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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08

       가벼운 걸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어나지 못하는 녀석들을 살피다 혀를 찼다.

       

       지금 전선을 유지하던 외신의 군세는 분명 정예일 것이다.

       

       베니라는 녀석이 이야기하길 이 전선을 유지하는 건 과거의 전쟁을 겪어보았던 숙련병들이라 하였다.

       

       치열한 전선에 서 보았으며 거기에서 살아남았던 이들은 정예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을 터이니 그를 상대하는 것 또한 당연히 정예일 수밖에 없지 않겠나.

       

       그러니만큼 본인은 이 정예라는 것들이 무언가를 보여주길 바랐다만 안타깝게도 내 기대는 어긋나버렸다.

       

       본인의 걸음 하나에 나자빠지는 꼴이라니. 너무도 한심하여 웃음조차 나지 않는 군.

       

       이들이 진정 외신의 정예라면 그 외신의 수준도 대충 짐작이 되는 구나.

       

       곰방대를 입에 문 채 연기를 피워 올리던 나는 고요로 물든 전장에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본인은 저 기괴한 무리를 제압하긴 했다만 목숨을 빼앗진 않았다. 그럴 가치가 있는 놈들이 아니었으니까.

       

       즉, 본인이 힘을 거두는 순간 이 기괴한 무리가 주박에서 풀려나 다시금 인간을 덮칠 거라는 게다.

       

       전선에서 대치하던 군사들 또한 이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만큼 본인이 제압한 녀석들의 목숨을 빼앗기 위해 달려들어야 할 터인데 왜 이리도 전장이 고요한 걸까.

       

       그런 의문이 들어 뒤편으로 고개를 돌린 내가 마주하게 된 풍경은 단언컨대 내가 가장 보고 싶지 않았던 풍경과 닮아 있었다.

       

       군사들이 무기를 내리고 있다. 거친 흙바닥에 무릎을 꿇고서.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눈꺼풀을 아래로 내린 채. 감사를 표하고 있었다.

       

       나란 인간을 하늘이 내린 기적이라 여기는 듯 경건한 모습이 참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과거 성격이 더러웠을 무렵의 나라면 내기를 퍼트려 저들까지 짓눌러 버리지 않았을까.

       

       솔직히 지금도 마음 같아선 그러고 싶다마는 그런 일을 저질랐다가는 저 위에서 다급히 내려오는 두 놈에게 핀잔을 듣게 될 것이 분명하니 이번만은 참고서 넘겨야겠구나.

       

       “아라님! 안 됩니다!”

       “화령님! 제발 참으세요!”

       

       뒤늦게 내 뒤를 따라 붙은 백호와 파이스는 내 양 팔을 매달리듯 붙잡고는 필사적으로 무어라고 외쳤다.

       

       파이스가 본인의 성격에 대해서 알 것 같지는 않고 아마 백호가 성향에 관한 이야기를 해 준 것이겠지.

       

       “놔라. 아무것도 할 생각 없다.”

       “저 분들은 아군입니다! 죽이면 안 됩니다!”

       “설령 하더라도 사지로 걸을 수는 있게 해주십시오!”

       “할 생각 없다 말하지 않았느냐 이 빌어먹을 놈팽이들아.”

       

       아니면 진짜로 해주랴?

       

       기괴한 놈들이고 저 빌어먹을 군사들이고 간에 공포에 미쳐 발광하도록 만들면 만족할 테야?

       

       그대들이 바란다면이야 얼마든 해줄 수 있다만.

       

       내 이리 이야기를 하고 나서야 두 사람이 다급히 내 팔에서 손을 떼어냈다.

       

       하여간에 호들갑이 심한 놈들이구나.

       

       “파이스.”

       “넵!”

       “군사를 수습하여 기괴한 것들을 처리하거라. 내 반쯤 죽여 놓은 상태인지라 그 과정이 어렵진 않을 것이야.”

       

       이 세계의 사람들에게 있어 구원의 상징이나 마찬가지인 파이스다. 이 놈이 앞에 나서 목소리를 낸다면 군사들은 자연스레 이 녀석이 하는 말을 따를 것이다.

       

       “그래도 할 일이 있긴 하네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녀석은 재빠르게 몸을 움직여 군세의 어딘가로 향했다.

       

       과거 군세를 이끌어 보았던 경험이 있는 녀석이니만큼 어련히 잘 할 것이라 판단내린 나는 이내 백호 쪽으로 고갤 돌렸다.

       

       “본인이 이 세계에서 벌이는 일을 영상으로 남겨야한다 그랬지?”

       “예. 그렇습니다.”

       “그렇담 따라와라. 이제부터가 진짜이니 말이다.”

       

       이 전선에 선 순간부터 저 멀리에 있는 거대한 기운을 감지했다.

       

       인간에게 강제로 공포를 새기려드는 기운은 분명 내 이전에 겪어보았던 종류였다.

       

       외신.

       

       아피스에서 만난 검은 것의 기운.

       

       “혹시나 싶어 말하는 것이다만 저 기운에 미쳐버리진 말아다오. 그랬다간 대충 혼절시킬 수밖에 없으니까.”

       “…조심하겠습니다.”

       

       고개를 주억거리는 백호의 멱살을 붙잡고서 발을 움직였다.

       

       외신이 있는 곳까지 거리는 꽤 멀다만 문제는 없다. 작금의 본인에게 공간이라는 것은 의미를 지니지 못하니까.

       

       대지를 접어서 걷는 것조차 모자라 공간을 접어 움직일 수 있게 된 본인에게 거리가 멀다는 것이 어찌 의미를 지니겠는가.

       

       그렇게 몇 걸음을 움직인 끝에 도착한 곳은 사막 한 가운데에 지어진 거대한 신전이었다.

       

       오랜 세월을 버텨낸 듯 언제 무너지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건물.

       

       정확하게는 이미 무너졌어야 했을 터이지만 이 안에 머무르고 있는 자의 마력에 의해 지탱되고 있는 건물.

       

       – 손님인가.

       

       그를 가만 구경하고 있으려니 신전 안에서 흘러나온 목소리가 대지를 진동시켰다.

       

       – 들어와라.

       

       일단 첫 인상은 나쁘지 않구나.

       

       건물 바깥을 가득 채우고 있는 막대한 기운도 그렇고. 강제로 공포의 감정을 새기려는 것도 그렇고.

       

       뭣보다 자신만만한 저 목소리가 마음에 들어.

       

       정예란 것들이 하도 허술하여 의심했다만 이 정도면 주먹을 휘두를 가치는 있겠군.

       

       “백호야. 괜찮으냐?”

       

       상태가 안 좋으면 지키는 척이라도 해주려 물었더니 백호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식은땀을 흘리고는 있다만 그 뿐.

       

       녀석은 어렵잖게 외신이 뿜어내는 공포를 견대내고 있었다.

       

       “저희가 아피스에서 재현한 건 본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군요.”

       

       살짝 굳어있는 녀석의 목소리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흐음. 그대의 말이 옳다. 그것과 이것을 비교하는 것은 실례되는 일이야.”

       

       무엇이 더 강한가 수준의 이야기가 아니다.

       

       애초부터 존재의 격이 다른 것이다.

       

       아피스에 존재하는 천마와 본인이라는 사람의 격이 다르듯이.

       

       “대체 파이스는 어떻게 저걸 쓰러트린 것일까요.”

       

       도저히 상대할 엄두가 안 난다는 듯 중얼거리는 백호의 등을 툭하고 두드렸다.

       

       “어떻게 쓰러트리기는. 무엇이든 때리다 보면 부서지기 마련이다.”

       “그거야 아라님이니까 가능한 거잖습니까.”

       “어쨌든 되긴 되잖으냐?”

       

       그리 이야기를 하고서 백호를 지나쳐 신전을 향해 걸음을 움직였다.

       

       본인이 저 곳에 가까워질 때마다 신전을 감싸던 기운들이 본인의 주변으로 슬금슬금 다가오는 게 보였다.

       

       “쓸데없는 수작질을 하는 군.”

       

       기선제압을 해두겠다는 것이냐? 그대가 우위라고 확신하기에 날 찍어눌러두려는 것이야?

       

       손님맞이를 이 따위로 하다니 어이가 없구나.

       

       아직 그대의 앞에 있는 것이 어떤 존재인지 모르는 듯 하니 내 확실하게 알려주도록 하마.

       

       “백호야.”

       “네?”

       “알아서 버텨라.”

       

       본인의 안에 자리하던 내기를 주변으로 풀었다.

       

       가감은 신경 쓰지 않았다.

       

       이 정도로 혼절을 하거나 겁에 질린다면 그것뿐인 존재라는 것일 테니.

       

       항시 본인의 안에 갇혀 있던 천마신공의 내기는 자유를 얻자마자 주변에 이빨을 드려냈다.

       

       외신의 기운이건 무엇이건 간에 집어 삼킬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단 것처럼.

       

       나를 위협하려면 외신의 기운은 천마신공의 내기를 보고서 나름대로 저항을 해보려 했지만 거기에도 한계가 있었다.

       

       어쩌겠느냐. 근본부터가 다른 것을.

       

       생겨났을 때부터 주변의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미친 사냥개를 평범한 강아지가 어찌 상대할 수 있을까.

       

       빠른 속도로 주변을 장악해가는 신공의 내기를 살피다 옆으로 고갤 돌리니 숨쉬기 벅차하는 백호의 모습이 보였다.

       

       쯧. 신수라는 녀석이 이 정도도 버티질 못해서야.

       

       이리도 허약하니 그대가 그대의 사장에게 노예마냥 부려 먹히는 것이야.

       

       신공에 명을 내려 백호의 주변에서 쫓아내자 백호가 무너지듯 바닥에 주저앉았다.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 좀 주십쇼…”

       “네 놈이 허약한 게 잘못이다.”

       “…그런.”

       “말 할 여유가 있는 걸 보니 괜찮은 듯 하구나. 일어서도록.”

       

       비틀거리며 일어난 녀석을 데리고 신전의 통로를 걷다 보니 어느새 커다란 방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본인이 아피스에서 보았던 신전의 모습과 완벽하게 일치했다.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본래 벽 뒤에 갇혀 있어야 할 녀석이 신전의 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겠지.

       

       

       VR의 세계가 아닌 현실에서 마주하니 위압감이 대단하구나.

       

       경지에 오르기 전에 이 녀석을 마주했더라면 내 즐거움을 참지 못하고 광소를 터트렸을 것이야.

       

       박살낼 보람이 있는 녀석처럼 보이니까 말이다.

       

       – 미안하군. 비슷한 존재를 마주하는 것이 오랜만인지라 실례를 했어.

       

       검은 것의 육신을 살피고 있으려니 녀석이 목소리를 냈다.

       

       비슷한 존재라니?그 말을 이해하기 어려워 고개를 갸웃거렸더니 외신 또한 의문을 표했다.

       

       – …바깥에서 온 존재가 아닌가?

       “눈이 없는 것이냐? 어찌 본인이 그대와 같은 종족일 수가 있는가.”

       

       생긴 것부터가 이토록 다를 지언데 어떻게 착각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군. 신전에 처박혀서 생활하다 보니 시각이 퇴화하기라도 한 것이야?

       

       내 짜증을 담아 이리 이야기했더니 검은 것이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 농담하지 마라.

       “농담이라니?”

       – 인간 같은 열등한 존재가 이만한 격에 달할 수 있을 리 없다. 본 모습을 드러내라.

       

       스스로를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 듯한 어투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

       

       아아. 대충 이해했다.

       

       네 놈이 왜 본인을 자신과 같은 종족이라 착각했는지에 대해서.

       

       그래. 이런 놈들이 있지.

       

       스스로가 지닌 것이 너무도 과다한 나머지 일반적인 이들과 자기 사이에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 생각하는 멍청이들이.

       

       본인은 이런 놈들을 극히 혐오한다.

       

       태어났을 때부터 모든 것이 결정되어 있노라고.

       

       애초부터 정해진 존재의 격은 결코 바꿀 수 없다고.

       

       너 따위는 하늘을 부술 수 없을 테니 지금 서 있는 동산에 만족하고 살라고.

       

       이것을 진리라 떠들어 대는 잡것들을 본인이 어찌 좋아하겠느냐.

       

       본인이라는 존재는.

       

       무인이라는 존재는.

       

       언제나 자신이 선 곳보다 높은 곳을 바라보는 존재일 지어니.

       

       스스로가 하늘이라 믿는 멍청이들은 그저 박살내야 할 대상에 불과하다.

       

       – 왜 웃는 거지?

       “아무래도 네 놈 또한 내가 죽일 가치가 없는 놈인 듯 하여 말이다.”

       – 허?

       “되었다. 기대를 한 내가 잘못이지.”

       

       손을 휘휘 내저으며 어느새 신전을 가득 채운 천마신공의 내기로 건물 자체를 짓눌러버렸다.

       

       그러자 검은 것의 입에서 침음성이 새어 나왔다.

       

       “자아. 검은 것아. 네 놈이 스스로를 하늘이라 믿는다면 어디 한 번 증명해 보거라. 자신이 하늘임을. 모든 것의 위에 군림하는 존재임을.”

       – 대접해주려 했더니 주제를 모르고 이빨을 드러내는 구나!

       “그러지 못한다면 본인의 권에 부서질 터이니.”

       

       네 놈은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까.

       

       어디 한 번 시험해 보자꾸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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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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