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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1

       41. 책 읽지 마세요. 체질이라는게 바뀝니다 (1)

       

       

       집으로 돌아오고 나서.

       아주 가볍게 혼을 내고난후.  

       화련이는 멍하니 벽을 바라보며 넋 나간 듯이 중얼거렸다.

       

       “다짜고짜 주먹을 날리지 않는다. 나를 공격하려는 나쁜 인간만 때린다. 가급적 싸움을 피한다.”

       “잘하네, 화련이.”

       

       좋다.

       1시간 동안 귀에 딱지가 나도록 같은 말을 반복했기 때문일까.

       화련이는 내가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규칙들을 외우기 시작했다.

       반복적인 말을 통한 세뇌는 확실히 효과적이었다.

       

       “화련아, 내가 방금 뭐라고 했지?”

       “나를 드래곤이라 말하지 않는다. 아무리 우쭐대고 싶어도 정체를 숨긴다. 드래곤은 인간과 싸우지 않는다.”

       “잘 외웠네. 침 흘리지 말고 10분만 더 벽 보고 있어.”

       “헤헤, 드래곤은 나쁜 인간만 때린다…”

       

       머리를 너무 많이 사용했나.

       애가 침을 흘리네.

       나는 정신이 멍한 화련이의 침을 닦아줬다.

       이 정도면 주먹부터 나가는 일은 없다고 할 수는 없고, 줄어들긴 할 것이다.

       

       ‘지금은 괜찮다고 해도, 나중에 힘이 강해졌을 때 실수하게 된다면…’

       

       자기 힘을 예상하지 못하고, 인간을 풍선처럼 터뜨릴 수도 있겠지.

       큰 사고를 칠 게 분명했다.

       오늘 이렇게 주의를 준 건, 그런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수련이랑 초련이 너희들도 명심해. 주먹은 쉽게 사용하면 안 되는 거야.”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어, 아빠.”

       “싸움하면 안 돼요! 저도 잘 알고 있어요!”

       

       이런 기특한 녀석들.

       나는 이 기특한 녀석들을 위해 보상을 주기로 했다.

       그건 바로…

       

       “놀이터랑 색 다른 재미! 아빠가 너희를 직접 놀아줄게!”

       “…”

       

       그 말이 끝나자마자.

       수련이가 화장실로 뛰어가 문을 닫았다.

       

       쾅-! 찰칵-!

       

       소리를 듣자 하니 문까지 잠가버린 모양이다.

       그렇게나 나랑 놀기 싫은 걸까.

       조금 상처일지도.

       나와 자주 노는 초련이에게 물어보았다.

       

       “…초련아, 너는 아빠랑 노는 게 싫니?”

       “음, 가끔은 너무 과할 때가 있지만! 그래도 저는 좋아요!”

       

       왠지 가끔이란 말이 마음에 걸리는데.

       나는 수련이를 화장실에서 나오게 만들기 위해 문에 대고 말했다.

       

       “알았어, 수련아. 가만히 냅둘게. 나오렴.”

       “거짓말 아니지?”

       “아빠가 쪼잔하게 그런 걸로 거짓말을 하겠니.”

       

       끼이익-

       

       수련이가 굳게 닫혀있던 화장실 문을 열고 나왔다.

       나는 순간 수련이에게 비행기를 시전할까 고민했지만, 신뢰를 저버리지 않게 참기로 했다.

       수련이는 나와서 내 얼굴을 잠시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아빠.”

       “왜?”

       “나 필요한 게 있어.”

       

       갑자기 필요하다는 게 뭘까.

       

       “뭔데?”

       “아빠가 일을 나가면. 나는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어. 심심해.”

       “TV가 있잖아.”

       “화련 언니랑 시간이 겹치면, 나는 인간들이 싸우는 모습을 강제로 시청해야 해. 그건 재미없어.”

       

       취향에 안 맞으면 그럴 수 있지.

       수련이는 그 지루한 시간을 활용하고 싶기 때문일까.

       나를 빤히 쳐다보며 부탁했다.

       

       “나 책을 읽고 싶어.”

       “책?”

       “응, 나 서점에 가고 싶어.”

       

       수련이는 서점에 가고 싶다고 선언했다.

       직접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을 고르고 싶은 모양이었다.

       

       ‘어떻게 할까나…’

       

       약간 고민되긴 했지만.

       애들의 교육상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가보자 애들아.”

       

       

       ***

       

       

       요즘 서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차원문이 나타나 책을 읽는 사람이 없어졌기 때문이지만.

       그전에도 다양한 문제로 인해 책을 읽는 사람이 줄어들었다.

       

       ‘X튜브에 30분 요약이 있는데. 책을 왜 봄? 그거 비싸기만 한데?’

       

       나도 그렇기도 하고.

       대부분의 사람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점점 사라졌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수련이는 다르게 생각하는 모양이다.

       

       “책의 수요가 줄어든 건 누군가의 의도적인 결과야. 가격 상승은 돈이 많은 사람들이 지식을 독점하기 위함이야. 그리고, 인터넷에 있는 전자책은 쉽게 검열될 수 있어. 변하지 않는 지식의 가치가 변질되고 말아. 그래서 나는 실제로 만질 수 있는 책을 원해.”

       “음모론을 너무 많이 봤구나, 수련아.”

       

       얘가 인터넷에서 대체 뭘 보는 거야.

       스마트폰을 더 통제해야 하나.

       살짝 걱정되기 시작했다.

       

       “…아무튼, 다들 서점에 들어가면 조용히 해야 한다. 떠들지 말고 얌전히 있어야 돼.”

       

       나는 05구역에 위치한 서점의 앞에서 녀석들에게 당부했다.

       그에 드래곤 녀석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내 맘이야!”

       “난 원래 조용해.”

       “저 노력할게요!”

       

       뭔가 느낌이 안 좋은데.

       

       “특히, 너 이화련. 조용히 안 하면 내쫓을 거야.”

       “왜 나만 콕 찝어서 말해! 이거 차별이야!”

       

       내게 차별이라 말하며 몸통 박치기를 시전하려는 화련이.

       나는 내게 돌진하는 녀석의 머리를 잡아 멈춰 세우며 말했다.

       

       “차별이 아니라 특별한 거.”

       “…그런가?!”

       

       화련이는 그제서야 돌진을 멈췄다.

       무언가를 깨달은 듯한 얼굴이었다.

       나는 그런 드래곤 녀석들을 데리고 서점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전에.

       

       “30분이 지나면 다들 도마뱀으로 변하고 아까처럼 가방으로 들어와야 한다. 알겠지?”

       “알았어!”

       “응.”

       “네에!”

       

       녀석들은 활기차게 대답하고는 서점으로 들어갔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우리를 맞이했다.

       그렇게 서점으로 들어간 후.

       수련이는 주변을 둘러보며 내부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흠, 여기에는 내가 원하는 게 없어.”

       “Y시리즈를 원하는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네.”

       “그게 뭔데?”

       “어린이용 도서.”

       

       수련이는 내 말에 정색하며 말했다.

       

       “…아빠, 내가 어린이용 도서를 읽을 것 같아?”

       “너 어린이 맞잖아.”

       “…”

       

       수련이는 자존심이 상했는지, 입을 꾹 닫고서 위층으로 향했다.

       

       “어린이 맞으면서. 그것보다 Y시리즈가 얼마나 재밌는데.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야?”

       

       아무리 어린이용 도서라고 한들.

       Y시리즈는 전설로 남아있으며 아직까지 살아있다.

       마치 드래곤과 같은 존재라고 봐야 할까.

       나는 오랜만에 Y시리즈를 확인할 겸 어린이용 도서가 즐비한 책장으로 향했다.

       

       “화련아, 너는 항상 내 근처에 있어야 한다.”

       “왜!”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아서.”

       

       화련이의 손을 잡는 걸 잊지 않고서.

       화련이는 손을 잡아서 답답해 보이긴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갑자기 난동 부려서 책을 싹 다 태워버리면 안 되니까.

       잠시 내가 봉인시켜두는 편이 확실하고 좋았다.

       

       “어디 보자 Y시리즈가… 여기 있네.”

       

       역시 시리즈가 다양하게 있네.

       로봇, 동물, 우주.

       나는 그중에서 애들이 좋아할 것 같은 공룡을 꺼냈다.

       

       “너희 공룡 좋아한다고 하지 않았나?”

       “나는 그런 적 없어!”

       “그래? 내가 잘못 알았나 보네.”

       

       다른 거 골라야지.

       나는 공룡을 원위치로 돌려놓기로 했다.

       그러나, 화련이가 손을 뻗어 행동을 막았다.

       

       “왜 또 그러니, 화련아.”

       “싫어한다고는 안 했어!”

       “…공룡 읽어보고 싶어?”

       “응!”

       

       화련이가 엄청난 속도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화련이의 의견대로 공룡을 장바구니에 넣었다.

       그러자, 화련이의 입꼬리가 급격히 위로 상승했다.

       

       “헤헤, 좋아! 서점 괜찮네!”

       

       기분이 많이 좋아진 모양이다.

       나는 그대로 녀석을 이끌고, 수련이를 확인하기 위해 위층으로 올라가려 했다.

       그런데, 내 옆에 조용히 있던 초련이가 따라오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무슨 책을 읽고 있는 거지?’

       

       나는 책을 읽으며 움직이지 않는 초련이를 향해 다가갔다.

       집중하고 있는 초련이의 얼굴이 살짝 붉어져 있었다.

       

       “초련아.”

       “네, 네에?”

       

       눈에 띄게 당황하는 초련이.

       대체 뭘 읽고 있는 걸까.

       나는 초련이가 읽고 있는 책의 제목을 확인했다.

       

       “Y…사춘기와 성…?”

       “…”

       “초련아, 너 그런 거 읽니?”

       “아, 아니에요…! 그냥 아무거나 뽑았더니…! 이, 이런 게 잡혔을 뿐이에요…! 그, 그것보다 저 위에 제 친구들이 저를 부르고 있어요…! 저 가볼게요…!”

       

       초련이는 재빨리 책을 원위치에 꽂았다.

       그리고는 얼굴을 붉힌 채, 재빨리 위층으로 도망쳤다.

       그 모습을 본 화련이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내게 말했다.

       

       “아빠, 쟤 왜 저래?”

       “화련이는 몰라도 돼. 건강만 하자.”

       “그런게 어디 있어! 나도 알려줘!”

       “쉿.”

       

       나는 화련이를 조용히 시키고는 손을 잡고 위로 올라갔다.

       서점의 1층에는 어린이용 도서가 가득했다면.

       2층에는 본격적인 서적들이 가득했다.

       

       그렇기 때문일까.

       조금 전까지 사춘기와 성을 열심히 집중해서 읽고 있던 초련이가 계단에서 멈춰 있었다.

       나는 가만히 서 있는 초련이의 어깨를 두드리며 물었다.

       

       “초련아, 여기서 뭐 하고 있어?”

       

       부들부들-

       초련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 아버지… 이곳은 시체 밭이에요…”

       “뭣?”

       “수, 수많은 나무가 학살당했어요…! 제 친구들이 슬프게 울고 있어요…!”

       

       초련이는 고개를 바닥에 떨군 채, 주먹을 꽉 쥐고서 외쳤다.

       

       “이, 이건 지식이 아니라 폭력이에요…!!”

       

       환경 보호 운동가 이초련.

       녀석의 시위에 시동이 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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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Dragon Egg

I Picked up a Dragon Egg

드래곤의 알을 주웠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picked up an Egg from the Dragon’s Nest. “Shakk!!!!” “Should I just sell?” I should have picked some other treas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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