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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1

       

         

         

         

        [중급: 기척 차단(Lv. 5)]

         

        [하급: 오늘의 운수(Lv. 2)]

         

        [중급: 호랑이 기운!(Lv. 6)]

         

        [중급: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Lv. 5)]

         

        [특급: 기척 경계(Lv. Max)]

         

         

        루시 일행과 멀어진 린은 곧바로 적당한 스킬 스크롤을 연달아 사용했다.

         

        존재감과 무게감을 지워주기 위한 스킬 2개, 혹시 모르니 운빨을 올려주는 스킬 1개, 근력 강화 1개, 마지막으로 남은 특급 등급의 탐지 스킬까지 시전한 린.

         

        특급 등급은 아까웠지만 괜시리 아꼈다 목숨이 날아가는 것보다야 훨씬 나았다.

         

        좋아, 2대 용사의 무덤 탐색을 시작하자.

         

        해안선을 따라서 주위를 살피기만 하면 되니 크게 어려울 건 없었다.

         

        애초에 확률에 따라 나타나는 오브젝트니까 오로지 운에 맡겨야 했다.

         

        린은 천천히, 하지만 부지런히 걸음을 옮겼다.

         

        속도 향상 스킬을 쓰지 않은 이유는 괜히 빠르게 걸었다가 무덤을 못 보고 지나칠까 봐 하는 염려 때문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걷고 있으니 옆에 있던 검은 소녀가 린에게 날카롭게 물었다.

         

         

        “왜 자꾸 따라와?”

         

         

        오해하지 말자.

         

        따라붙은 건 소녀 쪽이었다.

         

        어느샌가 린의 곁에 착 달라붙어 호위하듯이 같이 걷고 있었다.

         

         

        “내가 보이니?”

         

        “그걸 말이라고 해?”

         

         

        이상하다? 스크롤 유통기한이 지났나?

         

        당연히 스킬 스크롤에 유통기한 따위는 없었다.

         

         

        “맥박, 호흡, 체온, 살아있는 생명체라면 느낄 수 있어.”

         

         

        이론상 맞는 말이지만 린은 스킬로 그 생체정보들을 희미하게 만들어 놓았다.

         

        기운이 아닌 그런 것들로 주위를 감지한다?

         

        린이 알기로는 그건 마검의 특성이 아니었다.

         

        그럴 수 있는 건 흡혈귀지.

         

        등줄기가 서늘해진다.

         

        자신의 판단이 틀렸음을 직감한 그는 애써 침착한 척 했다.

         

         

        “왜 혼자 다니니?”

         

        “내가 그러고 싶어서.”

         

         

        맞는 말인데 뭐라 반박하고 싶어지는 대답이었다.

         

         

        “그러는 너야말로 왜 혼자 다녀?”

         

        “잠시일 뿐이야.”

         

        “거짓말.”

         

         

        검은 소녀는 단호하게 부정했다.

         

         

        “모든 걸 끌어안고 중요한 건 하나도 알려주지 않은 채 혼자서 다니고 있잖아.”

         

        “…….”

         

        “그러면 멋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전혀.”

         

        “똑바로 취급도 받지 못하면서 견딜 수 있다고 꾹꾹 눌러 담으면서 참고만 있지.”

         

        “견딜 수 있어.”

         

        “거짓말.”

         

         

        두 번째 부정.

         

        이번 것은 좀 묵직했다.

         

         

        “마음은 그렇게 강하지 않아. 아무리 육체의 힘이 강하더라도 그걸 지탱해주는 건 마음이야. 사소한 거슬림, 실망, 의심, 작은 틈만 생겨도 잘못된 행동과 결과를 불러오는 걸 난 수없이 봐왔어.”

         

        “오래 산 것처럼 말하네.”

         

        “오래 살지 않아도 볼 수 있어.”

         

        “무엇을 보았길래?”

         

        “말하면 알아?”

         

         

        겉으로 보면 밉살맞은 말이지만 그 안에는 걱정이 깃들어 있었다.

         

         

        “참고는 하지.”

         

        “잘도 하겠다.”

         

        “그래도 듣고 싶은데.”

         

        “흥. 간단하고 단순해.”

         

         

        소녀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걸음을 멈췄다.

         

         

        “악의든, 선의든, 자의든, 타의든, 비밀을 품은 자에게는 오해가 쌓이고 질투, 시기, 시샘, 증오를 불러와. 설사 그 대상이 사랑했던 사람이라고 해도.”

         

         

        목소리는 작고 슬프기 그지 없었다.

         

         

        “결국 지켜주려 했던 이들에게 배신 당하고 나서야 울부짖었지만 누구도 듣지 않았고 그 멍청한 남자는 목이 잘려 죽었어.”

         

        “…그 남자는 누구야?”

         

        “있어.”

         

         

        소녀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너는 지금 네가 지고 있는 짐이 당연하다고 생각해?”

         

        “나는 짐꾼이니까 당연하지.”

         

        “웃기시네.”

         

         

        소녀는 또 밉살맞게 굴었다.

         

         

        “너도 목 잘려 죽을 날이 얼마 안 남았네.”

         

         

        린은 제자리에 멈췄다.

         

        검은 소녀도 곧바로 멈췄다.

         

         

        “왜?”

         

        “상냥하다 싶어서.”

         

        “뭐어?!”

         

        “내 걱정 해주는 거잖아?”

         

         

        흰 얼굴이 새빨개졌다.

         

         

        “누, 누가 너 같은 걸 걱정한다는 거야!”

         

         

        치맛자락을 잡아 누르고서 소녀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힘도 없는 인간이 턱도 없는 짓거리나 하고 있으면서! 그것도 혼자! 평생 그렇게 살아라! 혼자서 아등바등하다가 죽어버리라고!”

         

        “음… 혼자는 워낙 익숙해서 말이야.”

         

        “뭣…!”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다가왔다.

         

        적의가 없었기에 린은 가만히 뒀다.

         

         

        “여기가 그렇게 시켰어?”

         

         

        작은 고사리 손이 그의 왼쪽 가슴을 눌렀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여기가 그딴 식으로 말하라고 시켰냐고!”

         

         

        소녀가 안쓰러웠다.

         

        왜 이렇게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걸까.

         

        정작 자신은 괜찮은데.

         

         

        “난 짐꾼이야. 파티의 짐을 지고 나아가는 짐꾼.”

         

        “물건만 옮겨주면 되잖아. 그 이상은 필요 없잖아.”

         

         

        마치 다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린은 굳이 묻지 않았다.

         

        그의 본질을 걱정 받는다는 느낌이 신선했다.

         

         

        “짐꾼은 모든 짐을 짊어져야지.”

         

        “모든 짐?”

         

        “응.”

         

        “그럼 네 짐은 어디 있어?”

         

         

        소녀는 린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살폈지만 그 무엇도 찾을 수 없었다.

         

         

        “안 보이는데? 아! 이 안에 갇혀 있구나?”

         

         

        또다시 가슴팍을 쿡 찌른다.

         

         

        “이제 됐어! 혼자서 할 수 있다고 했으니 끝까지 잘 해보시지!”

         

        “응원 고마워.”

         

        “응원 아니야!”

         

         

        린에 대한 모든 게 불만인 소녀는 코웃음을 쳤다.

         

        쿨한 척하려고 했지만 발을 동동 구르며 이내 분한 모습을 보였다.

         

         

        “이익! 너 따위 어떻게 되도 난 몰라! 거들떠도 안 볼거야!”

         

         

        소녀의 신체가 서서히 가루처럼 부서져 내린다.

         

        환술사처럼 연기로 변하는 게 아닌 바람에 실려가는 꽃가루마냥.

         

         

        “조심히 가.”

         

        “아 쫌!”

         

         

        소녀가 사라지고 나서 린은 확신했다.

         

        저거 마용사네.

         

        그리고 암담해졌다.

         

         

        “그럼 마검은 대체 어디에…?”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린은 바쁘게 해안선을 따라갔다.

         

        하지만 무덤 비스무리한 것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급기야 달리고 또 달렸지만 도저히 2대 용사의 무덤을 찾을 수 없었다.

         

         

        “하아… 하아….”

         

         

        해가 졌다.

         

        하늘이 노을빛으로 물들었다.

         

        얼마나 걸어왔는지 린은 선착장까지 와있었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 허리를 숙이고 호흡을 골랐다.

         

        가면 때문에 땀도 못 닦고 힘겹게 고개를 들었을 때,

         

         

        “당장 저기 있는데? 마족.”

         

         

        자신을 가리키고 있는 아르실이 있었다.

       

       

       어… 뭐지?

       

       

       벌써 도착했다고?

         

         

        “네 이노옴!”

         

         

        그 지목에 맞춰 겐드리가 노성을 터뜨리며 검을 꺼내들고 린에게 달려들었다.

         

        아 어제부터 진짜,

         

        계획대로 되는 게 없구나.

         

        검이 코앞까지 다가온다.

         

        그리고,

         

         

        “치워라, 이 빌어먹을 놈아아-!!!!!”

         

         

        붉은 금빛이 폭발하듯이 시야를 가득 메웠다.

         

         

         

        —

         

         

         

        “이상해.”

         

         

        선착장에 배가 접근하자 아르실은 인상을 찌푸렸다.

         

         

        “뭐가 말인가요?”

         

        “섬 전체에 마기가 느껴져.”

         

         

        나이드리안의 물음에 아르실이 답하자 용사 파티 전원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라인폴드가 방패를 들고 뱃머리로 올라오고 마법사도 미간을 좁히며 섬을 주시했다.

         

        항구마을에서 배에 오를 때, 분명히 군도에 마족이 있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이 정도로 대놓고 진을 치고 있을 줄은 몰랐다.

         

         

        “배가 정박하면 모두 전투 태세를 하고 하선한다.”

         

         

        칫, 어디다 대고 명령질이야.

         

        괜한 반발심이 들었지만 아르실은 군말없이 용비늘 글러브를 꼈다.

         

        배가 선착장에 완전히 들어서자 용사 파티는 기다릴 것도 없이 부둣가로 뛰어내렸다.

         

        몇 안되는 사람들이 완전 무장한 그들을 보고 깜짝 놀라며 물러섰다.

         

         

        “거기 무장한 인간들! 움직이지 마라!”

         

         

        저녁 시간이 다 돼서 배가 온다는 소식을 들은 겐드리는 경비대장의 후계자답게 병사들을 이끌고 대기하고 있었다.

         

        단순 보급선도 아닌 배에서 용사 파티가 내리자 그는 바로 검문을 실시했다.

         

         

        “우리와 한 판 붙을 생각이 아니라면 무기를 버려라!”

         

        “이 멍청아! 마기가 널리고 널렸는데 어떻게 무기를 버려! 마족한테 죄다 죽으라는 거냐!”

         

         

        성질 급한 아르실이 거칠게 대꾸하자 겐드리는 멈칫했다.

         

        손을 들어 경비병들을 제지한 그는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그게 무슨 소리냐! 마기라니?”

         

        “젠장, 이 역한 기운을 아무도 못 느낀단 말야?”

         

         

        단련한 전사라 하더라도 마기는 꺼림칙하거나 서늘하게 느껴진다.

         

        신성과 관련된 성녀와 용사, 그리고 사제들만 제대로 구분할 수 있었다.

         

        그마저 용사도 성검이 없으면 정확하게 알기 힘들었다.

         

         

        “우리는 제국의 용사 파티다! 이건 황제 폐하의 인장이 찍힌 인증서다!”

         

         

        라인폴드가 양피지를 들어보이자 황실 인장이 빛을 발했다.

         

        틀림없는 용사 파티 인증서임을 알아본 겐드리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만 싶었다.

         

        드디어 왔다.

         

        이 섬을 구해줄 이들이.

         

        그것도 용사 파티가!

         

         

        “도와주십시오!”

         

        “부대장님?!”

         

        “왜 이러시는 겁니까?”

         

         

        갑작스런 애원에 경비병들은 경악하며 그를 말렸다.

         

        용사 파티라도 외지인에게 무릎을 꿇는 건 그들의 자존심이 허락치 않았다.

         

        하지만 겐드리는 개의치 않고 바닥에 머리를 찧었다.

         

         

        “며칠 전부터 마족이 나타나 섬에 최면을 걸어 자기멋대로 굴고 있습니다. 저를 제외한 모두가 최면에 당해 아무런 이상도 못 느끼고 있었습니다!”

         

        “부대장님,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부대장!”

         

        “고개를 드십시오. 저는 용사 파티의 방패기사 라인폴드입니다. 내막을 소상히 알려주시면 그 마족을 처치하고 즈라문 군도를 구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오오, 소문으로만 듣던 라인폴드님!”

         

         

        방패기사가 겐드리를 일으켜 세우자 감격한 부대장은 눈물을 글썽였다.

         

        라인폴드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안내를 부탁했다.

         

         

        “자, 어디 안으로 들어가서 이야기를 나누시죠.”

         

        “아니, 그건 안될 것 같아.”

         

        “왜 그러지 아르실?”

         

        “당장 저기 있는데? 마족.”

         

         

        손가락을 들어 가리킨 곳에는 가까스로 호흡을 갈무리한 뒤 허리를 펴고 있는 린이 있었다.

         

        마왕의 마기에 양팔이 침식당한 걸 몰랐기에 나온 오판이었다.

         

         

        “저놈은…!”

         

         

        린의 가면을 알아본 겐드리의 눈이 부릅 떠졌다.

         

         

        어쩐지, 마검이 저놈을 싸고 돌더라니!

         

         

        “네 이노옴!”

         

         

        정신적으로 한계에 몰려있던 그는 더 볼 것도 없이 검을 뽑아 들고 돌진했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며 린의 목을 향해 검을 휘두르던 찰나에,

         

         

        “치워라, 이 빌어먹을 놈아아-!!!!!”

         

         

        붉은 금빛의 마력을 폭발시키며 루시가 날아왔다.

         

        어째서인지 짐꾼 알바용으로 쓰고 있던 가면은 벗어던진 채였다.

         

        붉은 검이 늦지 않게 겐드리의 검을 쳐냈다.

         

        쒜애애애액-!

         

        그러나 바로 이어서 빗발치듯 날아오는 나이드리안의 화살들.

         

        모두 린을 노리고 있었다.

         

         

        “으아아아아!”

         

         

        온몸을 비틀어 검으로 모조리 쳐냈다.

         

        다행이다, 린을 지켜냈….

         

         

        “야.”

         

        “…?!”

         

        “마족이 그렇게 소중하냐?”

         

         

        화살과 같은 속도로 달려온 아르실이 루시의 빈틈을 파고들며 정권을 내질렀다.

         

        바로 린에게.

         

        퍼억!

         

         

        “커헉!”

         

         

        천운이라고 해야할까.

         

        낮에 사용했던 운 상승 스킬 스크롤 덕분인지 린은 얼결에 아주 약간 옆으로 움직이며 급소를 빗겨 맞았다.

         

        하지만 공격에 적중당한 건 변함이 없었기에 린은 피를 토하며 뒤로 넘어갔다.

         

         

        “안녕, 루시 오랜만이네.”

         

         

        아르실은 손을 털며 빈정거렸다.

         

         

        “이런 식으로 재회하고 싶진 않았는데.”

         

         

        그러거나말거나 루시의 시선은 린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아아…!”

         

         

        그의 앞에 무릎을 꿇는다.

         

        작게 오르내리는 그의 가슴을 확인한다.

         

        그리고 턱을 타고 흘러내리는 핏물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피맺힌 절규가 하늘과 땅을 동시에 울렸다.

         

         

        “큭?! 이거 못 본 새에 미친년 다 됐…!”

         

        “아르실 물러나세요!”

         

         

        나이드리안의 외침에 성녀는 황급히 허리를 뒤로 젖혔다.

         

        목이 있던 자리에 붉은 검이 빠르게 훑고 지나갔다.

         

         

        “용사! 타락한 거냐!”

         

         

        열 받은 아르실이 따졌지만 루시의 귀에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미동도 없이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자 그 자리에 있던 전원이 얼어붙었다.

         

        용사의 얼굴에서 뜨겁고 질척한 피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 누구도….”

         

         

        붉은 금빛의 마력이 솟구친다.

         

         

        “살아 돌아갈 생각하지 마라.”

         

         

        또한,

         

         

        “살려달라고 빌 생각도 하지 마라.”

         

         

        그를 해한 자, 해하려는 자, 모두, 전부!

         

         

        “내 손으로 찢어죽일테니!”

         

         

        더 이상 루시의 마력은 붉은 금빛이 아니었다.

         

        시뻘건 핏빛이 되어 있었다.

         

        [에스텔류 비기]

         

         

        “베어 가르기-!!!!”

         

         

        핏빛 검기는 그대로 선착장에 있던 범선을 두 동강 내버렸다.

         

         

         

         

         

         

         

       


           


He Became the Only Ally of the Abandoned Warrior

He Became the Only Ally of the Abandoned Warrior

Abandoned Hero's Only Ally, 버림받은 용사의 유일한 아군이 되었다.
Score 6.8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saved the Warrior who used to ignore and bully me and now she is obsessed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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