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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09

       초원에는 수없이 많은 부족이 저마다 초원을 터전 삼아 살아간다.

         

       자갈타이 부족 또한 그중 하나였다.

         

       부족민이라곤 서른도 채 되지 않았던 약소 부족.

         

       언제 다른 부족에게 정복당할지 몰라 주변 부족의 족장들에게 굽신거리며 살아가던 그들은.

         

       “족장님!”

       “무슨 일이냐.”

       “인근 부족에서 공물을 보내왔습니다!”

       “오…, 기특한 녀석들이군. 답례로 나 자갈타이의 무기 중 하나를 수여하겠노라.”

       “무엇으로 전달할까요?”

       “으음…, 창이 좋겠어.”

       “예!”

         

       초원에 몇 없는 거대 부족으로 탈바꿈하여 주변에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떨치는 중이었다.

         

       전사의 수만 무려 수백에 달하는 거대 부족의 족장이 된 자갈타이.

         

       그는 수십 리 밖에서도 보일 법한 거대한 움막 안에서 새로이 맞이한 열 명에 달하는 아내들의 품에 안겨 과거를 회상했다.

         

       “흐흐흐.”

         

       속절없이 흘러나오는 웃음.

         

       이에 아내 중 하나가 물었다.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으셔요?”

       “옛날 생각이 나서 말이야.”

         

       하루하루 행복한 생활에 몸부림치고 있노라면 이따금 그때 생각이 나곤 한다.

         

       난데없이 들이닥친 젊은 무인들.

         

       약소 부족의 족장에 불과했던 그는 그들에게 고개를 조아려 살아남았다.

         

       초원의 섭리에 대해 잘 모르는 그들의 손발이 되어 이곳저곳을 쏘다녔다.

         

       ‘그때의 일이 내게 이리 큰 복이 될 줄이야.’

         

       대체 무슨 이유인지.

         

       초원의 부족들을 하나둘씩 복속시키던 이들은 훌쩍 떠나버렸다.

         

       커질 대로 커진 부족을 덩그러니 남겨둔 채로.

         

       무력은 모자라지만, 잔머리 하나만큼은 뛰어난 자갈타이.

         

       그는 빠르게 혼란스러운 부족을 수습하여 거대 부족의 족장 자리에 올랐다.

         

       그리하여 이른 지금.

         

       “족장님! 우굴루 부족에서 공물이 도착했습니다.”

       “아발로 부족에서도…!”

         

       수많은 부족이 그를 뒷배 삼기 위해 모아둔 공물을 보내오고 있었으니.

         

       “으하, 으하하하!”

         

       그는 하루하루 행복해 미칠 지경이었다.

         

       창고로 사용 중인 움막에 가득 쌓인 식량과 무기들을 보며 흐뭇해하고 있을 때.

         

       “족장님!”

       “음…? 이번엔 어디서 공물이 왔지?”

       “이번에는 공물이 아니라,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사람?”

         

       고개를 갸웃거리는 자갈타이를 향해 전사가 대답했다.

         

       “젊은 한족인데, 다짜고짜 찾아와서 족장님을 꼭 뵈어야겠다지 뭡니까.”

       “건방진 놈이로군.”

         

       눈살을 찌푸리는 자갈타이.

         

       한족은 그들의 적.

         

       마음 같아선 그대로 붙잡아 매질이라도 하고 싶었으나.

         

       “적당히 타일러서 돌려보내라.”

       “알겠습니다.”

         

       자갈타이 부족은 한 상단과 거래를 튼 상태였다.

         

       한족이 이끄는 이 상단은 싼값에 식량을 내어주는 대신 조건을 내걸었다.

         

       주기적으로 식량을 공급받는 대신 한족을 약탈하거나, 핍박하지 않기로.

         

       “쯧…,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거대 부족을 이끄는 족장으로서 혈기가 들끓었으나, 그는 참았다.

         

       상단과의 안정적인 거래를 통해 부족민을 먹여 살리는 것이 더 효율적이었기에.

         

       아쉬운 마음을 담아 아내들의 엉덩이를 토닥이기 위해 제 움막으로 향할 때였다.

         

       콰아앙-!

         

       멀리 있는 부족의 입구에서 터져 나온 굉음이 그의 귓가에까지 들려왔다.

         

       “무, 무슨 일이냐!”

       “당장 알아보고 오겠습니다!”

         

       저마다 앉아 쉬고 있던 전사들이 무기를 꼬나쥔 채 소리의 근원지로 향한다.

         

       그리고 잠시 후.

         

       콰아앙!

         

       또 한 번의 굉음이 울려 퍼졌다.

         

       “대, 대체 무슨 일이…!”

         

       다른 부족의 습격은 아닌 듯했다.

         

       제 부족을 습격하려면 최소 전사 수백은 대동해야 할 테니.

         

       ‘뭔가 이상하다.’

         

       어딘가 불안함을 느낀 자갈타이는 곧장 입구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보았다.

         

       한 번 정도는 저 얼굴로 살아보고 싶다는 욕심을 불러일으키는 젊고 잘생긴 사내가 제 앞으로 달려드는 전사들을 뻥뻥 날리며 안으로 들어서는 모습을.

         

       “허억…!”

         

       이를 본 자갈타이는 저도 모르게 헛바람을 삼키며 제 눈을 의심했다.

         

       “아, 아니, 이게 무슨….”

         

       익숙한 사내였다.

         

       약소 부족의 족장에 불과했던 제게 난데없이 찾아온 악재이자, 호재.

         

       그가 자신을 발견하더니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든다.

         

       “자갈타이, 안녕?”

         

       이제는 확실해졌다.

         

       순식간에 주변 부족을 복속시키고 홀연히 떠나버린 중원의 무인.

         

       “배, 백우진…!”

         

       그가 돌아왔다.

         

         

       * * *

         

         

       초원으로 향하기 전.

         

       백우진은 모용빈에게서 초원의 세력 구도에 대해 전해 들었다.

         

       거창한 것은 아니었다.

         

       현재 초원을 주름잡는 거대한 부족의 위치와 그들을 이끄는 족장의 이름 정도뿐.

         

       “요녕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자갈타이라는 자가 이끄는 대부족이 있습니다.”

         

       이 말을 들었을 때, 그는 제 귀를 의심했다.

         

       “그…, 누구라고?”

       “자갈타이입니다.”

       “…….”

         

       기억에 남아 있는 이름이었다.

         

       몇 가지 초원에 대해 묻기 위해 찾았던 약소 부족을 이끌던 족장의 이름 아닌가.

         

       문득 잘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 어떻게 된 건지는 몰라도 그가 대부족의 족장이라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듯하기에.

         

       그래서 찾아왔다.

         

       그 과정에서 약간의 마찰을 빚기는 했으나.

         

       “이야, 자갈타이 많이 컸다. 대부족 족장도 되고.”

       “헤헤…, 이게 다 백우진 대협 덕분입죠.”

         

       모든 것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자갈타이는 대부족 족장이라는 권위를 잊고 백우진과 그의 뒤를 따르는 조원들을 맞이했다.

         

       부족민들이 비굴한 제 모습을 보지 못하게 움막 안으로 들어온 그는 손을 싹싹 비비며 백우진과 조원들에게 물었다.

         

       “한데…, 이번에는 또 어인 일로 오셨는지….”

       “아, 별건 아니고.”

         

       백우진이 운을 떼자, 제갈연지가 말을 이었다.

         

       “최근 초원의 부족들이 왕의 무덤을 찾고 있다고 들었어요.”

       “왕의 무덤…, 아! 마교와 손을 잡은 부족들 말씀이시군요.”

       “네, 맞아요.”

         

       그들을 떠올린 자갈타이가 인상을 와락 구기며 하소연했다.

         

       “그놈들 때문에 초원이 아주 떠들썩합니다. 수백 년 전 전설로만 내려오는 왕의 무덤을 찾겠다고 어찌나 들쑤시고 다니는지…!”

         

       여기저기 마구 들쑤시고 다니는 그들 때문에 초원에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자잘한 문제는 차치하고 가장 큰 문제를 따지자면 바로 땅의 훼손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뭔가 있을 법한 곳이면 전부 땅을 파고 내려갑니다. 그리고 무엇도 발견되지 않으면 그대로 방치하고서 떠나가 버리지요.”

       “땅을 메꾸지 않는단 말인가요?”

       “바로 그겁니다! 참 나, 파기만 하고 메꾸진 않아서 문제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아니, 땅 메꾸는 건 자기들 조상님이 해준답니까?”

         

       울분에 차 씩씩대는 자갈타이.

         

       이를 가만히 듣고 있던 백우진이 그에게 물었다.

         

       “왜 응징하지 않고? 지금 부족의 힘이면 웬만한 부족은 다 이길 것 같은데.”

         

       이때 자갈타이의 얼굴이 침울하게 변했다.

         

       “저희도 그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닙니다만….”

         

       당시의 자갈타이는 대부족의 족장 자리에 한껏 어깨가 추켜올라간 상태.

         

       초원을 마구 파헤치고 다니는 놈들을 응징하기 위해 전사들을 이끌고 출정까지 하였으나.

         

       “상대 쪽에도 저희 못지않은 대부족이 있어서 말이지요.”

       “대부족이라….”

       “심지어 마교에서 나온 고수들이 포진해 있는 바람에 저희만 혼쭐이 나버렸습니다.”

         

       그들은 무참히 깨졌다.

         

       부족간의 전력은 대등했지만, 마교에서 나온 고수들의 손에 전사들이 무참히 찢겨나간 것.

         

       그때부터 그들은 소 닭 보듯 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들이 아무리 파헤치고 다녀도 못 본 것처럼 애써 외면했다.

         

       침울해 있던 그가 은근슬쩍 고개를 들어 물었다.

         

       “한데 이건 왜 물으시는지…?”

         

       가슴 한편에 기대감이 인다.

         

       다시 나타난 백우진과 부하들이 눈엣가시 같은 것들을 치워주지 않을까.

         

       이에 백우진이 답하길.

         

       “나도 땅 좀 파러 왔거든.”

       “…예?”

         

       땅을 파러 왔단다.

         

       “땅을 파시다니…, 설마 대협께서도 왕의 무덤을 찾으러 오신 겁니까?”

         

       문득 불길한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서, 설마 대협도 마교에서 나오신…?”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백우진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의 기세가 치솟았다.

         

       “아, 아니시겠지요. 마교 그 빌어먹을 잡놈들과 같은 분일 리가 없지요, 암요!”

         

       말을 바꾸자 순식간에 줄어드는 기세.

         

       그는 또 한 번의 줄타기에서 살아남았다.

         

       “어쨌든 땅을 마구 파헤쳐뒀다 이거지.”

         

       자갈타이에게는 골치 아픈 일이지만, 백우진에게는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적어도 그들이 땅을 파둔 곳은 왕의 무덤이 없다는 뜻 아닌가.

         

       ‘후보지가 줄어서 좋네.’

         

       그러나 여전히 사막에서 바늘 찾는 수준이라는 것은 달라지지 않는다.

         

       ‘생각을 좀 바꿔야겠어.’

         

       원래는 대부족으로 탈바꿈한 자갈타이 부족민들을 이끌고 무덤을 찾으려 했건만, 상대의 부족에 마교의 고수들이 파견까지 나와 있다는 말을 듣고 생각을 바꾸었다.

         

       “자갈타이.”

       “예, 대협.”

       “전쟁 준비해라.”

       “저, 전쟁…말입니까?”

       “그래, 전쟁.”

         

       무덤을 찾는 경쟁자를 우선하여 제거하는 쪽으로.

         

       그들의 뒷배나 다름없는 마교의 고수를 싹 다 없애고, 남은 부족을 모조리 복속시킨다.

         

       자갈타이라는 훌륭한 대부족의 족장을 앞세워서.

         

       “우리 자갈타이, 초원의 왕 한번 해볼래?”

       “예, 예에…?”

         

       불길한 느낌을 받은 자갈타이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아니, 해볼래가 아니고, 그냥 해라.”

       “아, 예….”

         

       심지어 선택지조차 없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그럼 저는 다음 편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셔요. (_ _)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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