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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08

    그렇게 유미르는 루크의 곁에 앉은 채 부모님들에게 ‘어쩌다 이런 좋은 친구를 만났냐’ 라느니, ‘이런 좋은 친구는 인생에 흔치 않다’ 라느니, ‘앞으로도 친하게 지내라.’ 라는 등의 내용의 이야기를 몇십분정도 듣고 나서야 그녀의 방으로 루크를 데려갈 수가 있었다.

    -달칵.

    그 과정 속에서 약간 지쳐버린 유미르가 방문을 닫으며 한숨을 쉬었다.

    “후우, 대체 내가 없는 그 잠깐 사이에 무슨 이야기를 나눴길래 엄마랑 아빠가 그렇게 푹 빠지신 거야?”

    “뭐어, 별 얘기는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만.”

    간단히 자기소개 개념의 이야기를 나눈 뒤에 수석에 관한 이야기를 적당히 나누고, 마지막에는 자식을 도와주었다는 일화를 꺼내면서 자연스러운 스킨십을 유도하는 것으로 호감도를 끌어올렸을 뿐이다.

    그래도 이번엔 어떻게 대화의 흐름이 잘 맞아떨어진 덕분에 그러한 과정이 조금 빨랐을 뿐이지, 이렇게 친해지는 것은 루크가 마음먹은 이상 언젠가 반드시 일어날 일이었다.

    이 정도는 귀족사회에서는 기본적인 교양이자 처세술이니까.

    “그리고 각 분야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이 있으면 그런 기회를 잡기가 굉장히 편하지. 후후, 이래서 공부를 해야 하는 거란다.”

    “그거 대단하네…….”

    루크의 말에 유미르는 딱히 반박을 할 수가 없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 티그 아카데미의 수석이 하는 말이 아닌가.

    유미르는 급하게 방을치우고 갈아입느라 풀지 못한 땋은 머리를 뒤늦게 풀면서 한숨을 쉬었다.

    “아카데미 수석에, 돈도 많고, 머리도 좋고, 힘도 세고, 예쁘고…, 솔직히 같은 사람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대단해.”

    “과찬을.”

    “과찬 아냐, 진짜 말도 안된다고 생각해.”

    그런데도 성격이 오만하거나 딱히 비호감을 사는 부분도 없고, 그야말로 말도 안되는 인물상이다.

    고작 10살로는 만들어 지는 것이 불가능한.

    이런 사람이 현실에 있을 수가 있는 건가 싶을정도로 묘하다.

    “나 같은 거랑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그래서 뭔가 엄청 위축된다.

    루크의 배려심 넘치는 목소리하고 행동 덕분에 대화를 할 당시에는 느낄 수 없던 감정이, 한 걸음 떨어져 객관적으로 자신의 처지를 살피게 되면 더욱 그렇다.

    이런 내가 정말 친하게 지내도 되는 사람인지도 모르겠고.

    아까 아빠하고 ‘세공의뢰’얘기를 하던 걸 보면 분명 집도 잘 살겠지.

    여러모로 비교하지 않을 수가 없다.

    “너무 그렇게 남과 자신을 비교하며 자책하지 말거라. 그런 건 좋지 않아.”

    “하지만…, 사실인걸.”

    루크의 위로에도 유미르는 그저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아마 내성적인 성격이 그동안 있어온 사건으로 인해 더욱 내성적으로 변한 것이겠지.

    당장 환경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그 기간이 짧아 적응을 하지 못 한 것일 수도 있다.

    그에 루크는 생각했다.

    ‘아이가 자존감이 많이 낮아 보이는구나. 이러면 곤란한데.’

    안 그래도 어제 서드의 여성 취향에 대해 알아온 참이다.

    그런데 이런 성격은 서드의 취향이 아니었다.

    “아, 그렇지. 서드의 이상형을 알려줘야겠구나.”

    “…아, 그랬었지! 정말로 그거 알려주러 온 거야?”

    “물론이지. 어제 내가 철저하게 물어봤단다.”

    아니나 다를까, 서드의 이야기를 꺼내니 유미르의 눈에는 약간이지만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루크는 주머니에서 깔끔하게 정리해 둔 종이를 유미르에게 건넸다.

    “이, 이게?”

    “그래, 이는 꽤 엄중한 과정을 거쳐 가져온 서드의 이상형을 적어 둔 리스트지. 이대로만 한다면 너도 서드의 눈에 차는 여인이 될 수 있을 거다.”

    “저, 정말이야?”

    루크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유미르는 곧 루크가 건넨 종이를 펼치며 안경을 고쳐썼다.

    루크는 그 모습을 보며 큼직한 술잔을 들어 입가에 가져다 댔다.

    아, 물론 이는 단지 드워프의 집에 찻잔이 없어 아무 잔이나 가져온 것일 뿐, 술이 담긴 잔이라는 건 아니다.

    이는 드워프들에겐 맥주가 일종의 차이자, 음료수이기에 찻잔 따위를 집 안에 구비해 두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 시대에서 보통 주류는 19세 이상이 아니면 구매할 수 없는 것이 정석이지만, 드워프라면 예외적으로 13세 이상만 되어도 일반 편의점에서 혼자서 주류를 구매할 수가 있을 정도로 그들에게는 술에 대한 규제가 느슨하다.

    이는 그들의 문화와 체질적인 차이에 의한 것이었는데, 그들은 몸으로 알코올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역치가 타 종족에 비하여 월등하게 높으며, 몸에 어느정도 알코올이 흐르지 않으면 장 활동이나 간 활동에 이상이 생겨 몸 상태가 오히려 나빠지는 탓에 어린아이조차도 일정 나이 이상이 되면 적당량의 음주가 건강에 반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연구 결과, 술을 마시지 않는 드워프가 단명한다고 밝혀지기도 했고 말이다.

    또한 유미르 역시 저렇게 보여도 드워프이기 때문에, 맥주를 마셔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실제로 유미르의 어머니는 방에서 친구와 이야기하면서 마시라며, 캔맥주를 직접 쥐어주었다.

    이처럼 드워프는 주류에 관해서는 한없이 개방적인 종족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루크가 건넨 그 작은 종이를 어찌나 집중해서 보는지, 가져온 맥주조차 한 모금도 마시질 않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유미르는 갑자기 캔을 따더니 그 안에 담긴 맥주를 물처럼 마시기 시작했다.

    뭐, 그녀는 드워프니까 허튼 비유는 아니지만서도.

    하지만 루크는 그런 갑작스러운 유미르의 반응에 걱정이 되어 물었다.

    “유미르, 갑자기 왜 그러느냐? 그렇게나 목이 말랐던 게냐?”

    유미르는 곧 루크에게 종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냥, 이거 보니까 답답해져서.”

    확실히, 그럴 수도 있겠다.

    서드의 취향은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긴 머리칼과 금발, 강아지보다는 고양이 상에 당당하면서도 지적인 여성을 선호하고 있었으며, 다행히 키나 체형은 어느정도 작아도 문제가 없다는 듯 보였다.

    뭐, 그래도 머리카락이야 염색을 하면 되는 문제고, 인상은 화장술을 이용하면 되겠지만, 아무래도 성격은 고치기가 어렵지 않은가.

    그런 생각을 거친 루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흐음, 역시 그렇겠지, 남의 취향에 자신을 맞추는 건 어려우니까 말이야. 특히 성격적인 부분은 말이지. 하지만, 너무 걱정할 것 없다. 내가 꼭 널 도와서-.”

    “아니, 난 그 부분 때문에 그런 게 아니야.”

    “응? 아니라고?”

    루크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유미르가 어두운 표정으로 말을 잇는다.

    “저기, 루크. 이런 말 하긴 미안한데, 이거 그냥 너 밖에 안 떠올라. 사실은 서드가 너 좋아하는 거 아냐?”

    루크는 화들짝 놀라 손을 흔들며 부정했다.

    “뭐어? 설마 그럴리가! 절대 아니네! 절대 그럴리가 없…….”

    …는데.

    “아.”

    아니, 잠깐만.

    그냥 정보로서 판단할 때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제와 객관적으로 자신과 비교해서 분석해보니 맞는 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긴 금발에 비교적 작은 키, 당당하고 지적인 고양이 상의 여성이라고 하면 그게 바로 지금 본인의 모습이 아닌가?

    그 외의 다양하고도 사소한 항목에서도 일치하는 부분이 상당수 발견된다.

    대체 뭐가 잘못 된 거지?

    그에 루크는 잠깐 그 때의 대화양상을 떠올렸다.

    ‘서드, 그대의 여성 취향은 뭐지?’

    ‘네? 스, 스승님, 이렇게 갑자기요? 하, 한번도 생각해 본 적 없습니다만….’

    ‘하긴, 사랑을 생각하기엔 너무 바쁜 삶을 살았겠구나? 딱한 것. 그럼 지금 생각해보거라. 흐음, 그렇지. 간단하게 머리모양은 어떤 게 좋은지 부터 떠올려보는 게 어떠냐?’

    ‘예? 아니, 뭐, 그렇게 물어도 딱히 제가 선호하는 건 없습니다만….’

    ‘간단하게라도 말이다. 예를 들면 긴 것과 짧은 것, 묶은 것과 풀어헤친 것 중에 뭐가 제일 낫다고 생각하나?’

    ‘…뭐, 굳이 따지자면 짧은 쪽 보다는 긴 쪽이 좋을 것 같습니다만, 모양은 상관 없을 것 같습니다.’

    ‘음, 음. 좋아. 그러면 따로 선호하는 머리색은?’

    ‘…으음, 어쩌면 금발일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군, 금발이라! 그러면 좋아하는 사람의 인상은 어떤 쪽이지? 고양이상과 강아지 상이 있다면, 어느 쪽? 물론 다른 동물에 비교해 봐도 좋다.’

    ‘…그렇게 물어보신다면 고양이가 나은 것 같기도 한데요….’

    ‘오호. 좋아, 좋아. 잘 이야기하고 있다. 그럼 이대로, 성격도 이야기 해 보거라. 내성적인 타입과 외향적인 타입이 있다면 어떤 쪽이 더 애인으로 삼고 싶을 것 같나?’

    ‘스, 스승님! 갑자기 대체 이런 걸 왜 묻는 겁니까?’

    ‘어허, 잡언은 말고 대답만 하거라. 이미 너 때문에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단 말이야.’

    ‘……당당한 여성이 취향인 것 같습니다.’

    ‘그럼 키는? 큰 게 좋은가, 아니면 작은 게 좋은가? 감이 잘 안 온다면, 지금 내 키를 보고 판단해도 좋네. 어떻지? 그냥 취향에 대한 이야기니까, 부담 없이 내뱉어보게.’

    ‘지, 지금이면 그래도 적당한 게-.’

    ‘음, 그래. 적당히 이 정도의 키가 좋다라….’

    이제와 떠올려보니 그 당시 상황도 뭔가 묘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던 것 같다.

    루크는 그 대화중에 서드가 시종일관 곤란하다는 느낌으로 자신의 접촉을 피하는 반응을 하던 것과, 자신 또한 그렇게 하나씩 밝혀져가는 정보를 알아가는 느낌에 심문이 이어질 때마다 괜히 기분이 좋아져서 미소를 지어냈던 것도 이어서 떠올렸다.

    순찰중인 경찰들에게 서드의 여자친구라고 오해를 받았던 것 까지도.

    “어라.”

    다시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거, 내 쪽이 유혹해버린 건가?

    심지어 부상 때문이라지만 그 전에 무릎베개에 팔짱까지 끼웠으니….

    “…….”

    조만간에 또 관계를 확실히 정리할 필요가 있겠다.

    그렇게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루크는 현관 앞에서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

    “오늘 갑작스런 방문에도 잘 맞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럼, 나중에 또 뵐게요.”

    루크의 인사에 요르무트는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래, 그래. 조심히 잘 들어가고! 다음에 또 놀러와.”

    “네, 요르무트씨.”

    그에 유미르도 힘 없는 목소리로 손을 흔들었다.

    “잘 가, 루크.”

    루크는 그런 유미르에게 미소를 지어보이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곧, 호미르도 커흠, 험. 하는 헛기침을 하며 인사를 건넸다.

    “마법사라면 죄다 재미없는 샌님같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널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구나.”

    “그렇죠?”

    루크는 그에게도 생긋 웃어보였다.

    자신에 의해 한 사람의 인식이 변했다면 좋은 일이겠지.

    게다가 그 사람이 바로 마석의 원석을 가공하고 세공할 좋은 기술자라는 사실이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그럼 호미르씨, 근시일 내에 작업실에서 뵐게요. 물론 세공 대금은 시세대로 매겨서…”

    그 순간, 호미르가 루크의 말을 끊었다.

    “뭐, 그런 건 됐다.”

    “네?”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는 말에 루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리 친해 졌다고는 해도, 그들은 보통 공과 사를 구분하는 편이라 자신의 노동에 대한 가치 만큼은 절대 타협을 보지 않는 종족들인데.

    따라서 이는 즉, 그가 돈이 아닌 무언가 다른 것을 바라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니나다를까, 호미르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어디보자, 티그 아카데미라고 했었지?”

    “네, 맞아요.”

    “그러면, 나중에 거, 다음번에는 행사같은 거 할때 우리 애 하고 같이 좀 놀아줘라. 재학생은 이런 거 저런 거 많잖아.”

    “네?”

    갑작스런 제안에 유미르는 놀란 듯 보였다.

    확실히, 티그 아카데미에서 행사가 열릴 경우에 그 재학생에게 이런저런 혜택이 부여되는 것은 사실이다.

    공연이나 행사에서 더 좋은 좌석이나 자리를 얻을 수 있는 우선권이라던가, 제휴를 맺은 곳으로 관람을 할 때에 몇몇 무료 혜택들이 있지.

    그리고 그런 걸 대가로 요구한다면 루크에게도 꽤 좋은 조건이었다.

    하지만, 루크는 그런 제안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아, 죄송해요. 그 제안은 조금 곤란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왜지? 축제가 있어도 우리 딸 아이랑은 놀기가 싫다는 건가?”

    호미르가 탐탁치 않다는 듯이 눈썹을 살짝 들어올렸다.

    그러나 루크는 그런 뜻이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으며 차근차근 설명을 시작했다.

    “아뇨, 제가 곧 졸업 예정이라서요. 그런 혜택들도 이제 곧 반납하게 되거든요. 아무래도 졸업생이 받는 혜택은 재학생의 혜택에 밀리니까요.”

    그에 호미르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졸업 예정? 루크, 네가 몇살인데?”

    그러고보니 굳이 루크의 나이를 묻지 않았었다.

    유미르하고 친구라고 하길래 막연히 15살이겠거니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헌데, 졸업 예정이라면 19살인가?

    아무리 잘 쳐줘도 한 16, 17살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데 말이다.

    아무래도 19살이라기엔 아직 미성숙한 느낌이 들고 있으니.

    그러나 루크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예상을 크게 엇나간 것이었다.

    “10살이요. 올해 졸업 예정이에요.”

    루크의 해맑은 대답에 호미르의 표정은 경악으로 물들었다.

    “…뭐라고?”

    수인은 빨리 자란다더니, 그건가?

    아니, 그래도 이건 명백히 이상하지 않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서드도 요망한 루크의 0고백 1차임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래도 서드 정도면 꽤 선방한 편이 아닐까요?

    아무도 10살이라고 생각할 수가 없는 루크!
    근데 벌써부터 대체 다들 나중에 어떻게 하려고 그러나, 저는 걱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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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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