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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1

    <41 – 그만 좀 싸워>

     

    1.

    “청소부? 이상했다냐. 난 처음에 걔들이 시트를 축축하게 적실 일이라도 저지른 줄 알았어. 보다시피 나 같은 수인은 발정기가 흔하다냐.”

     

    111호 입주생 오크노디의 또 다른 옆방인 110호 입주생 제냐가 털 난 앞발에서 발톱을 스르륵 뽑았다가 집어넣었다.

     

    “냄새를 맡아보니 발정기는 아니다냐. 수상해서 염탐을 했더니 다른 의미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냐.”

    “이상한 소리?”

    “이어지지 않는 대화를 하고 있었다냐.”

    “이어지지 않는 대화? 오크노디와 옆방의 헤스티아라는 버서커가?”

    “둘 다 다른 사람이 있는 것처럼 대화했다냐. 친구가 없는 불쌍한 아싸들이다냐.”

     

    혼잣말이라니.

    이사벨은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었다.

     

    ‘오크노디는 어렸지.’

     

    아무리 자신이 보호자처럼 함께 해도 또래의 친구처럼은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손윗사람만 있고 또래친구는 없는 오크노디가 정서적으로 어긋나서 방 안에서 상상친구와 대화를 하는 일은 충분히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접하는 자신의 마음이 무너지는 것은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근데 스탯석이 머냐? 스탯석을 줄 테니까 호감도를 올려달라는 말을 종종 했다냐.”

    “하아… 스탯석은 그 아이가 아끼는 돌에게 붙이는 이름이에요.”

    “돌을 모은다냐? 우냐냐! 마을의 애기들이랑 똑같다냐. 귀여운 취미다냐.”

     

    차라리 이 고양이 수인 제냐에게 말을 걸면서 스탯석을 주면 친해질 수 있을 텐데.

    야속한 마음도 잠시, 이내 무언가를 깨달았다.

     

    “제냐씨는 몇 살인가요?”

    “나님은 15살이다냐!”

    “아……. 오크노디의 또래친구로는 무리겠네요.”

     

    15살도 충분히 어린 나이지만.

    오크노디의 천재성에 비견되기에는 부족하다.

     

    ‘너무 뛰어나서 또래 친구가 없는 고독함이란 정말 불쌍하구나.’

     

    이사벨은 안타까움을 느꼈다.

     

     

    * *

     

     

    대답하는 문의 호감도 올리기는 지지부진했다.

     

    “혹시 원하는 거라도 있어?”

    “우리 집에 놀러와.”

     

    호감도아이템을 물어봤더니 은근슬쩍 위험한 소리를 해댄다.

    대답하는 문이 사는 111.1호.

    벽의 안쪽으로 들어오라는 유혹이다.

    당연히 들어가면 안 된다.

    저 문에서 빠져나갈 방법은 다른 사람이 대신 들어가는 방법뿐이라는 고인물들의 제보가 있다.

    절대로, 무슨 일이 있어도 문에 들어가면 안 된다.

     

    “오크노디. 요즘 혼자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던데. 하는 일이라도 있어?”

    “그냥 이것저것 해요.”

    “혹시라도 무슨 걱정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줘. 나는 네 편이니까.”

     

    이사벨은 오늘따라 부쩍 친절했다.

    다과회에서 보는 아카디아도 그렇다.

    머지?

    어린이날은 아직 안 왔는데?

     

    “고민거리 말고 자랑거리는 있어요!”

     

    벽한테 호감도 올리는 법을 묻느니 자랑질이나 하자.

    어느덧 제법 묵직해진 돌주머니를 풀었다.

     

    “돌을 모았다고?”

    “봐요. 엄청 많이 모았죠?”

     

    비장의 컬렉션에 감동이라도 받았는지 이사벨의 말문이 막혔다.

     

    “이거까지 먹으면 배불러서 음식을 못 먹으니까 일단은 모아만 두고 있어요.”

    “몇 개나 모았어?”

    “여덟 개요.”

     

    기숙사랑 근처부지에서만 다섯 개나 되는 스탯석을 박박 긁어모았다.

     

    [경비병의 경비초소에서 스탯석을 빼돌렸습니다.]

    [숨기 경험치+10]

    [잠입 경험치+3]

    [마법감지 경험치+3]

    [색적 경험치+2]

     

    [나무 위 새둥지에서 스탯석을 빼돌렸습니다.]

    [오르기 경험치+5]

    [숨기 경험치+3]

    [색적 경험치+1]

     

    [개들이 노는 수상한 흙더미에서 스탯석을 찾았습니다.]

    [파헤치기 경험치+9]

    [따돌리기 경험치+4]

    [속임수 경험치+3]

    [숨기 경험치+3]

     

    [기숙사 건물 벽 위에 박힌 장식에서 스탯석을 찾았습니다.]

    [오르기 경험치+13]

    [숨기 경험치+7]

    [균형감각 경험치+7]

    [등반 경험치+3]

    [야행 경험치+3]

     

    [기숙사 사감선생님의 안방에서 스탯석을 빼돌렸습니다.]

    [숨기 경험치+8]

    [자물쇠따기 경험치+3]

    [잠입 경험치+3]

     

    [숨기]로 경비병의 경비초소에서 하나, 새둥지에서 하나, 수상한 흙더미 속에서 하나, 기숙사 건물 벽에서 하나, 기숙사 사감의 안방에서도 하나.

    아카데미 신입생이 섬 내에서 입학 전에 모을 수 있는 스탯석은 대부분 모았다.

     

    역시 만능의 숨기.

    키우길 잘했어!

     

    “기숙사 사감선생님이 아침부터 우울한 얼굴로 창밖을 바라보며 한숨만 쉬던 이유가 그것 때문이었네.”

     

    이사벨이 내 귀를 덥석 붙잡았다.

     

    “악! 아파요.”

    “아프라고 잡은 거야. 아무리 돌이 좋아도 그렇지, 남이 아끼는 것까지 절도를 하면 어떡해?”

    “그럴 리가 없어요. 사감선생님이 우울한 건 돌 때문이 아니라고요!”

    “정말?”

     

    귀를 붙잡은 손에 힘이 빠진 틈에 냅다 손을 쳐내고는 폴짝 거리를 벌렸다.

     

    “으우우. 이사벨 언니. 믿고 있었는데. 이런 심한 짓을 하다니.”

    “남의 방에 들어가서 돌을 훔치고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누구라도 오해하잖아. 사감선생님은 왜 우울해 하시는 건데?”

    “그분은 남자친구가 없어서 우울해하시는 거예요!”

     

    진짜다.

     

    <사감선생님의 고민 이벤트>

    사감선생님에게는 고민이 있다.

    바로 꽃다운 청춘을 아카데미에서 보내며 남자와 만날 기회를 잃어간다는 것!

    여성으로서의 자신감을 잃어가는 선생님에게 근사한 남자를 소개시켜주자.

     

    플레이어 본인이 스스로를 당당하게 소개해도 좋다.

    아니, 애초에 그러라고 있는 이벤트다.

    <노처녀지만 꾸미고 보면 미녀> 유형을 좋아하는 플레이어들은 사감선생님의 호감도를 적극 공략하고 공략법을 공유하기도 한다.

    게임을 야겜 즐기듯이 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단골루트라는 말씀!

    내 취향은 아니라서 공략한 적은 없지만.

     

    “하아. 걱정해서 손해 봤네.”

    “그럼 이제 훈련장이나 가요. 제가 말한 건…”

    “그래. 둘만의 비밀로 해둘게.”

     

    훈련장으로 가는 길에는 참 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입학식 전의 시간을 보내는 방법은 사람마다 모두 제각각이었다.

     

    발 닿는 대로 아카데미 부지를 돌아다니며 건물구경을 하는 도둑길드 출신 입학생.

    벤치에 앉아서 따스한 햇볕을 쬐면서 꾸벅꾸벅 조는 드루이드 입학생.

    새로운 ‘멍멍이’를 구해서 ‘앉아’와 ‘물어와’를 시키며 원반을 던지고 놀아주는 사디스트녀.

    <포인트>를 어떻게 모으고 사용할지를 교관에게 물어가며 적응하고 있는 지젤 등등.

     

    “방금 그 원반녀, 사람한테 이상한걸 시키고 있지 않았어?”

    “괜찮아요. 그 사람은 마조니까.”

    “…오크노디. 그런 말은 어디서 배웠어?”

    “마조요? 그런 건 상식이잖아요. 애들도 알만큼은 다 안다고요.”

    “…다음에 너희 집사와 메이드와 면회를 하거든 꼭 날 불러줘.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니까.”

    “생각해볼게요.”

     

    보도블록의 색이 다른 블록을 껑충껑충 뛰어넘는 일에 몰두하기를 10분.

    이사벨이 내 어깨를 건드리며 주의를 주었다.

     

    “다 왔어. 거긴 훈련장으로 가는 길이 아니야.”

     

    [10분간 보도블록 뛰어넘기 놀이를 했습니다.]

    [균형감각 경험치+3]

    [리듬감 경험치+2]

    [멀리뛰기 경험치+1]

    [혼자 놀기 경험치+1]

     

    히히 재미따.

    방실방실 웃으며 훈련장에 들어가려던 우리는 훈련장 앞에 모인 인파를 발견했다.

    사람들 사이에서 언성이 높아지는 것이 무언가 시비가 붙은 모양이었다.

     

    “싸움이 났나본데. 그냥 지나갈까?”

    “구경할래요!”

    “…구경거리를 놓칠 아이가 아니긴 하지.”

     

    신이 나서 달려간 것까지는 좋았는데 문제가 생겼다.

    키가 너무 작아서 앞이 안 보여…!

    응시생들 뒤에서 폴짝폴짝 뛰는 내 모습에 이사벨이 피식 웃고는 겨드랑이 사이로 팔을 넣었다.

     

    “아핳핳! 간지러워요!”

    “움직이지 말아봐. 들기 어렵잖아.”

    “흐읏… 읏…”

    “이상한 소리 금지.”

    “힝. 진짜 간지러운데.”

     

    결국 겨드랑이를 잡아서 들어 올리는 대신, 손오천이 해줬던 것과 마찬가지로 목말을 탔다.

     

    “목 아프니까 얌전히 있어.”

    “네에.”

     

    이사벨의 머리를 손으로 짚고 고개를 쭈욱 위로 뻗으니 소란의 중심지가 보였다.

    그런데 이거, 상황이 많이 안 좋다.

     

    “얘가 그 용병이야? 서부용병연합의 유일한 상급반 입학생.”

    “맞아. 저렇게 무식하게 큰 근육을 지닌 여자는 용병밖에 없지. 마나연단법도 몰라서 근육의 압축도 못 하는 평민. 킥킥.”

    “꼴사나워. 체형이 꼭 고릴라 같아.”

    “맞아. 그것도 버서커잖아.”

    “싫다~. 걔네들 다 탈락한 것도 버서커라서 아군도 다 잡아서 그런 거 아니야?”

    “실은 광화 한 적 없지만 미친 척 하고 경쟁자를 전부 탈락시켰다거나?”

    “꺄~ 너무 음침해!”

     

    <그룹경쟁(2) 이벤트>

    광전사 헤스티아.

    A그룹 상급반 입학생 중 한 명인 그녀를 B그룹 상급반 입학생들이 주도적으로 괴롭히고 있습니다.

    훈련장의 시설사용을 독점하려는 B그룹의 횡포에 시달리는 헤스티아.

    그녀는 화가 나면 사람을 찢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사람이 찢겨지면 B그룹 입학생들도 조금은 A그룹의 눈치를 보지 않을까요?

    헤스티아를 돕는지 방치하는지 선택은 플레이어인 당신의 몫이지만요!

     

    <광란의 헤스티아>.

    챕터보스의 조기각성 트리거이벤트가 떴다.

     

    ‘머지? 신종 자살방법인가?’

     

    저러다 헤스티아 눈 뒤집히면 진짜 팔다리 찢기는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플리즘님 5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남들이 보기엔 집단따돌림
    플레이어가 보기엔 사람 찢기기 직전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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