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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08

   처음에는 아직 악신의 추종자를 색출하는 과정이 진행되는 중이라 그런 줄 알았다.

   

   이단의 축출이라는 것이 하루 이틀만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니만큼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 게 정상이라 여겼지.

   

   허나 공허의 추종자들이 숨어 있던 가게 셋이 박살나고 하루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퀘스트는 클리어 될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허접 주신이 장난을 자주 치는 건 사실이지만 이런 걸 가지고 억까를 한 적은 없었기에 난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남아있다 생각하고 위화감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움직였다.

   

   허나 나는 거리에서 악신의 흔적을 찾아낼 수 없었다.

   

   미적감각은 거리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지적하긴 했지만 악신의 불온함을 보진 못했고.

   

   나의 신성은 페이비가 지닌 따스함을 찾아냈을지언정 불길함을 찾아내지 못했으며.

   

   할아버지도 거리에 문제가 없다 이야기를 했으니.

   

   내 모든 수단이 거리가 말끔하다 이야기 한 이상 내가 무언가를 찾아내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다른 이들이라 해서 그럴 듯한 대답을 찾아낸 건 아니었다.

   

   자칼과 체스터는 이 이상 거리에 이상한 부분이 존재하는 것 같지는 않다 이야기했고 페이비도 거리에서 이상을 찾아내지 못하겠다 답했으니 말이다.

   

   상황이 이러했으니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는 것은 오롯이 나의 답답함 뿐이었다.

   

   아니! 뭔가 문제가 있으면 정확하게 그 문제가 뭔지 알려달라고!

   

   뭐가 문제여서 퀘스트가 클리어되지 않는지 알려달란 말이야!

   

   네가 퀘스트를 줬다는 건 이게 허접주신 네 입장에서도 곤란하다는 소릴텐데 왜 이렇게 불친절 한 거야!? 응?!

   

   틀딱이라서 요즘 게임들이 어떤 식인지 모르는 거야?

   

   요즘 RPG는 이런 식으로 안 나오거든?!

   

   요즘에 이런 식으로 불친절하게 굴면 유저들 다 도망쳐요!

   

   20년 전에나 먹혔을 감성을 왜 지금 강요하면 어쩌자는 거냐고! 이 틀딱 페도 새끼야!

   

   너 설마 내가 화장을 한 채로 기도하는 걸 보고 싶어서 억까하는 거 아니지?

   

   그런 거라면 다음에 기회 생길 때 바로 해줄 테니까 제발 뭔가 단서 좀 주라!

   

   퀘스트 보상이고 실패시 패널티고 나발이고 마음이 찝찝해서 열 받는단 말이야!

   

   허접 주신을 향해서 짜증을 내보았던 나였지만 허접 페도 틀딱 주신은 내게 아무런 대답도 돌려주지 않았다.

   

   그 침묵에서 물어보기 전에 먼저 스스로 알아보려고 하셨냐 묻던 상사가 떠올라 한층 더 열이 받은 나는 퀘스트 클리어전까지 허접무능페도틀딱에게 그 어떤 기도도 올리기 않기로 결심했다.

   

   스텟의 손해? 그딴 거 내 알바 아냐! 지금은 내 자존심이 더 소중하다고!

   

   그렇게 허접 주신과의 기싸움을 시작하고서 삼일이 지나 소울 아카데미에 많은 학생들이 복귀하던 때에.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퀘스트 창을 마주하게 된 나는 주신을 향한 욕지거리를 내뱉고 바깥으로 나갈 채비를 했다.

   

   여전히 나는 아무런 퀘스트가 남아있는 이유를 찾아내지 못했다.

   

   아무리 둘러봐도 아카데미 거리에선 문제가 보이지 않았으니까.

   

   심지어 적당한 마법사를 구해 상공에서 아래를 내려다 봤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한 나는 잔뜩 심통이 나 있었다.

   

   얼빠여우가 있다면 그 녀석을 괴롭히면서 마음을 다스렸을 텐데 그 보슬보슬한 털마저도 없으니 짜증을 달랠 방도가 마땅찮았던 것이다.

   

   “저… 저기. 영애님?”

   “뭔데. 허접성녀.”

   “어.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하나요?”

   

   그 대신에 내가 택한 것은 허접 성녀였다.

   

   커뮤니티에서 음란성녀라고 불릴 만큼 부드러운 몸을 지닌 그녀는 포근하고 따뜻해서 의자로 쓰기에 무척 적당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페이비의 위에 앉아서 단 것을 먹는 걸로 짜증을 달래던 나는 페이비의 물음을 듣고 턱을 위로 치켜들었다.

   

   양 뺨을 벌겋게 물들이고 있던 페이비는 나와 눈을 마주치자마자 다급히 시선을 앞쪽으로 돌렸다.

   

   “왜? 무거워? 와아. 진짜 평소에 얼마나 탱자탱자 놀았으면 내 무게도 못 버티는 거야.”

   

   이러니까 옷이 끼는 거 아니냐며 타박을 했더니 페이비의 얼굴에 열기가 올랐다.

   

   “그. 그런 거 아니에요! 다만. 저. 그. 그게.”

   “아하. 너무너무 귀여운 내가 부담스럽다는 거구나?”

   “네. 네에.”

   “그러니까 이제 꺼지란 거네? 언제는 항상 내 옆에 붙고 있고 싶다더니 이젠 그냥 내버리는 거구나?”

   “그렇게까지 말하진 않았는데요!?”

   “그래. 알겠어. 내가 나쁜 년이야. 허접 성녀가 날 싫어하는 것도 모르고. 흑. 흐윽.”

   “아! 알겠어요! 계속 여기 있으셔도 괜찮아요! 그러니까 울지 마세요! 제발요!”

   “…계속 있어도 되는 거지?”

   “네!”

   “그럼 조용히 하고 있어. 허접 성녀. 괜히 움직이면 기껏 잡아놓은 자세가 흐트러진단 말야.”

   

   페이비가 고갤 끄덕이기 무섭게 표정을 바꾼 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파르페에 숟가락을 올렸다.

   

   “알른 영애. 교회의 성녀님을 장난감처럼 다루지 말아주시겠어요?”

   

   달콤한 것을 입에 넣고 기분 좋은 미소를 짓고 있으려니 옆에서 날 타박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파트란 가문의 공녀 조이는 미묘한 표정으로 나와 페이비를 번갈아 보다 한숨을 팩 내쉬며 내 반대편에 자리를 잡았다.

   

   “페이비는 주신 교회의 성녀님이라고요. 지위만 따지면 저희보다 한참 위란 말이에요.”

   “그게 무슨 상관이야? 얼빵이도 지위로 따지면 나보다 윗 사람이지만 내 장난감이잖아.”

   “전! 당신의! 장난감이! 아니에욧!”

   “장난감 맞다. 조이. 최소한 내가 보기엔 그렇다.”

   “왕자님까지 왜 그러세요!”

   

   그 뒤를 잇듯 나타난 아서는 처음 자칼을 보았을 때처럼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서의 안을 돌아다니는 마력이 훌쩍 늘어난 것을 보면 지난 번 던전에서 노가다를 하며 얻은 성장을 자신의 것으로 체화하느라 잠도 포기하며 구른 거겠지.

   

   처음 프레이를 만났을 때도 느낀 거지만 내 친구들은 하나 같이 천재들이라니까.

   

   내가 고인물이 아니었다면 이미 얘네들한테 뒤처지지 않았으려나.

   

   “프레이는 어디 있지? 그 녀석이라면 네 옆에 항상 붙어 있을 거라 생각했다만.”

   “허접견하고 대련하는 중이에요.”

   

   평소 같았으면 내가 직접 프레이의 집착에 어울려줬을 터이지만 오늘은 예외였다.

   

   무기를 부딪히다보면 진짜 열이 끌어올라서 뭔가 저질러버릴 것 같았거든.

   

   그래서 나 대신 허접견을 던져줬지.

   

   허접견은 개학 직전이라 할 일이 많다며 곤란해했지만 난 그의 말을 무시해버렸다.

   

   나를 주인으로 선택한 이상 이 정도는 악으로 깡으로 버텨야지! 암!

   

   “나중에 만나러 가야겠군. 지금이라면 박살낼 수 있을 듯 하니.”

   “불쌍왕자님이 프레이를요?”

   “왜 안 될 게 있나?”

   “흐응. 불쌍왕자님께서는 허세부리다 박살나는 게 취향이시군요. 그런 거라면 저한테 덤비시는 게 어때요? 진짜 잘근잘근 밟아드릴 수 있는데.”

   

   스트레스 풀이용으로 굴려줄까했지만 아서는 입술을 우물거릴 뿐 내 도발에 넘어오지 않았다.

   

   “오늘 평소보다 날이 서 있군. 루시 알른. 무슨 일이 있나?”

   “그러게요. …아. 설마. 영애. 오늘이 그 날.”

   

   조이가 되도 않은 소리를 지껄이는 것을 들은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녀의 뺨을 양 손으로 붙잡았다.

   

   “아하여! 지짜 아하여어어어!”

   “얼빵아. 너 바보야? 아프라고 그러는 거니까 얌전히 비명이나 질러.”

   “흐아아아!”

   

   조이는 나름대로 반항을 해보았지만 마법사인 그녀가 기사인 내 근력에 반항할 순 없었다.

   

   한참 동안 조이를 괴롭히다 놓아준 나는 벌게진 볼을 붙잡으며 투덜대는 조이를 무시하고서 아카데미 거리의 상황을 설명했다.

   

   공허의 추종자들의 잠입과 토벌. 분명 모든 일을 끝냈을 텐데도 남아있는 찝찝함.

   

   페도 틀딱이 내어준 퀘스트를 언급하지 않는 선에서 현 상황을 모두 이야기해 주었더니 아서의 표정이 진중해졌다.

   

   “악신의 추종자들에 대한 이야기는 들었다. 성녀님께서 신의 계시를 받아 선업을 펼치셨다며 왕도에서도 난리이니.”

   “…저는 진짜 한 게 없는데 말이죠.”

   “뭐 어때요. 페이비. 제멋대로 떠들게 내버려둬요. 당신이 무슨 말을 한들 왕도의 호사가들은 자기 듣고 싶은 대로 해석해서 난리를 칠 테니까.”

   

   벌겋게 물든 볼을 붙잡은 채 왕도의 귀족들에 대한 비난을 쏟아낸 조이는 푹 한숨을 내쉬고 의자에 몸을 기댔다.

   

   “분명 뭔가가 남아있는데 아카데미 거리에서는 그걸 찾아낼 수 없단 건가요.”

   “그래. 그 더러운 바퀴벌레들이 어디로 숨은 건지 보이질 않아.”

   “알른 영애도 못 찾아내셨고 페이비도 못 보는 거라면 그냥 없는 거 아닌가요? 괜한 걱정을 하고 계시는 게?”

   

   조이의 의견은 합리적이었다. 페도 틀딱 변태의 퀘스트가 눈 앞에 떠 있는 것만 아니었다면 나도 저렇게 생각하고 말았겠지.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분명 아직 무언가가 남아있다.

   

   우리가 찾아내지 못한 뭔가가 아카데미 거리에 도사리고 있다.

   

   그를 되새기다 짜증이 난 내가 파르페를 다시 입에 넣는 동안 미간을 찌푸리고 있던 아서가 조심스레 목소리를 냈다.

   

   “아카데미 내부는 뒤져 봤나?”

   “…이 허접 아카데미 말하는 건가요?”

   “그래. 그대가 알지 모르겠지만 지금 아카데미 내부는 꽤 혼란한 상태다. 1왕비님과 2왕비님이 각자가 바라는 인원을 넣느라 난리가 났거든. 다른 때라면 몰라도 지금이라면 의심을 해봐야 할 것 같은데.”

   

   1왕비가 자신의 사람들을 아카데미에 집어넣고 있다는 것은 이미 카리아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다.

   

   지난 번 일 때문에 2왕비가 내 쪽에 협력하기로 했으니 그녀의 사람들이 이 곳에 오는 것도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1왕비와 2왕비의 권력 다툼에 휘말린 소울 아카데미는 상당히 혼란스러운 상황이겠지.

   

   수많은 사람들이 왔다가기를 반복하는 지금이라면 충분히 소울 아카데미 내부의 문제를 의심해 볼 만 해.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허접견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현재 소울 아카데미 내부에 있는 사람들의 목록을 구하려면 아카데미의 교수인 그를 통하는 것이 가장 빠를 테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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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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