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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1

       당초 계획은 이른 새벽에 엘리스를 습격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반란군의 지휘관 필레스는 시간을 뒤로 미뤘는데. 이는 철의 방패를 배려했기 때문이다.

       

       

       물론 대외적으로는 철저하게 숨겼지만. 왜 기습이라는 유리한 고지를 버려가며 그들을 떠나보내려고 하는 걸까. 그야 간단하다. 결과는 이미 뻔하니까.

       

       

       당장 엘리스에 주둔하고 있는 영웅 길드만으로도 벅찬데. 거기에 성기사단에 용병단, 심지어 형님이 만든 골렘까지. 질적으로나 숫적으로나 패배였다.

       

       

       그럼에도, 굳이 여기까지 돌아와서 반란군에 참여한 이유가 무엇일까. 필레스 본인도 잘 모르겠다. 어쩌면 형님처럼 자신도 그저 바보였을지도 모르지.

       

       

       아니면 너무 지쳐서 포기하고 싶어졌거나.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서 격차는 더더욱 벌어진다. 어제의 엘리스가 오늘의 엘리스보다 더 약하니. 그나마 세력이 모인 지금이 최고 적기라고 할 수 있다.

       

       

       저 멀리 동이 트고 있는 하늘을 말없이 지켜보던 필레스는 고개를 돌렸다. 아마 오늘이 지나면, 더 이상 형님의 묘지에 찾아오는 사람은 한 명도 없겠지.

       

       

       “뭐, 그래도 최선은 다해보겠수다. 형님.”

       

       

       그러니 실패해도 너무 원망하지는 마쇼.

       

       

       마지막 성묘를 끝내고 언덕에서 내려오자. 무장한 병사들이 필레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빈민촌에서 시작되는 반란이라고 하기에는 무장이 꽤나 좋았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왕자님.”

       

       

       “……아저씨, 용캐도 살아있었네.”

       

       

       “죄송합니다.”

       

       

       “탓하려는 것은 아니고. 반가워서.”

       

       

       상당한 덩치에 굳은 표정을 하고 있는 남자가 필레스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의 이름은 아놀드, 엘리스 병력을 관리하는 책임자이자 형님의 전 심복이다.

       

       

       그런 그가 어째서 반란에 합류했느냐. 아주 잠깐만 생각해 보면 의외로 답은 아주 간단하다. 아마 병사들과 장교의 자리까지 골렘들이 차지해서 그렇겠지.

       

       

       사람은 자신의 이득이 줄어들면 불만이 생긴다. 그리고 그것은 절대 누를 수 있는 게 아니야. 물론 마지막까지 형님의 편에 섰던 것은 높게 사긴 하지만.

       

       

       “감동의 재회는 거기까지만 합시다. 시간이 얼마 없다고요?”

       

       

       “저 자가 붉은 거북 용병단의 단장인가?”

       

       

       “맞습니다. 안레미카라고 불러주십쇼.”

       

       

       “만나서 반갑네, 내 이름은 필레스일세.”

       

       

       붉은 거북 용병단은 10년 전부터 지금까지 엘리스의 경비를 맡아왔던 용병단이다. 그런 그들이 어째서 아놀드에게 설득되어서 반란에 합류하게 되었나.

       

       

       “그야 돈 때문이지.”

       

       

       “…….”

       

       

       “달마다 정기적으로 1%의 마석을 받을 수 있다며? 그럼 그걸 팔아서 단숨에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차라리 알기 쉬워서 좋군.”

       

       

       탐욕 때문에 한치 앞을 보지 못하는 부류였나. 살짝 의심이 가지만, 아놀드가 고용한 용병이니까. 그냥 그러려니 했다. 어차피 이제는 아무래도 좋으니까.

       

       

       “모두 준비해라! 결전의 때가 왔다!”

       

       

       만약 내가 형님이었다면. 꼭 그게 아니더라도 마스터처럼 당당하고 강했다면. 일장 연설이라도 늘어놓았겠지만, 애석하게도 내게는 그런 말재주가 없다.

       

       

       그럼 그냥 한 마디하고 말아야지.

       

       

       못하는 것은 억지로 하는 게 아니다.

       

       

       필레스가 가장 앞에서 걸어가기 시작했고, 그 뒤를 반란군들이 따라가기 시작했다. 얼마 정도 걸었을까. 바닥에서 꾸물거리는 액체가 그들 앞에 나타났다.

       

       

       [불법 무장 활동 확인.]

       

       

       [모두 무장을 해제하십시오.]

       

       

       그건 바로 엘리스가 자랑하는 골렘들이었다. 그들의 손에는 다양한 무기가 하나씩 들려있었다. 형님의 발명품을 멋대로 악용하다니. 필레스는 조소했다.

       

       

       “웃기고 자빠졌네.”

       

       

       Jewelry Lightning.

       

       

       동시에 필레스의 손에서 강렬한 연두색 섬광을 머금은 번개가 휘몰아쳤다. 나뭇가지처럼 뻗어나간 번개에 닿은 골렘들. 정확히는 안에 마석이 반응했다.

       

       

       [기능 정지.]

       

       

       [치명적인 손상 확인.]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습니다.]

       

       

       “엘리스가 자랑하는 무적의 군단이 이렇게 쉽게……?”

       

       

       “저게 바로 필레스 왕자님의 힘이다.”

       

       

       안레미카는 무너진 골렘들을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엘리스의 골렘들은 무적의 군단으로 악명이 높다. 마석을 부수지 않는 이상, 계속해서 재생하니까.

       

       

       그렇다고 골렘의 본체가 쉽게 부서지는 것도 아니다. 어지간한 달인이 아닌 이상, 골렘을 베는 것도 매우 벅차다. 그런 존재가 죽지 않고 계속 살아난다니.

       

       

       그래서 처음에는 이것들 자살하려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하긴 했었다. 물론 믿는 구석이 있으니 반란을 일으켰을 거라고 판단했고. 그게 정답이었다.

       

       

       “마석의 힘을 끌어내서 조종하거나 폭주시킬 수 있는 힘. 저게 바로 엘리스를 다스릴 적통자들에게만 주어지는 선택받은 왕족이라는 증거다.”

       

       

       “과연…… 그렇다면 골렘으로는 막을 수 없겠군.”

       

       

       “그래봤자 내가 직접 조종할 수 있는 골렘은 10기도 안 돼.”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안레미카의 판단은 정확했다. 처음에는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던 병사들도 골렘들이 기능을 정지하거나, 혹은 자신들의 편으로 돌아서자 크게 환호했다.

       

       

       병사들의 사기는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들 중 하나다. 거기다 골렘 하나의 전략적인 가치를 감안하면. 그야말로 천군만마를 얻은 거나 마찬가지다.

       

       

       “안레미카, 정보는 확실한 거겠지?”

       

       

       “물론이지. 성기사단도, 엘리스에 둥지를 튼 영웅들도. 지금은 모두 자리를 비운 상태라고.”

       

       

       성기사단은 살렌이라는 곳에 뒷처리를 해야한다고 했고. 다른 영웅들은 근처에서 날뛰는 지금 엘리스를 다스리는 왕에게 의뢰를 받고 어디론가 떠났다.

       

       

       “다시 말해서 완벽한 빈집이라는 뜻이군.”

       

       

       “정답!”

       

       

       “그렇다면 최대한 빠르게 빼앗는다.”

       

       

       “병사들이여! 모두 진격하라!!!”

       

       

       병사들의 사기는 가히 하늘을 찌를 듯했다. 골렘들의 원호를 받으며 앞으로 진격하는 그들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적어도 방금 전까지는.

       

       

       성벽에서 쏟아지는 불벼락과 전기의 창, 그리고 수많은 화살들까지. 예상하지 못한 기습에 적나라하게 노출된 병사들이 큰 피해를 입고, 골렘마저 부서졌다.

       

       

       정확히는 골렘을 부순 자들은 따로 있었다.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거리를 좁혀 기습하다니. 이게 가능한 것은 그의 기억에 딱 하나밖에 없었다.

       

       

       “성기사단……!!!”

       

       

       성기사단. 유일하게 단원들 개개인이 골렘에게 대적할 수 있는 법국의 정예 기사단. 필레스의 예상대로, 하얀색 갑옷을 걸친 그들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정예 아니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 무서웠는지. 그들은 전시 상황에서도 전열을 갖췄다. 그리고 그 중심부에서 안경을 쓴 검은색 머리카락의 남성이 걸어왔다.

       

       

       “성기사단 단장 대리 베아크, 법황 폐하의 명령을 받들어 엘리스를 수호하겠다.”

       

       

       “서, 성기사단이 남아있었어?”

       

       

       “이러면 계획과 다르잖아……!!”

       

       

       “침착해라! 성기사단 정도는 어렵지 않게 이길 수 있…….”

       

       

       “위험합니다! 왕자 전하!!”

       

       

       때를 맞춰서 병력을 수습하면 좋았을 텐데. 그러나 필레스는 당장 자신의 안위부터 먼저 챙겨야했다. 분명히 아군이라고 생각한 용병이 공격해온 것이다.

       

       

       그나마 필레스는 아놀드가 공격을 막아준 덕분에 겨우 찔리는 신세는 면했지만. 다른 병사들은 아니었다. 혼란이 병사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었다.

       

       

       “태생이 천한 용병단이라서 그런가. 감히 배신을 하다니.”

       

       

       “배신 같은 거 아니야. 난 원래 처음부터 저쪽이었다고.”

       

       

       “뭐라고?!”

       

       

       “역시 그랬나.”

       

       

       그러나 아놀드와 달리, 필레스는 예상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처음부터 대충 예상은 하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확률이 너무 낮은 도박인데.

       

       

       어째서 반란에 참가한 것인가.

       

       

       그 답은 간단하다.

       

       

       반란군의 정보를 빼돌리기 위해서.

       

       

       쉽게 말해서, 그녀는 내통자였다. 반란군의 정보를 빼돌려서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아마 아놀드도 그녀를 전부 다 신뢰했던 것은 또 아니었겠지.

       

       

       그러나 여유도 시간도 너무 없었다. 다급해진 아놀드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결국 그녀와 함께 했었고. 이렇게 넘어가고 말았다. 결국 그런 것이다.

       

       

       처음부터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운명. 이미 병력은 성기사단과 용병단에게 포위된 상태였다. 거기다 골렘들 또한 하나둘씩 나오고 있는 상태. 이미 뻔했다.

       

       

       “필레스 왕자, 이제 그만 항복하시오. 그렇다면 인도적인 죽음을 약속드리겠소.”

       

       

       아무리 발버둥쳐도 운명은 바꿀 수 없다. 그리고 필레스 왕자의 운명은 이곳이 마지막이다. 의외로 담담한 심정이었다. 아니면 처음부터 이미 포기했거나.

       

       

       그러나 필레스의 입에서 항복이라는 말이 나오기 직전에. 갑자기 쿵하는 폭음이 울려퍼지며 땅이 흔들렸다. 자연스레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돌아갔다.

       

       

       모래 먼지가 연막처럼 피어올라서 처음에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불어온 바람이 먼지를 걷어갔고. 그제야 사람들은 그들을 볼 수 있었다.

       

       

       찬란한 은발을 가진 남성을 필두로.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손에 무기를 들고, 그곳에 있었다. 필레스의 눈이 커졌다. 어째서. 대체 왜 아직 여기 있는 거야?

       

       

       “내 가족을 괴롭히는 것은 그만둬주지 않겠나?”

       

       

       상황에 맞지 않는 정중한 목소리.

       

       

       그러나 그 안에 담긴 분노는.

       

       

       수백 수천에 달하는 병력을 압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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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Guild Master in Exile

I Became the Guild Master in Exile

Status: Ongoing
I possessed the body of a guild master who ruined the guild. "We are all family." Since I was already possessed, I decided to stick to the concept hard. The guild members' obsession is no joke. Help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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