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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1

       * * *

       

       

       

       일본제국

       

       일본제국은 러시아 내전에 촉각을 세우고 있었다.

       

       러시아의 내전 여하에 따라 러시아의 극동, 시베리아까지 뻗어 나갈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일본의 바람과는 반대로 백군의 승리로 굳어지면서 꼼짝없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 격이 되었다.

       

       

       “온실 속 화초로 여긴 황녀가 사실은 여장부라. 포성과 총탄이 빗발치는 곳에 스스로 들어가 병사들과 함께 싸운다. 이게 말이 되나?”

       “무타구치 소좌만이 아니라 파견된 우리 측 외교관도, 영국과 프랑스의 주재 무관들도 확인했다고 합니다.”

       “그 전장에서 살아남았으니, 차리나가 될 것은 분명하겠군. 게다가 정예화된 병력만 수백만이라. 이러면 러일 전쟁처럼 전쟁해서 만주를 노리는 것도 좀 그렇지 않나? 대장 대신은 어떻게 생각하오?”

       “그럼 총리대신께서는 만주 분할 쪽으로 선회하시는 겁니까?”

       “황국이 강하다 하나 극동, 시베리아까지 나가는 건 이익이 너무 적소.”

       “그럼 중국으로부터 어떻게 남만주를 얻으실 생각이신지요?”

       

       

       애초에 남만주에는 중국 군벌인 장쭤린이 힘을 키우고 있는 지역이다.

       

       장쭤린이 중화민국 정부에 반기를 든 것도 아니고. 마땅히 남만주로 들어갈 명분이 없었다.

       

       

       “그게 문제인데. 으으으음.”

       

       

       군부는 지금 한마음 한뜻으로 남만주를 먹자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었다.

       

       하라 다카시는 적어도 지금은 전쟁을 할 때가 아니라 여겼다.

       

       그러니까. 최소한 ‘명분’은 갖춰야 한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것이 있었다.

       

       

       “응? 잠시만, 분명 러시아의 아시아 기마사단이 북만주를 점령한 이유가 러시아인이 거주한다는 이유가 아닌가?”

       “예. 분명히 러시아인이 사는 땅은 러시아라고 했죠.”

       

       

       참 황국이 들어도 기가 찬 명분이다.

       

       물론 몽골 대칸의 자리를 복드 칸이 갖다 바치면서 만주에 대한 영유권을 추가로 주장하긴 했지만. 하여튼 지금은 그 명분이 중요하게 써 먹힐 것 같다.

       

       

       “조선인들이 간도, 남만주 등으로 넘어갔고.”

       “예. 불령선인들이 많이 넘어간 것으로 압니다.”

       “그리고 조선인은 대한제국이 합병되면서 우리 신민이 되었고. 그럼 남만주는 우리 황국의 땅이 되는 게 당연한 것이 아니오? 우리 신민이 사는 곳이 곧 우리 땅이니 말이오.”

       “오.”

       “이전 대한제국 황제인 이왕도 툭하면 만주를 노리지 않았소? 대한제국을 합병한 황국으로서는 명분이 차고 넘친다고 보는데.”

       

       

       대한제국 황제 고종은 러일 전쟁 이전에 군대를 일으켜 러시아와 프랑스의 묵인 아래에 만주로 진격해 청군을 두들겨 팬 적이 있었다.

       

       제 나라가 황국에 처먹히는 와중에 그딴 짓을 벌였다.

       

       물론 간도 협약으로 이건 의미가 없긴 하지만, 지금의 중국은 청나라도 아니고,

       

       기적의 논리가 완성되었다.

       

       일본제국의 조선주둔군은 압록강을 넘어 대한제국의 정당한 영토를 꿰찬 마적 두목 장쭤린을 공격했다.

       

       

       “이 개새끼들은 왜 나만 가지고 지랄이야!”

       

       

       수천의 아시아 기마사단에 두들겨 맞고 힘이 반 토막 나다 못해 예전의 기세를 회복하지 못한 장쭤린은 일본에 맞고 산둥으로 도망쳤다.

       

       

       * * *

       

       

       

       

       신생 러시아는 내전에서 한참 재건 중이었다.

       

       행정 수반은 총리에 알렉산드르 크리보셰인이 올랐다.

       

       원래 역사에서는 남러시아에서 행정수반으로 일하던 인사였다.

       

       그 이전에는 제국의 농업부 장관이었고, 의회개혁을 지지한 인물이다.

       

       러시아 군대를 지휘하겠다는 니콜라이 2세의 결정에 반대했다가 해임된 장관이지만. 혁명을 거부하고 반볼셰비키 백군에 합류했다.

       

       이러면서 또 예카테린부르크에 차르 일가가 있을 때, 구하려고 까지 한 인물.

       

       이후에 남러시아 정부를 브란겔과 함께 이끈 몸.

       

       즉, 지금으로서는 총리로 적합한 인물인데.

       

       이 사람도 원래는 죽는 몸 아닌가.

       

       이스탄불-프랑스를 거쳐 독일로 갔다가 베를린에서 죽은 것을 보면 역시 사람 인생이란 한 치 앞도 모르는 것 같다.

       

       지금까지 행적을 보면 안톤 데니킨과 함께 남러시아에서 볼셰비키와 싸우며 백계러시아인들을 이끌었던 거 같다.

       

       백군과 함께 마흐노 쪽을 감시하다가 이번에 모스크바로 올라왔다는데.

       

       

       “지금까지 크림에서 러시아 백군과 함께하셨다고요.”

       “제가 못나 폐하를 구하지 못하였습니다.”

       “이미 지난 일이고. 총리께서도 어쩔 수 없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볼셰비키의 적색테러 때문에 많은 제정 시절 관료들이 죽었습니다.”

       

       

       볼셰비키들은 자기들과 협력하지 않고, 혁명에 반대하는 제국주의자로 보이는 관료들은 싹 다 죽였다.

       

       

       “예. 참으로 극악무도한 놈들입니다.”

       

       

       지금은 그 울분을 토해내듯 정말 압박에 못 이겨 적군에 함께 한 애들을 제외하고는 남은 진골 볼셰비키들은 백군에게 반대로 백색테러를 당하며 죽고 있다.

       

       아, 그들로서 테러지 우리로서는 그냥 정의구현일 뿐이었다.

       

       볼셰비키가 다 죽고 오로지 백계 관료들만의 의회가 구성되었다.

       

       스톨리핀 아래에서 일한 백계 관료인 만큼 잘해주겠지.

       

       

       “스톨리핀 밑에서 일하셨으니, 앞으로 총리로서 잘 부탁하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콜차크는 두마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흑해 함대의 해군 제독으로 임명되었고. 이제 그럴듯하게 정부도 구성되어갔다.

       

       재무부 장관에는 남러시아의 재무부 장관이었던 미하일 블라디미로비치 베르나츠키.

       

       외무부장관에는 실제 역사에서는 콜차크의 러시아국 대표로 파리에도 파견되었던 세르게이 사조노프란 인물.

       

       농업 토지 관리부 장관에는 똑같이 남러시아 정부에서 농업 장관을 맡은 그리고리 뱌체슬라보비치.

       

       이제 어느 정도는 골격이 잡혔다.

       

       어쩌다 보니 내가 러시아군 원수 자리를 유지하면서 대칸이자 차리나이지만, 브란겔이 군사 업무를 맡아주고 있으니 문외한인 나로서는 한시름 놓았다.

       

       그 무렵, 일본으로부터 어떠한 제안이 도착했다.

       

       

       “일본이 만주 분할을 하자고요?”

       “예. 남만주는 자기네가, 그리고 북만주는 우리 러시아가 가지는 것으로 하자는 제안을 해왔습니다.”

       

       

       그리 고리 세묘노프가 일본으로부터 받은 제안이 군부를 통해 두마로 갔다가 다시 나한테 올라왔다.

       

       뭐 그 국뽕을 주체하지 못해 뭐라도 해보고 싶은 일본 다운 선택이라고 볼 수 있지만.

       

       

       “지금 일본 총리가 누구였죠?”

       “하라 다카시입니다.”

       

       

       그 인간 암살당할 때 아닌가? 분명 우익세력에 의해 암살당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래. 뭐 그건 됐다 치고.

       

       

       “두마에서는 만주분할 건을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역사가 바뀐 이상 그놈들도 장쭤린을 쳐내고 그 자리를 처먹고 싶은 모양인데.

       

       솔직히 전 한국인 감성으로 보면 만주사변이 없다고 해도 떼어주기는 싫은데 말이다.

       

       

       “두마에서는 만주 분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모양입니다.”

       “그러시겠죠.”

       

       

       일본이라고 두 번 또 전쟁을 일으킬 거 같지는 않지만, 이놈들 만주 분할 안 해? 하면서 또 선전포고 없이 러시아에 기습해버리면 귀찮아진다.

       

       두마에서 결정할 일이니 내가 뭐 싫다고 해도 될 일도 아니고. 오히려 만주를 나누면 일본 놈들도 중국을 더 신경 쓰겠지.

       

       

       “일본이 남만주를 얻으려는 이유가 뭐라고 합니까?”

       “표면상으로는 남만주철도주식회사를 효과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입니다만, 뻔한 것이겠죠.”

       

       

       그렇겠지. 그놈들이 하는 일인데, 수상하잖아?

       

       그냥 영토 처먹고 싶다! 왜 말을 못해?

       

       

       “아무리 그래도 수상스러운데.”

       “듣자하니 조선인들도 대거 이주시킬 계획이라고 합니다.”

       

       

       조선인들을 남만주로?

       

       

       “남만주로 말입니까.”

       “네. 조선인들의 소요가 심해서 흩어놓기 위해 남만주로 보낸다고 합니다만.”

       

       

       뭐 민족 이주시키는 것은 없는 일도 아니지만.

       

       만주 분할에 남만주로 조선인 이주라.

       

       일본이 참 어지간히도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네. 와 내가 굴린 스노우볼이 일본에서도 이렇게 구른단 말인가.

       

       

       “그걸 그쪽에서 알려주던가요?”

       “아무래도 자기들 이력이 있으니 만주에서 도발할 생각은 없다고 우릴 안심시키기 위해서 아니겠습니까?”

       

       

       무타구치 렌야가 나에 대해 무섭게 설명한 모양이지.

       

       일본놈들이 남만주는 가지고 싶지만, 우리 거스르지 않게 하고 싶다는 거 같으니.

       

       그런데 잠깐, 조선인 이주라.

       

       이거 언뜻 들으면 나쁘지 않은데.

       

       어차피 두마 쪽도 내가 뭐 싫다고 떼를 쓸 수는 없는 일이고. 그러면 만주분할 협정은 결정된 건데.

       

       이참에 협정을 제대로 하고 만주 나눠서 서로 나눠 가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

       

       결국 저놈들이 폭주하면 언젠가 부딪치게 되어있다.

       

       러일 전쟁의 복수도 해야 하고.

       

       나중에 한국 독립시켜줄 때 조선인이 살고 있다는 이유로 한국에 남만주 정도는 붙여줘도 되는 거 아닌가.

       

       이 정도면 뭐 나도 전생의 의리는 하는 거겠지.

       

       문제는 중국이 아닌가.

       

       

       “중국 의사는요?”

       “그러니까. 만일 중국에서 만주에 관해서 뭐라고 하면 공동대응하자는 뜻을 보내왔습니다. 이것이 분할을 위한 지도입니다.”

       

       

       검은 남작 브란겔이 지도를 올렸다.

       

       그래. 지도만 보면 이건 나쁘지 않지.

       

       정확히 헤이룽장성이 러시아의 손에 들어오는 것이고. 일본은 그 아래의 남만주를 가진다.

       

       아주 딱 중원에 진출하기 좋게 교두보를 마련하겠다. 이런 의미 아닌가.

       

       결론만 내리면, 이놈들이 2차 러일전쟁은 하기 싫으니, 차라리 나눠갖자는 쪽으로 선회한 모양인데.

       

       이렇게 하면 마음 놓고 이쪽에서는 북만주를 공고히 할 수 있으니 다칭 유전도 러시아의 것이 된다.

       

       나쁘지 않다.

       

       일본이 이 협정을 지킨다면 만주 사변을 내지도 않을 테고. 관동군은 오로지 중국 대륙의 진출을 노리겠지.

       

       일본이 만주로 러시아에 지랄 떨지 않게 하고, 결국 저 일제가 폭주하게 되면 러시아도 일본을 팰 기회가 생길 거다.

       

       그때 한국 독립시켜주면서 남만주에 조선인이 많이 산다는 이유로 신생 한국에 남만주를 붙여줘도 좋고.

       

       오히려 이 협정은 한국이 독립할 때 호재로 작용할 거다.

       

       그래. 지금 당장은 나쁘지 않지.

       

       다만 이게 어디까지 유효한지가 문제다.

       

       

       “설마 동맹까지는 아니겠죠?”

       

       

       내 속이 한국인인 걸 떠나 이놈들과는 동맹할 수 없다.

       

       이 속이 시커먼 놈들과 불가침 조약을 맺는 것만으로도 신기한 일인데.

       

       

       “만주가 공격받으면 중국에 공동대응하는 거 외에는 불가침 조약 정도가 전부입니다.”

       “일본은 선전포고도 없는 기습을 해대는 종자들입니다. 러일전쟁에 당했던 수모는 잊으면 안 되는 선에서 두마의 의견이 긍정적이라면 그렇게 하세요.”

       

       

       그놈들은 방심할 수 없는 존재다.

       

       만주 다 먹겠다고 올 수도 있으니까.

       

       

       “예. 그리고 다음 안건입니다만.”

       

       

       이번에는 검은 남작인가.

       

       

       “뭐가 있습니까.”

       

       

       나는 이제 얼굴마담 역할만 하고 싶다고.

       

       위에서 결제만 하면 되는 그런 역할 있잖아.

       

       그래서 입헌군주제, 두마 다 받아들인 거다.

       

       

       “영국과 프랑스 대사가 지원군을 요청했습니다.”

       “지원군? 전쟁은 끝난. 아. 오스만 말입니까.”

       

       

       지금쯤 아타튀르크가 기적적인 승리를 이루면서 열강들 두들겨 패며 날뛸 시기니까 뭐.

       

       그런데 우리보고 지원요청을?

       

       어지간히도 피해를 크게 입은 모양이다.

       

       포기하지 않고 튀르키예에 집중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아마 다른 건 몰라도 오스만은 꼭 찢겠다 이거 아닌가.

       

       

       “예. 콘스탄티니예를 포함한 동트라키아 전역을 러시아 몫으로 넘길 테니 지원군을 보내달라 했습니다.”

       

       

       그 불독은 자신감 넘치게 나한테 로마 대공국의 주인으로 만들어주네 어쩌네 하더니, 애초에 오스만도 못 이기고 있잖아.

       

       그 말에 혹해서 망명했으면 지금쯤 손가락이나 빨고 있었을지도.

       

       

       “무스타파 케먈 아타튀르크. 갈리폴리. 오스만 제국의 영웅. 그자가 지금 세브르조약에 불만을 품고 열강들에 맞서 싸우는 모양인데.”

       

       

       솔직히 내 감성으로는 안쓰럽긴 해.

       

       단순히 튀르키예와 친밀한 한국인으로서가 아니라. 아나스타샤로서 봤을 때도, 나라가 멸망하는 국난을 겪는다는 점에서 말이다.

       

       오스만이 대전쟁에 참전한 것도 따지고 보면 영국이 영국 해버려서가 아니냐고.

       

       그런 걸 생각하면 좀 많이 불쌍하긴 한데.

       

       실제 역사에서는 소련이 은근슬쩍 돕지만, 백계 러시아가 이긴 지금은 열강이 우리를 부르고 있다.

       

       그리스가 죽을 쒔으니 우리에게 기회가 넘어온 모양인데. 흠.

       

       

       “그것도 긍정적으로 검토된 겁니까.”

       “네. 남부집단군이 멀쩡히 남아있으니. 두마에서도 이를 보내는 것이 어떨까 말이 많은 모양입니다.”

       

       

       러시아의 백군은 내전 후, 치안확보를 위해 현재 동유럽 방위를 맡은 서부집단군, 남러시아를 방어할 남부집단군. 시베리아의 중부군, 극동의 동부 집단군. 이렇게 한차례 나누었다가. 다시 군구를 설치하여 배치되고 있었다.

       

       러시아 합중국은 사실상, 간판만 바꾼 러시아 제국이라 제국 시절의 군구를 그대로 계승했다.

       

       물론 바르샤바 군관구나 키예프 군관구 등은 우리 영향권이 아니라 버려뒀지만. 지금 남부집단군이 남부 군관구인 캅카스 군구를 맡고 있지 않던가.

       

       그 군대를 이제는 대장이 된 안톤 데니킨이 맡고 있고. 내가 안톤 데니킨을 너무 모르는 건지 모르겠는데.

       

       군사적 역량을 보면 아타튀르크를 이길 만한 인간은 아니지 않나?

       

       애초에 내전이 끝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전쟁하자고 하면 사람들은 뭐라 하겠나.

       

       성녀가 아니라 전쟁광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까.

       

       

       “내전도, 방어도 아닌데.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긴 합니다만 일단 보상을 떠나 마냥 거부하기도 힘든 것이 지금까지 내전에서 도움받은 것이 있으니.”

       

       

       흠, 그래. 그것도 일리는 있다.

       

       받아 처먹은 것이 너무 많으니 거부하기도 힘들다. 그거 아닌가.

       어느 쪽이든 방심할 수가 없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영국의 윈스턴 처칠. 미스터 갈리폴리는 1차 대전 때, 잠재적 적국인 오스만에 군함을 넘길 수 없다며 275만 파운드짜리 전함 HMS 애진코트를 강탈하고 하루 이용료 천파운드를 주며 오스만 제국이 동맹국에 가담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옆동네…12위…! 오오오오옷..!!!

    개인적으로 러시아 이름은 쓸 때마다 참 좀 그러네요. 자주 햇갈려서 적어둡니다.

    선작,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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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Status: Ongoing Author:
I became a Russian princess destined to die in a 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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