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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07

   소울 아카데미 거리에 존재하는 한 가게의 지하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웃으며 가게에서 일을 하던 이들은 방금 전의 밝음을 어디에 내다버린 건지 다소 엄숙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내버려 두면 끝없이 침묵이 이어질 것 같은 분위기 속에서 카운터를 담당하던 이가 무거운 목소리를 냈다.

   

   “성녀가 돌아오고 나서부터 주신 교회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무언가를 눈치챈 것처럼 보입니다.”

   “방금 전 들렸던 이들에게서 들은 정보도 동일합니다. 교회의 사제들이 평소보다 바빠 보인다더군요.”

   “…하지만 이상합니다. 저희의 정체가 들킬 구석이 있었습니까? 아카데미의 교수들은 물론이고 교회의 주교조차 저희를 눈치 채지 못했는데.”

   

   무언가 착각을 하고 있는 거 아닐까하는 한 사람의 말에 테이블 위에 침묵이 자리한다. 모두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공허의 추종자 중에서도 정예라 불릴 법한 그들은 단순히 악신의 권능에만 의존하는 다른 어중이떠중이들과는 격이 다르다.

   

   단순히 다른 이들의 겉모습을 흉내 낼 뿐 아니라 자신이 집어삼킨 것의 모든 걸 연기하는 이들은 세상 어디에라도 잠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지니고 있었다.

   

   실제로 그들은 아카데미 거리에 잠입한 후로 단 한 번도 들키지 않았다.

   

   아카데미의 교수들을 속이고, 주신 교회의 사제들을 속였으며, 심지어 교회의 주교조차도 그들의 잠입을 눈치 채지 못했단 말이다.

   

   헌데 주신 교회의 어설픈 성녀 따위가 하루 만에 이상을 알아차렸다고?

   

   “그런 이야기는 나중에 하지요. 설령 저희의 착각이라 한들 최악을 대비하는 게 옳으니까요.”

   

   처음에 말을 꺼냈던 이는 비슷한 생각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그를 감추며 분위기를 다잡았다.

   

   착각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가 최악의 경우를 마주하게 되면 끝장이니까.

   

   “지금은 일단 각자 있는 곳으로 돌아가서 대기하다가.”

   

   상황을 정리한 남자가 각자 해야 할 것을 이야기하던 그 때에 그의 품 안에 있던 수정구가 빛을 발했다.

   

   남자는 테이블에 앉은 다른 이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수정구를 꺼내 마력을 담았다. 그러자 그 안에서 다급한 남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엘로크님.”

   

   다급히 움직이다 연락을 한 듯 벅찬 숨을 흘리던 남자는 끊어져 갈 듯한 숨을 내뱉으며 이야기를 이었다.

   

   “교회가 움직였습니다! 사제들이 저희가 잠입한 가게를 둘러싸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이끌어 가던 이. 엘로크는 남자의 말을 듣고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젠장. 본래 생각했던 것보다 교회의 움직임이 빠르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굳을 대로 굳어버린 주신 교회가 앞으로 나서려면 이런저런 절차를 밟아야 할 터인데? 무슨 주요한 증거라도 찾아낸 건가?

   

   “지금 일단 다른 추종자들이 직원을 흉내 내며 막아서고는 있습니다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릅니다!”

   “주신 교회에서 내민 명분은 무엇입니까.”

   “이단 색출입니다.”

   “증거로 내민 것이 있습니까?”

   “아뇨. 아무것도.”

   

   뭐지? 예전이라면 몰라도 지금의 주신 교회에 아무런 증거 없이 색출을 강요할 만한 힘은 없을 텐데?

   

   교회의 의중을 추측하기 어려워 엘로크가 미간을 찌푸리던 그 때 천장 위쪽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누군가 이야기해준 것은 아니었지만 테이블에 자리한 이들은 모두 가게에 방문한 자들이 누구인지 알아차렸다.

   

   침입자들이 품에 안고 있는 기운은 분명 주신 교회의 신성이었으니까.

   

   “…일단 물러서야겠네요. 저들이 저렇게까지 자신감을 표출한다는 건 무언가가 있단 소리일 테니까요.”

   

   단순한 허세인지 진심인지는 알 수 없으나 당장은 물러서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엘로크의 이야기에 다른 추종자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아뇨. 전 여기 남겠습니다.”

   

   다만 테이블에 앉아있던 모두가 엘로크의 말에 동의한 것은 아니었다.

   

   이번 잠입에서 중책을 맡았으며 지금은 요리사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자는 질책어린 시선을 받아내면서도 자신의 의견을 고집했다.

   

   “차라리 잘 됐습니다. 단순히 의심을 하고 있을 뿐이라면 어디 볼 만큼 보라 그러죠. 저들이 억지를 부린 것으로 결론난다면 저희는 지금보다 편하게 활동 할 수 있을 겁니다.”

   “너무 위험한 짓인 것 같은데.”

   “설령 문제가 된다 한들 최대한 시간을 끌어보겠습니다. 그러니 엘로크님께선 아래에서 상황을 보다 움직이시지요.”

   

   자신이 실수했을 경우 시간을 끌다 죽겠단 그의 말에는 분명한 각오가 스며있었다.

   

   그를 마주한 엘로크는 남자의 쓸모와 이번 일이 성공했을 경우에 얻을 여러 가지 것들을 가늠하다가 느릿하게 고갤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대신 저희들이 당신을 도울 것이라 생각하진 마십시오.”

   “당연히 그래야지요.”

   

   씨익 웃으며 방 바깥으로 나온 남자는 계단을 올라가면서 자신의 표정을 조정했다.

   

   지금 내가 연기하는 요리사는 불같은 성격과 드높은 자존심을 지닌 자다. 그 자라면 교회의 갑작스런 등장에도 기죽지 않고 소리를 내지를 터.

   

   지상으로 향하는 문 앞에서 가볍게 목을 가다듬은 남자는 문을 박차면서 목에 힘줄을 세웠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가게 안을 가득 채우는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가게 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남자에게로 향한다.

   

   당혹으로 가득한 직원들. 다소 강압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사제들. 그리고 그 중심에 서 있는 자그마한 여자아이.

   

   여자아이?

   

   루시 알른이 도대체 왜 여기에 있는 거지?

   

   …그러고 보면 지난 번 예술 교단에 잠입한 우리의 동료를 잡아챈 것도 루시 알른이라고 했다.

   

   예술 교단에서 일어난 소란을 보면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이 망나니에게 무언가 축복이 주어진 것인가?

   

   어둠의 사도가 이 여자아이 하나에게 매달린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단 말이냐.

   

   “야. 돼지. 왜 그딴 눈으로 날 쳐다봐?”

   

   인상을 찌푸린 채 생각을 거듭하던 남자는 루시의 날 선 목소리를 듣고서 기가 차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알른 영애께서 성녀님과 친분이 있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만. 설마 교회의 권력을 마음대로 쓸 수 있을 정도일 줄은 몰랐군요!”

   

   이단의 색출이라는 목적을 루시 알른 개인의 망나니짓으로 바꾸는 남자의 언행은 실로 훌륭했다. 실제로 루시 알른의 뒤편에 서 있는 사제들은 그의 말을 듣고서 당혹을 드러냈다.

   

   그렇지만 루시는 아니었다. 이들을 이끌고 등장한 그녀는 당당히 남자의 앞까지 걸어와서는 남자를 올려다보며 히죽 웃었다.

   

   “꿀꿀? 꿀꿀꿀?”

   “…뭐 하시는 겁니까?”

   “가축의 언어로 말을 걸어줬잖아? 왜 못 알아듣는 척 하는 거야?”

   

   자신의 배려를 무시하는 게 건방지다며 투덜대는 루시의 말에 남자의 얼굴이 살짝 뜨거워진다.

   

   진정해라. 이 녀석이 패악질을 부릴수록 내 쪽의 명분이 더 커진다. 그냥 이 꼬맹이가 제멋대로 하게 내버려 두면 돼.

   

   “푸하핳♡ 아닌 척 하는 거 봐♡ 발정난 돼지 같은 눈을 하고 점잖은 체를 해봐야 웃길 뿐이거든?♡”

   

   무시해. 루시 알른이 난리를 피우는 이유는 분명 명확한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이 녀석의 말을 모두 웃어넘기기만 하면.

   

   “아니면 혹시 자신이 없는 걸까?♡ 하긴~ 뱃살에 묻혀서 아무것도 안 보일 것 같긴 하다~♡”

   

   하면.

   

   “소변 볼 때는 어떻게 해?♡ 살갗을 들어서 찾아내는 건가?♡ 아니면 혹시 그냥 누고 씻는 건가?♡ 맞네~ 이거구나?♡ 어쩐지 소변내가 난다 싶었♡…”

   

   이 씨발 년이.

   

   순간 이성이 증발해버린 남자는 본래의 목적조차 잊고 품 안의 식칼을 꺼내 루시 알른을 향해 휘둘렀다.

   

   악신의 권능마저도 담긴, 루시 알른이라는 건방진 꼬맹이를 조지겠단 일념만이 존재하는 기습적인 공격.

   

   루시는 그가 휘두르는 식칼을 보고서도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대처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어지간한 기사 수준을 넘어선 그녀가 어찌 남자의 느릿한 공격을 놓치겠는가.

   

   루시가 멀뚱히 그 공격을 바라보고만 있었던 이유는 저기에 대처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옆에는 자신의 목숨을 걸어서라도 주인을 지킬 기사가 존재했으니까.

   

   “건방지군요. 어디서 당신 따위가 아가씨를 건드리려 하는 겁니까.”

   

   식칼을 쥔 손을 팔 채로 날려버린 칼은 자신의 기세만으로 식당을 지배했다.

   

   직원을 연기하던 악신의 추종자들은 물론이고 루시의 뒤편에 있던 사제들마저 식은땀을 흘리던 그 때에. 루시 알른은 평상시처럼 콧노래를 부르면서 빙그르르 돌아 사제들을 바라봤다.

   

   “저기요? 사제님들? 멀뚱히 서서 뭘 하시는 걸까요? 눈이 멀쩡하다면 방금 전에 그걸 보셨을 텐데?”

   “…어. 예. 예. 맞습니다.”

   “그럼 일 해♡ 허접 성녀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것밖에 못하는 허접 새끼들아♡”

   

   루시 알른의 매도를 기점으로 정신을 차린 사제들은 즉시 가게의 직원들을 붙잡으려 했다.

   

   상황이 돌이킬 수 없게 되었음을 깨달은 공허의 추종자들은 정체를 드러내고서 발악했지만 애초부터 전투력이 그리 뛰어나지 못한 그들의 발악은 대개 사제는 사제라는 것을 입증할 뿐이었다.

   

   악신의 추종자들이 머무르던 다른 가게라 하여 별 다를 것은 없었다.

   

   루시가 시키는 바에 따라 그 곳으로 향한 페이비가 주신의 신성을 빌려 악신의 추종자들의 변장을 밝혀냈으니까.

   

   그렇게 몇 달에 걸쳐 이루어진 공허의 추종자들의 잠입 계획은 단 하루 만에 박살이 나버렸다.

   

   소울 아카데미 개학까지 일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일어난 소란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고. 사정을 귀담아 들은 호사가들은 대부분 주신 교회의 성녀께서 또 다시 자신의 능력을 입증했다고 평했다.

   

   당사자인 페이비는 그런 것이 아니라 부정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말을 성녀의 겸손이라 판단 내릴 뿐이었다.

   

   “단순한 겸손이 아닙니다. 이번 일에서 제가 한 건 정말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교회의 사람들을 이끌고 움직인 것은 성녀님이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습니다만.”

   “혹여 성녀님께 거리의 문제에 대해 말한 사람이 있습니까?”

   “…그게.”

   “하하. 너무 겸손하신 것도 좋지 않습니다. 성녀님.”

   

   이 일이 페이비의 공으로 돌아간 데에는 루시의 의향도 섞여 있었다.

   

   괜히 눈에 띄고 싶지 않단 의사를 루시가 드러낸 탓에 자연스레 페이비가 모든 공을 받게 된 것이다.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로 칭찬을 듣느라 페이비가 곤란해하는 동안 소란에서 홀로 빠져나온 루시는 자신의 기숙사에서 퀘스트 창을 노려보고 있었다.

   

   [부정을 섬멸하라!]

   

   이상하네.

   

   추종자들이 머물던 거처를 다 박살냈는데 왜 퀘스트가 안 깨지는 거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풀메 기도를 받고 싶은 주신의 억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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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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