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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1

        

       

       ‘빌어먹을. 아주 빌어먹을 새끼!’

       

       두꺼운 옷을 둘러쓰고 설산을 오르는 한 사내가 있었다. 언뜻 보면 사냥꾼이라 오해할정도로 험악한 외모였지만, 놀랍게도 그의 정체는 기사였다. 

       

       “젠장할. 내가 여길 또 오다니.”

       

       세트가 이를 갈았다. 다시는 북부에 얼굴도 비추지 않겠다고 다짐한게 불과 한 달 전의 일이었다. 하지만 정말 빌어먹게도 대장이란 년이 짬을 때려버렸다.

       

       – 너 한 번 북부 좀 올라갔다 와야겠다. 앞으로 적어도 달에 한 번씩은 가서 애들 상태 좀 확인해.

       

       납치된 애들이 죽었으면 뭐 어떡하려고? 기사단이라도 끌고 가려고?

       

       “그 때까지 퍽이나 기다려주겠다.”

       

       그 명령이 핑계에 불과하다는 것 정도는 세트도 알고 있었다. 올리비아가 가진 정보가 많으니, 가서 콩고물이나 주워오라고 보낸거다.

       

       이해는 간다. 확실히 올리비아라는 마녀는 다른 마녀들과 궤를 달리했으니까.

       

       다른 마녀들의 위치를 거리낌없이 파는 것도 그렇고, 독약 대신 효과 좋은 포션을 몇 백개씩 들고 다니는 것도 그렇고.

       

       애초에 정상적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것부터가 다른 마녀들과 독보적인 차이점이다.

       

       올리비아가 악마에 관한 정보를 조금만 풀어줘도 제국의 방비에 큰 도움이 될테니.

       

       ‘그리고 강하지.’

       

       밤까마귀는 업무 특성상 높으신 분들과 만날 일이 많았다. 각 탑들의 장로들은 물론이고, 탑주들과 접촉하는 일도 왕왕 있었다.

       

       하지만 개 중 올리비아보다 강한 마법사는 없었단다. 칼리오페의 감은 이런 쪽으로는 틀린 적이 없으니 아마 확실할 것이다.

       

       물론 그 탑주들 중에 적탑주와 금탑주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아무튼.

       

       올리비아라는 마녀는 웬만한 탑주 이상의 마력을 지니고도 마기에 침식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보통 그 정도면 진작에 미치고도 남았을텐데.

       

       ‘정신력이 도대체 얼마나 강한거야?’

       

       그런 사람이 왜 마녀가 됐을까. 아무리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 없다지만…….

       

       거기까지 생각한 세트가 멈춰섰다.

       

       쿠웅.

       

       멀지 않은 곳에서 묵직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짐승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예티인가?’

       

       세트는 지금까지 일부러 투기를 감추지 않았다. 이렇게 하면 대부분의 몬스터들은 제 주제를 알고 도망가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전투를 피하고 싶을 때 이보다 좋은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가끔씩, 오히려 투기에 이끌리는 몬스터들이 있었다. 소위 한따까리 하는 몬스터들이 그러했다.

       

       그리고 예티도, 북부에서 한따까리 하는 몬스터였다.

       

       성인 남성을 가볍게 찢어버리는 완력에, 칼붙이가 박히지 않을 정도로 두꺼운 가죽. 그리고 북부의 모든 생명체들이 으레 그렇듯, 생명력 또한 무시무시했다.

       

       오죽하면 예티가 나타났다는 소문이 퍼지면 백탑에서 장로급 마법사를 파견할 정도였다.

       

       하지만 세트의 상대는 아니었다.

       

       “마침 짜증났는데 잘 됐구만.”

       

       세트가 비릿하게 웃었다.

       

       두꺼운 옷을 벗어던진 세트가 양 주먹을 쿵쿵 두드렸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흉악한 이두근이 꿈틀거렸다. 

       

       “와라!”

       “크오오오오!”

       

       세트를 발견한 예티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려들었다. 

       

       ‘무식한 놈!’

       

       세트의 양 주먹이 묵빛 오러를 머금었다. 

       

       확실히 대형 몬스터라는 이름값에 걸맞게 거대했다. 

       

       ‘흐흐흐흐. 좋구나!’

       

       저 정도면 주먹 한 방에 나가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저 예티 놈을 피떡으로 만들어 놓고 나면, 화가 조금이라도 풀릴 것…….

       

       “예티가 저기 있다아아아아아!”

       “호롤롤롤롤롤롤롤!”

       “저건 무조건 내가 먹는다!”

       

       음?

       

       세트가 주먹을 내지르려다 말고 고개를 돌렸다.

       

       북부에 아직도 야만인들이 있었나?

       

       그럴리가 없다. 북부 야만인들이 제국으로 흡수된게 벌써 50년도 더 전의 일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저 소리는 뭐란 말인가?

       

       세트의 얼굴에 물음표가 떠오른 순간.

       

       콰아아아아아앙!

       

       맑은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진다 싶더니, 그대로 번개를 뱉어냈다.

       

       번개가 향한 곳은 예티의 대가리였다.

       

       “꾸에에에에에엑!”

       

       돼지 멱 따는 소리와 함께 예티가 그대로 엎어졌다. 

       

       마법?

       

       세트의 뇌리에 곧바로 올리비아가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그녀가 벌인 짓이라기엔 위력이 너무 약했다.

       

       예티가 아직 살아서 꿈틀거리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럼 도대체 누구…….”

       

       세트의 말은 더 이어지지 못했다. 

       

       저쪽 언덕 너머에서, 세 사람이 미친듯이 달려오고 있었다. 세트도 아는 얼굴들이었다. 

       

       “하하하하하! 인생은 실전이다! 막타는 내가 먹어주마!”

       “아라미스 이 미친놈아! 블링크는 반칙이지!”

       “꼬우면 너도 독학해라!”

       

       파앗!

       

       허공에서 아라미스가 나타났다.

       

       쐐애애애액!

       

       무시무시한 냉기를 머금은 창이 예티에게 날아든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일어서던 예티가 다리 관절이 꿰뚫려 다시 주저앉는다.

       

       “흐읍!”

       

       아라미스의 손 끝에 정신을 집중하자, 방금보다 훨씬 거대한 창이 나타났다. 날카로운 예기를 흘리는 얼음창. 아라미스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대로 창을 쏘아보냈다.

       

       투콰아아앙!

       

       머리가 꿰뚫린 예티는 단말마도 내지르지 못하고 즉사했다.

       

       “……허어.”

       

       세트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군더더기가 없었다. 아무리 시선이 이쪽에 쏠려있었다고 쳐도, 너무 쉽게 사냥했다.

       

       늑대 같은 하급 몬스터도 아니고, 예티를 말이다.

       

       ‘저 나이에 저 정도 실력이라고?’

       

       도대체 한 달 동안 무슨 일이 있었길래…….

       

       적어도 아직까지는 올리비아가 스승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모양이었다.

       

       “안 돼애애애애애! 내 예티가아아아!”

       

       제이나가 오열하며 예티의 시체 앞에 주저앉았다. 그녀는 이 상황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는지 아라미스의 멱살을 잡고 마구 흔들었다.

       

       “아라미스 이 미친놈아아아아아!”

       “흐흐흐. 스승님이 그러셨지. 자고로 못 먹은 놈이 병신이라고. 아무튼 이걸로 나는 훈련 2회 열외다!”

       

       ……제대로 가르치는게 맞나?

       

       무슨 말투가 동네 건달들도 아니고.

       

       다른 마법사들이면 이해를 한다. 마법사들이야 원래 인성 안 좋기로 유명하니까. 

       

       하지만 그들은 백탑 출신이었다.

       

       인성 좋고, 착한 마법사들만 모이기로 유명한.

       

       분명히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이렇지는…….

       

       순간 세트의 뇌리에 기억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악몽들이 떠올랐다. 교육이라는 명목 아래, 끊임없이 고통받는 제자들의 모습이.

       

       – 나 죽어, 나 죽어, 나 진짜 죽어어어어!

       – 끄르르륵.

       – 끼에에에에엑!

       

       음. 

       

       바뀔만 하네.

       

       그 미친 악마새끼 밑에서 한 달을 버텼는데, 버틴게 용할 지경이다.

       

       순식간에 납득해버린 세트였다.

       

       

       

       *****

       

       

       

       “그래서…….”

       

       올리비아가 얼음으로 만들어진 의자를 툭툭 두드리다 말고 세트를 바라봤다.

       

       “여기까지 온 이유가, 고작 우리 애들 상태 확인하러 온거라고?”

       “……일단은 그렇소.”

       “또또. 개수작 부리네. 뒈지게 처맞을래?”

       “히이이이익!”

       

       세트가 본능적으로 팔을 들어 몸을 보호했다. 몸집이 4미터가 넘는 예티 앞에서도 호승심을 드러냈던 그가, 여리여리한 올리비아에게 기를 펴지 못하고 있었다.

       

       올리비아가 고개를 까닥였다.

       

       “말해. 뭐 때문에 왔는데?”

       “그……. 제안할게 있어서 염치 불구하고 다시 왔소이다.”

       “무슨 제안?”

       “대충……. 정보 교환이라고 생각하면 될거요.”

       

       올리비아가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정보 교환? 나처럼 산속에 틀어박힌 사람한테 도대체 무슨 정보가 필요하다고?”

       “대장은 오히려 그래서 필요할거라고 했소.”

       “왜?”

       “나도 모르오. 나한테는 안 알려줬소.”

       “나쁜년이네.”

       “동감하오. 거기에 재수도 없소이다.”

       

       올리비아는 내심 감탄하고 있었다. 칼리오페의 말대로, 올리비아는 정보가 필요했다.

       

       아무리 올리비아가 고인물이라지만, 회귀자 열 다섯명이 굴리는 스노우볼이 얼마나 거대할지까지는 예측할 수 없다. 하다못해 대비라도 하기 위해서는, 정세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 필요가 있었다.

       

       “너희들이 원하는건 다른 마녀들의 신상정보겠지?”

       “……거기에 악마에 관련된 것들도 포함시킬 수 있소?”

       “그건 좀 비싼데?”

       “값은 치루면 그만이요.”

       “맞는 말이지.”

       

       확실히, 이 마녀는 다르다. 악마를 모시는 마녀가, 악마를 판다는 말을 거리낌없이 하다니.

       

       이게 얼마나 말도 안되는 짓이냐면, 성녀가 신전 한복판에서 신을 엿먹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확실히 미친놈이군.’

       

       정상은 아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었다. 

       

       “일단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우리 밤까마귀는 온갖 정보를 취급하오. 대륙을 벗어나지 않는 한, 그 어떤 인간도 우리 밤까마귀의 눈에서 벗어날 수 없소.”

       “그러니까 나는 인간이 아니다?”

       “그, 그런 뜻으로 한 말이 다니오. 당신같은 강자들은 애초에 논외요, 논외!”

       

       세트가 손사래를 쳤다. 그는 겨우 마음을 다잡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아무튼, 마녀와 악마에 대한 정보는 우리로서도 매우 구하기 힘든 고급 정보요.”

       “그치. 고문할라카면 혀깨물고 죽어버리니까.”

       “……맞소.”

       

       세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장은 내게 전권을 이임했소. 그 뜻은 황실과 관련된 정보를 제외한 모든 정보를 임의로 거래할 수 있다는 소리요.”

       “그래, 알겠으니까 어디 한 번 읊어봐.”

       “……그냥 읊소? 누구의 정보를 원한다던지, 그런 질문은 안하는거요?”

       

       올리비아가 턱을 쓰다듬었다.

       

       ‘멜리나나 물어볼까?’

       

       키엘은 끝났으니, 그 다음은 멜리나를 만날 차례다. 

       

       “금탑주는 요즘 뭐하니?”

       

       세트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올리비아의 입에서 금탑이 언급될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금탑에서 납치 소동을 벌이면 우리도 수습할 수 없소.”

       “그런거 아니야. 그냥 금탑주는 요즘 뭐 하고 사나 궁금한거지.”

       “그런거라면야. 저잣거리 꼬마들도 아는 이야기니 그냥 무료로 알려드리겠소.”

       

       세트가 선심쓰듯이 입을 열었다.

       

       “금탑주는 지금 칩거에 들어갔소.”

       “……칩거라니?”

       “말 그대로요. 금탑주는 근 한 달 동안, 마탑 바깥으로 얼굴을 비춘 적이 없소. 듣기로는 식음을 전폐한다던데…….”

       “……식음을 전폐해?”

       

       올리비아의 얼굴이 묘해졌다.

       

       이건 또 뭔 개소리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Ilham Senjaya님!

    여, 연참 바, 반드시 어, 언젠가는 반드시 하겠읍미다…
    때리지만 마세요ㅠㅠ

    닉네이이임 님 3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흐에에엑 하에에에엑!
    이걸로 맛있는 민트초코 사먹겠습니다!

    햄토린 님 1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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