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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09

       선수를 둔 것은 검은 것이었다.

       

       내가 놈에게 수를 둘 여유를 주었기에. 그리고 살의로써 수를 두라 협박했기에. 녀석은 먼저 손을 뻗을 수밖에 없었다.

       

       – 주제를 알게 해주마!

       

       외침과 함께 놈의 주변에서 기운이 폭발하듯 퍼져 나간다. 본인의 내기가 이 공간을 지배하는 걸 허용할 수 없다는 것처럼.

       

       허나 본인이 생각하기에 저는 그리 좋은 생각처럼 보이지 않았다.

       

       기운의 양이 강해지면 무얼하고 기운의 기세가 거세지면 무얼 하느냐. 결국 그 기운의 본질이 바뀌지 않는다면 신공의 먹이가 될 뿐인데.

       

       검은 것도 이 사실을 눈치 챈 듯 자신이 지닌 기운의 밀도를 높임으로써 내게 저항하려 했지만 그 또한 크게 의미 있는 행동은 아니었다.

       

       고기가 질겨지더라도 고기는 고기이지 않은가.

       

       “언제쯤 주제를 알게 해 줄 생각이지?”

       

       그 멍청한 행동을 지켜보는 것이 지루하여 슬쩍 쏘아 붙였더니 녀석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쏘아진 것은 놈의 등 뒤 편에 있던 수많은 촉수들이었다.

       

       저 마다의 의지를 지닌 것처럼 다채롭게 뻗어 나오는 공세. 내 아피스에서 보았던 것과 비슷한 공격이었다.

       

       과거 이 놈의 재현을 마주했을 적엔 아피스의 육신을 사용하고 있었기에 저 공격을 피해야만 했다.

       

       화경의 육신이 너무도 허약하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지.

       

       허나 지금은 아니다. 본래의 육신을. 경지를 넘어선 육신을 그대로 지니고 있는 지금은 굳이 몸을 뒤틀어가며 발악하지 않아도 괜찮다.

       

       굳이 그럴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무슨 공격이 쏘아지더라도 저 모든 것을 박살내버리면 그만일 지언데.

       

       콰아앙!

       

       본인이 일권을 내지르자 본인에게로 쏘아지던 촉수들이 터져나가며 자연스레 검은 것과 나의 시야가 서로를 마주한다.

       

       “그럼 슬슬 본인도 움직이도록 하마.”

       

       허공을 발판 삼아 걸음을 내딛은 순간 저 멀리에 있던 검은 것의 얼굴이 내 앞에 도달한다.

       

       본인의 이동을 감지한 듯 검은 것이 지닌 마력과 촉수가 방패를 형성했다만.

       

       허술하군.

       

       권을 내지르기 위하여 어깨를 뒤로 뺀 순간 검은 것의 기운을 물어뜯던 내기들이 본인의 권 위로 몰려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집약시켜 앞으로 내지르자 나의 앞을 가로 막던 모든 것이 터져나간다.

       

       검은 것의 기운이 흩어지고.

       

       촉수는 제 형체를 유지하지 못했으며.

       

       그 끝에 존재하던 검은 것은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저 뒤로 날아가 신전의 벽에 처박히고 말았다.

       

       겨우 이 정도인가? 하도 자신만만하기에 기대를 했다만 실망스럽구나. 이래서야 조금 단단한 수련용 인형일 뿐이지 않으냐.

       

       그래도 신이라 자칭하는 녀석 답게 무언가를 보여주리라 생각했거늘. 실망스럽…

       

       음? 갑자기 허공에 떠올라 있던 본인의 몸이 낙하하기 시작했다.

       

       본인의 내기가 사라진 탓은 아니었다.

       

       신공의 내기가 여전히 신전의 안을 가득 채우고 있으며 본인의 명을 따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을 받치지 못하는 것이다.

       

       낙하의 도중에 떠오른 것은 언젠가 보았던 풍경이었다.

       

       본인이 직접 겪은 위기가 아닌.

       

       본인이 친히 만들어 주었던 상대의 위기.

       

       백호가 자신의 직원들을 끌어 모아왔을 무렵 본인은 그 놈들이 지닌 모든 걸 없애버림으로써 녀석들을 낙하시켰다.

       

       아무래도 지금 본인이 겪는 현상 또한 비슷한 종류인 듯 하구나.

       

       검은 것이 세상의 규칙을 새롭게 쓴 것이야.

       

       하하. 신을 자칭할만큼의 무언가는 있단 게로구나!

       

       예상 외의 한 수에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내 입가에는 웃음이 새겨져 있었다.

       

       애초부터 이런 것을 바라여 이 곳에 온 것인데 기쁘지 않을 수 있을까!

       

       여기에서 어찌 대응을 해볼까 생각을 하던 중 신전의 천장에서 떨어지는 먼지의 사이로 기운이 요동치는 것이 보였다.

       

       검은 것이 지닌 막대한 마력의 집중.

       

       네 놈의 숨결을 쏘아내려는 게로구나.

       

       본인이 지닌 힘을 쓰지 못하게 만든 후에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화력으로 일소한다.

       

       좋은 전략이구나.

       

       어지간한 상대였다면 필승의 전략이 되었겠어.

       

       그렇지만 말이다.

       

       안타깝게도 그대의 상대는 본인이다.

       

       어지간하다는 단어와는 참으로 거리가 먼 인종이지.

       

       주변에 퍼져 있는 신공의 내기를 움직인다.

       

       무의 기본이 되는 것을 찾기 위해서.

       

       결국에 규칙을 바꾼다는 것은 이 세계에 새로운 규칙이 정립되었다는 이야기일지니.

       

       규칙이 존재한다면 새로운 규칙을 찾아내면 그만이지 않은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규율이 엉망이 되어버린 세상이라 할지라도 도는 존재하고.

       

       본인이 몸에 쌓아 온 무의 역사 또한 멀쩡히 존재하니까.

       

       그럼 이제부터 내가 해야 할 일은 간단하지.

       

       그저 관찰하기만 하면 되니까.

       

       본인이 권을 쥘 때에.

       

       호흡을 할 때에.

       

       발을 움직일 때에.

       

       중심을 이동 시킬 때에.

       

       내기를 움직일 때에.

       

       세상이 어떻게 변화하는 지를 살피고.

       

       세상의 규율에 맞추어 본인의 무를 재편한다.

       

       남은 시간이 길지 않기에 심오한 연구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만 그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본인이 필요로 하는 것은 그런 거창한 것이 아니니까.

       

       이 순간 본인이 원하는 것은 그저 하나의 권이다.

       

       본인이 천마의 몸에 깃들고 나서 처음으로 배운 것이며.

       

       본인이 쌓아온 무의 근간이 되는 것이고.

       

       본인이 평생에 걸쳐 갈고 닦아온 것인데다가.

       

       본인이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일권.

       

       이것이면 족하다.

       

       – 사라져라!

       

       본인에게로 쏘아지는 검은 숨결을 향하여 권을 내지른다.

       

       사람의 손이.

       

       무인의 주먹이.

       

       천마의 일권이.

       

       스스로를 신이라 칭하는 이의 권능을 가로 막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서서히 밀어냈으며.

       

       이윽고 그 숨결의 가운데를 꿰뚫더니.

       

       집약된 기운을 분쇄시켜 그 모든 걸 세상에 흩어버린다.

       

       – …어찌.

       

       당혹이 어린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웃음이 샜다.

       

       참으로 바보 같은 녀석이로구나.

       

       규율을 바꿔 본인이 무를 사용하지 못하게 만들면 이기리라 생각했느냐?

       

       아아. 네 놈처럼 자신의 재능을 믿고 그 어떤 것도 하지 않는 멍청이라면 물론 가능했겠지.

       

       그렇지만 말이다. 본인은 네 놈과 같은 게으른 쓰레기가 아니다.

       

       평생토록 하늘을 부수기 위하여 무를 갈고 닦아 온 무인이다.

       

       세상의 규율이 바뀌었어도 본인의 몸 안에 자리한 무는 사라지지 않을 지어니.

       

       네 놈이 본인의 역사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면 아무리 규율을 바꾼다 하여도 본인을 무너트리는 건 불가능 하다.

       

       “검은 것아. 네가 할 수 있는 것은 이것이 끝이더냐?”

       

       앞으로 걸음을 내딛으며 물음을 던지자마자 주변에 수많은 그림이 그려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세상의 규율마저 다시금 뒤바뀌었지.

       

       단순한 무력으로 본인을 쓰러트릴 수 없다 판단하고 자잘한 수작을 거는 것인가.

       

       판단 자체는 괜찮다 생각한다만 정작 판단을 실행하는 데에 아쉬움이 있구나.

       

       이렇게 뻔히 권능을 사용해서야 피하라 이야기하는 것이나 다름없지 않으냐.

       

       내 주변에 새겨진 여러 그림이 완성되기도 전에 보법의 규율을 찾아내어 그 자리를 빠져나갔다.

       

       방금 전까지 본인이 서 있던 자리에 수많은 마법들이 꽂히며 시끄러운 소리로 신전을 가득 채운다.

       

       – 쥐새끼마냥 도망치지 마라!

       “본인이 쥐새끼처럼 보인다면 잡아 보거라. 쥐조차 잡지 못하는 둔한 녀석아.”

       

       흐음. 그 때 그 때마다 새로운 규칙을 찾아내는 것도 나름의 재미가 있는 건 사실이다.

       

       허나 언제까지고 멍청이에게 휘둘리고 싶지는 않아.

       

       이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저 규율의 재편을 파훼해야 할 터인데.

       

       규칙을 뒤바뀌는 것은 본인도 할 줄 아는 일이다.

       

       세상을 굴복시켜 본인의 뜻을 강제하는 방식으로 규율을 뒤바꾸는 게 가능하지.

       

       그렇담 검은 것은 어찌 세상의 규율을 뒤바꾸고 있을까. 어찌 세상에 자신의 뜻을 강요하고 있을까.

       

       이에 대해 곰곰이 생각을 해보던 본인이었다만 그 고민은 무의미했다.

       

       애초에 본인은 지금의 경지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시피 했으니까.

       

       경지에 도달하고서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기도 했고. 비슷한 방식을 사용할 줄 아는 녀석을 보는 것도 이번이 처음인지라.

       

       이제 슬슬 힘을 사용하는 데에 익숙해져 가고 있긴 하다만 그 뿐.

       

       말하자면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이라 해야 할 터인데 이 능력을 다루는 데에 익숙한 녀석을 어찌 실력으로 파훼할까.

       

       생각해보면 이러한 고민은 실로 본인답지 않은 고민이었구나.

       

       과거 본인이 도술사를 상대할 적에 녀석이 쓰는 도술을 파훼하려 한 적이 있었던가?

       

       신령이건 신수건 도사건 하는 놈들을 상대할 때에 그 놈들이 사용하던 술법을 술법으로 넘어서려 했던가?

       

       아니다.

       

       본인은 그들을 상대할 때에 오롯이 본인이 지닌 권만을 사용했다.

       

       본인의 무력으로 상대의 사술을 부수어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러니 이번에도 그렇게 가자꾸나.

       

       결국 저 놈이 만들어낸 규율이라는 것은 저 놈이 만들어낸 세상이요 하늘일 지어니.

       

       그것을 굴복시킨다면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겠느냐.

       

       세상이라는 도화지의 위에 그림을 그린다. 본인이 본인의 세상에서 그리던 그림을 말이다.

       

       그러자 세상이라는 녀석이 여기에는 이 그림이 어울리지 않노라고 이야기를 한다.

       

       이 곳의 규율엔 이것이 맞아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허나 본인은 그 말을 무시했다.

       

       본인이 어찌 세상의 말을 들어야 하는가.

       

       본인이라는 사람이 곧 세상이며 규율일 지언데 왜 네 놈들의 말을 들어야 한단말인가.

       

       진정 내가 그려낸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이 그림을 없애 보거라.

       

       그러지 못하겠다면 굴복하라. 본인의 뜻 아래에.

       

       – …무슨. 무슨 짓을 벌이는 거냐!

       

       점차 세상에 균열이 새겨진다.

       

       과거 본인이 한 섬에서 기행을 벌였을 때처럼.

       

       당시의 본인은 스스로가 세상을 굴복시켰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무작정 세상의 무너트리려 들었지.

       

       허나 지금은 아니다. 작금의 본인은 세상이 본인의 아래에 굴복했음을 안다.

       

       세상의 규율이 재편된다.

       

       검은 것의 규율에서.

       

       본인의 규율로.

       

       “자. 검은 것아. 본인의 춤을 보는 것은 즐거웠느냐?”

       – 대체. 대체 네 놈은 무엇이냐. 무얼 하는 존재란 말이냐!

       “이젠 네 놈이 춤을 출 시간이다.”

       

       본인의 규율 아래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쳐보도록 하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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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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