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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08

   세이랑과 동시에 내린 결론.

     

   미래에 또다시 일어날 라그나로크.

   그곳에 나타나는 도둑의 신이 크라슈일지도 모른다는 것.

     

   이를 놓고, 크라슈와 세이랑은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눴으나.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로 결론이 나올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닥치지 않으면 모르는 거네요.”

   “예언이니까요. 게다가 언제 일어날지도 모르는 막연한 미래를 그린 예언이기도 하고요.”

     

   세피라의 공주에게는 가끔 계시처럼 예언이 입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경우가 있다.

   라그나로크의 예언도 그런 종류인지라 세세한 것이 적혀 있지 않았다.

     

   “제 점성술로 알아보고 싶어도 말이죠.”

     

   세이랑은 수정구를 만지작거리며 크라슈를 힐끗 보았다.

   크라슈와 관련된 모든 예언은 검은색 막이라도 낀 듯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이 이유에 관해 세이랑도 아직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하지만 그가 정말 라그나로크와 관련 있다면 짐작 가는 건 있었다.

     

   신들의 미래를 점칠 수 없듯이.

   크라슈 또한 이와 유사한 사항에 처하는 것이다.

     

   “크라슈 님, 앞으로 신이 될 예정이 있나요?”

   “세상에 그딴 예정을 가진 사람이 있답니까?”

   “그렇죠?”

     

   세이랑도 찝찝한 듯 입맛을 다셨다.

     

   크라슈도 신과 비슷한 영역에 도달한 적이 있긴 하나.

   이는 힘의 폭주로 인해 도달한 영역일 뿐.

     

   당연히 이런 쪽과 별다른 연관이 없었다.

     

   “이 이야기는 이쯤 하죠. 어차피 답이 나올 것 같지는 않으니.”

   “네, 그래요.”

   “다른 쪽으로도 물어도 괜찮겠습니까?”

   “대답할 수 있는 거라면 해드려야죠. 세계를 구하신 영웅님이신데.”

     

   언제쯤 저 낯간지러운 호칭이 사라질까.

   크라슈는 그냥 감수하기로 했다.

     

   “신계로 가는 방법과 관련된 예언이나 혹시 이와 관련된 걸 알 수 있겠습니까?”

   “신계로 가는 방법이요?”

     

   세이랑은 팔짱을 끼며 고개를 기울였다.

     

   “구태여 신계로 가야 하는 이유가 있으신 건가요?”

   “의문점을 해결하기 위함도 있고, 닥쳐올 위험을 대비하기 위한 것도 있죠.”

   “크라슈 님은 아직도 세상을 구하는 데 혈안이군요.”

     

   기껏 지킨 세계다.

     

   크라슈도 쉴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이 망할 금쪽이 세계는 언제 어디서 무슨 문제가 생길지를 몰랐다.

     

   그러니 할 수 있는 건 죄다 해볼 작정이었다.

     

   “신계 쪽으로 가는 방법이라.”

     

   세이랑은 수정구를 검지로 툭툭 두드리다가 무언가 좋은 생각이 났는지 손을 들었다.

   그러고는 이내 수정구를 통해 점성술을 발동하기 시작했다.

     

   크라슈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자 잠시 후 수정구에서 빛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 빛과 면사포 너머에서 물끄러미 보던 세이랑은 곧 입꼬리를 올렸다.

     

   무언가 좋은 방법이라도 알아낸 걸까.

   크라슈가 잠자코 그녀를 지켜보고 있자 세이랑이 크라슈를 돌아봤다.

     

   “신계를 가는 방법은 저는 알지 못해요.”

     

   역시 그런가.

   아쉽지만 크라슈도 이해하는 바였다.

     

   “대신, 크라슈 님이 후의 신계에 갈지 안 갈지 정도는 알 수 있죠.”

   “혹시.”

   “후에 신계를 가는 사람이 있는지 점성술로 예언을 뒤져봤어요.”

     

   크라슈는 세이랑이 잔머리를 썼음을 깨달았다.

   세이랑은 크라슈의 앞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해왔다.

     

   예전에는 이를 믿지 않은 크라슈지만 지금에 와서는 크라슈도 이해하고 있다.

     

   “네, 앞에 검은 막이라도 씐 것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네요.”

     

   평소에는 뭐라도 예언과 관련된 단서 하나쯤인 떨어졌을 텐데.

   지금 세이랑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크라슈와 관련한 예언을 할 때와 똑같이 말이다.

   그 말은 즉, 미래에서 신계에 도달할 사람에 크라슈가 포함되어 있다는 소리와 같았다.

     

   기막힌 꼼수를 쓴 세이랑을 보고, 크라슈가 어이없이 웃었다.

     

   “그거 괜찮습니까?”

   “뭐, 어때요? 꾸중할 사람도 없는걸요.”

     

   세이랑이 우쭐거리는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세피라의 공주인 그녀에게 예언과 관련해 꾸중할 사람은 없기는 했다.

     

   “신계로 갈 방법은 모르지만, 미래에 제가 신계에는 갈 거라는 소리군요.”

   “그런 셈이죠.”

     

   명확한 방법은 모르긴 해도 조금은 답답함이 가셨다.

   더불어 결국 신계에 가게 될만한 이유가 생길 거라는 확신도 들었다.

     

   “감사합니다. 이것저것 알려주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걸요. 당분간 세피라에서 지내실 예정이죠?”

   “예, 아무래도.”

     

   세이랑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당분간 그럴 예정이다.

     

   “그럼, 이번에는 소녀가 부탁을 드려도 될까요?”

     

   크라슈는 그녀가 부탁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눈치챘다.

   동시에 크라슈의 주머니 속에 있는 시체쥐도 움찔거렸다.

     

   “예, 그러죠.”

     

   그동안 쌓인 이야기가 꽤 많다.

   도움을 받은 만큼 도움을 주는 것도 예의겠지.

     

     

   * * *

     

     

   매번 느끼는 거지만 시간은 빠르게 흘러간다.

     

   세이랑의 집필을 돕기 위해 그동안 있었던 연애 이야기를 해주고 난 뒤.

   집필에 들어간 그녀를 두고, 크라슈는 오랜만에 단련 모드로 들어갔다.

     

   앞으로 있을 일들이 꽤 험난할 것이란 걸 크라슈는 짐작하고 있었다.

     

   특히, 세이랑이 말했던 라그나로크와 정말 자신이 관련되어 있다면.

   어쩌면 신과 싸워야 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크라슈는 비앙카와 하링이 준비해 준 성운검을 쥔 채 세피라의 훈련장에 와있었다.

     

   조용히 눈을 감은 크라슈는 자기 내면에 집중했다.

     

   몸 전반을 이루고 있는 성위 마법의 힘과 악룡의 저주.

     

   그것들이 뒤섞여 만들어 낸 회색의 불꽃.

   이제는 다 타버려 재만 남아버린 불꽃.

     

   재의 불꽃이 크라슈의 검에서 피어올랐다.

     

   거세게 타오르는 재의 불꽃을 바라보며 크라슈는 숨을 가다듬었다.

   오래전, 검귀의 발검술의 묘리를 이용해 스스로가 그릇이 되었던 크라슈다.

     

   ‘그릇이 복구된 지금이라면.’

     

   이 또한 불가능하지 않다.

     

   크라슈가 내면에 깃든 재의 불꽃에 집중했다.

     

   오랜만에 가동한 엑셀이 재의 불꽃이 타오르는 속도를 높여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한 재의 불꽃은 크라슈 몸속을 고속 회전해 나갔다.

     

   동시에 라이오너가 회색의 뇌기를 터트리며 재의 불꽃을 덮어 나갔다.

     

   불꽃과 뇌기가 뒤섞이자, 녹스의 밤하늘에 자리 잡은 천살성 또한 제힘을 여실히 쏟아내 나갔다.

     

   ‘타오른 불꽃을 세이블에 저장시킨다.’

     

   예전처럼 금역과 같은 대량의 힘을 태울 수는 없지만.

     

   크라슈 또한 시간이 지나면 힘을 회복한다.

   그러니 시간이 남을 때마다 재의 불꽃을 태운 뒤 세이블에 밀어 넣어 두고 있었다.

     

   언젠가 이 힘을 전부 꺼내야 할 때가 올 터.

   그때를 위한 밑 준비를 크라슈는 해두고 있었다.

     

   [ 다람쥐 같은 녀석. ]

     

   그러자 그런 크라슈를 보고, 크림슨가든이 말을 걸어왔다.

     

   “웬일이야. 말을 다 걸어오고.”

     

   성위 마법을 재점검하느라 한동안 조용하더니.

   웬일로 말을 다 걸어온다.

     

   [ 일이 좀 생겼다. ]

     

   일?

   크림슨가든이 좀처럼 일이라고 말하는 경우는 잘 없다.

     

   그렇기에 크라슈가 훈련에 집중하던 것도 그만두고, 고개를 기울였다.

     

   “뭔데?”

   [ 설명하기 조금 복잡하긴 하다 마는. ]

     

   크림슨가든의 목소리에 언짢음이 느껴졌다.

     

   [ 신계에 신이 현현했다. ]

   “뭐?”

     

   그리고 정말로 터무니없는 소리가 돌아왔다.

     

   “그게 무슨 소리야. 똑바로 말해봐.”

     

   크라슈는 지금 자신이 제대로 들은 게 맞냐는 표정으로 크림슨가든을 불렀다.

   그러자 크림슨가든도 상황이 복잡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 완전 현현은 아니다. 해왕 녀석을 만날 때 기억 나느냐. ]

     

   물의 신이 현현했던 해왕 다이노 바르돈.

   그의 모습을 똑똑히 기억하는 크라슈가 고개를 기울였다.

     

   [ 그와 같이 일부만 현현한 셈이지. ]

   “잠깐, 그건 해왕님이니까 가능한 거고, 해왕님 말고, 대체 누가 현현을 받았다는 건데?”

     

   크림슨가든이 이 말을 한 건 전혀 뜻밖의 상황이라 전한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크라슈가 그 부분을 캐묻자, 그녀가 혀를 찼다.

     

   [ 서쪽에 있는 도시, 보티마에 있는 그리슨이라는 남자다. ]

     

   크라슈의 눈이 깜빡여졌다.

     

   “……그게 누군데?”

     

   그도 그럴 게 정말 처음 듣는 이름이었으니까.

     

   하물며 보티마는 도시라고도 부르기 힘든 완전 시골 깡촌이다.

   크라슈도 간신히 이름이 기억날까 말까, 한 작은 도시인 것이다.

     

   “그곳에 신이 현현했다고?”

   [ 그래, 성위 마법을 연구하던 도중 밤하늘에서 신의 현현을 확인했다. ]

   “그리슨이라는 남자한테?”

   [ 정보는 대충 알아봤다. 나이 든 용병인데 스킬을 하나 지닌 덕에 그걸로 칼 밥을 먹고 살았다더군. ]

     

   정보력이 탁월한 크림슨가든답다.

   벌써 거기까지 정보를 알아냈다.

     

   “……대체 왜?”

     

   그렇기에 더더욱 의문이 들었다.

   아무리 이야기를 들어봐도 신이 현현할 이유가 어디에도 없어 보인 탓이다.

     

   혹시 물의 신과 같이 긴밀한 관계이냐고 묻자.

   크림슨가든은 고개를 저었다.

     

   [ 신과 그 정도 대화를 나눌 수 있으려면 천하십강 정도 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

     

   그리슨이라는 남자는 크라슈가 이름을 처음 들어봤을 정도로 평범한 남자다.

   기껏해야 스킬이 하나 있다는 것 말고는 큰 장점이 없는 남자.

     

   그런 그에게 신은 무엇을 위해 현현했는가.

     

   크라슈가 인상을 찌푸리고 있자 크림슨가든이 혀를 찼다.

     

   [ 최근 신계와 관련해서 여러 가지를 알아보고 있지 않더냐. 신계 쪽에서 수상쩍은 움직임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

   “혹시 그 일과 관련해 이게 징조일 수 있다는 거야?”

   [ 가능성은 있지. 정보는 일단 더 알아볼 속셈이다. ]

     

   크림슨가든의 말을 듣고, 크라슈는 고개를 끄덕였다.

     

   “부탁할게. 세피라 쪽 일이 마치는 대로 나도 거기로 갈 테니까.”

   [ 알았다. ]

     

   정말 뜬금없는 신의 현현.

   대체 이 세상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크라슈는 자기 뒷목을 감싼 채 조용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신들은 대체 무슨 목적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기껏 살려 놓은 세상이건만.

   왜 이리 가만둘 생각이 없는 걸까.

     

   하늘을 올려다본 채 크라슈는 조용히 한숨 내쉬곤 다시 검을 쥐었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미래를 대비한 훈련뿐.

     

   크라슈는 예전과 같이 훈련에 집중할 뿐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크라슈에게 크림슨가든뿐만 아니라 수많은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야기가 쏟아 들어오게 된다.

     

   세계 전역에서 스킬을 가진 자들에게 나타난 신의 현현.

   그리고 신의 현현으로 인해 일어나는 사건까지.

     

   대개척 시대라고 불리는 시대가.

   또다시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제2차 라그나로크.

   신들의 중간계를 향한 현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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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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