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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1

       가구 배치부터 소품까지, 카메라가 비추는 영역은 모두 깔끔하게 세팅된 방송 스튜디오.

         

        “갓전사님, 10만원 후원 감사합니다. 지금 빌드요? 폭주쌍도끼 빌드에서 공격력 더 높인 빌드 깎아보는 중이에요. 네, 어제 지크 선수가 보여준 빌드 맞아요.”

         

        정갈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배경에서, 한 남자가 능숙하게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프로도 가져다 쓰는 레반 빌드 ㄷㄷㄷ』

        『클라스』

        『저작권료 받았나요』

        『갓반』

         

        레반, 이시훈.

       

       베타테스트 기간부터 랭킹 순위 게시판에 이름을 올리곤 했던 그는, 나오나를 주력으로 하는 스트리머였다.

        

       실력 방송을 자칭할 뿐인 많은 이들과 달리, 직접 테스트해가며 만드는 빌드와 티어로 실력을 입증하고 있는 스트리머.

       

       나오나의 프로리그가 아직 신생 리그에 불과한 탓이기도 하다지만, 프로팀의 코치들로부터 ‘우리 팀에 테스트를 보러 와달라’는 인 게임 메시지도 종종 받아왔다.

         

       방송을 키고 플레이하는 탓에 챌린저 중위권에서 허덕이고 있다고 하더라도, 아마추어 1등을 논할 때면 ‘레반’이란 이름이 결코 빠지지 않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막판인데, 상대가 도적을 뽑았네요. 아니요, 쉽게 갈 게임이라고 단정하기엔……. 이 부캐도 벌써 마스턴데, 이 정도 티어에서 도적 뽑는 사람은 트롤러 아닌 이상 진짜 도적 하나만 갈고 닦는 수도승들입니다.”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그걸 우리는 트롤러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ㄹㅇㅋㅋㅋㅋㅋㅋㅋ』

        『프로리그 픽률 0%에 빛나는 도 적』

        『도적 수도승이면 그냥 땡중 아닌가요』

        『절밥 훔치러 잠입한 좃적』

        『[매니저] 특정 캐릭터 비하발언 자제 부탁드립니다』

        『막판 가볍게 이기고 갑시다~』

         

        늦은 시간임에도 3천여명이 모여서 그의 플레이를 감상하는 시청자들.

         

        새벽반의 특성상 이 정도 인원이라면 돌발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나와도 이상할 것이 없었지만, 레반의 채팅방은 늘 그렇듯 제법 얌전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런 평화로운 분위기가, 레반은 무척 마음에 들었다.

       

       게임에 집중하는 정갈한 게임 방송.

       

       화려한 입담보다 화려한 플레이를 중시하는 그가, 지난 1년 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쌓아온 방송이었다.

       

        로딩화면에서 각 팀의 구성을 재차 확인한 레반은, 양 손목을 가볍게 돌려주며 게임 전 루틴에 돌입하기 시작했다.

       

        “상대가 2법사라서, 초반에 이득 못 보면 힘들 수 있어요. 지하 누르고, 빠르게 덮쳐야 될 텐데.”

         

        아군과 적의 조합을 기준으로 루트를 짜고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는 시간.

         

        부캐를 할 때는 마음이 다소 편한 건 사실이었지만, 본캐와는 또 다른 종류의 긴장감이 있었다.

         

        이길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하더라도,

         

        졌을 때의 비난과 놀림 역시, 훨씬 크니까.

       

       반드시 이겨야지. 그런 생각과 함께, 레반은 가볍게 심호흡을 하며 집중도를 끌어 올렸다.

         

       방송을 떠나서, 나오나에 진심인 한 명의 게이머로서 하루의 마지막 판 만큼은 결코 지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마음은 제법 편했다.

         

        이러니저러니 얘기야 했지만,

         

        상대 지하가 도적이라는 건 곧 승리가 보장되었다는 의미와도 흡사했으니까.

         

        레반은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았다.

         

        * * * *

         

        축축한 습기가 느껴질 듯한 지하 던전의 한 골목.

         

        전신에 비교적 가벼운 경갑을 두른 광전사가, 험상궂은 외형에 어울리지 않는 신중함으로 앞을 살피고 있었다.

         

       두 손에 하나씩 쥐고 있는 도끼에는 아직 피 한 방울 묻히지 못한 상태.

         

        날카로운 눈매가 앞에 놓인 갈림길을 훑었다.

         

        이 지하의 전장에서 벌레마냥 생존을 도모하고 있을 도적 놈은,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병장기가 부딪히는 소리, 몬스터의 단말마, 혹은 바삐 돌아다니는 발걸음 소리- 위치를 특정하기 위한 정보를 취합하기 위해 아무리 귀를 기울여 보아도, 섬뜩한 정적 속에서 들려오는 건 자신의 심장소리 뿐이었다.

         

        상대의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어디로도 향하지 않아야만 유지할 수 있는 침묵.

         

        지하에서의 수싸움은, 먼저 자신의 수를 들키는 쪽이 불리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저 빌어먹을 도적 놈처럼, 그에 대한 대책으로 아예 선수를 두지 않고 기다리는 미친 놈은 드물었다.

         

        몬스터와 싸움을 택하면, 도적은 희희낙락하며 함정상자 방으로 뛰어가 탐욕스럽게 도박을 할 것이고-

         

        함정상자를 지키러 간다면, 도적은 몸을 숨긴 채 겁쟁이처럼 도망가 다시 숨어버릴 터이다.

         

        전자의 경우, 만에 하나라도 도박에 성공한 놈의 꼬라지를 감내할 각오를 해야했고-

         

        후자의 경우, 자칫하면 두 명 모두 이 전투에서 존재감 없는 약자가 되어버린다.

         

        어느 쪽을 택하더라도 승리할 자신은 있었지만,

         

        배배꼬인 더러운 성격이 엿보이는 이지선다라는 생각에, 슬며시 짜증이 치밀어올랐다.

         

        비루한 도적의 몸뚱아리로 감히 전사들의 전장에 들어올 정도의 실력은 갖췄다는 거겠지.

         

       갈림길에서 기다린지 벌써 30초.

       

       더 기다릴 수는 없었다.

         

        혹여 도적이 은밀한 발걸음을 갖추었다면, 지금 이 시간에도 조용히 보물상자를 향해 움직이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

         

        어두컴컴한 갈림길 너머를 한 번씩 노려본 거한은, 도끼를 길게 늘어트린 채 몬스터가 기다리고 있을 곳으로 향했다.

         

        저 겁쟁이 놈이 곧 열게 될 상자에서, 부디 그에 어울리는 추레한 쓰레기가 튀어나오길 기원하면서.

         

        .

        .

        .

        .

         

        – 끄륵!

         

        외마디 단말마를 남긴 채 쓰러지는 고블린의 두개골에서 도끼를 뽑아 내며, 전장을 살피는 광전사.

         

        피를 머금은 도끼와 대조적으로 깔끔한 갑옷은, 조금 전의 행위가 전투보다는 학살에 가까움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폭주 상태에 가까워지기 위해 일부러 허용한 두어 차례의 공격 외에는 멀쩡한 광전사에 비해, 7마리씩이나 모여 있던 고블린들 중 생존자는 겨우 둘.

         

        그러나 지금부터가 진정한 사냥의 시작이라는 것을 알기에, 광전사는 조금의 방심도 없이 양 손의 도끼를 교차하며 자세를 잡았다.

         

        중립 몬스터 중 가장 높은 경험치를 토해내는 고블린 팩은, 2마리가 남은 시점부터 공격력과 공격성 모두 증가하여 달려든다.

         

        눈 앞의 고블린들이 각각 10시 방향과 2시 방향에서 포위하듯 달려드는 것에 맞춰, 도끼를 치켜든 광전사는 크게 포효했다.

         

        -이ㅡ 전쟁을-억.

         

        정확히는, 포효하려 했다.

         

       뒤에서 급소를 파고든 공격에 전투함성 – 공격력 및 방어력 버프 스킬 – 을 뜬금없이 캔슬당한 광전사는, 반사적으로 돌아보았고-

         

       판금, 중갑, 가죽을 섞어 입고, 투구조차 없이 후드를 뒤집어쓴 도적과 마주했다.

         

        기분 탓이겠지만,

         

        후드 아래로, 비열하게 웃고 있는 환상이 보이는 듯했다.

         

        ‘이게 대체 무슨-’

         

        시간상, 말이 되지 않는다.

         

        ‘고블린 팩 사냥을 시작하기도 전에 자리잡고 있다가 은신했다고?’

         

        그러나 여유롭게 상황을 반추할 틈은 없었다.

         

        -쉬익!

         

       뒤로 빠지며 거리재기 싸움을 하려는 척하던 도적이 갑작스럽게 투척한 단검이, 무서운 속도로 쇄도하고 있었다.

         

       급하게 취한 회피 동작으로 순식간에 눈 앞에 당도한 단검은 피해냈으나-

         

        그 직후, 녹슨 쇠못이 가득 박힌 방망이 두 자루가 그의 뒤통수를 가격했다.

         

        조금 전, 가볍게 쓸어 담으려 했던 고블린 두 마리.

         

        하찮은 몬스터라지만, 뒤에서 온 힘을 다해 내리친 공격은 가볍지 않았고- 그 수는 둘이었기에, 광전사는 삽시간에 죽음을 목전에 두게 되었다.

         

        갑자기 나타난 도적에 당황하여, 아주 잠시 한 눈을 판 대가였다.

         

        생존 및 방어를 위한 특성을 대부분 포기한 채 시작한 전투에서, 졸지에 빈사상태로 삼면으로 포위당한 상황.

         

        거리를 벌린 채 까딱, 까딱거리며 스텝을 밟는 도적의 움직임에서 조롱섞인 웃음이 들려오는 기분이었다.

         

        머리 끝까지 분노로 가득 찬 채 폭주하기 시작한 광전사의 두 눈이 시뻘겋게 물들었다.

         

        최소한. 최소한, 저 빌어먹을 도적을 함께 데려가리라.

         

        폭발적인 힘으로 앞으로 질주하여, 일격에 목을 베어낸다.

         

        오로지 그 생각으로 달려든 광전사의 오른쪽 도끼가 그리는 뻔한 곡선을, 도적은 가볍게 고개를 젖혀 회피했다.

         

        ‘됐다!’

         

        그리고 그 회피 동작만을 기다리던 광전사의 왼팔이, 시야의 사각일 터인 아래에서부터 위로 찢어내듯 휘둘러졌으나-

         

        -챙!

         

        맑은 쇳소리와 함께, 필살의 각오가 담긴 도끼가 허무하게 튕겨져 나갔다.

       

       그리고, 반탄력으로 휘청거리는 사이에 노출된 쇄골을 단검으로 두 차례 찍어 내리고는 뒤로 빠지기 시작한 도적은,

       

       마지막 힘을 담은 돌진조차 남은 단검을 던져 막아내고는,

       

        머리 위에 마이크 모양의 초록색 아이콘을 띄웠다.

       

        《도적 좋죠?》

         

        뒤를 쫓아온 고블린들에게 살해당하기 직전, 작별인사마냥 들려오는 보이스채팅이었다.

       

       《아! 티배깅은 아니에요.》

       

       제 때 죽은 덕분에 마지막 한 마디는 전달되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티배깅: 상대 시체 위에서 앉았다 일어나는 행위를 반복하는 도발 행위로, 도발행위 전반을 지칭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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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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