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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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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을 열자 팔짱을 낀 남자가 삐딱한 자세로 서 있는 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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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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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층의 이웃인 것 같아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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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놈도 설마 피맥스처럼 헛소리를 하는 건 아니겠지?’
    ​
    ​
    이미 그런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생각이 그쪽으로 흘러갔다. 뭣보다 남자의 삐딱한 자세나 불만 가득한 표정이 긍정적인 이야기를 하러 온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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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희 둘이 이번에 피맥스 대신 올라왔다는 연놈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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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는 삐딱한 자세만큼 예의 말아먹은 말투로 떠들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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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의 말을 듣자, 남자가 잡상인이나 사이비 종교를 포교하기 위해 찾아온 사람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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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장 문을 닫고 싶어졌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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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 사요. 신문 이미 보고 있고 무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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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습관적으로 주문 같은 말을 늘어놓은 후 문을 닫으려고 하자, 남자가 문틈에 발을 집어넣으며 닫히려는 문을 손으로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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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헛소리야!? 네 녀석들이 피맥스 대신 운 좋게 올라온 연놈이냐고 묻고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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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이 힘겨루기를 하듯 부들부들 떨렸다. 뒤늦게 정신이 들어 다시 문을 열어주려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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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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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선 손이 덜덜 떨리고 있는 문을 덥석 붙잡았다. 남자의 손이라기엔 작은 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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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이 -.”
    “힉…!? 비..비앙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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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너머에서 들려온 건 허스키한 여성의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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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과 동시에 조금 전까지만 해도 양아치 같은 얼굴을 하고 있던 남자가 겁에 질린 토끼처럼 어깨를 움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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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싫다는 놈 괴롭히지 말고 꺼지지?”
    “다..당신이 왜 이런 곳에..?”
    “그야 여기에 내가 아끼는 녀석이 있으니까 그렇지.”
    “…! 그,그러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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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자가 순식간에 문에서 떨어지더니 비앙카라는 사람에게 고개를 숙여 보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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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례했습니다!”
    “다른 새끼들한테도 전해라. 내가 침 발라 놓은 놈 있으니까 알짱거리지 말라고.”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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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자가 ‘살았다.’라는 얼굴로 도주하는 걸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진작에 손에 힘을 뺀 덕분에 문이 활짝 열린 상태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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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앙카라고 불린 사람은 키가 170은 되어 보이는 장신의 여자였다. 몸이 굉장히 호리호리하면서도 탄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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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슴은 꽤 작았지만 대신 아래쪽이 풍만했다. 얼굴은 고양이상이었는데, 백루가 도도한 귀한 집 고양이라면 비앙카는 개냥이 같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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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흐응 -, 여기가 ‘그 검사’가 있는 곳 맞지?”
    “네? 그 검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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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자, 비앙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내 뒤쪽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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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꺄아아! 역시 여기가 맞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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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녀가 바라보고 있는 건 내 뒤에 바짝 붙어있는 아이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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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리스를 만나러 오신 건가요?”
    “응! 맞아! 이름이 아이리스였구나? 이름도 정말 예쁘네!”
    ​
    ​
    비앙카는 놀이공원에서 마스코트를 만난 아이처럼 신난 얼굴로 말했다. 양아치처럼 시비를 걸러 온 게 아니라면 집에 들이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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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런 거라면 안에 들어오세요! 저희도 도착한 지 얼마 안 되서 내어 드릴 건 없지만 편하게 대화할 수 있을 거예요.”
    “고마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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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앙카를 집안으로 들이지 아이리스가 내 등에 찰싹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
    ​
    비앙카가 싫어서 이런 행동을 한다기엔, 시선 자체가 비앙카 쪽으로 가지를 않았다. 그저 습관적으로 붙어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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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아이리스를 달팽이 등껍질처럼 등에 매단 채 비앙카와 함께 거실 소파 쪽으로 걸어갔다. 비앙카가 한쪽에 앉자 내가 반대쪽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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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리스는 내 무릎 위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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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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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싫은 건 아니다. 그렇다고 아이리스가 무거운 것도 아니다. 오히려 너무 가벼워서 식사량을 늘려야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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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런데도 놀란 이유는, 아이리스가 정말 자연스럽게 내 무릎에 앉아버린 탓이다. 순간 나도 뭐가 이상한지 눈치채지 못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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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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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리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내려다보았다. 
    ​
    ​
    “아.”
    ​
    ​
    나는 뒤늦게 아이리스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알아차렸다.
    ​
    ​
    주변에 노예들이 있을 때마다 혹여 아이리스가 희롱당할까 걱정되어 무릎에 앉히고는 했는데, 그 탓에 소파에 앉을 땐 누군가의 무릎에 앉아야 한다고 학습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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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리스 옆에 앉아. 자리가 많을 땐 그냥 옆에 앉으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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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리스의 허리를 붙잡아 옆자리에 내려주자 아이리스가 눈을 끔벅이다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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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하, 남매가 사이가 좋네.”
   
    ​
    비앙카가 유쾌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기분이 꽤 좋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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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내 소개하면 될까? 나는 현재 이곳 투기장에서 가장 높은 층을 사용하고 있는 검투사 비앙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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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높은 층, 투기장에서 가장 스타성이 있고 강한 이들이 누릴 수 있는 천국 같은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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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곳을 사용하고 있다는 말은 곧 비앙카가 어마어마한 강자라는 말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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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층 검투사들은 층에 상관없이 오고 갈 수 있거든. 노예 목줄도 안 차고 다닐 수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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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앙카가 제 목을 툭툭 두드렸다. 그녀의 말대로 그녀의 목엔 아무런 장식도 달려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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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상층에 도달할 때쯤이면 목줄 같은 걸로 제압이 힘들기도 하고 뭣보다 그땐 선택지가 주어지거든.”
    “선택지요?”
   
    ​
    내가 호기심을 보이며 묻자 비앙카가 한쪽 눈을 찡긋거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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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이상 알아버리면 재미없잖아? 직접 최상층에 도달해서 확인해봐!”
    “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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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요한 순간에 끝나버린 티비 프로그램 같은 말에 입술이 삐죽거렸다. 그러자 비앙카 활짝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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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라고 말하면 너무 재수 없잖아? 그치? 못해도 몇 년 이상은 걸릴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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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앙카의 시선이 아이리스를 향했다. 아이리스는 멍한 얼굴로 나만 바라볼 뿐이었다. 비앙카는 그런 아이리스의 모습을 신경 쓰지 않고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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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기다 멀쩡한 꼴로 최상층에 도착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고. 그래서 그런데 -…혹시 괜찮다면 아이리스. 나랑 함께 최상층으로 가지 않을래?”
    “최상층을요? 그렇게 쉽게 올라갈 수 있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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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질문했음에도 비앙카는 아이리스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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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응, 아이리스가 내 제자가 되면 스승과 제자라는 이유로 최상층으로 데려갈 수 있어.”
    “스승과..제자?”
    “하핫, 사실 아이리스가 검을 휘두르는 걸 보고 반해서 무작정 찾아온 거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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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앙카가 뒷목을 문지르며 유쾌하게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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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자비하게 마물을 죽이는 걸 보자마자 ‘아! 그래! 저 아이다!’싶었다니까!”
    ​
    ​
    비앙카는 소파에서 일어나 아이리스 옆자리로 이동했다. 아이리스는 여전히 비앙카를 바라보지 않았다.
    ​
    ​
    그녀를 무시한다기보다는 인지 자체를 안 하는 것처럼 보였다. 비앙카는 그런 아이리스의 모습도 귀엽다는 듯 웃으며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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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리스, 따로 스승이 없는 거라면 내가 너의 스승이 되어 검의 역사를 쓰게 해주고 싶어. 괜찮다면 나와 함께하지 않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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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리스는 대답 없이 나만 바라보았다. 비앙카는 아이리스의 대답을 듣기 위해 침묵했다. 
    ​
    ​
    이대로 두면 영원한 침묵이 이어질 것 같아 아이리스를 살살 흔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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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리스 어떻게 생각해?”
    “으응?”
    ​
    ​
    아이리스는 비앙카의 말을 하나도 듣고 있지 않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문을 표했다.
    ​
    ​
    “아이리스에게 검 스승이 없다면 비앙카씨가 아이리스에게 검 스승이 되어주고 싶데. 만약 아이리스가 비앙카씨를 따라가면 -…응?”
    ​
    ​
    말을 다 잇기도 전에 아이리스가 고개를 저었다. 그와 동시에 내 옷을 꽉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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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흡..’
    ​
    ​
    나 없이는 어디에도 가지 않겠다는 몸짓에 감동의 쓰나미가 밀려왔다. 속으로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눈물을 닦아내며 비앙카에게 말했다.
    ​
    ​
    “아무래도 아이리스는 저와 떨어지고 싶지 않은가 봐요. 아무래도 유일한 가족이다 보니.”
    “으음…곤란하네.”
    ​
    ​
    비앙카가 미간을 구기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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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넌 이미 팔린 상태라 최상층에 데려갈 수 없거든.”
    “네? 제가 팔려요?”
    ​
    ​
    나는 곧바로 오늘 만났던 좀비를 떠올렸다. 
    ​
    ​
    ‘잘 넘긴 줄 알았는데 이미 팔린 상태였다고?!’
    ​
    ​
    아이리스와 헤어지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등 뒤로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비앙카는 굳은 내 표정을 보며 손을 저어 보였다.
    ​
    ​
    “팔린다고 해도 사용권이 팔린 거지 너 자체가 팔린 건 아니야.”
    “사용권이요?”
    “그래, 이곳 투기장 검투 노예는 일정 이상 인기가 쌓이면 돈이나 권력이 있는 분들에게 사용권이 팔리게 되거든. 쉽게 말해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 수 있는 이용권이지.”
    ​
    ​
    밖으로 팔려 갈 일 없다는 말에 안도감이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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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아..다행이네요. 아이리스랑 떨어지게 되는 줄 알고 당황했거든요.”
    “하하하! 서로 아끼는 모습이 정말 귀엽다.”
    ​
    ​
    비앙카는 또다시 즐겁게 웃어 보이더니 다시 한 번 더 아이리스를 향해 말했다.
    ​
    ​
    “날 따라오면 있는 놈들한테 사용권이 팔리지 않아도 되고, 투기 경기도 마음 내키는 대로 나갈 수 있어서 목숨을 위협받지도 않아. 노예 생활에선 완전히 손을 뗄 수 있다는 말이지.”
    ​
    ​
    비앙카는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
    ​
    “거기다 아까처럼 귀찮은 기 싸움도 안 해도 되고.”
    “기 싸움이요?”
    “각 층에 비슷한 강자들을 모아두다 보니 생긴 부작용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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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앙카는 착실하게 대답하며 재차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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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때? 이만한면 꽤 좋은 조건인데. 아! 거기다가 천재적인 검사에게 검술까지 배울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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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오늘 저녁 10시 30분 ~ 11시 사이에 연참 예정입니다.

후원해주신 혈소연님! 익명님! K순살치킨님! 후원감사합니다! 연재 열심히 하겠습니다!
Ilham Senjaya님!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갑작스러운 감기로 인해 이틀이나 쉬고 말았네요 ;ㅁ;

오늘부터 다시 열심히 달리겠습니다!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은 사랑입니다.다음화 보기

문을 열자 팔짱을 낀 남자가 삐딱한 자세로 서 있는 게 보였다.

“안녕하세요?”

같은 층의 이웃인 것 같아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놈도 설마 피맥스처럼 헛소리를 하는 건 아니겠지?’

이미 그런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생각이 그쪽으로 흘러갔다. 뭣보다 남자의 삐딱한 자세나 불만 가득한 표정이 긍정적인 이야기를 하러 온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너희 둘이 이번에 피맥스 대신 올라왔다는 연놈이냐?”

남자는 삐딱한 자세만큼 예의 말아먹은 말투로 떠들어댔다.

남자의 말을 듣자, 남자가 잡상인이나 사이비 종교를 포교하기 위해 찾아온 사람처럼 느껴졌다.

당장 문을 닫고 싶어졌다는 말이다.

“안 사요. 신문 이미 보고 있고 무교입니다.”

습관적으로 주문 같은 말을 늘어놓은 후 문을 닫으려고 하자, 남자가 문틈에 발을 집어넣으며 닫히려는 문을 손으로 붙잡았다.

“무슨 헛소리야!? 네 녀석들이 피맥스 대신 운 좋게 올라온 연놈이냐고 묻고 있잖아!”

문이 힘겨루기를 하듯 부들부들 떨렸다. 뒤늦게 정신이 들어 다시 문을 열어주려는 순간.

텁!

낯선 손이 덜덜 떨리고 있는 문을 덥석 붙잡았다. 남자의 손이라기엔 작은 손이었다.

“어이 -.”

“힉…!? 비..비앙카?!”

문 너머에서 들려온 건 허스키한 여성의 목소리였다.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과 동시에 조금 전까지만 해도 양아치 같은 얼굴을 하고 있던 남자가 겁에 질린 토끼처럼 어깨를 움츠렸다.

“싫다는 놈 괴롭히지 말고 꺼지지?”

“다..당신이 왜 이런 곳에..?”

“그야 여기에 내가 아끼는 녀석이 있으니까 그렇지.”

“…! 그,그러셨군요!”

남자가 순식간에 문에서 떨어지더니 비앙카라는 사람에게 고개를 숙여 보이며 말했다.

“실례했습니다!”

“다른 새끼들한테도 전해라. 내가 침 발라 놓은 놈 있으니까 알짱거리지 말라고.”

“예!”

남자가 ‘살았다.’라는 얼굴로 도주하는 걸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진작에 손에 힘을 뺀 덕분에 문이 활짝 열린 상태였다.

비앙카라고 불린 사람은 키가 170은 되어 보이는 장신의 여자였다. 몸이 굉장히 호리호리하면서도 탄탄했다.

가슴은 꽤 작았지만 대신 아래쪽이 풍만했다. 얼굴은 고양이상이었는데, 백루가 도도한 귀한 집 고양이라면 비앙카는 개냥이 같은 느낌이었다.

“흐응 -, 여기가 ‘그 검사’가 있는 곳 맞지?”

“네? 그 검사요?”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자, 비앙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내 뒤쪽을 바라보았다.

“꺄아아! 역시 여기가 맞았네!”

그녀가 바라보고 있는 건 내 뒤에 바짝 붙어있는 아이리스였다.

“아이리스를 만나러 오신 건가요?”

“응! 맞아! 이름이 아이리스였구나? 이름도 정말 예쁘네!”

비앙카는 놀이공원에서 마스코트를 만난 아이처럼 신난 얼굴로 말했다. 양아치처럼 시비를 걸러 온 게 아니라면 집에 들이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 거라면 안에 들어오세요! 저희도 도착한 지 얼마 안 되서 내어 드릴 건 없지만 편하게 대화할 수 있을 거예요.”

“고마워!”

비앙카를 집안으로 들이지 아이리스가 내 등에 찰싹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비앙카가 싫어서 이런 행동을 한다기엔, 시선 자체가 비앙카 쪽으로 가지를 않았다. 그저 습관적으로 붙어있는 듯했다.

나는 아이리스를 달팽이 등껍질처럼 등에 매단 채 비앙카와 함께 거실 소파 쪽으로 걸어갔다. 비앙카가 한쪽에 앉자 내가 반대쪽에 앉았다.

아이리스는 내 무릎 위에 앉았다?

“아이리스..?”

싫은 건 아니다. 그렇다고 아이리스가 무거운 것도 아니다. 오히려 너무 가벼워서 식사량을 늘려야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런데도 놀란 이유는, 아이리스가 정말 자연스럽게 내 무릎에 앉아버린 탓이다. 순간 나도 뭐가 이상한지 눈치채지 못할 정도였다.

“…?”

아이리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내려다보았다.

“아.”

나는 뒤늦게 아이리스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알아차렸다.

주변에 노예들이 있을 때마다 혹여 아이리스가 희롱당할까 걱정되어 무릎에 앉히고는 했는데, 그 탓에 소파에 앉을 땐 누군가의 무릎에 앉아야 한다고 학습한 듯했다.

“아이리스 옆에 앉아. 자리가 많을 땐 그냥 옆에 앉으면 돼.”

아이리스의 허리를 붙잡아 옆자리에 내려주자 아이리스가 눈을 끔벅이다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하, 남매가 사이가 좋네.”

비앙카가 유쾌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기분이 꽤 좋아 보였다.

“이제 내 소개하면 될까? 나는 현재 이곳 투기장에서 가장 높은 층을 사용하고 있는 검투사 비앙카야.”

“….!”

가장 높은 층, 투기장에서 가장 스타성이 있고 강한 이들이 누릴 수 있는 천국 같은 장소.

그곳을 사용하고 있다는 말은 곧 비앙카가 어마어마한 강자라는 말과 같았다.

“최고층 검투사들은 층에 상관없이 오고 갈 수 있거든. 노예 목줄도 안 차고 다닐 수 있고.”

비앙카가 제 목을 툭툭 두드렸다. 그녀의 말대로 그녀의 목엔 아무런 장식도 달려있지 않았다.

“최상층에 도달할 때쯤이면 목줄 같은 걸로 제압이 힘들기도 하고 뭣보다 그땐 선택지가 주어지거든.”

“선택지요?”

내가 호기심을 보이며 묻자 비앙카가 한쪽 눈을 찡긋거리며 말했다.

“그 이상 알아버리면 재미없잖아? 직접 최상층에 도달해서 확인해봐!”

“에이…”

중요한 순간에 끝나버린 티비 프로그램 같은 말에 입술이 삐죽거렸다. 그러자 비앙카 활짝 웃으며 말했다.

“- 라고 말하면 너무 재수 없잖아? 그치? 못해도 몇 년 이상은 걸릴 테니까.”

비앙카의 시선이 아이리스를 향했다. 아이리스는 멍한 얼굴로 나만 바라볼 뿐이었다. 비앙카는 그런 아이리스의 모습을 신경 쓰지 않고 말을 이었다.

“거기다 멀쩡한 꼴로 최상층에 도착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고. 그래서 그런데 -…혹시 괜찮다면 아이리스. 나랑 함께 최상층으로 가지 않을래?”

“최상층을요? 그렇게 쉽게 올라갈 수 있는 거예요?”

내가 질문했음에도 비앙카는 아이리스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대답했다.

“응, 아이리스가 내 제자가 되면 스승과 제자라는 이유로 최상층으로 데려갈 수 있어.”

“스승과..제자?”

“하핫, 사실 아이리스가 검을 휘두르는 걸 보고 반해서 무작정 찾아온 거거든!”

비앙카가 뒷목을 문지르며 유쾌하게 웃어 보였다.

“무자비하게 마물을 죽이는 걸 보자마자 ‘아! 그래! 저 아이다!’싶었다니까!”

비앙카는 소파에서 일어나 아이리스 옆자리로 이동했다. 아이리스는 여전히 비앙카를 바라보지 않았다.

그녀를 무시한다기보다는 인지 자체를 안 하는 것처럼 보였다. 비앙카는 그런 아이리스의 모습도 귀엽다는 듯 웃으며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이리스, 따로 스승이 없는 거라면 내가 너의 스승이 되어 검의 역사를 쓰게 해주고 싶어. 괜찮다면 나와 함께하지 않을래?”

아이리스는 대답 없이 나만 바라보았다. 비앙카는 아이리스의 대답을 듣기 위해 침묵했다.

이대로 두면 영원한 침묵이 이어질 것 같아 아이리스를 살살 흔들며 말했다.

“아이리스 어떻게 생각해?”

“으응?”

아이리스는 비앙카의 말을 하나도 듣고 있지 않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문을 표했다.

“아이리스에게 검 스승이 없다면 비앙카씨가 아이리스에게 검 스승이 되어주고 싶데. 만약 아이리스가 비앙카씨를 따라가면 -…응?”

말을 다 잇기도 전에 아이리스가 고개를 저었다. 그와 동시에 내 옷을 꽉 붙잡았다.

‘크흡..’

나 없이는 어디에도 가지 않겠다는 몸짓에 감동의 쓰나미가 밀려왔다. 속으로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눈물을 닦아내며 비앙카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아이리스는 저와 떨어지고 싶지 않은가 봐요. 아무래도 유일한 가족이다 보니.”

“으음…곤란하네.”

비앙카가 미간을 구기며 말했다.

“넌 이미 팔린 상태라 최상층에 데려갈 수 없거든.”

“네? 제가 팔려요?”

나는 곧바로 오늘 만났던 좀비를 떠올렸다.

‘잘 넘긴 줄 알았는데 이미 팔린 상태였다고?!’

아이리스와 헤어지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등 뒤로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비앙카는 굳은 내 표정을 보며 손을 저어 보였다.

“팔린다고 해도 사용권이 팔린 거지 너 자체가 팔린 건 아니야.”

“사용권이요?”

“그래, 이곳 투기장 검투 노예는 일정 이상 인기가 쌓이면 돈이나 권력이 있는 분들에게 사용권이 팔리게 되거든. 쉽게 말해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 수 있는 이용권이지.”

밖으로 팔려 갈 일 없다는 말에 안도감이 밀려왔다.

“하아..다행이네요. 아이리스랑 떨어지게 되는 줄 알고 당황했거든요.”

“하하하! 서로 아끼는 모습이 정말 귀엽다.”

비앙카는 또다시 즐겁게 웃어 보이더니 다시 한 번 더 아이리스를 향해 말했다.

“날 따라오면 있는 놈들한테 사용권이 팔리지 않아도 되고, 투기 경기도 마음 내키는 대로 나갈 수 있어서 목숨을 위협받지도 않아. 노예 생활에선 완전히 손을 뗄 수 있다는 말이지.”

비앙카는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거기다 아까처럼 귀찮은 기 싸움도 안 해도 되고.”

“기 싸움이요?”

“각 층에 비슷한 강자들을 모아두다 보니 생긴 부작용이지.”

비앙카는 착실하게 대답하며 재차 질문했다.

“어때? 이만한면 꽤 좋은 조건인데. 아! 거기다가 천재적인 검사에게 검술까지 배울 수 있어!”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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