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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08

       그래도 편집을 배우고 나니 올릴 영상은 꽤 많았다.

        

       단순히 놀러가서 찍은 것 말고도, 우리가 평소에 하던 방송이 있었으니까.

        

       그 방송에서 나온 영상들은 모두 따로 보관하고 있었고.

        

       그 덕분에,

        

       [으꺅—!]

        

       놀랍게도 우리 계정에는 ‘으꺅 디스펜서’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갔다.

        

       참고로 섬네일에는 내 얼굴이 한가득하였다. 죄다 놀라서 비명 지르는 얼굴이었다.

        

       “…….”

        

       나는 내 앞에서 무릎 꿇고 앉아있는 미아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 영상은 대체 어쩌다가 만들게 되신 겁니까?”

        

       “그, 그게, 클레어가…….”

        

       내가 클레어를 부르기도 전에 클레어가 얼른 미아 옆에 꿇어앉았다.

        

       “나, 나는 조회수가 잘 나올 거라고 생각했을 뿐이야! 언니가 돈 들어오는 영상을 만들면 좋을 거라고 했잖아?”

        

       아니, 그렇게 말하긴 했는데.

        

       “……그렇다면 이 섬네일은 누가 만들었습니까?”

        

       내가 내 얼굴로만 한가득한 섬네일을 가리키며 물어보자, 이번에는 앨리스가 클레어 옆에 꿇어앉았다.

        

       “…….”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이번 영상 사건의 범인이 그냥 한 사람인 것도 아니고 나와 함께 지내는 사람 중 절반이 연루되어있다니.

        

       “그런데, 이 영상 조회수 올라가는 게 심상치 않은데요? 올린 지 두 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조회수가 10만 대예요.”

        

       그렇다. 이 영상의 조회수는 지난번 내가 편집해 올린 캠핑 브이로그보다 훨씬 잘 나오고 있었다.

        

       솔직히 잘 만들긴 했다.

        

       브이로그는 약간 시네마틱한 효과만 넣었을 뿐 음악과 짤막한 대화 정도만 들어있고, 카메라 구도나 편집 어딘가가 미흡한 것이 보였다.

        

       하지만 이 게임 영상은 그런 기교 같은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센스가 필요하지 않다는 소리는 아니다.

        

       긴 영상을 어디서 어떻게 자를지, 게임 영상에 집중하는 순간과 스트리머의 얼굴에 집중하는 순간 중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 가장 재미있는 부분을 어떻게 강조해야 할지.

        

       중간중간 자막도 꽤 잘 넣었고.

        

       공부하는 것에 도가 튼 미아였으니 당연히 비슷한 종류의 영상들을 보면서 열심히 공부했을 것이다.

        

       “저도 딱히…… 뭐라고 하기 위해서 불렀던 것은 아닙니다.”

        

       “누가 봐도 혼낼 것 같았는데?”

        

       앨리스가 그렇게 반박했다가 내 시선을 받고 입을 다물었다.

        

       “다만, 이렇게, 너무 지나치게 자극적이기만 한 섬네일은 나중에 사람들이 보고 질릴 수도 있으니—”

        

       나는 어떻게든 뭔가 말해보려고 하다가, 다른 네 사람의 미적지근한 시선을 받고 그냥 포기했다.

        

       그래, 이 상황에서 내가 뭐라고 해봐야 그냥 변명처럼만 들리겠지.

        

       한숨이 나오려는 것을 꾹 참은 채 나는 말했다.

        

       “잘하셨습니다. 종종 이런 영상을 올리는 것이 도움이 되겠죠.”

        

       “응. 분명히 운동 영상도 올리면 도움이 될 거야!”

        

       “공포게임도 종종 하고.”

        

       “…….”

        

       생각해보니 운동 영상도 있었지.

        

       왠지 그 영상 제목도 ‘으꺅 퍼레이드’ 같은 게 될 것 같은 건 기분 탓인가?

        

       “그나저나, 영상 이름은 누가 지은 겁니까?”

        

       “…….”

        

       나의 질문에, 이번에는 샤를로트가 와서 무릎을 꿇었다.

        

       아니, 나 빼고 전부였냐고.

        

       조회수야 잘 나왔으니 된 거지만.

        

       *

        

       우리 영상은 올린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엄청나게 많은 조회수를 얻었다.

        

       이제 올린 영상이 다섯 개 였는데, 으꺅 시리즈를 제외한 영상의 조회수는 모두 십만을 조금 넘는 수준이고, 내가 공포 게임을 하며 기겁하거나 딱 달라붙는 옷을 입고 운동 게임을 하는 영상은 그보다 조회수가 꽤 아주 높았다.

        

       대중에게 완전히 알려졌다고 할 수준이냐고 물어본다면 그건 당연히 아니었다. 하지만 방송하는 사람으로서는 어마어마한 것이다. 아마 이 사이트에 영상 올려본 사람들이라면 배가 아플 정도일걸.

        

       게다가 그 성장세가 멈춘 것도 아니고 아직도 계속 올라가고 있었으니 조금 무서울 정도였다.

        

       하긴, 생각해보면 인기 있을 만한 요소를 다 가지고 있긴 했다.

        

       예쁜 여자 다섯 명이 나오고, 그런데 대놓고 코스프레를 한 채 게임을 하고, 일상 영상을 올리고.

        

       게다가 그냥 예쁜 것이 다가 아니라 겉보기에는 외국인이다. 심지어 이름까지도.

        

       그런데 법적으로는 한국인.

        

       어그로가 안 쏠리려야 안 쏠릴 수가 없는 기이함이 아닌가?

        

       물론 우리가 법적으로 한국인이라는 사실은 아직 방송에서만 밝혔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

        

       나는 한 이메일을 받고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사실 방송국에서 연락이 올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은 했었다. 그리고 그 방송 내용이 국내 거주 외국인들을 모아두고 하는 방송일 거라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이메일이 이렇게 일찍 올 줄은 몰랐다.

        

       “TV 방송!?”

        

       클레어는 그렇게 반응했다.

        

       “방송이긴 합니다만, 이 프로그램은 국내 거주 외국인이 나오는 프로그램입니다.”

        

       뭔지는 알고 있다. 내가 알기로 시청률이 많이 나오는 방송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름대로 인지도 있는 방송이기도 했다.

        

       “……아, 그렇구나.”

        

       나의 말에 앨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여기서 나를 제외한 나머지 네 사람은 굳이 따지자면 외국인이 맞긴 했다. 그것도 이쪽 세계도 아니고 다른 세계의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니까. 본인들도 그렇게 느끼고 있었고.

        

       하지만 그렇게 외국인이라고 느끼는 건 본인들뿐이고, 정작 법적으로는 한국인이다.

        

       외국에서 넘어와 한국인이 되거나, 부모 중 한 사람이 외국인이라거나…… 뭐 그런 것도 아니다. 그냥 처음부터 그랬다.

        

       그런데 이름은 외국식 이름.

        

       뭐 우리가 진짜로 나대기 시작하면 여신이 어떻게든 세상을 바로잡으려고 발악할 테니 억지로라도 그 설정이 채워지긴 하겠지만, 문제는 사람들이 느끼는 우리의 언행과 국가기관에 기록된 우리 신상의 차이였다.

        

       “언젠가 방송국에서 부르면 나갈 수는 있겠지만, 아무래도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네.”

        

       두 달 넘는 기간은 나름대로 그 나라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긴 했지만, 그 사람을 그 나라 사람처럼 바꿔주지는 않는다.

        

       게다가,

        

       “여기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연출이 들어갈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들어갈지도 모른다’라는 내용을 직접 썼다는 소리는 ‘넣겠다’라는 소리와 다르지 않다.

        

       “평소의 일상을 담는데 왜 연출이 들어가는 거야?”

        

       “조금 더 자극적인 장면을 뽑아내기 위해서겠죠.”

        

       미간에 주름을 잡는 앨리스에게 설명했다.

        

       예전에 인터넷에서 읽은 글인데, 잘살고 있는 다문화 부부를 찾아가 둘이 싸우는 것처럼 연출해달라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어쩌면 이런 연출도 그런 것일지 모른다.

        

       지금까지 같은 거실에서 다 같이 자면서 놀라울 정도로 싸우지 않았던 우리더러 싸우는 연기를 하라고 하면 기분이 어떨까?

        

       “그건, 좀 싫은데.”

        

       클레어가 인상을 쓰며 그렇게 말하는 것으로, 이 이메일은 답변하지 않는 것으로 했다.

        

       *

        

       하지만 우리 일상이 아이템이 된다고 생각한 방송국은 그 방송국뿐만이 아닌 모양이다.

        

       게다가 방송국뿐만이 아니었다.

        

       우리가 게임 방송을 하는 것을 동영상 사이트에 올렸기 때문인지 다른 스트리머들도 우리에게 합방에 대한 메일을 보내왔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합방할 생각이 없습니다.”

        

       [잘 생각하셨어요]

       [그래도 유명한 사람이랑 합방하면 시청자 수도 늘텐데]

        

       시청자들의 반응도 엇갈렸다.

        

       수익을 급하게 올려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차라리 이대로 방송하는 게 낫다는 의견도 있었고, 기왕 물 들어온 거 노 저어 보라는 의견도 있었다.

        

       정작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나는 나름대로 긍정적으로 생각하던 주제였는데.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하는 게 좋을 수도 있죠.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우리는 아제르나에서 직접 건너온 사람들이니까요. 신분을 파고들수록 구멍이 많아집니다.”

        

       [ㅋㅋㅋㅋㅋㅋㅋ]

       [한결같은 컨셉ㅋㅋㅋㅋㅋㅋ]

       [근데 진짜 닮긴 했음]

        

       나는 거짓말 한마디 하지 않았는데.

        

       뭐, 믿건 말건 그건 보는 사람들 마음이지.

        

       *

        

       아제르나 전기에는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매우 많다.

        

       주역인 귀족반을 빼더라도 평민 반 애들도 있을 정도였으니까.

        

       물론 나는 아제르나에서 평민 반 애들과 친해지기도 전에 스토리를 끝내버리긴 했지만.

        

       실제로 내가 자주 만나지는 못했던 릴리 베이커나 로티 주변의 평민 친구 캐릭터들도 대부분 파티에 넣어서 쓸 수 있는 인물들이었다.

        

       정작 평민 캐릭터들의 비중은 거의 다 공기였지만 말이다.

        

       [이건, 대체…….]

        

       그리고 게임상의 사건으로 가장 충격을 받은 인물들은 평민 캐릭터들이었다.

        

       주인공 일행이 아카데미 밖으로 나가니 그 밖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마치 우리가 법국에 쳐들어갔을 때와 비슷한 분위기였다.

        

       물론 법국을 휘감은 불기둥 같은 것은 없긴 했다만.

        

       [아빠, 엄마……!]

        

       평민 캐릭터들도 아카데미에 들어올 정도라면 상당히 성공한 집안의 자식들이다.

        

       그리고 당연히 많은 학생이 원래 제도에서 거주하는 아이들이었다.

        

       릴리 베이커도 그랬고.

        

       황성으로 가는 와중 자기 집을 본 릴리가 앞으로 뛰어나갔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 보았지만, 그곳에선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대체, 다들 어디로…….]

        

       릴리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충격받은 표정으로 중얼거리고, 그 뒤를 급하게 따라온 일행이 서로의 얼굴을 걱정스럽게 쳐다보는 것으로 그 장면은 끝이었다.

        

       “우리가 겪었던 사건이랑 비슷하네.”

        

       “실비아라는 인물이 저와 같이 행동하지 않았으면 일어났을 일이라는 걸까요.”

        

       앨리스에게 대답하자, 앨리스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사실 게임 안의 사건이랑 우리가 겪은 사건이 너무 다르다 보니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

        

       그건…… 뭐, 게임을 하다 보면 어떻게 된 건지 나오겠지.

        

       그나저나, 게임 속의 나와 실제 나는 성격이 참 많이 다르네.

        

       이 스토리의 끝을 보면 여신이 굳이 나를 선택한 이유를 알 수 있을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방송 관련된 내용은 조금 더 뒤에 풀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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