 전장에 나가 목숨을 걸고 치고 받을 수 있는 환경은 아니지만, 팔씨름은 충분히 그것과 유사한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뭐, 그런 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수도 있는 것은 사실이고 말이다.

     

    어쨌든, 손해 볼 것은 아무것도 없지 않은가?

     

    -텁-.

     

    그렇게, 호미르와 루크의 손이 맞잡아졌다.

     

    —–

     

    “아하하! 정말 세구나! 거짓말이 아니었어.”

     

    호미르는 정말 기분좋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어, 결국엔 내가 이기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자아이치고는 정말 강해.”

    “그렇죠?”

     

    사실 루크는 자신이 이길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괜히 드워프의 경쟁심을 자극하고 싶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으니까.

    조금 엎치락 뒤치락 하는 상황을 연출해 주기는 했으나, 마지막에는 그냥 져주었다.

     

    여자아이한테 진심으로 했는데 팔씨름을 졌다고 하면,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서는 불쾌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 이유는 없지.

     

    뭐, 이 정도만 해도 웬만한 남성은 가볍게 이길 수 있다는 증명이 될 테니 상관은 없다.

     

    “평소에 단련도 한다고?”

    “네에, 험한 세상이니, 저도 제 스스로를 지킬 힘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그건 굉장히 좋은 마음가짐이야. 확실히, 그 정도 힘이면 웬만한 남자들에겐 휘둘리지 않겠어.”

    “감사합니다.”

     

    그리고 잠시 후, 호미르가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아까 하던 수석에 대한 이야기 말인데.”

    “네?”

     

     

    이런, 아까 자신이 했던 수석 이야기에 무슨 오류가 있었나?

    그렇다면 조금 치명적인데.

     

    루크가 의문을 담아 고개를 갸웃거리자, 호미르는 철 없는 어린아이 같은 표정을 지으며 제안했다.

     

    “조금만 더 할까?”

    “……물론이죠!”

     

    루크는 역시 미소지으며 생각했다.

     

    ‘이건 꽤나 신뢰도가 오른 듯한 느낌이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팔씨름은 사실 드워프들 사이에선 거의 결투죠.
    다음화 보기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