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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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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8화. 비익연리 (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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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익연리(比翼連理).

        비익조와 연리지를 합친 말로, 암수의 눈과 날개가 하나씩만 있어 짝을 지어야만 날 수 있다는 상상의 동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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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익조, 연리조.

        둘이 합쳐 하나의 동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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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음. 이건 또 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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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면 속 보이는 비익연리는 그 이름의 유래처럼 서로 한 쌍을 이루고 있는 무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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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얀 검은 칼날이 다소 특이한 형태였다. 마치 새의 날개와도 같은 외형이었는데, 유려하고 가볍게 뻗어 나온 칼날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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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옆에 자리한 검은 색의 대검은 투박하지만 굳센 인상을 주었으며, 거칠게 파도치는 무늬를 자랑했다. 넓게 펼쳐진 검날의 중간에 마치 눈동자처럼 새겨진 무늬가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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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얀 쪽이 비익의 검, 까만 쪽이 연리의 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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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색깔도, 생김새도, 심지어 외형도 극단적으로 다른 둘이었지만.

        붙어있으니 어째서인지 둘이 한 쌍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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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지고 보면 페어를 이루는 무기는 제법 유명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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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일 유명한 건 아무래도 간장과 막야가 아닐까.

        삼국지 연의 시리즈에서도 그렇고 페이트에서도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부부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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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료는 충분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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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쩍 인벤토리의 보유 재료를 확인했다.

        음. 문제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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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리의 검은 외형처럼 흑색 광물인 ‘날카로운 흑요석’을, 백리의 검은 그나마 비슷한 광물인 ‘쓸만한 은’을 재료로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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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직접 만들어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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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뚱- 땅ㅡ! 따캉-! 따앙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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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면에 커다란 망치가 나타나기 무섭게 화면을 가득 채우는 리듬 게임의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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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퍼펙트, 퍼펙트, 퍼펙트, 굿, 퍼펙트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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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간 녹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듯, 내 손가락이 유려하게 화면 위를 누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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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빠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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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초 획득! ‘C ~ A 등급’, ‘비익연리‘ 획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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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하여 완성된 두 자루의 부부검.

        비익연리. 비익의 검과 연리의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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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익연리는 서로 다른 소유주가 이 검들을 나누어 가졌을 때 제 가치의 이상을 발휘합니다.》

        ​

        《비익연리의 소유주끼리 유대 관계가 형성되었을 때, 유대 관계에 비례해 공격력과 민첩이 증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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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익연리의 소유주끼리 유대 관계가 일정 수준 이상이면, 특수한 기술이 해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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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익연리의 소유주는 하루에 한 번 서로의 체력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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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익연리의 소유주는 서로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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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 등급이 오락가락하는 무기는 또 처음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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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명만 봐도 비익연리라는 컨셉에 제대로인 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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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 유대 관계에 따라 무기의 성능도 낙차가 심한 편이겠지.

        거기에 일정 수준 이상의 유대 관계일 때 해금되는 특수 스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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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흐흐. 재밌구먼 재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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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정도는 돼야 선물하는 보람이 있지!

        내면에 잠든 질척하고 음울한 솔로의 망령이 음흉하게 미소를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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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샤와 루나.

        너희들에게 이 무기를 줬을 때, 과연 어느 정도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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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등급? B 등급? …그것도 아니면 C 등급?

        만약 C 등급이 나온다면, 너희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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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 흐흐흐흐! 으흐흐흐!”

        ​

        참을 수 없군.

        나는 곧바로 ‘그대여, 내가 부른다.’를 사용해서 에샤와 루나를 성지로 불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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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플 무기 딱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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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커플 무기가 될지, 커플 브레이커가 될지 한번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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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

        ​

        ​

        “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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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샤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신음했다. 

        온몸이 욱신거리며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다. 흐릿한 눈으로 사방을 둘러보니 넓게 펼쳐진 초원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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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모라트리스 사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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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원? 으, 으윽… 방금까지 나는 분명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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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샤가 머리를 잡고 열심히 기억을 더듬었다.

        초원, 무수한 별빛과 은하수, 그리고 그리고… 엄청 거대한 존재와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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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맞아. 나는, 나는 하나 된 분을 만나고ㅡ”

        “……우으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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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나가 에샤의 옆에서 새근새근 잠자고 있었다. 세상모르고 잠자는 모습이 굉장히 귀여워 저도 모르게 멍하니 바라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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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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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을 차려봤더니 루나의 볼을 콕콕 찌르고 있더라.

        루나의 볼에 홀렸던 에샤가 정신을 차리고 루나를 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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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나. 루나? 일어나 봐라.”

        “으, 으음…? 에, 샤?”

        “그래. 몸은 좀 괜찮나?”

        “으응…… 그런데 여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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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나가 두통으로 미간을 찡그렸다.

        역시 뒤섞인 기억으로 혼란스러웠는지 한참이나 침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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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우리는 성지에 다녀왔던 거구나.”

        “성지? 그곳이 성지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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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활한 초원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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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나. 다친 곳은?”

        “……없어. 그보다, 아까 하나 된 분께서 우리한테 주셨던… 검은?”

        “오. 여기 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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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샤가 받았던 흑색의 검, 연리의 검은 허리춤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다.

        문득 허전한 감각에 손목을 확인해보니 암살검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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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살검은 가져가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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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

        “오오. 이것은 정말로… 으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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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리의 검을 잡는 순간 뇌리에 새겨지는 무수한 지식에 에샤가 짧게 신음했다.

        짧은 순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는 검의 이름과 다루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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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하얀 비익의 검과 짝을 이루는 무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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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힐끗 루나를 바라본 에샤가 연리의 검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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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웅- 부우웅! 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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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리의 검을 몇 번 허공에 휘두른 에샤가 작게 감탄했다. 손에 착착 감기는 손맛, 공기를 가르는 검날의 예리함이 예사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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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촥, 촤자자작! 촤하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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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나 또한 백색의 검, 비익의 검을 이리저리 매만지며 작게 미소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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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샤. 너도 알았겠지만… 이 검들은 서로 짝을 이루는 것 같아.”

        “음.”

        “……그런데 어떻게 해야 이 검의 진정한 능력을 끌어낼 수 있는지 모르겠어. 한 쌍의 무기인 건 알겠는데, 이래서야 그냥… 평범한 검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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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익의 검과 연리의 검은 서로의 유대 관계를 바탕으로 작동한다.

        허나 에샤와 루나가 이 사실까지는 알 수 없었다.

        서로의 친밀, 혹은 애정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 관여한다는 것을 어렴풋하게 느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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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 된 분께서 비익연리를 말씀하셨지. 서로 의지하지 않으면 날 수 없는 상상의 동물. 기억하나?”

        “응.”

        “그, 음, 그러니까… 어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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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샤가 머뭇머뭇 입을 몇 번 뻐끔거리다가 가까스로 말을 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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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이리 와보겠나.”

        “……!”

        “…실, 실험이다! 이, 이 검들의 능력은 아무래도 그, 흠! 서로의 친밀함이나 관계를 기준으로 삼는 것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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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샤가 팔을 넓게 벌렸다. 이 행위가 무얼 뜻하는지 알아차린 루나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

        쭈뼛쭈뼛

        ​

        천천히 에샤에게 다가간 루나가 관절이 녹슨 목각인형처럼 움직였다. 

        에샤의 몸통을 어색하게 두르는 루나의 팔.

        ​

        에샤의 심장이 방정맞게 쿵쾅거렸다.

        ​

        “……”

        “……”

        ​

        터질 듯 달아오른 둘의 얼굴.

        ​

        밤의 일족은 루나의 그림자 속에서 숨죽이고 이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

        느릿하게 에샤의 가슴께에 귀를 가져간 루나는 요란하게 울리는 에샤의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

        살짝 웃음이 나왔다.

        ​

        “……그, 루나.”

        “쉿.”

        ​

        가만히,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누리고 싶었다.

        ​

        “……흐읍.”

        ​

        루나의 몸이 말랑하고 부드럽게 뭉개지며 에샤에게 닿았다.

        강철도 씹어먹을 17살 에샤에게는 여러모로 너무 큰 자극이었다.

        ​

        에샤는 머릿속으로 아이야테르 산의 정경을 그리며 부단히도 노력했다. 참아야 한다. 참아야 했다!

        ​

        무엇을 참았는지 차마 말을 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에샤는 끝내 참아냈다.

        실로 놀라운 인내심과 철옹성 같은 정신력이라 평하겠다.

        ​

        “아. 에샤…!”

        ​

        화아아악!

        ​

        과연, 사리가 나오기 직전까지 인내했던 에샤의 노력은 헛된 것이 아니었다.

        포옹을 끝마치자 비익의 검과 연리의 검이 밝은 빛을 흩뿌리며 공명하듯 웅웅 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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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익연리가 유대 관계를 측정하는 중입니다…》

        ​

        둘에게는 보이지 않았을 글귀 하나.

        어떤 옹졸한 신은 이 글귀를 보며 안절부절 다리를 떨고 있었다.

        ​

        “크아아아악…! 달다, 너무 달아…! 이거 아무리 봐도 최소 B 등급 각이잖아!”

        ​

        비익연리가 공명하듯 얼마나 울었을까.

        비익연리의 공명이 멈추자, 둘의 유대 관계를 측정하던 글귀 역시 멈췄다.

        ​

        빠밤ㅡ!

        ​

        《루나와 에샤의 유대 관계가 형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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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대 관계 : 그림자 속에서(에샤, 루나 바르나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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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자 속에서 은밀히 살아가는 이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갑니다. 루나와 에샤는 말없이 서로에게 어깨를 내어줄 것입니다.》

        ​

        《에샤와 루나의 체력 재생이 크게 증가합니다. 기습 공격의 치명타가 매우 크게 증가합니다.》

        ​

        그리고 대망의 비익연리의 등급 평가.

        ​

        빰빠빠빰ㅡ!

        ​

        《비익연리가 A등급으로 계산됩니다!》

        ​

        《비익연리의 연계 스킬 : ‘비익조와 연리조’가 활성화 됩니다!》

        ​

        이론상 나올 수 있는 가장 높은 등급, A등급!

        어느 옹졸한 신은 이를 보며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

        “크으으윽! 분하다…분해! 크윽! 두고 보자!”

        ​

        질투심에 눈이 먼 신은 흔한 3류 악당 같은 대사와 함께 사라졌다. 허나 에샤와 루나가 이를 알 리 없다.

        ​

        ㅡㅡㅡㅡ!!

        ​

        비익의 검과 연리의 검이 서로 공명하듯 맑은 검명을 흘렸다. 어쩐지 서로 노래하는 새들의 노래를 듣는 듯했다.

        ​

        “와……”

        ​

        검의 공명이 잦아들자 루나가 참았던 숨을 뱉으며 감탄했다.

        실로 놀라운 경험이었다.

        ​

        백색으로 빛나는 비익의 검에 돋아난 깃털 무늬가 펄럭이는 착각마저 들었다. 휙 허공을 가르니 이전보다 훨씬 가볍고 빠르게 움직였다.

        ​

        “에샤……! 이것 좀 봐…! 검이 우리를 인정했나봐…!”

        “……허읍!”

        ​

        활짝 웃는 루나가 폴짝 뛰어 에샤의 품에 안겼다.

        실로 효과적인 기습이었다.

        안일하게 정신을 놓고 있던 에샤가 크게 헛숨을 들이켰다.

        ​

        아슬아슬하게 가득 찬 컵에 떨어진 하나의 물방울이었다.

        컵이 넘쳐 흐른다.

        ​

        “그, 그렇군. 일단 그, 흠. 그렇군.”

        “……?”

        ​

        엉거주춤하게 허리를 숙인 에샤가 허둥지둥 연리의 검을 살폈다. 흑색 연리의 검은 이전보다 고아하고 중후한 빛을 발했지만… 에샤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

        “나, 나는 잠시 급한 일이 생겼으니. 먼저 가보겠다. 흐흠! 오늘은 즐거웠다.”

        ​

        파바바밧ㅡ

        ​

        엉덩이를 잔뜩 뒤로 뺀 에샤가 부리나케 뛰어 어딘가로 사라졌다.

        홀로 남은 루나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멍하니 에샤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

        “우리 막내. 그렇게 안 봤는데… 참 대단하구나.”

        ​

        그림자에서 몸을 일으킨 로드가 루나의 어깨를 두들겼다.

        ​

        “……네?”

        ​

        자신이 무슨 일을 한 것인지,

        루나만 몰랐다.

        ​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정말 엄청나게 무지막지하게 감사합니다…!!!

    – ‘신선우’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닷…!! 크아악..!! 엄청 추운 날씨가 미친듯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비인간적인 추위…!! 모두 감기에 유의하시고… 걸으면서 핸드폰을 하지 마시고, 전방을 주시하시기 바랍니다…!! 요즘 같은 날씨네 넘어지면 뼈가 시릴겁니다…!! 첫째도 건강, 둘째도 건강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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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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