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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08

       

        

        

        

        

        

        

       ───치지직.

        

        

        

       “수신 불량, 감도 열악…그럴 것 같았어요. 그래도 비가 오는 건 나쁘지 않군요. 이 빗소리가 발소리를 숨겨줄 거예요. 틈새에 물이 들어가면 고장난다거나 하는 건 아니겠죠?”

        

       “본 기체는 단기결전 및 양호한 환경 내에서의 교전을 상정하고 만들어졌습니다. 허나 방수 처리는 전부 되어있으니 안심하시길. 더군다나 이런 날씨에서는 어드밴스드 플라즈마 캐논의 냉각 효율이 소폭 상승할 겁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요. 갑시다.”

        

        

        

       -드걔쟤~~~~~~~~~~~~~~~~~

       -아니 왜 북쪽에 저격타워랑 골조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러면 가동나동이랑 중앙창고, 골조 위치가 서로 바뀐 건가?

       -그런것치곤 위치가 너무 중구난방인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로 아주 사방팔방으로 꺾인거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귓전에서 들려오는 안정적인 잡음, 하늘에서부터 추적추적 쏟아지는 비와 어둑어둑한 하늘. 두터운 구름 위에는 분명 햇빛이 쏟아지고 있겠지만 일단 지상에 있는 존재들이 그 덕을 보지 못한다는 점은 확실했다.

        

        그 사이 나와 진이 있었다. 도착지는 세관이었다. 스폰 구역은 물류 창고였고. 맵이 구체적으로 얼마나 바뀌었는지는 아직 확인할 수 없었지만, 채팅창의 말대로 본래는 기숙사가 있어야만 하는 곳에 구 골조와 신골조, 저격 타워 등등이 있는 걸 보니…그냥 개판이었다.

        

        거기다가 방향도 제각기였고, 건물과 골조의 크기도 큰 탓에 본래라면 맵을 남북으로 양분하는 길다란 사선의 도로는 마치 산을 깎은 후 놓여진 도로마냥 구불구불하기 짝이 없었다. 흡사 도로를 위에서 아래로 눌러 굽혀버린 것만 같았다.

        

        물류 창고 쪽과 세관 서쪽의 강은 원래 위치에 놓여져있는 것 같고….

        

        

        

       “변전소 쪽이 어떻게 되어있으려나 모르겠네요. 일단 맵을 돌아다녀보도록 합시다.”

        

        

        

        가방 안에서 대형 비컨이 달그락거렸다.

        

        탱크 배터리의 절반만한 크기의 비컨은 총 5개로 분리할 수 있었고, 오늘 우리는 맵 전체를 돌아다니면서 이것을 지정 위치에 설치할 예정이었다. 위치는 총 다섯으로, 각각 빨간 창고와 기숙사, 신골조, 물창고와 변전소였다.

        

        여기에의 설치를 통해 추후 갱신된 맵 및 적 데이터를 받아볼 수 있으리라.

        

        방법론은 간단했다. 지난 번 비약적인 화력 상승을 이뤄낸 진이 선두에 서고, 나는 그 뒤에서 행동요원으로서 비컨을 설치한다. 운이 좋으면 맵을 돌아다니는 적들을 아무도 잡을 필요가 없었다.

        

        물론 여기 있는 이들 중 그걸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쿠웅!

        

        

        

       “…저 4족보행탱크는 요즘 들어 자주 보이네요. 뭔지 아시나요?”

        

       “MEP-1. 다목적 교전 플랫폼 1호기입니다. 130mm 전열화학포를 탑재하였으며 호환되는 모든 종류의 포탄을 발사할 수 있습니다. 다리 사이에 바퀴가 있어 유사시 빠른 방향 전환도 가능합니다.”

        

       “요약하자면 그냥 다리 달린 탱크라는 소리로군요. 플라즈마 캐논으로 무력화할 수는 있구요?”

        

       “주포나 탄약고, 혹은 포탑과 차체 사이를 노리면 70% 확률로 격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커 효과를 발생시키는 전기장 생성 장치가 달려있을 가능성도 있으니 섣불리 공격할 수는 없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그럼 일단은 무시하도록 하죠.”

        

        

        

       -ㅅㅂ 부술 생각을 하지 말고 피할 생각을 먼저 하시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왜 피해가지? 부수면 그만인데?

       -그만…그마안….

       -‘일단은’ ㅇㅈㄹ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신발언)한두 판 이내에 박살낼 것 같다

        

        

        

        얘네들은 또 왜 이래.

        

        아무리 그렇다고는 해도 나도 사람이다. 맨몸으로 탱크를 이길 수는 없는 게 당연한데, 시청자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주장을 하고 있는 건지 원 – 물론 이카루스 기어가 있으면 생각보다 간단하게 이길 수 있었다.

        

        EMP를 터뜨려서 잠시 조종 계통을 마비시킨 다음, 점프 한 번으로 포탑 위로 올라가 해치에 드릴 차지를 꽂으면 끝이었으니. 실제로 뉴욕에서 있었을 때는 몇 번 해보기도 했고…당연하겠지만 하고 싶어서 한 건 아니었다. 인원이 부족하니 그딴 짓을 한 거였지.

        

        

        좌우지간, 물류 창고를 순찰 중인 부대를 뒤로 한 채 빨간 창고 방면으로 향했다.

        

        개구멍을 돌파하여 힐끔 안쪽을 확인. 아주 그냥 적들로 가득했다. 당연하겠지만 이들 전부를 무시한 채 몰래 비컨만 설치하고 나올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다르게 말하자면 저들 전원, 혹은 절반 이상은 차디찬 바닥에 엎어져야만 한다는 소리.

        

        한숨을 내쉬고는 덧붙였다.

        

        

        

       “이런 건 로렌티나가 잘 하는 건데.”

        

        

        

       -이사람은 또 뭐라는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상어눈나 데려오신다구요?????

       -선생님 씌1부1랄 겸손도 이정도면 개소리에요!!!!!!!!

       -모르겠다 ㅋㅋ 그냥 입다물고 있어야겠다 ㅋㅋㅋㅋㅋ

       -어어 선생님 도끼…가 아니라 이번엔 도대체 뭘 꺼내시는 거예요 ㅁㅊ

        

        

        

        그리하여 다용도 파우치에서 꺼내든 건…도끼가 아니었다.

        

        마치 와인 코르크를 연상하게 만드는 송곳같은 칼. 이른바 Push Dagger라고 불리우는, 손가락 사이로 칼날이 튀어나온 T자형의 검 아종이었다. 위력 자체는 당연히 도끼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었지만, 오늘은 사람 수가 꽤 많았기에 최소한의 소음과 움직임으로 적을 제압해야 했다.

        

        물론 소음기 달린 권총도 잊지 않았다.

        

        비컨이 든 가방을 진에게 넘겨주며 덧붙였다.

        

        

        

       “천천히 따라오시길.”

        

       “…아키타입이 다루지 못하는 근접 무기는 뭡니까?”

        

       “신경쓰지 말고 빨리 오세요.”

        

        

        

        타닷.

        

        그와 동시에 빠른 속도로 창고 내부를 가로질렀다. 비컨 뿐만이 아니라 오만가지 물품이 들어있는 택티컬 배낭을 진에게 맡겨버리니 몸이 실로 가벼웠다. 그러나 여기부터가 중요했다. 적들 전부가 엑소스켈레톤을 착용한 이상 완력이 나와 엇비슷해졌을 터. 잘못하다간 제압이 어려울 수도 있다.

        

        3인으로 이뤄진 정찰조의 뒤로 은밀하게 다가간다. 가장 먼저 노려야만 하는 것은 뒷목 중앙 부분, 그 중에서도 중뇌와 교뇌, 연수의 집합으로 이뤄진 뇌간과 소뇌였다 – 마치 스프링처럼 쏘아진 오른손, 그리하여 중지와 약지 사이로 튀어나온 칼날이 미끄러져 들어갔다.

        

        단 0.1초도 되지 않는 짧은 순간 뇌의 중추가 파괴당한 적 한 명이 그대로 바닥에 엎어진다. 그리하여 오른쪽의 적이 내가 있는 방향을 확인하려 시도했지만, 아마 그가 마지막으로 본 형체는 검은색 오스프리 소음기가 달린 권총일 것이었다.

        

        왼손 검지가 까딱임과 동시에 한 명이 바닥에 뒤이어 엎어지고, 남은 건 한 명. 그러나 나는 오른손의 칼을 집어넣으며 몸을 틀어 권총을 반대 방향으로 겨눈 지 오래였다. 그리하여 또다시 작은 발사음이 이어지는 가운데, 아음속탄이 두개골을 헤집는다.

        

        바닥에 떨어지기 전에 잡아챈 뜨끈뜨끈한 권총 탄피 두 개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으며 덧붙였다.

        

        

        

       “뭐해요, 빨리 와서 시체 안 숨기고.”

        

       “…확인.”

        

        

        

       -즈기요??????????????????

       -리빙포인트)3초도 안 걸렸다.

       -그와중 탄피 떨어지는 소리 안내려고 오른손으로 잡은거봐 무친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람목숨이 이렇게 쉽게 사그라드는 거였나……………?????

       -이쯤되면 진짜 무서워지려고 한다

        

        

        

        뭐어, 한두 번 본 것도 아닐 텐데.

        

        아직 갈 길이 멀었고, 쏘아낼 탄환은 많았다.

        

        

        

        

        

        

        

        

        

        

        

        

        

        

        

        

        

        

       “역시나, 17번 창고부터 저격타워까지 통째로 북쪽으로 옮겨졌군요. 대신 기숙사가 있고. 4번 창고가 있는 걸 보니 집하장 인근은 그대로인 것 같긴 한데….”

        

       “의문. 기동 루트가 기묘하군요. 어째서 이런 형태로 움직이고 있는지 알 수 있을지.”

        

       “안 그래도 지대가 높은 북쪽에 건물들까지 세워졌는데, 잘못하다가 정찰병에게 걸리기라도 하면 상당히 골치가 아파지니까요. 비가 온다고 해도 방심할 수 없어요.”

        

       “인식하였음.”

        

        

        

        조금 가벼워진 가방을 들고는 기숙사 정가운데로 향하는 길.

        

        빨간 창고 근방 혹은 내부를 얼쩡거리는 친구들을 전부 지우개로 깔끔하게 지워버린 뒤 비컨을 설치함에 따라 가방에 여유 공간이 상당히 많이 생겼다. 앞으로 설치해야만 하는 비컨의 수는 넷이었지만 곧 셋으로 줄어들 예정이었고, 실로 다행스럽게도 여정은 조금씩 쉬워지기 시작했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여유나 늑장을 부릴 시간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당연했다. 상식적인 기준에서 생각해보았을 때 물류 창고 혹은 빨간 창고 인근을 돌아다니는 이들은 금세 이상을 알아차릴 것이었고, 우리가 어디로 갔는지는 예상 못할지언정 누군가 침투했단 사실은 알게 되겠지.

        

        비컨이야 아무도 찾지 못하는 공간에 짱박아놨으니 부서질 걱정이야 없다고 하더라도.

        

        

        아무튼 다시 돌아와서, 현재 나와 진은 신골조가 있었던 곳의 기숙사 인근을 확인하는 중이었다.

        

        적은 꽤 있었다. 하지만 그닥 많지는 않은 수준이었다. 애초에 기숙사라는 곳 자체가 전략적으로 그다지 가치가 높지 않은 지역인만큼 배치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인력만을 놔둔 것처럼 보였고, 그리하여 사전 정찰은 했을지언정 그리 오랜 시간을 투자하지 않았다.

        

        그 와중 진은 아까 내가 시행했던 근접 암살이 상당히 인상깊었는지 이번에는 자신도 해보겠다면서 굉장히 해보고 싶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 그에 내가 가르쳐준 방법은 단 하나였다.

        

        목 꺾기.

        

        

        

       “해냈습니다.”

        

        

        

       -뭘 해내 무친련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어지럽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ㅋㅋ 잘했긴 한데 ㅋㅋㅋㅋㅋㅋㅋㅋ

       -메카유진눈나…나머리가띵하고가슴이답답해….

       -그거 살찐거임 ㅋㅋㅋㅋㅋ

        

        

        

        그리고 진은 3분 안에 일곱 명을 스틱스 강으로 쾌속배송해주었다.

        

        당연한 결과였다. 사람이 낼 수 있는 힘의 한계를 진즉 뛰어넘은 기계가 엑소 슈트를 둘렀다지만 엄연히 인간이라고 할 수 있는 개체의 목을 전심전력으로 비틀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되겠는가. 말 그대로 와지직 그 자체였다.

        

        그 와중 적이 통신망에 경고하기 전 적을 잡아야만 한다는 내 조언을 허투루 듣지 않았기에 더더욱 그러했고, 이는 진이 잡은 두 번째 및 세 번째 시체의 늑골이 전부 산산조각났다는 점을 통해 구체화되었다. 말 그대로 폐를 파괴해 정보가 새어나가는 걸 막은 것이다.

        

        이쯤 되니 확실히…아르테미스 기준에서는 우리가 걸어다니는 재앙처럼 느껴질 것 같긴 했는데, 글쎄다. 내가 신경쓸 부분은 아니지.

        

        

        두 번째 비컨을 활성화시키며 덧붙였다.

        

        

        

       “비가 와서 소음이 묻혔다…라고 하기엔 과도하게 조용한 감이 없잖아 있네요. 그다지 예감이 안 좋다고 해야 하는지.”

        

       “해당 의견에 대한 적합한 근거가 있습니까?”

        

       “없죠. 하지만 세상에는 어떠한 논리나 근거 없이 드는 예상이 있는 법이지요. 발생할지, 혹은 아무 일도 없을지와 같은 단순한 50%의 말장난이지만….”

        

       “본 기체의 논리 회로는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대비책을 짜는 것이 그나마 도움이 더 될 거라는 판단 결과를 도출했습니다.”

        

       “그 또한 마음에 드는 결론이로군요.”

        

        

        

        물론 그렇게 말은 했지만 가능성이 너무 넓은 게 문제였다.

        

        그렇다면 주어진 정보만으로 가정한다고 쳐보자 – 가령 내부적 요인이든 외부적 요인이든,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맵을 싸돌아다니는 아르테미스 적군에게 들켰다고 가정해보자. 아마 그렇다면 가능성은 탈출로 좁혀질 것이었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집하장 쪽은 딱히 변한 게 없을 확률이 높았기도 하고, 탈출구 목록 중에는 ZB-1012가 있었다. 여차하면 해당 방면을 통해 도망가면 그만이란 소리였다.

        

        아무튼 탈출구는 상당히 중요한 사항이었으므로 진즉에 확인을 끝낸 지 오래였다. 다행히도 이번에는 강변 북쪽의 보트와 V-EX 탈출구가 열려있었으니, 기숙사였던 지점에까지 무사히 비컨을 설치하게 되면 해당 방면으로 빠져나갈 수 있으리라.

        

        

        

       ‘…탈출을 전제로 하는 게 그닥 마음에 안 들긴 하는데.’

        

        

       

        과거 대거 팀으로 활동했었을 당시, 사태 초반에는 애초에 탈출 루트를 상정한 계획이 별로 없었다. 적들을 싸그리 밀어버리거나 혹은 우리가 밀리거나 둘 중 하나였기도 하고…지금 생각하면 실로 미친 짓이긴 했지만, 반대로 내게 이상한 생각을 심어주기도 했다.

        

        지표면에 존재하는 적군을 싹 없애버리면 퇴각할 필요가 없다는, 뭐 그런.

        

        아무튼 그리하여 내 뇌는 만약 적군이 몰려온다면 어떻게 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가정으로 가득했고, 그 결과를 간단히 생각하자면….

        

        

        

       “적 탱크를 탈취하든지 해야 최소한 가능성이 있을 거고, 혹은 NSV나 유탄발사기 한 정은 무조건 필요할 것 같은데…그러자니 신골조로 가야겠군요. 이럴 줄 알았으면 KPV를 들고 올 걸 그랬나.”

        

       “…그것도 농담의 일환입니까, 아키타입?”

        

       “과연 어떨까요.”

        

        

        

       -에이 농담도 심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농담 맞지??????????? 그치????????????? 대답해무친련아!!!!!!!!!!!!!!!

       -농담 아니면 뭐 어쩔건데 ㅋㅋㅋ 그래서 니들이 뭘 할 수 있는데 ㅋㅋㅋㅋㅋ 총알맞고 너덜너덜해지는 거 외에 뭘 할 수 있냐고 ㅋㅋㅋㅋ

       -휴 오늘도 나쁜말참기 성공했다 ㅋㅋ

       -4족보행 탱크 빼고 씨를 말리게 생기셨네요 아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쉽게도 동원할 수 있는 화력은 그 정도가 끝이었다.

        

        다른 지역에 적군이 얼마나 있는지를 모르니 일단 교전은 최우선으로 밀렸다. 당연했다. 잠입 미션에 교전을 상정하고 들어가는 건 올바른 준비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교전을 당연시하는 건 미친 소리였으니까.

        

        그리하여 다시금 은엄폐에 신경쓰며 나동을 지나쳐 4번 창고로 향하는 길. 집하장은 창고가 3개나 모여있는 곳이었기에 제법 위험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올드 가스 스테이션은 적이 아무도 없었고, 우리는 쪽문을 건너 주유소 아래를 지나 집하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 즈음에서 문득 스쳐지나가는 생각 하나.

        

        

        

       “제일 엿같은 상황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동형 기체가 느닷없이 난입하는 게 가장 끔찍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 역시도 가능성이 있습니다.”

        

       “확실한 건, 그렇게 된다면 살아남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게 문제인데….”

        

       “그래도 한 가지 믿을 만한 구석은 있습니다.”

        

       “뭔가요?”

        

       “이것입니다.”

        

        

        

        그와 동시에 진은…갑자기 가방을 뒤적거리더니 내게 유탄 하나를 꺼내어 보여주었다.

        

        이게 도대체 뭔가 싶어 이를 받아들고는 자세히 살폈다. 별 특색 없는 40mm 유탄처럼 보였지만…그 옆에 쓰여있는 하나의 영어단어를 확인한다면 결코 가벼이 흘려넘길 수 없었다.

        

        Antimatter Grenade. 직역하자면 반물질 유탄 – 수류탄은 핸드 그레네이드라고 보통 부른다 – . 살상 반경 75m. 실로 무섭다 못해 두렵기까지 한 내용물. 내부는 텅 비어있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정말 바늘 끝보다도 작아 거의 보이지조차 않는 아주 자그마한 무언가가 공중에 떠있었다.

        

        그것의 모양을 무어라 표현해야만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딱히 상관은 없었다. 그보다 이걸 언제 가져왔나 했는데, 생각해보니 내가 게임에 접속하기 전에 대거 팀이랑 열심히 떠들고 있었던 걸 감안하면 그때 선물인지 뭔지로 하나 받은 게 아닐까.

        

        참 신통하기도 해라.

        

        

        그 와중 진이 입을 열었다.

        

        

        

       “…아키타입.”

        

       “네?”

        

       “제 레이더에 아군 신호가 잡히고 있습니다…만, 저들에게는 제가 적군으로 표시되겠지요.”

        

       “설마.”

        

       “아무래도 방금 제시했던 가장 나쁜 예상이 현실로 나타난 것 같습니다.”

        

        

        

       ───쿠우우웅!

        

        

        

        그러나 대답할 시간은 없었다.

        

        모종의 방법을 통해 저 멀리에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온 한 기의 기체가 나와 진의 앞에 착지했고, 그와 동시에 꼬리가 나선형으로 열리더니 양쪽으로 레일을 형성했다. 눈이 부실 정도의 아크가 방전되는 가운데, 내가 마지막으로 확인한 것은 섬광의 정중앙에 보이는 한 가지의 점이었다.

        

        벽면을 밟고 뛰어오름과 동시에 뒷쪽에서 푸른 직선이 허공을 가로질러 날아왔다. 무엇인가 했더니 진이 쏘아낸 플라즈마 캐논이었다 – 그리하여 적은 마지막의 마지막에 조준이 크게 흐트러져 내가 아닌 허공을 조준했다.

        

        시간이 느려지는 듯한 감각이 온 몸을 덮쳤지만, 그러나 그 사이에서 눈으로 쫓을 수조차 없는 검은 점이 엄청난 후폭풍과 함께 하늘을 향해 날아갔다.

        

        날아오는 권총탄도 아슬아슬하게 피할 수 있는 내 동체시력으로도 볼 수 없는 극단적인 속도. 그와 동시에 떠오르는 과거의 대화 내용.

        

        

        

       ‘미니건을 단 기체의 후속작인가…!’

        

        

        

        레일건을 꼬리에 달아놓은 엡실론 타입 기체.

        

        저 멀리 북쪽에 보이는 저격타워의 굴뚝이 레일건에 맞아 완전히 박살나는 것을 마지막으로, 공중에서 한 바퀴 돌았던 내 몸뚱아리가 다시 다리부터 착지했다.

        

        탄창을 갈아끼며 덧붙였다.

        

        

        

       “살아나갑시다.”

        

       “물론입니다.”

        

        

        

        살아남기 위한 교전이 시작되었다.

        

        

        

        

        

        

        

        

        

        

        

        

        

        

        

        

        

        

        

       “뭐어, 역시 그럴 것 같긴 했어요. 애초에 불가능한 미션을 맡긴 거에 가까웠으니.”

        

       “비컨 설치 2개 확인. 열화상으로 전환해.”

        

       “M145A1 대물저격총 고정, 내부 전류 순환기 정상 작동 중. 반물질탄 장전 완료. 살상 범위 35m. 막내의 교전을 방해하면 안 되죠, 아르테미스 쓰레기들.”

        

        

        

        철컥.

        

        금속음과 함께 약실로 밀려들어가는 반물질 탄환. 쏟아지는 빗물 아래, 광학미채를 뒤집어쓴 로렌티나와 유탄을 장전 중인 로건이 도로를 따라 기동 중인 4족보행 탱크를 십자선에 놓았다.

        

        E=mc^2의 권능이 세관을 휩쓰는 순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유진하우스를 더욱 블링블링하게 만들어줄 2호기의 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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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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