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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09

   세계 각지에서 시작된 신들의 현현.

   이 소식을 듣게 된 크라슈는 지금 크림슨가든의 까마귀와 에벨아스크의 시체쥐를 마주하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크라슈의 앞에는 마법 아티팩트 하나가 화면을 띄우고 있었다.

   무려, 최근 세계 최고의 아티팩트 제작자라 불리는 로나 임블라이즈가 직접 만들어 준 아티팩트다.

     

   덕분에 화면 하나는 기막히게 잘 보였다.

     

   “상황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지. 조용한 곳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엉망진창인 게다.

     

   화면 너머의 인물.

   제국의 3황녀, 시즐리 에파니아가 짜증이 담긴 얼굴로 대답했다.

     

   그녀의 손에는 지금 최근에 생긴 신의 현현으로 인해 발생한 사건들을 적어놓은 종이가 들려 있었다.

   문제는 저 종이가 한두 장이 아니라 수십 장이라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히 신 중에 조용한 이들도 있긴 하지만. 그들도 시한폭탄에 가깝다. 방치할 수도 없는 참이지.

   “반대로 조용하지 않은 놈들은.”

   -동남쪽에 있는 마그라다라는 도시가 날아갔다. 도래한 신은 바람의 신, 가르로다. 등장 직후 도시 전체를 통째로 날려 버렸다. 그 뒤로 지금도 도시에는 돌풍이 불고 있지.

     

   크라슈의 얼굴이 와락 찌푸려졌다.

   이렇듯 도시 하나가 통째로 날아간 예도 없지 않았다.

     

   -일단은 이카루스 일원과 제국 쪽 일원도 투입하고 있긴 한데.

   “스킬 사용자들이 배제됐으니까.”

   -그래, 그게 가장 골치 아픈 일인 게다. 주요 전력 중 상당수는 스킬을 가지고 있으니까.

     

   신이 현현한 이들은 하나같이 스킬을 지닌 자들이다.

   현재 스킬을 가진 사람들 또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그러니 현재 스킬 사용자들은 대부분이 임시 구금되어 있다.

   문제는 그게 나라에서 내로라하는 주요 전력들이란 거다.

     

   “신이 탐할만한 재능을 지닌 녀석들만 스킬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런 이들은 전부 한자리하는 이들이다.

   그들이 죄다 빠졌으니 당연히 골치 아픈 일이었다.

     

   -어떻게든 틀어막고 있긴 하지만.

   “현현한 신이 문제겠지.”

     

   현현한 신들은 전부 골칫덩어리다.

   그들을 어찌하지 못하는 이상 결국 일은 해결되지 않는다.

     

   “다른 천하십강과 천상사강들은?”

   -낭군 누님분께서 신나서 신과 맞붙으러 가긴 했지.

   “누님인가.”

     

   크라슈는 샬롯을 떠올리며 씁쓸히 웃었다.

   샬롯은 어느 신과도 계약하지 않은 걸로 유명하다.

   그녀에게는 오히려 날뛰기 좋은 기회겠지.

     

   -천하십강들은 스킬을 가진 이들은 일단 두고 보고 있다. 천상사강들은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고. 이미 신과 격전을 벌인 이들도 있다.

   “그쪽은 신경 쓸 거 없겠네.”

     

   천상사강들은 모두 반신에 이른 이들이다.

   그들은 신들이 현현하려 해도 도리어 그 힘에 튕겨 날 것이 분명했다.

     

   “신들의 전력은 어느 정도야?”

   -천하십강이라면 간신히 제압할 수 있는 정도지.

   “괴물들이네.”

     

   크라슈가 혀를 찼다.

     

   신들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그런 놈들이 전부 천하십강 급이라.

   머리가 벌써 지끈거린다.

     

   -크라슈.

     

   그러는 순간 시즐리가 크라슈의 이름을 직접 불러왔다.

   평소 낭군이라 부르던 그녀가 직접 이름을 불러왔다는 건 진지하게 할 이야기가 있을 때다.

     

   -넌 괜찮느냐.

     

   크라슈는 스킬을 몇 개나 가지고 있다.

   그러니 그에게 신들이 무슨 짓을 해올지 모른다.

     

   얼마 전에 모든 힘을 잃은 상태로 살았던 크라슈다.

   그러니 크라슈에게도 무슨 일이 있을까 시즐리가 걱정한 것이다.

     

   크라슈가 손을 쥐었다 폈다.

     

   “멀쩡한데.”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대답했다.

     

   “게다가 나는 한 번 그쪽 경지에 도달해 봤으니까. 성위 마법 덕분에 거의 신기에 가까운 힘이 돌고 있기도 하니. 개입은 못 할 거야.”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시즐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잘못되면 꽁꽁 싸매서 어떻게든 해결해 버릴 거니 걱정 말거라.

   “네가 그리 말하니 무서운데.”

     

   그래도 크라슈를 본 시즐리는 조금은 걱정이 풀린 모양이다.

   화상 통화 마법을 사용한 것도 아마 안심하고 싶어서겠지.

     

   “신들 리스트, 나한테도 보내줘.”

   -직접 나설 생각인 게냐.

   “내 이름값만큼 살아야지.”

     

   크라슈도 천상사강 용황이다.

   이름을 달고 있는 만큼 해야 할 때도 있다.

     

   -괜찮겠느냐?

   “괜찮아. 호위도 두 명이나 있거든.”

     

   크라슈가 앞에 있는 시체쥐와 크림슨가든의 까마귀에게 턱짓했다.

     

   “찍.”

   “누가 호위 같은 걸 해준다더냐?”

     

   저렇게 말하고 따라올 거 다 알고 있다.

     

   “게다가 생각하고 있는 것도 하나 있고.”

     

   신의 현현은 결국 스킬의 계약자라서다.

   만약, 그들에게 스킬을 빼앗는다면 과연 신의 현현이 유지될까.

     

   ‘역대 세피라의 공주가 예언했던 라그나로크.’

     

   어쩌면 그건 지금을 가리킨 걸지도 모른다.

     

   -알았다. 리스트는 금방 보내놓으마. 그리고 절대 무리하지 말거라.

   “그럴 생각도 없어.”

   -없을 리가 없어서 하는 말이지 않더냐.

     

   부정 못 하겠네.

     

   -그리고 하링과 아스트리아는 비앙카가 챙기고 있으니 걱정 말거라.

     

   하링과 아스트리아는 둘 다 신의 계약자다.

   특히, 아스트리아의 경우 크라슈를 제외하면 가장 많이 신과 계약한 이다.

     

   유일하게 신과 계약하지 않은 비앙카가 옆에 있어 준다면 안심이다.

   비앙카의 실력도 이제 완전히 백귀 시절만큼 무르익었으니까.

     

   “그래도 문제 생기면 바로 연락해. 시즐리, 너도 포함해서.”

     

   시즐리도 다른 아내들과 같이 크라슈의 아내다.

   그러니 크라슈가 전하자, 시즐리가 잔망스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아주 포인트를 더 딸 생각만 가득하구나.

     

   저 포인트는 대체 언제까지 쌓일지 궁금했다.

     

   그것으로 화상 통화는 마쳤다.

   크라슈는 시즐리가 보내준 자료를 살피기로 하며 일어나던 때였다.

     

   오싹-

     

   분명 아주 잠시였다.

   등골을 타고 스쳐 지나가는 무엇인지 모를 오싹함.

   이는 본능에 의거한 육체의 반사적인 효과였다.

     

   크라슈의 고개가 들어 올려졌다.

     

   “크라슈.”

     

   어느새인가 크라슈의 어깨 위에 올라탄 크림슨가든의 까마귀가 낮은 울음소리를 냈다.

     

   무언가.

   세피라 안에서 벌어졌다.

     

   이를 짐작한 크라슈가 즉시 문을 박차고 나왔다.

     

   지금은 한밤중이다.

   그래서인지 어두운 복도와 적막함만이 이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적막함은 평소와 달리 편안함이 아닌 불안감이 가득 메우고 있었다.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든다.

     

   “신이 현현한 걸지도 모른다.”

     

   그러자 크림슨가든의 까마귀가 말을 전하였다.

     

   세피라도 세계 최고의 세계 침식 전문 집단이다.

   당연히 전투 인력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에는 스킬을 지닌 자들도 더러 있다.

     

   그러나 그것만이었다면 크라슈가 이 정도로 안 좋은 예감이 들지는 않았을 것 같았다.

     

   “세이랑한테 가야겠어.”

     

   세피라에서 가장 중요 인물은 다름 아닌 세이랑이다.

     

   그녀의 목숨을 지켜주겠다고 약속한 만큼.

   크라슈는 곧바로 복도를 내달리기 시작했다.

     

   크라슈가 지내던 방은 손님 방이다.

   그런 만큼 세이랑의 방과는 거리가 있기에 속도를 올려야 했다.

     

   ‘엑셀.’

     

   엑셀까지 발동시키며 질주한 크라슈가 순식간에 복도를 지나쳤다.

   그러던 중 크라슈는 창문 너머 비치는 반대편 복도에 누군가 걷고 있음을 보았다.

     

   구름 사이로 드러난 달에서 흘러나온 빛이 그의 귀걸이와 만나 반짝였다.

   그리고 크라슈는 그 귀걸이를 낀 사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천구성, 블라비.

   크라슈에게 천살성을 준 사내.

     

   그가 어두운 복도를 혼자서 걷고 있었다.

   이를 본 크라슈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조금 전 세피라 전체를 스쳐 지나간 꺼림칙한 느낌.

   이걸 블라비가 느끼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크라슈가 그렇게 의문을 품은 순간.

   크라슈는 곧 블라비가 향하고 있는 곳이 어딘지 눈치챘다.

     

   세이랑 방의 방향이 분명했다.

   호위인 만큼 세이랑을 지키러 가는 걸까.

     

   크라슈가 그리 생각한 순간.

   그의 머릿속에 한 가지가 스쳐 지나갔다.

     

   스킬.

   블라비 또한 스킬을 가지고 있었다.

     

   모든 진실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스킬.

   베리타스.

     

   블라비도 신과의 계약자였다.

   이를 깨달은 크라슈의 눈이 크게 뜨여졌다.

     

   만약 블라비가 신의 현현을 당했다면?

     

   노괴라고 불릴 만큼 세상을 호령했던 그다.

   그런 그가 현현을 당했다면 그보다도 최악인 일은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세이랑이 위험하다.

     

   이를 즉각 판단한 크라슈의 행동은 발 빨랐다.

   어느새인가 창문틀을 지르밟은 크라슈의 몸속 깊은 곳.

   이그니스가 거세게 타올랐다.

     

   회색의 재의 불길이 크라슈의 몸 전체를 휘감았다.

   동시에 크라슈가 성운검에 손을 올렸다.

     

   망설임은 없다.

     

   크라슈가 창문틀을 박차며 하늘을 날아올랐다.

   동시에 뽑아져 나온 검에서 재의 불길이 쏟아져 나오며 거세게 타올랐다.

     

   파직!

     

   천살성의 붉은 달을 삼킨 재의 불꽃이 세상에 도래했다.

     

   멸화침식(滅火浸蝕)

   오식(五式)

   멸천월화(滅天月火)

     

   치솟은 잿빛의 번개와 함께 뻗어 나간 불길의 참격이 블라비를 덮쳐들었다.

   이를 뒤늦게 눈치챈 블라비의 고개가 홱 하니 꺾였다.

     

   블라비와 눈이 마주친 크라슈는 깨달았다.

   그의 검은 눈동자가 평소와 다르게 여러 개의 눈동자로 갈라져 있음을 말이다.

     

   지금 이자는 블라비가 아니다.

     

   콰가가가가가강!

     

   덮쳐간 잿불의 참격이 건물을 순식간에 무너뜨렸다.

     

   그 엄청난 소리와 진동에 잠들어 있던 사람들이 깨어나며 소란이 일어났지만.

   크라슈는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피어오른 연기 속.

     

   뚜벅뚜벅-

     

   블라비의 구두 굽 소리가 선명히 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연기 사이로 그의 두 손에 쥐어진 검이 보였다.

     

   하나는 새까만 흑도.

   다른 하나는 새하얀 백도다.

     

   10대 천검 중 하나, 음양월.

     

   본래 그의 귀걸이에 달려 있던 두 자루의 검이다.

   연기 속으로 걸어 나온 블라비의 검붉은 오러가 일렁였다.

     

   흉흉하기 짝이 없는 그 오러는 과거 블라비가 지닌 천살성이 오래도록 쌓아낸 살의의 오러다.

     

   이를 본 크라슈가 긴장감을 느낀 채 성운검을 꽈악 쥐었다.

     

   언젠가 한 번 더 자웅을 겨뤄 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설마하니 이런 식으로 붙게 될 줄은 몰랐다.

     

   크라슈가 혀를 차며 자세를 잡았다.

     

   “혹시나 묻는 건데 이성은 있습니까?”

     

   크라슈의 질문에 답하듯 블라비의 검붉은 오러가 후광처럼 쏟아져 나왔다.

     

   아주 의식이 없다고 대놓고 알려주는군.

   게다가 블라비의 현현한 신 쪽도 크라슈와 대화할 마음이 조금도 없는 모양이다.

     

   “나원, 약속을 이렇게 지키게 될 줄은 몰랐는데.”

     

   설마하니 세이랑을 노리는 게 세계 침식자가 아니라 호위인 블라비 본인이 될 줄이야.

   약속 한 번 참 다양하게 지키게 된다.

     

   크라슈는 그리 생각한 채 블라비에 대항하듯 재의 불꽃의 화력을 올렸다.

   그러자 백발이 된 크라슈의 머리카락이 그에 따라 넘실거리듯 흩날렸다.

     

   그의 몸에서 흘러나온 화력이 얼마나 강한지 신이 현현한 블라비의 얼굴이 움찔거렸다.

     

   한쪽은 색이 빠져 백탁이 낀 크라슈의 눈동자가 재의 불꽃을 받아 번뜩였다.

     

   오랜만에 실전이다.

   그것도 상대는 전 세대의 강자.

     

   그러니.

     

   “좀 다치더라도 나중에 원망하기 없깁니다?”

     

   진심으로 해도 문제없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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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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