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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1

    원래도 수업에 집중을 안하던 시루드는 완전히 수업에 집중할 수 없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고싶은 것, 나아가 내가 원하는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는것이 생각보다 즐거웠다.

    학교 공부는 그냥 머릿속에 때려박는다는 느낌이었다면, 루크와의 대화는 그렇지 않았다.

    “마나는……. 물일까?”

    “물이라……! 어째서 그렇게 생각했지?”

    “그야, 어디에든 있고, 어떤 형태든 될 수 있잖아.”

    “흐음, 그렇구나. 물은 모든 곳에 기체로도, 액체로도, 고체로도 존재할 수 있지. 흥미로운 비유지만……. 그렇다면, 불은 어떤가?”

    “방금 물이라고 했는데, 갑자기 불이라고?”

    “계속 형태를 바꾸며 세상에 존재하는 물과 달리, 불은 장작과 자신을 소모해 주변에 영향력을 퍼트리지. 마법으로 마나를 사용하는 우리네들의 모습과 닮지 않았느냐?”

    “어……. 그러네?”

    선문답같은 대화였지만, 시루드는 그것을 진정으로 즐겼다.

    루크는 자신의 말을 주의깊게 들어주며 부족한 논리를 채워주었고, 그 과정에서 주고받는 대화가 상당히 재미있었다.

    시루드는 들떠서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그때였다.

    “시루드! 전학생! 너희,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하냐?”

    대화소리가 꽤 컸는지, 앞에서 강의를 하던 선생에게 거슬렸던 모양이다.

    뭐, 수업중에 딴짓을 한것은 사실이다.

    거슬릴수도 있겠지.

    “시루드! 전학생이랑 첫날부터 뭘 그리 시시덕거리냐?”

    “그, 그게…….”

    시루드는 얼굴을 붉히며 남교사의 시선을 피했다.

    남교사는 루크에게도 유감이 생겼는지, 한마디를 했다.

    “네가 입학시험의 만점자라고는 해도, 수업을 방해하면 안되는거지.”

    “그건 미안하구나. 반성하겠다.”

    “그래, 반성한다면 이 문제를 풀어봐.”

    남교사는 문제가 쓰여진 칠판을 가리키며 말했다.

    칠판에 적힌 문제는, 마나총량이 20레인일때, 1클래스 극소형 부양마법, ‘아베트’를 1g에 사용해 공중에 띄울 수 있는 최대시간을 구하라는 단순 계산문제였다.

    ‘아베트’가 사용하는 마나소모공식에 따라 공식에 계산식을 때려박기만 하면 된다.

    ‘공중에 뜬다’는 말에는, 고도가 포함되지 않으니 한없이 0에 가까운 고도로 ‘띄운다’는 가정으로 계산하라는 이야기이리라.

    루크는 곧바로 계산하여 답을 내놓는다.

    “답은 약 2분이다.”

    “어……. 맞아.”

    하지만 교사는 살짝 당황했다.

    10살짜리가 단순히 암산으로 때려맞추기엔 조금 계산식이 길어질텐데.

    “그렇다면, 이 문제는 어때?”

    다음 문제는 조금 더 ‘귀찮은’수준이었다.

    단순히 숫자만 달라졌고, 이번엔 고도가 추가되었다.

    ‘고도 1미터로 띄운다는 가정에, 들어올리는 순간과 내리는 순간에 대한 손실률을 계산에서 제외한다고? 가정이 지나치게 편협하고 실전성이 부족하잖은가.’

    들어올리는 속도와 관련한 계산식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겠다는 의도가 보였다.

    이것은 마법이 아니라, 단순한 문제였다.

    이정도면 ‘입학시험문제’랑 크게 다르지도 않다.

    “답은 약 3분이구나.”

    “맞췄어!” 

    ‘뭐, 미리 풀어놨던 모양이지.’

    너무 빨리 나온 답에,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이번엔 시루드로 타겟을 돌렸다.

    칠판의 루크가 이미 풀어버린 문제들을 지우고, 즉석에서 문제를 제작했다.

    “시루드, 넌 이걸 풀어봐. 나와서.”

    “그…….”

    시루드는 루크같은 암산은 당연히 불가능했다.

    실제로 수업을 듣지도 않고 있었으니, 루크처럼 대답을 하는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나와서 풀어보라고 해도, 나가봤자 할 수 있는건 없으리라.

    시루드가 일어서지 못하고 우물쭈물거리고 있는 순간.

    드르륵, 옆자리에서 루크가 일어나 손을 들어올리며 문제를 지적했다.

    “그대, 문제를 잘못 적었군. 그 식으로 계산한다면 시간은 음수가 나온다. 아무리 검산해보아도 이것은 그대가 실수한게 아닌가 싶구나.”

    “어?”

    교사는 루크의 지적에 칠판에 풀이를 써가며 계산을 해보았다.

    정말로 답이 음수로 나온다.

    너무 급하게 만들어서 그런지, 실수로 숫자단위를 잘못 잡은 모양이었다.

    어처구니없는 실수라는것은 인정하지만, 그 문제가 루크에게 보여진것은 불과 2~3초정도의 짧은 시간.

    정확히 풀기 위해서는 그와같은 교사도 풀이과정을 써야하는 꽤 고난이도의 문제였을텐데. 

    몇초만에 머리속에서 계산을 마치고 검산까지 했다니?

    검산했다는 말이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찰나에 문제의 틀린점을 찾아냈다는것은 놀라웠다.

    이번엔 이전처럼 미리 풀어놓을 수도 없었을텐데!

    ‘진짜 애가 똑똑하긴 한가보다…….’

    참 기가 막히는 전학생이 아닌가?

    “우와, 대단하다.”

    “진짜 만점인가봐.”

    짝짝짝.

    아이중 몇명이 박수를 치기 시작하자, 아이들이 군중심리로 반 전체를 박수소리로 채우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 사건의 중심에서, 루크는 괜히 얼굴이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뜬금없는 박수와 칭찬에 루크는 곧바로 자리에 앉으며 두 손으로 이마를 짚듯이하여 엎드렸다.

    ‘대체 이게 무슨 꼴이란 말이냐…….’

    겨우 이런걸로 박수를 받다니.

    부끄러워서 죽어버릴 것 같았다.

    이것은 너무 수준이 안맞는게 아닌가.

    루크의 그런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오히려 아이들의 장난기를 지핀다는것은 그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덕분에 박수와 환호는 꽤 지속되었다.

    그 박수와 환호의 지분에는 수줍게도, 시루드마저 끼어있었다.

    옆자리에서 들려오는 조그만 박수소리가 루크의 감정을 더욱 자극했다.

    이정도라면 부끄러움으로 마나폭주를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루크,……?

    파이는 책상을 통과해 루크와 눈을 맞추며 고개를 갸우뚱 했다.

    그러다가 문득, 박수소리와 환호성을 따라하며 기쁜듯이 몸을 떨었다.

    “너마저……. 그만하거라!”

    조용하지만 단호한 중얼거림에 대한 대답은 의외로 가까운곳에서 들려왔다.

    “미, 미안……. 그, 싫으면 관둘게.”

    “……아니, 딱히 네게 한 말은 아니란다.”

    시루드가 충격받은 목소리로 루크의 시선을 피하자, 루크는 조용히 그를 달랬다.

    ‘휴우, 이 아이는 정말 감정이 풍부한게 문제로군…….’

    그게 서클에 좋을리가 없는데 말이다.

    ———

    시간은 흘러, 점심시간이 되었다.

    아이들에게 식사는 언제나 즐거운 시간이므로 분위기는 다들 들떠있었다.

    매일 돌아오는 밥시간이 그리도 좋을까.

    아이들이 들뜬 모습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루크였다.

    “루크, 우리학교 급식은 꽤 맛있다고 들었어. 뭐, 나도 다른 학교 급식을 먹어본건 아니지만.”

    메리가 루크의 옆에서 종알종알 이야기했다.

    시루드는 옆에서 메리의 말을 듣고만 있는것이, 메리가 꽤 거북한 듯 보였다.

    “시루드군, 그대도 뭔가 말을 좀 해보는게 어떻겠나?”

    시루드는 쭈뼛거리면서 대답했다.

    “……할말이 없는데.”

    “흠, 그렇다면야…….”

    억지로 대화를 하라고 하는것도 그다지 좋은 방법은 아니리라.

    하지만 괜찮은 친구는 시루드에게도 꼭 필요한 존재였다.

    루크가보기에, 메리는 그 역할에 어울리는 듯 보였고.

    ‘둘이 친해진다면 이 내 마음도 한결 놓이겠거늘…….’

    서클은, 부정적인 감정에 특히 크게 영향을 받는다. 공포, 외로움, 우울함……. 

    그런것들은 사실 믿을만한 친구가 있다면 거진 해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러한 격언도 있지 않은가, 수만가지 마법보다 한명의 친구가 낫다고.

    완전히 틀린말은 아니었다. 

    이 넓은 세상에서 마음이 맞는 친구를 찾는다는것은 실로 마법같은 일이니까.

    그래도 마법사라는 존재는 수만가지 마법을 선택할거라는 점에서 우스운 격언이 아닌가 싶지만…….

    격언에 대해 생각하고 있자니, 저절로 살짝 웃음이 나왔다.

    루크의 소심한 미소를 본 메리는 루크의 표정이 참 마음에 들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루크?”

    “후훗, 아무것도 아닐세. 그보다, 지팡이는 언제쯤 쓰련지 참 궁금하군.”

    “그건 아마 다음 수업일 거야! 다음수업이 마법실습이거든! 루크 지팡이는 받았어?”

    “아직이다. 학교에서 지급해준다고 들었는데, 맞느냐?”

    “맞아-! 아마 다음 수업시간 시작하면 받겠네! 이름은 꼭 써놔?”

    “명심하지.”

    지팡이는 아이가 혼자서 다루기엔 위험한데다, 학교를 졸업하기 전에는 ‘무자격’이므로 지팡이를 갖고 학교를 나가는것은 엄히 금지하고 있었다.

    그것이 루크에겐 불만스런 일이었지만, 그럭저럭 납득은 되었다.

    그렇게 여러가지 학교에 대한 상식과 다음수업에대한 질문을 물으며 시간을 보내자, 금방 식당에 도착할 수 있었다. 늘어진 줄에 들어가 서자, 시루드는 가볍게 목례하고는 스윽 자리를 떴다.

    “시루드는 어디로 가는게지? 화장실이라도 가는겐가?”

    그러자 메리는 하하 웃으며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아니야! 엘프는 배식받는곳이 따로 있거든. 엘프식엔 고기가 들어가면 안되니까.”

    “그런겐가?”

    하긴, 종교적, 영양적 이유로 고기를 먹지 못하는 엘프를 생각하면 그럴수도 있겠구나 싶다.

    그들의 소화기관은 고기에 포함된 특정 마나에대해 반발하여 소화불량과 복통을 유발하고, 더나아가 발진, 두드러기, 심각하면 사망까지 할 수 있는 것이다.

    한 종족 전체가 육류 알레르기를 갖고 있다면, 이런 사회적인 시설에서도 마땅히 특별취급을 해주어야지.

    그런 생각을 하며, 루크는 하얀색 플라스틱으로 제작된 식판을 받아들며 살짝 눈을 빛냈다.

    “이건 꽤 특이한 형상이로군.”

    식판이라는 말 그대로 판에 몇개의 그릇을 접해놓은듯한 모양새였다.

    과거에는 이러한 식판은 딱히 생각해볼 필요가 없었다.

    애초에, 한 공간에 수많은 사람들에게 식사를 나눈다는, ‘배식’이라는 개념이 익숙치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엔 마법사가 굉장히 희귀한 자원이었고, 덕분에 아카데미의 전교생이 30명 남짓하던 시절이었다, 현재의 아카데미와 같은 단체생활을 유지하는곳은 군대뿐이었다.

    그리고 그들도 식판이 아닌 그릇을 사용해 뷔페식으로 식사를 하였으니, 이런 식판에 대한 생각을 할 필요도 겨를도 없었으리라.

    나름대로 효율적이라고 생각은 했다.

    집에서는 별로 쓸모가 없겠지만.

    “왜 그렇게 식판을 뚫어져라 보는거야? 뭐가 묻었어? 바꿔줄까?”

    루크가 식판을 빤히 바라만보고있자, 메리는 그것이 걱정스러웠는지 말을 걸어왔다.

    “아니, 괜찮다. 얼른 가지.”

    —–

    식사의 냄새가 가까워지자, 루크는 침샘에서 마구 침이 흐르려고 하는 것을 삼키는것이 곤혹스러웠다.

    꿀꺽, 꿀꺽.

    연신 침이 넘어가고 있었고, 메리는 그런 루크를 바라보며 웃었다.

    “그치? 냄새 좋지?”

    “그, 그렇군. 이것은 다이튼의 꼬치구이와 동등하거나 그 이상…….”

    아무래도 급식이 맛있다는 이야기는 절대 헛소리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다이튼의 꼬치? 그게 뭐야? 가게 이름이야?”

    루크의 혼잣말을 들은 메리가 물어왔다.

    “아니, 그냥 아는사람의 요리다.”

    “그래……? 그건 어떨지 궁금하네!”

    “꽤 맛있다네, 시간이 된다면, 다음에 메리양의 것도 만들어줄 수 있는지 물어보도록 하지.”

    “와! 나 초대해주는거야?”

    “안될건 없겠지만……. 모르겠구나.”

    집에 초대한다는건 필연적으로 예르나가 자신을 임시보호중이라는것을 알게 될 터인데.

    메리라면 그것을 알아도 나쁜 소문을 퍼트리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신중을 기할 필요는 있었다.

    부모가 없다는 것은 쓸데없는 동정을 사기 마련이었고, 루크는 그런 동정이 거북했다.

    그것은 이미 천수를 누린채 편안히 돌아가신 분들에대한 모욕과도 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무튼,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또 금방 식사의 앞으로 도착하였다.

    “네가 그 만점 전학생이로구나? 밥 맛있게 먹으렴.”

    루크는 도대체 자신이 왜 이렇게 유명해진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 배식을 받았다.

    그것은 세레나가 선생을 비롯한 어른들에게, ‘이번 전학생에 대한것’을 당부해왔기 때문이었다.

    혹시나하여 가정사에대해 묻지 말라고 한 것이, 역설적으로 모든 어른들이 루크를 알도록 만들어버린 것이다.

    그것을 모르는 루크로서는 만점이라는게 그토록 대단한거였나 하는 생각뿐이었다.

    잠시 후.

    식판에 식사가 하나 둘 쌓여감에따라 풍겨오는 향기가 더이상 참을수가 없었다.

    루크는 이제 침을 거의 물처럼 삼켜야했다.

    “조, 조금만 더 주면 안되겠느냐?”

    “부족하니? 지금도 좀 많이 준 것 같은데?”

    “그래도…….”

    “푸하하!”

    루크의 모습을 옆에서 보던 메리가 웃음을 터트렸다.

    “루크, 너도 수인은 수인이구나! 식사량이 만만치않네!”

    “그, 그런건…….”

    “다 먹고 빈 식판을 가져오렴, 남기면 아깝잖니.”

    “아, 알겠다. 그러지.”

    루크에게 식사는 더없이 만족스러웠다.

    현대의 향신료란!

    루크는 완전히 비워진 식판을 한차례 더 채웠고, 그것마저 깔끔히 비웠다.

    그 모습을 보던 파이가 뭐라고 중얼대기는 했지만, 적당히 흘려들었다.

    돼지울음 소리같은 걸 낸것 같았는데…….

    돼지라고 놀린거라면 조금 화가 날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천재 먹보 미소녀! 뭐야 이 귀여운 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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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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