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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07

       *** ***

         

       “헉, 헉…!”

         

       달리던 여자가 비틀거리며 넘어졌다. 앞서 달리던 청년은 그 모습을 확인하고 여자의 곁으로 달려갔다.

         

       “괜찮아? 조금 쉬자!”

         

       “헉…! 헉..! 그래도!”

         

       “진정해. 급해진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

         

       여자가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돌렸다.

         

       캬아아악!

         

       쾅!

         

       먼 거리에서 들리는 전투음. 벌써 저 소리가 들린지 하루가 넘었다.

         

       사내가 아직도 싸우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에 여자는 조급해졌다.

         

       휴식이 필요한다는 것은 본인도 알았지만 저 소리가 귓가에 맴도는데 어떻게 맘 놓고 쉴 수 있을까.

         

       “가자.”

         

       “좀 더 쉬어야 한다니까.”

         

       “목표지점에 거의 다 왔잖아! 수색하면서 쉬면 그만이야!”

         

       “…알았다고.”

         

       여자와 청년이 다시 이동했다. 그들이 달려 도착한 곳은 어느 산이었다. 흑룡의 포악이 스치고 지나간 파괴흔만이 가득한 곳.

         

       “하아, 하아…제길..어디서부터 찾아야 하지?”

         

       “일단 이쪽부터 수색해 보자!”

         

       청년이 뛰쳐나가는 것을 보며 숨을 몰아쉬는 여자의 머릿속에는 한 줄기 의문이 피어났다.

         

       이곳에서 정말…‘별의 무기’를 찾을 수 있을까.

         

       여자는 이틀 전의 일을 떠올렸다.

         

       [함께 싸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요?]

         

       [무슨 의미지.]

         

       [신인께서는 전에 무기가 필요하다고 하셨지요. 그것도 꽤나 강한 무기 말입니다.]

         

       청년은 마른침을 삼키고 말을 이었다.

         

       [건너 건너 마을은 수행자를 불러 흑룡을 처리하고자 했습니다. 지, 지금은 신인께서 흑룡과 싸우실 수 있으니 말이 이상해 지지만…그때까지만 해도 수행자분들이 흑룡을 쓰러트리기를 기대하는 건 무모한 일이었지요. 그럼에도 그 마을은 그런 수단을 택했습니다.]

         

       [본론만 축약해 줄 수 있겠소?]

         

       [그 마을에는 별의 무기라는 것이 있습니다.]

         

       …별의 무기? 마을 사람들의 얼굴에 의아함이 스치고 지나갔다.

         

       [하늘에서 내려준 비보라더군요. 그 마을은 별의 무기를 수행자에게 쥐여 주면 흑룡을 퇴치할 수 있다고 여겼을 겁니다. 필시 대단한 무기겠지요. 흑룡과의 일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정도로 말입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로군.]

         

       제사장이 반박했다.

         

       [설령 그런 무기가 있을지라도 그 마을이 멸망한지도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났다. 그런 비보라면 생존자들이 들고 도망쳤을지도 모르는 일. 어디 있을지도 모를 무기를 어찌 찾는단 말이냐? 자살 행위에 불과해!]

         

       [그러니 흩어져 찾아야지요.]

         

       청년은 차분하게 반박했다.

         

       [만약 그 수행자가 별의 무기를 들었다면 흑룡과 싸웠던 그곳에 무기가 남아 있을 것이고, 만에 하나 별의 무기를 대가로 흑룡 퇴치를 요구했다면 마을 안에 감추어져 있겠지요. 혹여 살아남은 생존자가 도망쳤다면 다른 마을에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정말 허황된 계획이로군! 그런 일에 목숨을 걸겠다니 제정신인가?]

         

       제사장이 비아냥거렸다.

         

       [저는 하겠어요.]

         

       여자가 앞으로 나섰다. 제사장은 그저 비뚜룸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저 사내가 시간을 끄는 동안 달아나기만 하면 안전이 보장되는데 누가 기약 없는 위험을 무릅쓰려 할까.

         

       [나도 돕겠소.]

         

       [나 역시 참여하겠다.]

         

       그러나.

         

       적지 않은 마을 사람들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자, 자네들 제정신인가?]

         

       [그런 말을 들을 정도로 위험한 일도 아니지 않습니까? 기껏해야 산등성이를 누비고 다른 마을의 문을 두드리는 일이거늘.]

         

       [아무것도 못하고 두려움에 떠는 것도 이젠 지긋지긋합니다.]

         

       [성공만 한다면 편히 살 수 있으니 해볼 만한 일이지요.]

         

       [아, 아니…]

         

       제사장의 황망함을 뒤로하고 마을 주민들끼리 토의를 벌였다. 마을이 초빙한 수행자가 어디서 쓰러졌는지 서로의 입을 통해 위치를 확정하고 마을 사람들이 수색해야 할 마을과 장소를 정했다.

         

       논의의 결과 청년과 여자가 맡은 곳은 먼 마을의 수행자와 흑룡이 전투를 벌였다 추정되는 장소였다.

         

       흑룡이 갈아엎은 온갖 잔해들 사이에서 있을지 없을지 모를 무기를 찾아야 한다고 하니 여자의 가슴은 막막함으로 물들었다.

         

       캬아아아!

         

       그러나 하늘에서 울리는 흑룡의 괴성에 여자는 정신을 차렸다.

         

       ‘찾아야 해!’

         

       사내가 아직도 싸우고 있다는 증거.

         

       그 소리에 여자는 마음을 가다듬고 잔해들을 헤집기 시작했다.

         

       얼마나 잔해들을 헤집었을까.

         

       여자는 쓰러트린 통나무 아래에서 반짝이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그 물체를 더듬었다. 은빛 몸통과 더불어 손에 잡히는 단단하고도 서늘한 감촉.

         

       “찾았다!”

         

       청년이 허겁지겁 다가왔고 여자와 청년은 남은 잔해와 흙더미를 모두 치우고 ‘별의 무기’를 바라보았다.

         

       “이것이…”

         

       “확실해!”

         

       누가봐도 명백한 무기의 형상과 범상치 않은 자태. 얼굴에 함박웃음을 띄우며 기뻐하던 두 사람은 이내 하늘에서 들려오는 흑룡의 울음소리에 몸을 일으켰다.

         

       “가자!”

         

       “응!”

         

       이미 녹초가 되어버린 두 사람에게 돌아가는 길은 결코 쉽지 않을 일이었지만.

         

       두 사람의 눈은 희망을 품고 반짝이고 있었다.

         

       *** ***

         

       사내는 생각했다.

         

       이렇게 길게 싸워본 적이 있던가?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팔다리가 물먹은 솜마냥 무거웠다.

         

       캬아아아아!!

         

       다시 한번 강하해오는 흑룡을 바라보는 사내.

         

       거 목청도 좋지.

         

       지친 기색이 역력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독기를 품고 울음소리를 내는 흑룡을 보면서 참으로 징하다 싶었다.

         

       무거운 팔다리를 움직여 간신히 흑룡의 앞발을 피했다. 공격을 피했지만 사내는 더욱더 기민하게 몸을 놀렸다. 뒤이어 떨어지는 꼬리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콰아앙!!

         

       몇 번째일지 모를 회피. 다시 한번 흙먼지와 파편을 뒤집어 쓴 사내가 신음을 삼켰다.

         

       꼬리는 피했지만 꼬리 공격에 터진 땅거죽이 뱉어내는 잔해들이 온 몸을 두들겼기 때문이었다.

         

       사내는 고통을 참으며 마을 사람들을 떠올렸다.

         

       기를 다루지 못했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고 단정지었던 마을 사람들.

         

       그런 마을 사람들은 안전한 대피 대신 목숨을 걸고 있는지 없는지조차 알 수 없는 별의 무기를 찾으러 가는 길을 택했다.

         

       사내는 자신의 머리에 각인된 마을사람들의 눈빛을 떠올렸다.

         

       투지.

         

       ‘분명 그들의 눈빛에는 싸우고자 하는 결의가 있었다.’

         

       그때 사내는 깨달았다.

         

       저들 역시 나와 다를 바 없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그저 부릴 수 있는 힘의 크기가 다를 뿐 그들 역시 자신과 같이 마음속에 투쟁의 불길을 피울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그렇기에 사내는 자신의 힘을 온존하며 고통을 참고 괴로움을 견디며 기다렸다.

         

       그들이 가지고 올 별의 무기.

         

       저 오만한 검은 것을 하늘에서 떨어트릴 수단을.

         

       “신인님!!”

         

       그런 사내의 기다림은 결실을 거뒀다.

         

       땀범벅이의 청년과 여자.

         

       그 두사람의 손에는 별의 무기가 쥐여져 있었으니까.

         

       드디어 왔는가.

         

       그런 감상을 품은 사내가 청년과 여자를 향해 손을 뻗었다.

         

       여자는 부르르 떨리는 무기에 손을 놓았고 무기는 사내의 손을 향해 빨려들었다. 이윽고 무기를 쥔 사내는 자신의 손에 들린 무기를 내려다보았다.

         

       투박했다.

         

       쇳덩어리에 겨우 손잡이를 달아 만들어 놓은 무기.

         

       그러나 사내는 그런 무기에서 집념과 염원을 느꼈다.

         

       불길에도 녹지 않고 천하에서 가장 단단하다는, 말 그대로 하늘이 내린 금속인 운철.

         

       그런 운철에 구멍을 뚫고 손잡이를 달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을까.

         

       사내는 손잡이를 잡자마자 느꼈다.

         

       흑룡과 싸워 이기고자 했던 먼 마을 사람들의 투지를.

         

       우우우우웅!!!

         

       사람들의 뜻을 모아 벼려낸 무기에 빛이 깃들었다. 여성은 그 광경을 보며 생각했다.

         

       사내의 검과 주먹에 모였던 빛과는 비교조차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빛이라고.

         

       사내의 추에 모이인 기운이 심상치 않다 여겼는지 흑룡은 하강을 포기하고 눈치를 살폈다.

         

       “오지 않을 생각인가?”

         

       캬아아악!!

         

       사내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했다는 듯이 성난 울음을 토해내는 흑룡이었지만 교활한 흑룡은 자신의 이점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인간은 하늘을 날 수 없는 생물이었으니까.

         

       그런 흑룡의 의사를 읽어냈는지 사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내가 가겠다.”

         

       사내가 훌쩍 뛰어올랐다. 그 모습을 본 흑룡이 비웃었다. 날개도 없는 인간이 뛰어봐야 뭘 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허공에서 뻗어진 사내의 발은 허공을 밟고.

         

       다시 한번 치솟아 올랐다.

         

       연신 허공을 박차며 순식간에 흑룡에게 쇄도해 들어가는 사내.

         

       캬아악!!

         

       느긋하게 홰를 치던 흑룡이 황급히 날개를 퍼덕이며 더욱 높은 곳으로 도망쳤다. 흑룡이 빠르게 고도를 높였으나 사내가 치고 올라가는 속도는 그보다도 더 빨랐다.

         

       “아…..”

         

       여성과 청년.

         

       아니, 별의 무기를 찾아 수많은 곳을 뛰어다니던 마을 사람들 모두가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하늘을 지배하던 흑룡이 승천하는 별을 피해 도망치고 있었다.

         

       그 경이로운 광경을 만들어낸 사내.

         

       사내의 머릿속에서는 온갖 이치가 휘몰아치고 있었으니.

         

       그 이치의 근원은 바로 별의 무기였다.

         

       하늘 밖의 하늘(天外天).

         

       별조차 하나의 티끌에 불과한 우주.

         

       그 우주의 흐름이 새겨진 운철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사내의 그릇과 지평은 지금 이순간에도 계속해서 확장하고 있었다.

         

       캬아아악!

         

       흑룡이 연신 날개짓을 하며 울음소리를 토해냈다.

         

       흑룡과 사흘 밤낮을 내리 싸운 사내는 마주친 흑룡의 눈에서 억울함과 분노를 읽어냈다.

         

       그런 흑룡의 눈을 마주하며 사내는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억울할 수도 있겠지.”

         

       사내는 그런 흑룡의 감정을 일부 인정했다.

         

       지금의 자신이 부리는 힘은 결코 자력으로 쥘 수 없는 것이었으니까.

         

       그러나.

         

       별의 무기를 벼려낸 이들.

         

       안전하게 피난하는 대신 별의 무기를 찾기 위해 사방으로 흩어진 마을 사람들.

         

       그들의 염원과 노력. 그리고 투지가 사내가 걸을 수 있는 하늘길(天道)을 만들었다.

         

       그 길을 거침없이 내달린 사내는 흑룡보다도 더 높이 솟구쳐 올랐다.

         

       “이제야 내가 너의 위에 섰구나.”

         

       캬아아아아악!!

         

       한낱 인간을 올려다봐야 하는 처지가 된 흑룡이 그 어느때보다 격렬하게 분노를 토해냈다.

         

       사내는 그런 흑룡을 바라보며 묵묵히 추를 들어 올렸다.

         

       이제는 모든 일에 종지부를 찍어야 할 때였으니까.

         

       천하 모든 기운이 사내의 추를 중심으로 요동치고 그 어느때보다 밝은 빛무리가 추를 휘감았고.

         

       종국에는 흑룡을 향해 쇄도했다.

         

       빛이 폭발했다.

         

       “아…”

         

       그 광경을 가장 가까이에서 바라보고 있는 청년과 여자는 그저 입을 벌리고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별빛과 함께 흑룡이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천하가 제 것인 양 하늘을 활보하며 마음껏 울음을 터트리고 유열 어린 눈빛으로 사람을 잡아 죽이던 폭군.

         

       그런 폭군이 어떻게든 버티기 위해 날개를 퍼덕이며 저항해 보았지만 사내와, 사내가 쥔 별의 무기와 충돌할 때마다 흑룡의 몸이 휘청거렸으며, 머리가 젖혀지고, 날개가 꺾였다.

         

       청년과 여자는 똑똑히 보았다.

         

       양 손으로 추를 쥔 사내가 온 힘을 다해 내리친 그 추가 흑룡의 미간에 박혀드는 광경을.

         

       그 공격이 결정타였다.

         

       콰아아앙!!

         

       흑룡의 거체가 지면에 처박혔다. 흑룡의 거체를 방패 삼아 지면에 떨어진 사내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지긋지긋하구나.”

         

       사내라고 어찌 몸이 성할까. 아무리 천도를 깨달았다고 한들 사흘 밤낮동안 싸우며 입은 상처와 지친 육신이 회복되지는 않았으니.

         

       추를 지팡이 삼아 쓰러지지 않고 버티는 사내의 위에 원독에 찬 흑룡의 머리가 드리워졌다.

         

       사내는 지친 몸을 채찍질해 고개를 들어 올렸다.

         

       절체절명의 순간이었지만 사내는 알고 있었다.

         

       지금의 흑룡은 사내를 물어뜯을 힘조차 없다는 것을.

         

       촤아아아!!

         

       그렇기에 흑룡은 자신의 남은 생명을 불살라 원독을 토해냈다.

         

       힘없이 벌려진 주둥이에서 폭포수와 같은 핏물이 쏟아져 내렸다. 그야말로 심장과 전신에 남은 모든 피를 짜내는 광경에 청년과 여자는 비명을 질렀다.

         

       사내가 그 모든 피를 뒤집어 썼으니까.

         

       그저 스친 것만으로도 팔뚝에 기괴한 흉터를 남긴 독성 어린 피가 아닌가!

         

       당장이라도 사내가 한 줌 독수로 변해 없어질지 모를 일이었으니까.

         

       그러나.

         

       그 다음 순간 벌어진 일에 청년과 사내는 더욱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흑룡의 검붉은 피가 모조리 사내의 몸으로 흡수되고 있었으니까.

         

       뿐일까.

         

       흑룡의 거체 곳곳에서 흐르던 피가 검은 기운이 되어 모조리 사내에게 달라붙었다.

         

       -그-르-르-르-!

         

       사내의 머릿속에서 흑룡의 울음소리가 울려퍼졌다. 사내는 그 순간 본능적으로 흑룡의 기운이 자신의 몸에 스며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사내에게는 흑룡의 울음소리가 다르게 들렸다.

         

       너를 원망한다.

         

       인간을 증오한다.

         

       별의 이치를 부정한다.

         

       그 말만을 남긴 채 자신의 몸에 똬리를 틀어 버린 흑룡의 기운, 흑룡기(黑龍氣).

         

       모든 힘을 소진하여 자신의 몸에 일어나는 변화를 막아낼 수 없었던 사내는 쓴웃음을 지었다.

         

       ‘저주인가.’

         

       앞으로 사내는 오직 인간만을 물어뜯으려 드는 흑룡기를 제어하며 살아야 함을 직감했다.

         

       뿐일까.

         

       흑룡의 독수는 그 ‘이치’까지 물들여 버리고 말았으니.

         

       지금 그가 사용하는 이 이치를 전수받은 이들은 흑룡기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내면의 변화를 관조한 사내가 눈을 떴다.

         

       그야말로 찰나라고 생각했거늘 꽤나 시간이 지났던 것일까.

         

       마을 사람들이 모여들어 있었다.

         

       “신인님…! 머리카락이…!”

         

       “눈이…!”

         

       여성과 청년의 말에 사내는 추의 면을 들여다보았다. 전혀 다듬어지지 않은 추의 면은 울퉁불퉁해 그 형상이 제대로 비추어지지 않았지만 그런 추의 면에 비추는 사내의 변화는 누구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사내의 눈은 피처럼 붉어졌으며 그 머리카락은 그 어떤 것보다도 검게 물들어 있었으니까.

         

       사내는 쉬이 다가오지 못하는 마을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당장이라도 사람을 물어 뜯겠노라고 날뛰는 흑룡기가 자신을 휘감고 있는데 어찌 사람이 쉽게 다가올 수 있겠는가.

         

       기는 곧 본질.

         

       마을 사람들이 느끼는 사내는 흑룡이나 다름 없는 불길한 존재일 것이다.

         

       “신인님..! 이 어찌 된 일입니까.”

         

       “아무래도 흑룡이 가는 길에 재를 뿌린 모양이오.”

         

       마을 사람들은 탄식을 터트렸다.

         

       “그야말로 마귀가 되어 버렸군.”

         

       마을사람들은 차마 그 말을 부정하지 못했다. 사내가 그런 존재가 아님을 알면서도 그런 사내를 휘감은 채 끔찍한 기운을 흩뿌리는 흑룡기의 위세가 너무나 극심했으니까.

         

       사내는 길게 숨을 들이쉬며 추를 들어 어깨에 걸쳤다.

         

       사내는 말없이 발을 떼며 걸음을 옮겼다.

         

       “어딜 가십니까.”

         

       “떠나야겠소.”

         

       사람을 해칠 수밖에 없는 기운을 품었다. 그러니 응당 사람과 거리를 두어야 할 일이었다.

         

       그러나.

         

       사내의 발걸음은 이내 멈출 수밖에 없었다.

         

       청년과 여자가 자신의 앞을 막아섰기 때문이었다.

         

       “어찌 이리 가시려 하십니까.”

         

       “혹여 저주 때문이라면 저희는 괜찮습니다. 함께 하시지요.”

         

       사내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흑룡의 저주를 받았소. 내 힘의 원천을 물들여 버린 이 녀석은 사람을 해칠 때만 신나게 날뛸 것이고 흑룡과 같은 영물을 상대할 때는 침묵하겠지. 더이상 그대들을 지켜줄 수 없다는 이야기오.”

         

       “그렇다 한들 상관없습니다.”

         

       청년과 여자의 말에 호응하듯이 마을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마을 사람들을 사내는 무거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 자리에 있는 것은 마을 사람들 뿐만이 아니었다.

         

       낯익지 않은 자들. 여러 마을을 들쑤시는 과정에서 퍼져나간 소식을 들은 이들, 혹은 흑룡이 떨어진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다른 마을의 정찰꾼들 역시 이곳에 있었다.

         

       사내는 그런 이들의 눈에 서린 감정을 읽어낼 수 있었다.

         

       두려움.

         

       “주변의 마을들이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을 것 같구려.”

         

       “설령 그렇다 한들 어떻단 말입니까!”

         

       여자가 답답하다는 듯이 외쳤다.

         

       “스스로를 마귀가 되었다 하셨습니까? 세상 천지에 어떤 마귀가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할까 걱정하며 스스로 거리를 둔단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천인께서는 인간이십니다!”

         

       “…그렇다 한들 다른 이들은 날 인간으로 보지 않을 것이오.”

         

       “또 천인께서는 홀로 싸우시려 하십니까?”

         

       청년의 말에 사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함께하여 흑룡이라는 하늘을 쓰러트리지 않았습니까? 힘을 합쳐 하늘을 부수었거늘 어째서 선인께서는 겁을 먹으셨습니까?”

         

       겁이라.

         

       청년의 말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하늘도 무너뜨린 우리가 아닙니까. 흑룡도 쓰러트렸거늘 흑룡이 남긴 저주에 굴복하려 하시다니요.”

         

       “예! 이 녀석의 말이 맞습니다! 다시 힘을 합쳐 그 저주를 극복해 보시지요!”

         

       마을 사람들은 사내를 둘러싼 채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사내는 그런 마을 사람들의 행동에 결국 고개를 떨어트렸다.

         

       “고맙소.”

         

       마을 사람들은 환호를 터트렸고 사내와 함께 다시 마을로 돌아갔다.

         

       그 모습을 본 다른 마을 사람들은 마을로 돌아가 이리 말했다.

         

       하늘을 무너뜨린 마귀를 숭배하는 마을이 생겨났다고.

         

       먼 훗날.

         

       천마신교라 칭해질 집단의 태동이었다.

         

       *** ***

         

       “이 이야기에는 현 천마신교의 모든 기틀이 담겨 있다.”

       

       정철은 긴 이야기에 압도되어 말을 잃었다.

         

       “왜 소천마가 천마와 동등한 대우를 받는지 이해했는가? 시기가 다를 뿐, 천마신공을 계승하였으니 흑룡의 저주를 이겨냈다는 점에서 어느 천마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왜 천마비고가 존재하고 그 안에 무공서들이 넘쳐나는지 이해했는가? 저주받은 무공인 천마신공을 함부로 계승할 수 없었던 천마들은 다른 이들을 위하여 계속해 새 무공을 창안했기 때문이다.”

         

       “왜 그대가 천마신공을 계승받을 수 있는지 이해했는가? 흑룡의 저주를 받은 천마신공의 대를 이어나가는 일은 쉬운 일이었을까. 가능성이 있는 자라면 누구나 천마신공의 계승에 도전할 수 있는 규율은 그래서 존재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천마신공을 계승받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했는가? 천하를 주름잡던 흑룡이 인간에게, 무인에게, 무학에 남긴 원독을 견디고 극복하며 다루어야 함을 말한다. 이것이 [천마신공]이며 천하를 독보(獨步)할 수 있는 힘의 근원이다.”

         

       “그대는 이 모든 의미를 가슴에 새겨라. 천마신공을 계승 받는다는 것이 무슨 의미를 지니며 어떠한 도전인지를 이해하라.”

         

       “천마가 된다는 것은 그러한 것이다.”

         

       정철은 위지천이 다르게 보였다.

         

       결코 위지천을 얕본 적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오늘 이 이야기를 듣고 나니 위지천이 그보다 몇 배 아니 몇십 배는 큰 거인으로 느껴졌다.

         

       “그대가 추를 쥔 채 승천하는 사내가 될지, 아니면 흑룡의 발톱에 스러진 한 사람의 수행자가 될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문제이고, 그대가 천마신공을 어떤 의미로 받아들였으며 어떤 자세로 도전할지 역시 그대의 자유이나 단 한가지만은 당부하고 싶군.”

         

       정철은 마른침을 삼키며 물었다.

         

       “무엇입니까.”

         

       “절대로, 흑룡 앞에서,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지 말라.”

         

       정철은 한순간 드러낸 위치천의 기세에 압도당했다. 감정을 전혀 파악할 수 없는 눈으로 돌아간 위지천은 몸을 돌렸다.

         

       “계승식은 내일이니 잘 준비하도록.”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초대 천마는 무림천하 세계관 최강자입니다.

    물론 저주받기 전 기준입니다.

    왜, 어째서 천마신공이 그리 개사기인가.

    그리고 그런 개사기 무공이 있음에도 왜 쓰던거 쓰지 열심히 무공을 만들었는가.

    대충 그런 세계관 설정을 풀어넣고 싶다보니 길어지게 되었네요.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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