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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1

       

       

       

       

       평범한 드라마 제작회사였던 스튜디오엔믹스는 예전이라면 상상할 수 없을 만한 엄청난 곳과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다.

         

         

       “네. 각하께 신경 써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

       ─아닙니다. 그쪽도 여간 큰일이 아니겠죠. 국민청원 건은 저희가 어떻게든 막아보겠습니다.

         

         

       그곳은 바로 대통령의 집무실 및 관저로 사용되고 있는 청와대.

         

       유연정은 쓴 미소를 지으며 청와대의 비서실장과의 통화를 끊었다.

         

         

       “난리네…….”

         

         

       의자에 몸을 기대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는 유연정.

         

       최근 스튜디오엔믹스는 엄청난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고작 1년도 안 지났는데 다음 작품은 언제 내보이냐며 사람들이 거세게 항의해오기 시작한 것.

         

       앞선 927 작가의 두 작품은 이미 전 세계에 인정을 받으며, 사람들에게 역대급 대작이라고 불리고 있다.

         

       이건 유연정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에 불과했지만 아마 동시대에 927 같은 드라마 작가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겠지.

         

       그만큼 그의 작품이 너무 이례적으로 재밌었다는 것이 문제다.

         

       그래. 이제 다른 사람들의 작품은 아예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만큼…….

         

       거기에다가 2분기의 최고 기대작 중 하나였던 악마의 유혹이 무려 2화 만에 방영 중지를 당하면서 어찌 보면 현 드라마 시장의 상태는 927 작가가 나타나기 이전과 비슷해졌다.

         

       그때와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그때는 모든 제작사가 다 함께 욕을 먹었지만, 이번에는 그 대상이 오로지 화이트박스와 스튜디오엔믹스를 한정하고 있다는 점일까나.

         

       화이트박스 측이야 이번 유병민 마약 사건에 중심이니 어쩔 수가 없다.

         

       근데 왜 가만히 있었던 스튜디오엔믹스가 욕을 먹냐인데…….

         

       이에 대중들의 주장은 이렇다.

         

       반대로 너희들은 가만히 있던 게 문제라고.

         

       작년 한 해는 무려 두 작품이나 선보이며 상이란 상은 다 싹쓸이했는데 올해는 왜 감감무소식이냐, 배가 불러서 일을 안 하는 건가 등등.

         

       어차피 다른 제작사는 기대해봤자 별 의미 없으니 이쪽이라도 쪼아서 뭐라도 얻어낼 심보였다.

         

         

       “이게 드라마 제작사인지 민원 센터인지 원…….”

         

         

       유연정과 마주 앉아있던 박용오 역시 마찬가지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현재 스튜디오엔믹스 문의 센터는 폭주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게 어느 정도냐면 다른 부서의 사람들을 끌어당겨 써도 인력이 부족할 지경이었다.

         

       덕분에 요즘 직원들의 표정이 다들 말이 아니다.

         

       하긴, 하루에 전화로 사람들에게 몇십 번은 시달리는데 긍정적인 답변도 해줄 수 없으니 여러 의미로 힘들겠지.

         

       어쨌든.

         

       이대로 계속 가다간 드라마 제작사에서 진짜 전 국민의 샌드백이 될지도 몰랐기에 어떻게든 방책을 마련해야 했다.

         

       그걸 위해서 박용오와 유연정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고.

         

       

       “927 작가님 쪽은 여전히 감감무소식이야?”

       “그래. 영진이 말로는 기말고사 때문에 바쁘시단다.”

       “하… 기말고사라는 말에서 뭔가 괴리감이 느껴지네.”

         

         

       보는 이를 절로 매료시키는 엄청난 대본을 만들고, 세간에선 천재 작가라고 불리는 그가 겨우 중학교 3학년.

         

       이 정도면 드라마 소재로 써도 될 정도로 운명의 장난 수준이다.

         

         

       “근데 너무 학업에 열중하시는 거 아니야? 원하신다면 어떤 학교든 다이렉트로 꽂아줄 수 있는데 굳이 그렇게 열심히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데.”

       “여보. 그거 비리잖아…….”

       “뭘. 어차피 대한민국은 학연, 지연, 혈연을 써먹으라고 있는 곳인데.”

         

         

       뻔뻔한 아내의 표정에 박용오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뭐… 가만 생각해보면 틀린 말은 없었다.

         

         

       “일단 가장 확실하고 빠른 방법은 927 작가님이 다음 작품의 대본을 완성해주시는 거겠지. 그러면 단번에 매스컴과 대중들도 조용해질 거야.”

         

         

       박용오가 말했다.

         

       그에 유연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당신 말대로 아마 그게 가장 확실하고 빠르겠지. 문제는……”

         

         

       927 작가가 3번째 작품에 대해서 별생각이 없어 보인다는 점.

         

       그리고 만약 3번째 작품을 만들어도 마치 쳇바퀴가 굴러가듯, 이번 사태와 똑같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 분명했다.

         

         

       똑- 똑-

         

         

       그때였다.

         

       그들이 함께 있던 집무실의 방문을 누군가 두드렸다.

         

       ─나영진 PD입니다. 회의 중에 죄송합니다만 급한 소식이 있어서 서둘러 전해드리려고 왔습니다.

         

         

       문밖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이윽고 출입을 허락받은 나영진이 누군가와 함께 집무실 안에 들어섰다.

         

       그리고.

         

         

       “다들 표정이 안 좋아 보이긴 하네요.”

         

         

       어째서인지 그곳에는 927 작가.

         

       서은우가 쓴 미소를 지으며 나영진의 옆에 서 있었다.

         

         

         

       ***

         

         

         

       친구에게서 국민청원 소식을 듣게 되고, 나는 곧바로 용석이 형에게 연락을 했다.

         

       그리고 현재 스튜디오엔믹스가 처한 상황을 들을 수 있었다.

         

       박용오 국장님에게 알아서 잘 대처해달라고 말했던 그때는 사태가 이 정도로 심각해질지 몰랐다.

         

       전생에서도 이 정도로 대중들이 극명하게 반응하는 경우는 없었으니까.

         

         

       “그래서 이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은우 군.”

         

         

       차를 통해 스튜디오엔믹스 본사로 향하던 도중 옆에 함께 앉아있던 나 PD님이 내게 물었다.

         

         

       “뭐… 확실히 난감한 상황이긴 하네요.”

         

         

       사람들이 내 작품을 원한다.

         

       이건 분명 한 사람의 작가로서 좋은 일이 맞다.

         

       근데 아무리 그래도 이번 사태는 조금 과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심지어 그 대상이 나뿐만이 아니라 스튜디오엔믹스 전체에 영향을 주고 있으니 어이가 없을 정도다.

         

       그래. 차라리 이럴 거면…….

         

         

       “걍 괘씸한데 3번째 작품이고 뭐고 확 은퇴해버릴까요.”

         

         

       끼이익-!

         

       순간 타고 있던 차가 거세게 뒤흔들렸다.

         

         

       “아오, 용석이 형. 안전벨트 안 매고 있었으며 머리 박을 뻔했잖아요.”

       “아니… 내가 방금 뭔가를 잘못 들은 것 같아서. 혹시 나 PD님도 그렇습니까?”

       “그, 그래. 나도 요즘 문의 전화를 너무 받아서 그런지 한쪽 귀가 조금 이상한 것 같다.”

         

         

       ……?

         

       뭐지.

         

       갑자기 내 눈치를 엄청 보시네.

         

       설마 은퇴한다는 말 때문에?

         

         

       “나 PD님. 설마 제가 은퇴한다고 말해서 그러는 거예요?”

       “하하. 걱정하지 마십쇼. 제가 누굽니까? 눈치 하나로 스튜디오엔믹스의 PD 자리에 오른 사람입니다. 당연히 그 말이 농담이라는 것 정도는 처음부터 눈치채고 있었습니다.”

       “엥?”

         

         

       농담 아니고 진심인데?

         

       당연한 서순이였다.

       

       있을 때 잘해줘야 할 맛이 나지, 사람들이 저렇게 강압적으로 나오면 있던 마음도 사라진다.

       

       애초에 내가 이 바닥에서 아예 사라진다면 다시 안정화가 찾아올 것이다.

         

       그렇다면 스튜디오엔믹스가 작년 한 해처럼 드라마 시장을 독점하는 일도 없어지고,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가 찾아오겠지.

         

       그때가 오면 아마 다들 이를 악물고 성적을 내기 위해 경쟁을 하지 않을까?

         

         

       “……맙소사.”

         

         

       단호한 내 반응에 차마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는 나 PD님.

         

       이해한다.

         

       스튜디오엔믹스 측에선 그리 반가운 소식은 아니겠지.

         

         

       “……맙소사.”

         

         

       나 PD님과 마찬가지로 차마 입을 다물지 못하는 박용오 국장님.

         

       뭐야. 매크로인가?

         

       박용오 국장님과 유연정 국장님이 함께 있다는 집무실에 방문해 아까의 얘기를 꺼내니 어째 반응이 똑같았다.

         

       

       “그… 작가님. 너무 성급한 생각인 것 같아요.”

         

         

       그때 유연정 국장님이 심각한 얼굴로 내게 말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갑자기 작가님이 은퇴를 한다고 선언해버리시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것 같거든요.”

         

         

       역풍.

         

       아마 여기서 사태가 더욱 심각해질 수도 있다는 뜻이겠지.

         

       고작 1년도 안 지났는데 사람들이 작품을 안 낸다고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거면 그녀의 말대로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저희에게는 짧아도 시청자들에겐 영겁의 시간처럼 느껴졌겠죠. 그만큼 작가님의 작품이 재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고요. 그러니 일단은 급한 불부터 끄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음, 그럼 이 문제는 3번째 작품을 내보이고 생각하자는 거죠?”

         

         

       유연정 국장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은 돌고 돌아 3번째 작품인가…….

         

         

       “이제부터라도 구상해주셔도 상관없어요. 작가님이 구상 단계에 들어갔다고 말하면 음… 조금은 저희 쪽으로 문의가 줄긴 하겠죠.”

       “아내 말대로 천천히 하셔도 저희는 괜찮습니다. 그지 영진아?”

       “……예. 구상 단계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이제 어떤 느낌의 작품인지에 대한 문의가 늘어나겠죠. 물론 좋은 소식입니다. 927 작가님이 저희에게 작품에 대한 설명을 대충 해주시면 이제는 확실하게 답변이 가능해지니까요. 하하하.”

       “미, 미안하다 영진아! 너 당장 기획제작 1팀으로 복귀해!”

         

         

       듣기로는 문의 센터의 인력이 너무 부족해서 나 PD님이 잠시 현장 감독으로 파견을 간 걸로 알고 있는데……

         

       음, 저 반응을 보니까 오래 걸리면 진짜 큰일 나겠네.

       

       일단 그분들에게 미안한 소리지만, 3번째 작품에 대해서는 전혀 떠오르는 아이디가 없었다.

         

       그야 지금까지 이 드라마 속 세상에서 떨어지고 쓴 대본들은 모두 설소영에게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작품이니까.

         

       근데 또 생각해보면 전생에 대본을 적을 때에는 그런 영감 없이 그냥 글을 적었다.

         

       솔직히 그때는 진짜 기계마냥 대본을 써냈는데 당연히 지금 생각해보면 썩 만족스럽지 않은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그… 사실은 지금 당장에라도 내보일 수 있는 대본이 몇 개 있긴 해요.”

         

         

       그중에서도 모두에게 인정받았던, 전생의 드라마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췄을 정도로 재미있는 대본이 하나 있었다.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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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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