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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1

        제자 씻는 데 불쑥 들이닥친 니노미야 아이카.

        

        성별을 바꿔 생각하면 범죄 그 자체였고, 딱히 바꿔 생각하지 않아도 몹쓸 짓이었다.

        아무리 스승과 제자 사이라고 해도 그렇지. 남녀가 유별한데 어찌 둘이 같이 씻는단 말인가.

        

        하지만 그녀는 태연했다.

        

        

        ‘난 쭉 독학이었으니 잘 모르지만, 만화에서 자주 나왔지? 스승이 제자 등 밀어주는 거.’

        

        

        아이카 자신은 만화 같은 유치한 것보단 소설, 그것도 중국 무협지 위주를 좋아하지만…

        스승이 제자 씻겨주는 정도는, 애들 보는 만화에 자주 나오니까. 그리고 난 여자니까.

        사제지간에 이 정도는 괜찮지 않나?

        

        잘못된 상식이 일으킨 대참사였다.

        

        

        ‘그리고… 좀 화난단 말이지. 아무 반응 없는 것도.’

        

        

        추가로, 약간 음흉한 의도도 숨어 있었다.

        

        첫날 자신을 보고 그리 흥분했던 유진 아닌가.

        그런데 고작 1주일 지났다고 태연?

        자신이 목욕 가운 한 장 차림에, 숫제 올라타기까지 했는데 반응 안 해?

        

        …내가 그렇게 여자로서의 매력이 없나?

        12살 차이 나는 여자한텐 까딱도 안 한다 이거야?

        

        이런 생각에 내심 제대로 긁혀버린 아이카였다.

        주책도 이런 주책이 없었다.

        

        

        ‘최면을 금했으니 도망 못 치겠지. 승부다. 제자야.’

        

        

        자신을 보고 잔뜩 흥분해달라, 이런 건 결코 아니지만…

        남자로서 당연한 생리 반응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아주 조금이라도.

        이런 생각에 조금 대담하게 나온 아이카.

        

        덕분에 유진만 죽을 고생이었다.

        

        

        ‘스승님이 의외로 순진한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였을 줄이야. 죽겠네.’

        

       ​

        지금 자신은 허리에 수건 한 장 두른 게 끝.  

        간신히 가리긴 했지만, 정말 가리기만 하지 않았는가.

         

        이 와중에 발도라도 해버리면?

        대참사라는 말로도 모자란 상황이 연출될 게 분명했다.

        참아야만 했다.

        

        한데…

        습기 찬 욕실 안, 사랑해 마지않는 여자가 목욕 가운 한 장 차림으로 같이 있잖아.

        쓰읍. 참을 수 있을까.

        절로 불안해지는 유진이었다.

        

        

        ‘참아야 한다…!!!’

        ‘어디까지 참나 보자꾸나.’

        

        

        결과, 사제 간의 숨 막히는 수 싸움이 시작됐다.

        

        

        “우선 물부터 뿌려주마. 어디, 뜨겁지 않은가?”

        “기왕이면 냉수로 부탁드립니다. 더워서.”

        “각하한다. 이럴 때일수록 따듯한 물에 근육을 풀어줘야 하는데, 냉수라니. 말도 안 되지.”

        

        

        1라운드. 은근슬쩍 찬물로 진정 효과를 노린 유진과, 1초의 망설임 없이 응수한 아이카.

        아이카의 완승이었다.

        

        

        “그럼 씻겨주마. 자….”

        

        -문질문질.

        

        “뭉친 근육을 풀어줄 테니, 아프더라도 움직이지 말고 가만 있거라.”

        

        

        2라운드. 본격적인 씻겨주기 시간.

        거품 가득한 손이 맨살 위를 자유로이 오갔다.

        

        아이카의 얼굴에 낭패가 들어서는 데는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꾹꾹.

        

        ‘여기서부터 어쩌지? 이렇게 씻겨주는 정도로는 반응 안 할 것 같은데?’

        

        

        제자의 반응을 봐서 자존감을 채우곤 싶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뭔가 야한 짓을 할 생각은 없는 아이카.

        그녀는 어디까지나 그가 알아서 흥분하길 바랬다.

        노처녀 주제에 욕심이 참 많았다.

        

        반면, 유진은?

        

        

        -질끈.

        

        ‘이사장 얼굴 생각하자. 그 할망구 화장 지운 맨얼굴 생각하면, 서던 것도 죽을 터…!!!’

        

        

        무려 60살 이사장, 설하연의 얼굴을 연신 머리에 그리는 중.

        잔인무도한 정신적 자해 덕에 유진은 평정을 유지했다.

        

        2라운드는 유진의 완승.

        추가로, 깨져버린 홍삼주 생각에 입맛만 쩝쩝 다시는 설하연의 총체적 패배였다.

        

        아이카의 눈가가 차가워졌다.

        

        

        “———이제 뒤돌거라.”

        “…잘못 들었습니다?”

        “뒤 돌라고 했다. 앞쪽 근육도 풀어줄 테니.”

        “네!?”

        

        

        그러며 말하길, 뒤 돌아라.

        

        유진의 평정이 무참히 깨졌다.

        서로 옷차림이 이런데, 아예 마주 보자니.

        뺑소니를 넘어 과실치사를 노리시는 겁니까. 스승님.

        

        유진이 처음으로 반항했다.

        

        

        “그건 진짜 아닌 것 같습니다, 스승님! 아무리 그래도 차림이 이런데, 서로 마주 보는 건….”

        

        -쿡.

        

        “……끄흑!!!?”

        “나름 풀어준 팔이 이 정도인데, 다른 근육이 성할까. 잔말 말고 뒤돌거라.”

        “그, 그럼 최소한 끝나고 하죠! 꼭 욕탕에서 해야 하는 건 아니잖습니까!”

        “땀을 두 번 흘리는 짓을 왜 굳이. 그리고, 뜨거운 물로 찜질도 해줘야 하니 말이다.”

        “……하아. 예.”

        

        

        그러나 유진은 마지못해 뒤돌 수밖에 없었다.

        그에게 스승의 말을 듣는 건 ‘상식’.

        심지어 자신을 위하는 말 아닌가.

        거스를 수 없었다.

        

        물론, 뒤돌면서도 눈은 꽉 감은 채.

        덕분에 아이카가 마음껏 도원향을 구경했다.

        

        

        -꿀꺽.

        

        ‘이, 이렇게 보니 나 몹쓸 짓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애들 만화에서도 이런 장면은 안 나왔던 것 같은데?’

        

        

        진짜 새삼스러운 죄책감은 덤.

        

        잠시 고민하던 아이카는, 그럼에도 손을 움직였다.

        이미 낙장불입. 이제 와서 주저한다면 오히려 이상해질 테니까.

        

        푸른 기운을 머금은 손이 유진의 아랫배로 향했다.

        

        

        “복부 근육이 말이 아니군. 기운을 써서 풀어줄 테니, 손 치우거라.”

        “…네. 잘 부탁드립니다.”

        

        -꾹꾹.

        

        

        수건을 꾹 누르고 있던 손도 치운 후.

        한동안 맨살 지분거리는 소리만이 이어졌다.

        

        둘의 얼굴이 급속도로 붉어졌다.

        

        

        ‘이, 이, 이거 좀… 손 조금만 내리면 닿겠는데?! 내가 손가락으로 톡- 건드리기만 해도 보이겠는데!!?’

        

        

        아이카의 손은 자꾸만 머뭇머뭇.

        자신의 손짓 한 번이면, 무슨 상황이 일어날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침이 마르는 기분이었다.

        

        유진 역시 비슷했다.

        

        

        ‘설하연, 설하연, 설하연, 설하연….’

        

        -사락.

        

        ‘……옷자락 스쳐서 집중이 안 돼!!!’

        

        

        필사적으로 이사장의 얼굴을 떠올려보지만, 집중이 쉽지 않았다.

        조금 몰입하려 치면 아이카의 소맷자락이 살랑살랑.

        제 스승이 지금 목욕 가운 한 장 차림이라는 빨간약을 강제로 먹여지는 기분이었다.

        

        심지어 자세는 어떠한가.

        자신은 목욕 의자에 다소곳이 앉은 채.

        스승은 그런 자신 앞에 무릎 꿇은 채, 정중하게 손을 내뻗은 중 아닌가.

        

        이 상황에 발도라도 해버렸다간?

        

        

        ‘스승님한테 손목치기 시전하는 변태가 될 순 없어!!’

        

        

        상대의 손목을 노리는 검도 기술.

        일본에선 ‘코테우치’라고 부르는 손목치기가 시전된다.

        그런데 이제, 목검이 아닌 육검으로 하는.

        

        절박해진 유진이 이를 악물었다.

        

        

        -까득.

        

        “……!!!!?”

        ‘제자, 저렇게 얼굴이 새빨개져선. 그리 부끄러웠던 게냐!?’

        

        

        덕분에 약간 돌아온 아이카의 이성.

        뒤늦은 깨달음이 뇌리를 스쳤다.

        

        유진은 전력을 다해 참는 것뿐이지만…

        얼굴이 새빨개진 채 이를 악무는 게, 어찌 보면 부끄러움을 견디는 걸로도 보이는 상황.

        

        아! 아무리 그래도 이건 내가 선을 넘었구나!

        이런 깨달음에 탄식이 절로 나온 아이카였다.

        

        다급히 손을 뗐다.

        

        

        “미, 미안하구나. 사내아이가 그리 부끄러워할 거라곤 생각 못 했는데. 과연 이건 좀 그렇겠지.”

        

        -허둥지둥.

        

        “세신도 다 끝났으니, 난 나가보마. 천천히 나오거라!”

        

        

        황급히 몸을 일으켜 뒷걸음질 친 건 덤.

        여자로서의 자존심이고 나발이고, 그녀에겐 제자가 제일 중요했기에 나온 행동이었다.

        

        이대로 끝났다면 그나마 해피 엔딩이었겠지만…

        

        ———불행히도,

        

        

        -미끌.

        

        “……!!!!?”

        

        

        욕실 바닥은 물과 거품으로 미끌미끌.

        심지어 아이카는 거의 튕겨지듯 몸을 일으킨 채.

        

        기세를 이기지 못한 몸이 뒤로 기울어졌다.

        욕실에서 흔히 일어나는 안전사고. 미끄러워 넘어지기.

        그게 결국 아이카에게도 찾아온 것.

        

        물론, 그녀는 썩어도 S급 1위.

        그 어떤 상황에서도 몸의 중심을 유지할 수 있는 최강의 각성자지만…

        

        

        ‘자세를 바로잡….’

        

        -흘낏.

        

        ‘…제자가, 살짝 반응하고 있어?!!’

        

        

        하필이면 그때, 유진의 인내심도 슬슬 한계였기에.

        그녀는 자세를 가다듬지 못하고 쓰러져 버렸다.

        각성자가 된 후로는 처음 찧어보는 엉덩방아였다.

        

        

        -철퍼덕!

        

        “…히엣!?”

        

        

        주책맞은 신음은 덤.

        

        아파서 낸 소리는 아니었다.

        그녀는, 맞아보진 않았지만 핵폭탄을 맞아도 살지 않을까 싶은 자신이 있었으니까.

        

        이건 그저 몸에 물이 확 튀겨 놀라 낸 소리.

        

        …하지만, 유진의 눈을 부릅뜨게 하기엔 충분한 소리였다.

        

        

        ‘넘어지는 소리!!?’

        

        -번쩍.

        

        

        세상에, 스승님이 넘어졌다고?

        그 S급 1위, 니노미야 아이카가?

        날 안마하느라 얼마나 기력을 쓰신 거야.

        그것보다 어디 넘어지면서 찧기라도 했으면 어떡해.

        

        걱정되는 마음에, 당장 시선을 그녀에게 향했고…

        

        

        “스승님, 괜찮으… 세…….”

       

        “괘, 괜찮다. 그저 미끄러워 잠시 넘어진 것 뿐이니.”

        “어우야.”

        

        

        ———건실한 청년, 8톤 트럭에 압사당하다.

        호상이었다.

        

        

        “……? ………!!!!!!? 미, 미안하구나. 못 볼 꼴로!!”

        

        -후다닥.

        

        

        제 꼴을 깨달은 아이카 역시 수치사 직전이 되어 허겁지겁 밖으로.

        

        놀랍게도, 얼굴이 새빨개진 둘이 하는 생각은 똑같았다.

        

        

        ‘모, 못 보셨겠지?!’

        ‘아, 아, 안 보였겠지?!!’

        

        

        참 잘 어울리는 사제지간이었다.

        

        

        * * *

        

        

        잠시 부적절한 사건이 벌어졌지만, 우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저녁식사를 시작했다.

        

        

        “제, 제, 제자야. 어떠냐. ‘치킨 난반’이라는 요리인데, 치킨을 좋아한다길래 특별히….”

        “마, 맛있어요….”

        

        

        …물론, 실제론 아무 일 있었기에.

        달아오른 볼은 좀처럼 식질 않았다.

        

        심지어 스승님 반응도 신경 쓰여 죽겠단 말이지.

        그냥 엄한 곳이 보였을까 저러는 거라면 낫지만…

        혹시라도, 보셨다면?

        

        걱정돼서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이런 기묘한 대치상태는, 설거지가 끝날 때까지 계속됐다.

        

        

        “제가 설거지 할게요.”

        “내가 할 테니, 넌 저리 물러나….”

        

        -멈칫.

        

        “……그, 그렇다면야. 제자 네가 하거라.”

        

        

        ‘가사는 여자의 몫’이라 주장하는 스승님이, 날 기어코 싱크대에 세우다니.

        생각 이상으로 심각한 상황이었다.

        

        때문에 설거지하며 치열하게 고민했다.

        첫 날처럼 미리 머리 박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고.

        

        

        ‘못 볼 거 보여드려 죄송하다고 하자. 정확히 못 볼 게 뭔지는 두루뭉술하게 둘러대도 되니까. 응.’

        

        

        기나긴 고민 끝. 그냥 도게자부터 하기로 한 나.

        

        앞치마에 손의 물기를 훔치며, 비장하게 뒤돌았고…

        

        

        “스승….”

        “무, 무슨… 이게 대체 무슨…….”

        “……?”

        

        

        휴대폰을 보며 당황 중인 스승님과 마주쳤다.

        

        눈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커지신 게, 내 유진도를 처음 봤던 날을 떠올리게 하는 수준.

        

        

        “왜 그러시나요…?”

        “일본에서, 인기 검색어가… 보, 보거라! 이게 정말, 나도 영문을 모르겠다만.”

        

        [1. 二宮愛佳ユジン結婚]

        

        “이런 게 나돌고 있다!!”

        “인기 검색어 1위? 앞은 스승님 이름 같고. 뒤는 무슨 뜻이에요?”

        “———니노미야 아이카, 유진. 결혼!!”

        “……!!!!?”

        

        

        나 역시 비슷한 표정이 되었다.

        

        …아니, 일본 너네 뭔데 남 인생 스포일러하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김이파리 님 10코인 선물 감사합니다!
    감사의 곡예사를 시기다른래퍼들의반대편을바라보던

    + ‘정말 건전하고 밝은 소설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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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an with Hypnotic Powers Doesn’t Hold Back the Second Time Around

The Man with Hypnotic Powers Doesn’t Hold Back the Second Time Around

2회차 최면교배 아저씨가 능력을 안숨김
Score 5.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Since I regressed, I decided not to hide my abilities.

“Hypnosis, huh? That’s amazing! Hypnotize me too!”

“How about me, instead of that sly fox? If you join our clan… you, you can hypnotize me!”

…Maybe I exposed it too mu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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