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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08

       *** ***

         

       다음 날 아침.

         

       나와 흑묘는 위서련과 함께 천마신교의 심층부로 향했다.

         

       점차 삼엄한 경비가 이루어지다가 종국에는 인적조차 없어진 비처 중의 비처.

         

       그런 천마신교의 비처는 어느 동굴에 지어진 작은 도장이었다.

         

       그 흔한 기둥이나 가구 하나 없이 그저 마루만이 깔린 평범한 도장.

         

       그 도장에는 이미 두 사람이 서 있었다.

         

       정철 그리고 비급을 든 위지천.

         

       나와 흑묘의 기척을 눈치챌 법 했지만 정철은 완전히 집중 상태에 든 것인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우리를 무시하는 것인지 우리에게 뒷모습을 보인 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천마신공의 계승을 시작하겠다.”

         

       언제나와 같이 전혀 감정을 읽을 수 없는 위지천이 담담히 입을 열었다.

         

       “계승자가 해야 할 일은 단 하나. 천마신공의 이치 안에 깃든 흑룡을 극복하고 그 별의 이치를 쟁취하라.”

         

       그렇게 말한 위지천은 비급의 표지에 무언가를 쓰기 시작했다.

         

       눈으로는 무엇을 쓰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지만 위지천이 쓰고 있는 글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글자였다.

         

       천마신공.

         

       위지천의 붓이 움직일 때마다 비급서에서는 검은 기운이 피어올랐다.

         

       화룡점정 아니 흑룡점정이라 해야 할 위지천의 붓놀림이 이윽고 천마신공의 비급서를 완성시켰고, 천마신공의 이치가 온전히 담긴 한 권의 서책이 완성되니 그 이치에 담긴 저주 역시 완성되어 자신을 드러냈다.

         

       츠즈즈즈즈!!

         

       마치 비급서가 불타오르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강렬한 흑룡기가 비급서를 중심으로 피어올랐다.

         

       이미 흑룡을 제압한 자.

         

       천마 위지천은 날뛰는 흑룡기가 무색하게도 아무런 표정의 변화 없이 천마신공의 비급서를 정철의 앞에 내려놓았다.

         

       위지천은 정철이 비급을 펼치길 기다리며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정철은 비급을 내려다보고 위지천은 그런 정철을 내려다보는 기묘한 대치.

         

       그 대치를 깬 것은 정철이었다.

         

       “제가 실패할 것이라 여기십니까?”

         

       “가능성이 높지는 않겠지.”

         

       위지천은 언제나처럼 담담하게 대꾸했다.

         

       “소천마를 뽑는 의식이 얼마나 가혹한지는 그대 역시 들어 보았겠지? 그렇게 엄정한 훈련에 훈련을 거쳐 소천마의 후보를 추리고 추려도 실제 천마신공을 계승한 후보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갑작스럽게 도전하는 그대의 성공률은 높지 않겠지.”

         

       “큭큭, 지겹게 들어왔던 말이로군요.”

         

       정철은 웃음을 터트렸다.

         

       “안 된다. 불가능하다. 허황된 꿈이다. 그런 말을 숱하게 들으며 이곳까지 왔습니다. 그런 자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면서요.”

         

       정철은 흑룡기가 피어오르는 비급서에서 눈을 떼고 위지천을 바라보았다.

         

       “다시 묻겠습니다. 천마께서는 제가 실패하길 바라십니까?”

         

       “아니.”

         

       위지천은 슬쩍 내 쪽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기다리는 객에게는 미안한 말일지 모르나 나는 그대가 성공하기를 바라고 있다.”

         

       전혀 의외의 말을 들었음일까.

         

       정철은 답을 하지 못했고 위지천의 말이 이어졌다.

         

       “아까도 말했지? 그대가 성공할 가능성은 낮다고. 그대가 만약 위서련과 경합하는 다른 후보였다면 그대는 탈락했을 것이다. 허나 그렇다 한들 이 계승 자체가 무의미하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

         

       흑룡을 극복할 수만 있다면.

         

       계승이라는 결과를 이루어 낼 수만 있다면.

         

       “가능성은 그 어떤 길에도 있으니 그저 그 길을 따라 어떤 성취를 이룰 수 있는지는 그 누구도 모르는 일. 나는 그대가 성공하여 나와 신교에게 또 다른 가능성의 가지를 열어주길 바란다.”

         

       정철이 어떤 인물인지, 어떠한 길을 걸었더라도 관계없이 수용하겠노라고 말하는 위지천.

         

       그러니 정철에게는 위지천의 말이 이렇게 들리지 않았을까.

         

       적자생존.

         

       천마신공의 계승자가 된 이상 계승에 성공하는 것만이 옳은 길이라고.

       

       정철의 시선이 다시 천마신공의 비급서로 넘어갔다.

         

       위지천과의 대화로 마지막 각오를 굳혔음일까.

         

       “나는 다시 한 번 쟁취해 낼 것이다.”

         

       정철은 그리 중얼거리며 비급서로 손을 뻗었다.

         

       비급서가 손에 닿자마자 흑룡기는 기다렸다는 듯이 정철을 휘감았다. 비급서를 펼치기 무섭게 정철의 팔을 타고 오르는 흑룡기.

         

       그 모습을 확인한 위지천은 도장을 나서며 활짝 열려 있던 문을 닫았다.

         

       나는 그 문의 틈새가 완전히 닫힐 때까지 흑룡기에 휩싸인 정철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수고하셨습니다. 아버님.”

         

       “해야 할 일을 다 했구나.”

         

       천마신공을 계승하는 의식이라는 큰일을 치렀음에도 여전히 담담한 표정을 고수하는 위지천.

         

       “이제는 기다리는 일 뿐.”

         

       위지천의 말에 위서련이 묘한 표정을 답했다.

         

       “이상한 기분이로군요. 이런 식으로 천마신공의 계승자를 맞이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는데 말입니다. 그것도…”

         

       말끝을 흐린 위서련이 나와 흑묘를 바라보았다.

         

       하기사.

         

       이런 계승식이 또 있을까.

         

       천마신교의 일원도 아닌 자가 천마신공을 계승받고 또 그런 계승장소 앞에서는 적수가 그 계승이 실패하기를 기다리는 상황이라니.

         

       긴 마교의 역사에도 손에 꼽힐 이례적인 계승식이 되지 않을까.

         

       위서련은 그런 점을 우려하는 듯 했으나 위지천은 아무렇지 않게 받아쳤다.

         

       “형식이 무엇이 중요하겠느냐. 중요한 것은 본질이지.”

         

       “…그렇긴 합니다만.”

         

       위서련이 석연치 않은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였을 때였다.

         

       화아아아악!!

         

       도장 쪽에서 거대한 흑룡기가 날뛰기 시작했다.

         

       도장의 문과 창문이 당장이라도 떨어져 나갈 것처럼 덜컹거렸고 그 틈 사이로 검은 안개처럼 보이는 흑룡기가 새어나왔다.

         

       “꽤나 요란하군요. 저 때도 저랬습니까?”

         

       “그랬지. 나 역시 그랬다 들었고.”

       

       연신 덜컹거리는 창문과 문의 흔들림이 정철을 중심으로 휘몰아치고 있을 흑룡기의 격렬함을 간접적으로 알려왔다.

         

       얼마나 그 덜컹거림을 지켜보고 있었을까.

         

       그 함께 그 모습을 보던 위지천이 중얼거렸다.

         

       “결판이 나겠군.”

         

       “으아아아아악!”

         

       콰아아앙!

         

       정철의 괴성과 내부에서 일어난 폭발에 사당의 문과 창문들이 모조리 나가 떨어졌다.

         

       훤히 드러난 도장의 안쪽.

         

       도장의 중심에서는 정철이 쓰러진 채 꿈틀거리고 있었다.

         

       “으윽…”

         

       정철의 모습을 목격한 흑묘가 신음성을 흘렸다.

         

       마치 검은 화염에 상체 절반이 불타버린 것 같은 정철의 모습은 확실히 끔찍했다. 도무지 천마신공을 계승했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모습.

         

       “실패로군.”

         

       위지천의 선고가 이어졌다. 평상시에는 그 감정을 전혀 읽을 수 없는 위지천이었지만 어쩐지 지금만큼은 약간의 아쉬움이 묻어나는 듯한 기색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는 자네의 차례일세.”

         

       위지천과 위서련이 길을 터 주듯 한 발자국 물러섰다.

         

       나는 천천히 도장을 향해 걸었다. 흑룡기에 반쯤 잠식당해 쓰러져 있었던 정철과 시선이 마주쳤다.

         

       “네놈!”

         

       정철의 분노에 흑룡기의 기운이 출렁이며 나를 향해 쏟아져 내렸다.

         

       정철이 흑룡기를 다루었다기보다는 인간을 물어뜯기에 혈안이 된 흑룡기가 정철과 나를 동시에 목표로 삼았다고 봐야겠지.

         

       나는 송곳니를 드러내는 흑룡기를 막아내기 위해서 뇌륜을 돌리고 경을 끌어올리며 전진했다.

         

       흑룡기가 온 몸을 파고들었지만 정철에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감내해야 할 일이었다.

         

       죽어가는 정철이 원독에 찬 눈으로 나를 보며 비난을 토해냈다.

         

       “네놈! 네놈만 없었더라면! 그 모든 것이 순탄했을 것을!”

         

       “…순탄이라.”

         

       과연 그랬을까.

         

       확실히 게임 무림천하를 플레이 했을 때 정철은 높은 확률로 현경에 올랐고 사천낭인의 수장이 되었다.

         

       내가 없었다면 정철은 현경의 고수가 되어 사천낭인들의 수장이 되고 사천의 제 3세력이 될 수 있었을까.

         

       과거의 나라면 그랬을 수도 있으리라고 생각했겠지.

         

       “내가 이 세상에 없었을지라도 너는 성공하지 못했어.”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이노오오옴!!”

         

       정철의 감정이 격해짐에 따라 흑룡기가 더욱 날뛰었다. 최대한 경을 이용해 흑룡기를 저지하고는 있었으나 근본적으로 막을 길이 없는 흑룡기가 몸을 파고들었다.

         

       그래도 숙주가 죽어가고 있기 때문일까.

         

       위서련의 흑룡기에 비하면 그 형상만 흉포할 뿐 힘이 부족했다.

         

       “너는 지금까지 어떤 선택을 해 왔지? 일이 막힐 때마다 너는 철저하게 자신의 명분을 팔아치우며 버텨오지 않았던가?”

         

       “크크크…! 위기 때마다 남의 도움을 받아 극복한 운 좋은 녀석이 감히 나를 비난하는가?”

         

       정철이 나를 조롱했다.

         

       “서장의 포달랍궁부터 사조에 소천마까지…! 참으로 대단한 인맥이 있었던 네놈은 결코 이해하지 못하겠지! 모든 것을 팔아치우며 아득바득 올라온 내 심정을 말이다!”

         

       “그들의 도움을 받고 운도 좋았던 것은 사실이야.”

         

       나는 그 사실을 인정했다.

         

       정철과 대립한 이후 운이 좋았던 적은 꽤 많았으니까.

         

       “그렇지만 네 심정을 아예 모르는 건 아니야. 나 역시 오랜 세월 낭인으로 살았으니까.”

         

       내 대답에 정철의 얼굴이 격하게 일그러졌으나 바로 반박하지는 못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나와 정철은 꽤나 공통점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낭인의 신분으로 오랜 세월을 살았고 또한 낭인의 신분으로 화경이라는 경지를 개척했다.

         

       물론 나는 가짜 낭인이었고 정철은 진짜 낭인이었으니 동질감을 느꼈다고 말하기에는 무리겠지만 정철의 선택을 일부 이해할 수는 있었다.

         

       “가문도, 문파도, 무공도 없으니 그저 살아남고 성취하기 위해 모든 것을 팔아치우는 것…그게 낭인의 방식이지.”

         

       “그걸 안다는 녀석이…! 감히 날 비난한거냐! 아무것도 희생하지 않으며 쿨럭..! 이곳까지 올라오지 않는 네놈이! 그딴 말을 지껄여!”

         

       정철이 주먹을 부르르 쥐며 떨었다.

         

       “현경에 올랐다면…! 천마신공을 성취했다면! 네깟 놈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러고 싶었다면 도망치지 말았어야지.”

         

       서장에 들리고 용지맹이 되고 오독문을 습격하며 사도련을 공격하고 있을 시기에 진법 속에서 정철을 만났다. 그리고 불명 어르신의 도움으로 살아났다.

         

       불명 어르신에게 위협을 느낀 정철은 사도련을 해체하고 중독이라는 가짜 명분을 팔아 잠적했다.

         

       그 뒤로는 어찌했는가.

         

       나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겠다는 모용세가의 선언에 다시 한번 사천낭인으로서 쌓아올린 명성을 팔아 판을 마련했다.

         

       “높이 올라가기 위해서는 뭐라도 지키고 쌓아 올렸어야지.”

         

       그렇게 성사된 대결에서 정철은 어떤 선택을 했는가.

         

       온 힘을 다한 충돌의 그 순간.

         

       정철을 모든 것을 쏟아붓는 대신 힘을 빼는 것을 택했다.

         

       자신이 쌓아온 무공에 모든 것을 거느니 그 무공조차도 팔아 천마신공을 얻고자 했다.

         

       결국 정철은 아무것도 지키지 않고 그저 이득만을 좇은 셈이었다.

         

       참으로 낭인스러운 선택이었고 그렇기에 실패할 수밖에 없는 선택이었다.

         

       평생을 쌓아 올린 무공조차도 믿지 못한 시점에서 정철이 딛으며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심지(心地)가 남아 있었을까.

         

       그 답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내 나름의 해답을 입에 담았음에도 여전히 날 원독에 가득찬 눈으로 바라보는 정철. 그런 정철과 더불어 나를 물어뜯고 있는 흑룡기를 견디며 검강을 피워 올렸다.

         

       정철은 나에게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 말 그대로였다.

         

       나는 무언가를 지키고 쌓아올려야 한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음에도 무언가를 쌓아 올렸고.

         

       그렇기에 이 높이까지 도달할 수 있었으니까.

         

       그 점이야말로 진짜 행운(幸運)이 아니었을까.

         

       역수로 쥔 검이 떨어져 내리고 검강이 서린 검은 정철의 육신을 관통했다.

         

       정철의 눈이 부릅떠졌다.

         

       나는 그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마주 보았다.

         

       긴 여정이었다.

         

       그 긴 여정의 마침표를 찍는 일이었으니 그 결과를 피하고 싶지 않았다.

         

       정철의 몸에 힘이 풀렸다.

         

       마지막까지 꾹 쥐어져 있던 정철의 주먹에 힘이 풀리고 최후의 발악을 하듯이 흑룡기가 날뛰었다. 순식간에 정철의 몸이 검게 물들었고 시체가 스러졌다.

         

       스스스스.

         

       점차 작아지던 정철의 몸은 종국에는 완전히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내 몸에 파고들었던 흑룡기가 스러지기 시작했다.

         

       마치 정철이라는 존재가 이 세상에서 사라진 것을 확인시켜주듯이.

         

       나는 피 한점 묻지 않은 검을 거두어 검집으로 되돌렸다.

         

       찰칵.

         

       검과 검집이 맞물리는 소리를 들으며 생각했다.

         

       긴 여정의 마침표가 찍혔다고.

         

       “끝이군…”

         

       검기도 못 피우는 일류에서 시작해서 화경까지.

         

       서장, 운남, 청해, 신강, 사천과 섬서를 넘나들었던 기나긴 여정.

         

       그 여정은 천마신교의 심처에서 비로소 그 끝을 고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마무리를 어떻게 지어야 할까 고민하다보니 이 시간에나 올리게 되었습니다.

    음.

    뭘까요.

    할 말은 많은데 뭐라 쓸 말이 없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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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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