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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1

       

        

        

        

        

        

        

        

        갑작스러운 이야기지만, 원래 살던 곳으로 넘어오면서 내 스케줄은 이전과는 상당히 달라졌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야기였다. 이전의 나를 있게 한 시설들이 몽땅 사라져버렸으니까.

        

        나를 힘만 센 일반인에서 훌륭한 최정상급 살인 병기로 변모하게 만들어준 훈련장과 사격장, 킬하우스와 후드 박스. 그 외에도 수많은 트레이닝 시설.

        

        그 모든 것들은 이제 가상현실에서나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사실 그것들이 진정으로 그리웠다면 나는 다크 존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뭐 어디 PMC나 파병부대에 들어갔었겠지. 그것이 가능한지는 차차로 둔다고 해도.

        

        

        아무튼 원점으로 돌아와보자면, 내 스케줄이 달라진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었다.

        

        본래라면 일어나서 간단히 아침 운동을 하고, 식사 후 바로 총을 쏘러 갔겠지만, 지금은 총을 쏠 수가 없다.

        

        말이 좀 길어졌다.

        

        

        

       ───위이잉!

        

       “…어으, 졸리다.”

        

        

        

        내 아침은 평범하다면 평범하고, 빠르다면 빠르다.

        

        아침 6시 55분이 나의 평범한 기상 시간이었다. 일어난 다음 조금 집을 돌아다니면 잠이 저절로 깬다.

        

        대략적으로 일곱 시가 되면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한다. 물론 내 기준에서 간단한 거지, 초코케이크 한 조각을 통째로 갈아넣은 2000kcal 쉐이크는 일반인들 기준에선….

        

        

        아무튼 그걸 쭉쭉 빨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하루에 소모되는 칼로리가 기본 4천, 조금만 운동해도 7천까지 치솟기 때문에 이렇게 먹지 않으면 안 된다.

        

        그걸 빨면서, 내 밀린 돈을 되찾기 위해 여전히 고군분투 중인 컴퓨터를 확인한다.

        

        

        

       -지급증명서에 의한 이체 요청이 (1)건 있습니다.

        

       -신청자 : Eugene Lee

        

       -Total : $600,000

        

       -현재 접근 가능한 액수 : $41,495

        

        

        

        이 정도까지 되었으면, 사실 더 이상 생계가 곤란할 일은 없었다.

        

        서버를 더 빌리거나 추가적인 연산장치를 구매해볼까 고민하며 웹서핑을 조금 하고 나서, 화면을 내리고 주특기 공부를 시작했다.

        

        오늘은 저격이었다.

        

        

        외운 사표와 사격제원 등을 토대로 하나의 시뮬레이션을 짜서 돌리고, 그것을 이카루스 기어를 통해 직접 검증하며 뭐가 엇나갔는지를 확인한다.

        

        기어는 언제든지 고장날 수 있고, 따라서 여기에만 의존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머리를 싸매며 열심히 시간을 지새우다 보니 어느덧 오전 열한 시가 되기 직전이었기에, 뻐근해진 몸을 부여잡고 간단히 스트레칭을 한다.

        

        이제 슬슬 피트니스 클럽에 갈 준비를 한다.

        

        

        

       ───철컥!

        

       “날씨 좋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니 햇빛이 쨍쨍하다.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다크 존 내부와는 반대로 현실은 여름이었다. 1대 3의 시간 비율로 인해 게임 내의 계절은 1개월마다 변했다.

        

        해가 제일 높게 떠있을 때라 그런지 바깥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은…그래도 많았다. 서울은 어쩔 수가 없나보다. 꼬리에 달라붙는 시선을 가볍게 털어내고선 건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에 탑승한다.

        

        문이 열리자마자 바로 보이는 카운터.

        

        이제는 익숙해진 광경이다.

        

        

        

       “아이구, 유진 씨.”

        

       “안녕하세요. 오늘은 사람이 적네요.”

        

       “아무래도 식사 시간대는 한산하죠. 유진 씨도 그 편이 좋지 않나요?”

        

       “실은 그래요.”

        

        

        

        그리 말하며, 탈의실에 들어가 상의만을 갈아입는다. 여기가 바지를 제공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꼬리 때문에 내 몸에는 맞지 않았다.

        

        가볍게 걸어나오자, 운동을 도와주기 위해 어벤져스마냥 다들 대기하고 계신다. 오늘은 두 분인가? 운동을 도와주는 건 참으로 감사하지만 미안해지기도 한다.

        

        내가 이런 반응을 보일 때마다 다들 괜찮다고 하긴 하는데….

        

        아무튼 오늘도 근육에 불을 붙인다.

        

        

        간단한 맨몸 운동으로 시작한 운동의 강도가 수직에 가까울 정도로 급격히 상승하며, 언제나 그렇듯 땀이 비오듯 쏟아지고 체지방이 타오른다.

        

        태울 만한 체지방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간에.

        

        운동을 하는 중간중간 혹여나 메시지 같은 게 왔는지도 확인한다. 사실 메시지가 쌓인 건 기정사실이었고, 밀린 답변을 해주는 것에 더 가까웠다.

        

        요즘 주로 대화를 나누는 것은 당연히 하모니였다.

        

        

        

       -[하모니 : 선생님~!!! 드디어 편집영상 2편과 3편이 나왔습니당! 2편은 어젯밤에 올렸구 3편은 오늘 점심 즈음에 올라갈 거예요!]

        

       -[하모니 : 엔그램 방에 영상도 올려놨으니 시간 있으시면 확인해주세용!]

        

       -[하모니 : 그리고 제발 계좌좀 주세요ㅠㅠㅠㅠㅠㅠ]

        

       -[유진 : 아 맞다 금방 드릴게요]

        

        

        

        생각해보니 아직까지 계좌를 안 줬네.

        

        사실 그동안 귀찮아서 묵혀두었는데, 2편과 3편이 나왔는데도 이러고 있는 건 그래도 좀 아닌 것 같아서 즉각 손가락을 놀렸다.

        

        글자 옆의 숫자 1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스트리머라 하면 바쁠 것 같은 느낌이 강한데 꼭 그렇지도 않나보다. 아니면 이 사람이 나한테 관심이 많거나.

        

        그렇게 대화도 나누고, 운동도 하다보니 어느새 두 시간이 훅 사라진다.

        

        

        땀범벅이 된 몸과 함께 헬스장을 나서고 집으로 향한다.

        

        샤워해봐야 예비복을 가져오지 않아서, 또다시 땀에 젖은 옷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땀에 절은 옷을 세탁기에 던져놓고, 오늘 점심으로는 무엇을 먹을지를 생각하며 오늘의 첫 샤워를 시행했다. 여기까지만 해도 오늘 하루는 뭔가 알차게 끝난 기분이 든다.

        

        

        몸에 묻은 물기를 전부 털어내고 새 옷으로 갈아입는다.

        

        세탁물이 어느 정도 쌓였기 때문에 세탁기도 한 번 돌려주고, 이제는 내 소울메이트라고 할 수 있는 피자를 에어프라이어에 돌리며 영상을 확인했다.

        

        

        

       -〔하모니〕선생님 화났다! 하나에 다시는! 둘에 탄창을 떨구지 않겠습니다![다크존 1일차 -2-]

        

       “…제목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짓네.”

        

        

        

        그러나 그것보다도 중요한 것이 있었다.

        

        피자치즈가 녹아가며 나는 원초적인 향기조차 내 시선을 다른 방향으로 돌릴 수 없었는데, 그 이유는 사실 상당히 간단한 것이었다.

        

        조회수.

        

        금요일을 끼고 있었기에 어젯밤 11시라는 늦은 시간에 올린 2편 영상은…열두 시간만에 조회수가 무려 50만을 돌파 중이었다. 다른 영상들과 비교해봐도 확연하게 차이가 나고 있었다.

        

        그녀가 했던 다크 존 1편 편집 영상이 3일 정도만에 조회수 70만을 찍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기록적이기 그지없는 상승세였고, 다른 영상들의 조회수가 평균 20만이란 걸 감안하면….

        

        대단하네.

        

        

        

       ───띵!

        

       “아, 언제 다 됐대.”

        

        

        

        오늘 점심은 피자 한 판이었다.

        

        집이라 그런지 16K 화질조차 로딩이 굉장히 빠르게 되었으나, 나도 꽤나 물들기 시작했는지 영상 시청 전 그 아래 달린 댓글들을 먼저 보게 된다.

        

        5천 개.

        

        좀 많긴 했다.

        

        

        

       =15:19 탄창 떨구는거 실화야 누나? 진짜 보자마자 한숨나왔다…

       ㄴ그것보다 이다음에 뱀꼬리로 잡는거 도대체 어떻게햇찌? 다크존 이런 것도 가능한 게임이었어요?

       ㄴ서드암기능도 공식지원하는 고증에 무친 게임이라 가능할듯

       ㄴ테일 디바이스 실험아바타 같은 건가? 신기하네

        

       =이때는 몰랐다…이 선생님이 그야말로 빛빛빛빛빛이었을줄은….

       ㄴ진짜 수호신일줄은 몰랐지 ㅋㅋㅋㅋㅋㅋ

       ㄴㄹㅇ 하루에 한 번씩 유진선생님 있는 곳으로 절해야된다

       ㄴ먼데 니들만 아는얘기해 나도알려조!

       ㄴ어제생방보면 이해할수있음

       ㄴ날라갔어….

       ㄴㅁㅊ

        

       =여기가 유진 선생님의 전설이 시작되는 곳인가요? 와드박고갑니다

       ㄴ2222222222222222

       ㄴ유진 더 가디언 오브 하모니…그녀는 도끼의 신이야!!!!

       ㄴ다시보기 삭제된거 너무아쉽다 진짜로

       ㄴ저격충 법적조치 끝나면 풀어주지 않을까 기대중

        

       =포브스선정 사람 참수할때 제일 섹시한여자 유진눈나 헤으응

       ㄴ이게 뭔소리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거짓말같죠? 저도 그럴 줄 몰랐는데 진짜임

       ㄴㅇㅈㄸㅇㅈ

       ㄴ본인 저격충 두동강낼때 좋아서 팔짝팔짝 뛰다가 부모님한테 혼남 ㅋㅋㅋ

        

       =타사이트 클립보고 왔습니다 여기가 그 저격충 기가막히게 패는 사람이 있는 곳인가요?

       ㄴ네맞워요

       ㄴ벌써 사방팔방에 다 퍼지고 다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야너두?

       ㄴ일 벌어진지 하루도 안 됐는데 이방저방에 죄대 수출당하는거봐 ㅋㅋ

        

        

        

        난리도 아니다.

        

        사실 내게는 그저 해야만 하는 일 중 하나일 뿐이건만. 그녀가 나의 도움을 바랐고, 이카루스의 모토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니까.

        

        아무튼, 그렇게 40분이 좀 넘는 영상들을 식탁 위에 노릇노릇하게 익은 피자와 함께 즐겼다.

        

        영상 자체는 재미있었다.

        

        

        후폭풍이 예상보다도 훨씬 클 거라는 사실을 예상 못했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야! 너는 무슨…후, 민아야. 그럴 때는 따로 방을 파서 했어야지. 적정 인원수만 채우면 보상도 일반 방이랑 똑같은데…내가 진짜, 아으….

        

       “아휴, 괜찮아. 이미 끝난 일이야. 오늘 변호사랑 상담도 했으니까 너무 하나하나 걱정 안 해도 돼. 그리고 유진 씨가 잡아줬잖아.”

        

       -하…그래. 그건 다행이네. 다행이야.

        

        

        

        안부 전화가 너무 많이 온다.

        

        어젯밤부터 오늘 저녁까지 한 통화만 수십에 그 모든 것들이 전부 괜찮냐는 말로 시작한다면, 아무리 그래도 노이로제가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그 즈음의 일을 다시 떠올리는 것보다는 확연히 나은 시간이긴 했다. 오래간만에 친구와 동료들과 연락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고.

        

        지금 통화하고 있는 동료 스트리머 돌 역시도…어떻게 보면 시어머니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자신을 걱정하기에 이렇게 말해주고 있는 거겠지.

        

        

        

       -그래도 생각보다는 괜찮은 것 같아서 다행이네. 다른 애들은 뭐래? 다들 나랑 비슷하게 걱정해?

        

       “그렇지, 뭐어…아는 변호사 소개시켜줄지 물어보는 애들도 있더라. 괜찮다고 그랬지. 내가 해결하고 싶어서. 최대한 단호하게 대처할 생각이니 걱정 마.”

        

       -잘 했어, 잘 했어. 그래. 보니까 걔도 진짜 멍청하긴 하네. 가상현실에서 하는 폭력이 처벌을 얼마나 세게 받는지를 몰라서 그런가?

        

       “아마 그럴지도…몰라, 굳이 신경 안 쓸래. 나머지는 대부분 소송대리인한테 위임하려고.”

        

        

        

        커흠.

        

        중간에 잠깐 사레가 들렸기에, 하모니는 목을 리셋할 겸 잠시 기침을 한 후 차분히 답언을 기다렸다.

        

        

        

       -좋아. 나중에 식사나 한 번 하자.

        

       “너도? 이번에 안부전화 한 애들은 전부 식사나 한 번 하자고 하더라. 내가 그렇게 다른 애들이랑 밥 한 끼도 안 먹고 다녔나?”

        

       -네가 주변 사람들한테 무슨 업보를 쌓고 다녔는지나 생각해봐.

        

       “내가 뭘?”

        

        

        

        기껏해야 원시인이 깨시밭과 온갖 잼민이들을 뚫고 나아가는 게임이나, 골프공과 스카이콩콩, 망치 등으로 등산하는 게임이나, 공중부양하는 게임이라든가.

        

        그런 간단하고 앙증맞은 게임만을 추천하고 다녔을 뿐인데 왜지?

        

        다들 진정한 게임의 미학을 모른다니까.

        

        

        

       “유진 씨한테도 내가 하는 게임 추천해주면 좋아하지 않을까?”

        

       -하지 말아야 할 짓만 골라서 하는구나, 너는.

        

        

        

        짤막한 정적.

        

        그러더니 말이 이어진다.

        

        

        

       -그래. 아무튼…요즘 사방팔방에서 네 이야기밖에 안 들리더라. 내가 원래 남 유어스페이스 체크하는 사람은 아닌데, 2편이랑 3편 조회수 확인해봤어?

        

       “응? 아니. 따로 안 해봤는데?”

        

       -네 성격 상 그럴 것 같더라. 한 번 확인해봐. 완전 난리도 아니니까. 그리고 너무 유진이란 분한테만 컨텐츠 의존하지 않는 게 너한테 좋을 걸.

        

       “아니, 뭐어. 그건 알지. 그래서 나도 앞으로 인게임에서 뭘 할지 생각해보고 있긴 하니까 걱정 마.”

        

       -…뭐, 너는 그런 건 알아서 잘 하니까.

        

        

        

        휴대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조금 느슨했지만, 그 안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걱정과 관심이 담겨있다.

        

        아무튼 그건 그렇고, 말해준대로 유어스페이스에 접속했다. 익숙한 화면이었다. 언제나 +99에서 떨어지지 않는 수많은 알람들을 뒤로 하고 개인 채널로 접속했다.

        

        굳이 최신순으로 정렬할 필요는 없었지만, 그래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고자 영상 목록을 누르고 가장 위에 있는 두 개를 확인하였다.

        

        …근데.

        

        

        

       “…야, 잠깐만.”

        

       -뭔데. 왜 그래?

        

       “아니, 이거 왜….”

        

        

        

        어째서 두 개 다 조회수가 일곱 자리지?

        

        미처 떨어지지 못한 하모니의 입술 사이로는 그런 말이 휘돌고 있을 뿐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저도 먹고싶은 걸 마음껏 먹어도 살이 안 찌는 몸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하모니는 생각보다 악질입니다

    어떻게 ㅋㅋ 추천해주는 게임들이 하나같이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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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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