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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08

       요녕을 떠나기 전.

         

       백우진은 모용진천을 찾아가 물었다.

         

       “초원 어딘가에 묻혀 있는 왕의 무덤, 어디까지 알고 있소?”

         

       앞으로 그와 조원들이 찾아야 할 왕의 무덤에 대해.

         

       이에 모용진천은 이렇게 답했다.

         

       “나도 자세히는 모르오. 다만…, 마교를 따르는 야만족들에게 듣기론 머나먼 옛날, 초원의 수많은 부족을 모조리 복속시킨 왕이 있고, 그 왕의 무덤이 어딘가에 묻혀 있다더군.”

       “초원의 왕이라….”

         

       시기상 모두가 익히 알고 있는 왕의 무덤은 아닌 듯하다.

         

       이곳은 삼류 작가에 의해 창조된 세계.

         

       그가 설정을 어떻게 짰느냐에 따라 충분히 그보다 앞선 가상의 인물이 존재할 수 있으니.

         

       “무덤을 찾는 이유는 모르오?”

         

       이어지는 물음에 모용진천은 고개를 저었다.

         

       “무덤을 찾으라는 지령만 받았을 뿐, 이유에 대해서는 전해 듣지 못했소. 그것은 초원의 야만족들도 마찬가지일 거요.”

       “흐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느낌이 온다.

         

       마교에서 찾고자 하는 왕의 무덤에 천마가 원하는 물건이 잠들어 있음을.

         

       그렇다면 백우진이 취해야 할 자세는 하나뿐.

         

       ‘먼저 찾아야겠지.’

         

       그들보다 한발 앞서 왕의 무덤을 찾아 그 안에 잠들어 있는 물건을 손에 넣는 것.

         

       형태, 크기, 색 등.

         

       무엇 하나 알 수 없지만, 무덤을 찾기만 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천마가 그토록 찾아 헤매는 물건이라면 범상치 않은 것일 테니.

         

       생각을 정리한 그가 닫혀 있던 입술을 뗐다.

         

       “내일 바로 요녕으로 떠날 것이오. 가주께서도 내일 함께 가겠소?”

         

       모용진천은 이내 고개 저었다.

         

       “아직 이곳에서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소.”

         

       이에 백우진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날 만나러 이곳에 온 게 아니었소?”

         

       그러자 모용진천이 우울함 가득한 시선으로 그를 노려보며 대답했다.

         

       “자그마치 백 년을 봉문해야 하는데, 최소한의 준비는 해야 할 것 아니오.”

       “아, 그것도 그렇군.”

         

       쉽게 수긍하는 백우진과 이를 보며 터지는 분통을 속으로 삭이는 모용진천.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백우진은 히죽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세가에 기별이라도 넣어주시오. 그들도 상황은 알아야 하지 않겠소.”

       “…그렇게 하리다.”

       “이만 가겠소. 먼 길 떠나야 하는 만큼 채비할 것이 많아서.”

         

       백우진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모용진천도 따라 일어나 그를 배웅했다.

         

       “살펴 가시오.”

       “요녕에서 또 봅시다.”

         

       느긋한 걸음으로 멀어져 가는 백우진.

         

       이를 지켜보고 있던 모용진천은 얼굴이 푸들푸들 떨릴 정도로 이를 악물었다.

         

       ‘건방진 놈…!’

         

       더없는 굴욕과 치욕이 그의 전신을 휘감았다.

         

       원래 같았으면 얼굴도 제대로 쳐다봐선 안 될 까마득한 후배에게 하대당하는 꼴이라니!

         

       ‘내 이 치욕은 절대 잊지 않으리라.’

         

       그는 복수를 다짐했다.

         

       자신의 대에서 안 된다면 후대에서라도 그에게, 그의 후예에게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하리라.

         

         

       * * *

         

         

       백우진과 조원들이 연합의 본거지를 떠난 지 칠주야.

         

       마침내 요녕에 도착한 그들은 사뭇 달라진 도시의 분위기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생각보다 훨씬 평화롭네요…?”

       “그러게.”

       “저번에는 이렇게까지 분위기가 좋지는 않았었는데.”

         

       중원의 가장 변두리에 자리하여 초원과 맞닿아 있는 요녕은 이따금 초원 위를 내달리는 유목민들에게 약탈의 대상이 되곤 한다.

         

       제아무리 오대세가 중 하나인 모용세가가 지키고 있다고는 하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법.

         

       단단한 방비의 빈틈을 파고드는 약탈자들에게 재물과 목숨을 잃는 경우가 제법 많았다.

         

       그렇기에 그들은 평화롭게 살아가는 한편 가슴 한편에 미약한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는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죠?”

       “그러게.”

         

       저들을 온전히 평화를 누리며 살아가게 한 원인은 무엇인가.

         

       그 답은 간단한 요깃거리로 배를 채우기 위해 당도한 객잔에서 찾을 수 있었다.

         

       “요즘은 정말 살맛이 나.”

       “아무렴! 빌어먹을 약탈자 놈들이 모습을 안 보인지 벌써 반년은 되었지, 아마?”

       “거의 그 정도쯤 되었지. 이대로 평생 안 보였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대낮부터 탁주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들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였다.

         

       반년이 넘도록 약탈이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

         

       백우진과 마찬가지로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제갈연지가 입을 열었다.

         

       “무언가 좀 이상하죠…?”

       “그렇지.”

         

       대부분의 조원들이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데 유일하게 이해하지 못한 구왕수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두 사람에게 물었다.

         

       “그…, 뭐가 이상한 건데?”

       “…….”

       “…….”

         

       입을 꾹 닫은 채 서로를 바라보는 백우진과 제갈연지.

         

       설명을 떠넘기려는 강렬한 눈싸움 끝에 패배한 이는 제갈연지였다.

         

       “…식량은 이민족들의 고질적인 문제예요.”

       “그렇지.”

       “그들은 약탈을 통해 그 문제점을 일부나마 해결해 왔고요.”

       “음…, 더 이상 식량이 필요 없어진 건가?”

       “단체로 굶어 죽기로 결심한 게 아닌 이상 그렇다고 봐야겠죠.”

         

       이민족들에게 있어 약탈은 생존을 위한 수단이다.

         

       제갈연지의 말대로 단체로 굶어 죽기로 결심한 게 아니라면 더 이상 약탈을 통해 식량을 수급하지 않아도 될 만큼 안정적으로 식량을 공급받고 있다는 뜻 아닌가.

         

       이에 구왕수가 되물었다.

         

       “그런데 어떻게?”

       “…그걸 모르니까 이상하다고 말한 거죠.”

       “아, 그렇군.”

         

       이민족들의 식량 문제가 손쉽게 해결될 정도였다면 그들이 약탈을 일삼지도 않았을 터다.

         

       수백 년의 세월 동안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그들은 과연 어떻게 해결하였을까.

         

       잠시 고민하던 백우진이 입을 열었다.

         

       “모용세가로 가보자. 그들이라면 알고 있을지도 몰라.”

         

       배를 채운 그들은 곧장 모용세가의 앞으로 향했다.

         

       대문 앞에는 익숙한 얼굴이 그들을 마중 나와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천광검신 대협.”

       “그러니까…, 이름이.”

       “모용빈입니다.”

       “아, 이제 기억나네.”

         

       모용빈.

         

       모용진천의 장남이자, 향후 모용세가를 이끌어갈 소가주.

         

       “성문 안으로 들어섰다는 기별을 받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시종일관 정중한 태도로 대하는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는 백우진.

         

       ‘가문에 용이 한 마리 숨어 있었네.’

         

       분명 전까지만 해도 그저 그런 수준에 불과했던 성취가 못 본 사이에 크게 성장해 있었다.

         

       적절한 깨달음만 있다면 3년 내로 화경에 올라설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정도.

         

       ‘아쉽게 됐네.’

         

       향후 백 년 동안 봉문이 예정되어있는 모용세가다.

         

       놀라운 성취를 지니고도 무림에 나설 수 없게 되었으니 그야말로 안타까운 상황.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는 전부 그들의 선택으로 말미암은 결과니까.

         

       “일단 안으로 드시지요.”

       “그러지.”

         

       모용빈의 안내를 받아 들어서는 백우진과 조원들.

         

       모용세가는 예전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애초에 크게 달라질 구석이 없는 곳이었다.

         

       정파 무림의 한 축을 담당하는 일원으로서 살아온 세월 동안 자연스레 쌓인 기품과 기조가 손쉽게 바뀔 리도 없고, 바뀌어서도 안 되니까.

         

       별채에 그들을 안내한 뒤, 모용빈이 말했다.

         

       “아버님께서 필요하신 모든 것들을 지원하라 말씀하셨습니다. 필요하신 게 있으시다면 뭐든 제게 말씀해 주십시오.”

         

       사용인이 내온 향긋한 찻물 대신 술을 머금고 있던 그가 물었다.

         

       “왕의 무덤이라는 걸 찾고 있다고 들었어.”

       “예, 그렇습니다.”

       “어디까지 진행됐지? 왕의 무덤을 이미 찾았나?”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묻자, 모용빈이 고개를 저었다.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이민족들도?”

       “예, 진행 상황은 서로 주고받고 있습니다. 어제 도착한 소식으로는 그들 또한 아직 무덤을 찾지 못했다고 합니다.”

       “다행이네.”

         

       이미 반년째 진행되어 온 일이었다.

         

       제아무리 초원이 넓다고 해도 반년이면 얼추 다 둘러보았을 듯하여 다급하게 달려왔는데, 다행히 아직 찾지 못한 모양.

         

       “왕의 무덤에 대한 단서 같은 건 없고?”

       “애석하게도 단서는 딱히 없습니다. 그저 머나먼 과거에 초원을 지배한 왕이 있었고,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는 이야기 외에는.”

         

       이미 백우진도 모용진천에게 들어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반년 동안 못찾았을 만하네.”

         

       고작 구절 하나로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 속의 왕이 묻힌 무덤을 찾으라니.

         

       그거야말로 사막에서 바늘 찾는 격 아닌가.

         

       “직접 발로 뛰는 수밖에 없겠네.”

         

       난감해도 어쩔 수 없다.

         

       천마의 진정한 목표가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한 실마리는 이것뿐이기에.

         

       “일단 오늘 하루는 푹 쉬고 내일 일찍 초원으로 나서 보자고.”

       “그래요.”

         

       조금이나마 휴식을 취하기 위해 조원들이 하나둘씩 떠나갈 즈음.

         

       백우진이 물었다.

         

       “아, 한 가지 더 묻고 싶은 게 있는데.”

       “하문하십시오.”

       “최근 이민족들의 약탈이 단 한 차례도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예, 맞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 알고 있나?”

       “최근 그들에게 안정적으로 식량을 공급해주는 상단이 나타났다고 들었습니다.”

       “상단…?”

         

       모용빈의 대답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백우진.

         

       “…그게 가능한 건가?”

         

       초원의 이민족들은 여러모로 거래 대상으로는 적합하지 않은 이들이다.

         

       약탈을 일삼는 존재들인 만큼 신용도가 매우 떨어진다는 것도 큰 이유 중 하나지만, 더 큰 이유는 따로 있다.

         

       “놈들에게서 식량값으로 받아 갈 만한 것이 있나?”

       “거기까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인 호기심이 인다.

         

       초원의 이민족들을 대상으로 거래를 튼 간 큰 인물이 누구인지.

         

       “어느 상단인지는 알고 있나?”

       “처음 들어보는 상단이었습니다. 이름이…, 백금상단이라고 하더군요.”

       “백금상단….”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어제 하루 휴재하게 되어 죄송합니다.

    생활 패턴이 일정치 않다 보니까 가끔씩 두통이 찾아 오더라고요.

    한 번은 병원에도 찾아가 봤는데 스트레스성 또는 생활 패턴이 망가져서 그럴 확률이 높다고 하네요.

    정해진 시간에 글이 딱딱 써지면 참 좋겠는데, 그게 참 어렵네요.

    앞으로 건강 관리 최대한 잘하면서 연재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저는 다음 편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셔요. (_ _)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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