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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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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번에 엡실론 관 복도 홍수 만들어놓고 튄 새끼 누구임]

       

        자판기 얼음물 다 뽑아서 버려놨음

        교수님 아직까지도 개빡쳐서 지금 강의실 온도 영하 30도까지 내려갔잖아

        앞으로 수업 2시간이나 남았는데 나 여기서 얼어 뒤지면 니들 탓인 줄 알아라 ㅅㅂ

       

        — 그 얼음물밖에 없던 자판기?

        — 흠…… 이건 착한 분탕이네요

        — 극마법 수업 말하는 거지? 빨리 가서 메릴랜드 관 사감 불러와라

         ㄴ 사감? 기숙사 관리인?

         ㄴ ㅇㅇ 그 교수 다룰 수 있는 사람 마탑에 딱 한 명임

         ㄴ 수업 끝나고 책 놓고 와서 강의실 갔을 때 둘이서 분위기가 좀 묘하던데…… 설마?

         ㄴ 부럽다부럽다부럽다부럽다나도순혈마법사랑꽁냥꽁냥하고싶어부러워부러워부러워

         ㄴ 착한생각착한생각착한생각착한생각착한생각나쁜생각착한생각착한생각착한생각착한생각…….

         ㄴ 어어, 나쁜생각 하나 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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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린이451

        [뭔가 최근에 이상한 사고가 많이 생기는 거 같음]

       

        누군가 자판기 얼음물 다 뽑아 놓고

        대학원생들 사는 지하 1층 문도 열어젖혀 놓고

        저번엔 절대 밥 주면 안 된다고 못 박아놓은 구내식당 망령이 뷔페처럼 차려놓고 먹고 있더라

       

        특히 이틀 전 새벽 3시 반에 실리페 관 여자 기숙사 105호에 침입해서 침대 밑 서랍 안에 있던 속옷 갈취한 건은 진짜 악질인데

        짜증나게 1층에 방범창 달아놔서 시간 더 걸렸음

       

        설마 이게 다 무법자 짓은 아니겠지?

       

        — 이게 무법자라면 진짜 할 거 없는 새끼들이네

        — 평범한 분탕이네요

        — 하나가 수상하게 디테일한데……?

        — 마지막은 너 아니냐? ㅋㅋㅋㅋ

        — 이거 위치노트 접속기록 따면 치안대에 잡히는 거 아님?

         ㄴ 마린이451 : 어떻게 알 건데? ㅋㅋ

         ㄴ 안 잡힘 대신 빼박 범죄면 주딱이 직접 확인하고 ‘사고사’ 처리함

         ㄴ ㅁㅊ

         ㄴ 마린이451 : 뭐? 진짜?

         ㄴ 이게 더 무섭네 ㄷㄷ…… 잘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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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무법자들 하는 짓 하나씩 뜯어보면 은근히 떠오르는 사람이 하나 있거든요]

       

        분명 짜증나는 분탕질은 맞는데 특별히 강력범죄 같은 건 안 벌어지는

        넘을랑말랑 하면서도 안 넘어가는 애매한 선에서 줄타기 하는 느낌이라 해야되나

        게다가 한 둘도 아니고 이렇게 집단적으로 비슷한 기조의 사건만 일으키고 다니는 게 분명 배후가 있음

       

        최근 ‘그 공지’ 이후 부계들도 죄다 잠수인 걸로 봐서 누구라고 말은 안하겠지만서도 흠…….

       

        — 헉!

        — 허억……!

        — 순 수 악 질

        — 갤러리의 왕, 또 너야?

        — 치안부만 죽을 맛이지

         ㄴ 정보부에 이어서 치안부까지 마비시키려는 계획일수도 있음

         ㄴ 나 치안부 소속인데 지금 또 원탁회 왔다

         ㄴ 저번 꿀벌 대소동처럼 주딱이 또 뭔가 꾸미는 거 아님?

         ㄴ 어허, 아직 심증이라 직접 언급은 안 된다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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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톨렌 부장님. 발언하셔야 합니다.”

        “…….”

        “슈톨렌 부장님?”

        “아, 미안하네. 잠시 중요한 연락을 받느라 말이야.”

       

        치안부장 슈톨렌은 부하의 말에 위치노트를 덮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최근 침입한 무법자 무리들에 대한 원탁회의 보고를 앞두고 있었다.

        이전과 달리 올해는 큰 피해가 일어난 것은 아니나, 마탑의 행정부는 이번 사안을 주의 깊게 지켜보았다.

        다름 아닌 이들의 소속에 수상쩍은 부분이 있기 때문이었다.

       

        “무법자의 대부분은 모험가 출신으로 제하프 지방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습니다. 허나 마탑에 올라온 이유나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하나 같이 침묵을 고수 중입니다.”

        “그들이 정녕 모험가 출신이 맞습니까?”

       

        땀을 닦으며 일어선 정보부장 베르농의 질문에 슈톨렌은 외알 안경을 치켜올렸다.

        본인은 무능력하면서 휘하 부하의 능력으로 자리를 보존하는 주제에 이럴 때는 감이 좋았다.

       

        “모험가답지 않게 모두 검술의 달인들이라고 들었소만…….”

        “그 이상의 신상에 대해서는 현재 조사 중입니다. 그리고, 이는 본래 정보부의 업무이겠지요.”

        “크흠, 현재 정보부는 지난 열차 테러 사건 이후 후속조치로 바빠서…… 마법을 이용한 간단한 심문 정도야 치안부에서도 가능하지 않소?”

        “저희도 현재 주동자를 찾느라 여력이 없습니다. 다만 이번 일에 해주학파가 관여한 정황 정도는 목격자들을 통해 어느 정도 확보한 상태입니다.”

        “…….”

        “…….”

       

        어딘가 켕기는 구석이 있는 반응.

        슈톨렌의 추측으로는 44층에서 빈센트가 실종된 사건을 정보부에서 덮은 게 확실해 보였다.

        분명 조사위가 끝난 후 무슨 일이 있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체포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했다든지.

       

        어쨌거나 정보부가 다른 곳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는 지금이야말로 그의 입장에서는 절호조의 기회였다.

        이미 슈톨렌은 그들이 누구인지, 무엇을 위해 탑에 들어왔는지 알고 있었다.

        단지 정보부와 달리 양지에서 활동하는 치안부 병력으로는 그들을 몰래 처리할 수 없었기에 미적하게 대응하는 중일 뿐.

       

        ‘홀크로프트의 한쪽 날개가 제 발로 마탑에 들어올 줄이야.’

       

        4황자의 숙적인 그들을 여기서 처리할 수만 있다면 황실과 직접 끈이 닿는 셈이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4황자 아슈펠은 홀크로프트 가문, 특히 사망한 가주의 딸을 노리는 모양이었으니까.

       

        ‘그 팔다리를 잘라 놓는다면 분명 ‘동맹’에도 초청받을 수 있겠지.’

       

        아직 정체를 숨긴 채 탑을 오르려 하는 은익 기사단의 수뇌부.

        슈톨렌은 그들을 탑에서 살아 나가지 못하게 만들기 위해 회의가 끝나자마자 전갈을 보냈다.

       

        과거, 연구부의 역작에 마녀들의 농간이 깃들기 전 마법사들이 이용했던 구시대적인 통신 방법.

        절대로 위치노트를 이용하지 않는 것이 아슈펠이 수하로 부리는 ‘그들’의 방식이었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주딱이라 지칭되는 갤러리 뒤에 있는 인물을 극도로 꺼리는 것 같았다.

       

        저주술사 놈들의 생각 따위 알 바는 아니지만, 슈톨렌도 그 경계심만큼은 이해가 갔다.

        조금 전 갤러리에서 봤던 마지막 글이 아른 거렸기에.

       

        ‘설마, 아니겠지.’

       

        탑주, 혹은 그에 준하는 실력을 가졌다 평가 받는 갤러리의 주인이 멸문한 가문 출신의 무법자들을 품어줄 리가 없다.

        설령 그들을 통솔하고 있더라도 검술의 달인들을 데리고 자판기 품절 사태 같은 조잡한 소동이나 피울 이유가 기실 어디에 있겠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슈톨렌의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현상이었다.

        상념을 털어낸 그는 곧장 회의실을 빠져 나왔다.

       

       

       

        *

       

        “허억, 헉……! 이걸로 됐겠지 저주, 아니 해주술사 놈……!”

        “대단하시군요. 벌써 운드라 가문 정원 동상에 ‘꿀벌의 왕’이라고 적어놓고 오신 겁니까?”

        “그래, 이제 더 이상 시킬 일은 없는 거겠지?”

        “흐음…….”

       

        치안대에게 쫓기고, 순혈 마법사에게 쫓기고, 가는 곳마다 수배지가 나돌며 단원들이 하나 둘 잡혀간다.

        고작 며칠 만에 은익 기사단의 수는 상당히 줄어들어 있었다.

        만신창이가 된 더글라스와 부하들은 질린 듯한 눈으로 이쪽을 노려 보았다.

        창살 달린 수레에 실린 채 마탑 밖으로 쫓겨난 동료들을 인파에 섞여 지켜볼 수밖에 없던 참담한 심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사실 지금까지는 단순한 여흥이었고 제가 고심해서 준비한 ‘해주학파 풀코스’가 아직 남아 있습니다만…….”

        “시, 싫어!”

        “엄마아…….”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뉘양스를 풍기자 기사들이 두려움에 떨었다.

        몇몇은 눈물을 흘리며 털썩 주저앉기도 했다.

        장난감들이 고장나기 시작한 것을 확인한 나는 잠시 갤러리를 확인했다.

        정체불명의 무법자들에 대한 떡밥이 활발이 도는 중이었다.

       

        치안부가 미적지근하게 움직이는 건 예상 외지만 이 정도로 시작의 층을 뒤집어 놓았으면 저주명도 나름 강해졌을 테지.

        개중에는 해주에 소질을 보이는 이들도 몇 있어 미궁의 안개 때문에 재수없게 죽거나 하진 않을 것이다.

        나도 적당히 재미 있었으니 이쯤에서 그들을 위로 올려 보내기로 했다.

       

        “기사님들께서도 이곳에 온 목적이 있으시니 더는 시간을 빼앗아선 안 되겠죠. 시작의 층의 시련으로 안내하겠습니다.”

        “미궁에 입장하는 절차가 까다롭다 들었는데 우리가 들어갈 수 있는 건가?”

        “마침 제가 생활부 소속이라 특별히 부장님께 부탁을 드려 심사관 자리를 얻었습니다. 여러분은 적당히 상황을 보시다 제가 서 있는 가장 왼쪽 줄로 오시면 됩니다.”

        “…….”

        “어라? 기쁘지 않으신가요?”

       

        이제는 나를 바라보는 눈에 두려움까지 서리기 시작한 그들을 마력승강기에 밀어넣었다.

        예상대로 미궁이 열릴 시기가 된 9층에는 인파가 가득했다.

       

        문이 열리자마자 기사단과 헤어진 나는 생활부장에게 몇 가지 교육을 들은 뒤 곧장 미궁의 입구에 섰다.

        과목별 학점이 적힌 종이와 시작의 층에서의 퀘스트 완료 증서를 손에 쥔 마법사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미궁을 통과할 수준이 되는 일들을 선별하는 일은 전적으로 심사관의 재량이다.

        성적과 의뢰를 발주했던 학파의 평가, 마법 위계 등이 고려대상이나 내 쪽에 줄을 선 이들은 한 가지 관문이 더 남아 있었다.

       

        “분탕이네?”

        “네?”

        “불합격, 다음에 다시 오세요.”

       

        위치노트를 보고 갤러리에서 악질적으로 활동하는 녀석들은 모조리 걸러냈다.

        어차피 이런 놈들은 미궁 안개에 침식되어서도 문제를 일으킬 테니 일석이조였다.

       

        “서류는요?”

        “큼큼, 여기.”

        “통과.”

       

        반면 내 당부에 따라 이쪽으로 줄을 선 은익 기사단원들은 모조리 통과였다.

        백지에 당당히 도장을 찍어 주었다.

       

        “다음.”

       

        그렇게 기계적으로 도장을 찍기를 약 한 시간, 마침내 마지막 한 사람만이 남게 되었다.

        은익 기사단의 고참인 아이린.

        슬슬 9층의 사람도 줄어 가기에 빨리 서류를 내놓으라 무언으로 재촉했다.

        그러나 테이블을 두드리는 손가락을 빤히 바라보던 그녀는 갑자기 내게 무언가를 물어왔다.

       

        “혹시 모험가셨나요?”

        “응?”

        “분명 어디선가 본 기억이 나서요.”

        “저는 5년 전부터 마탑에 있었습니다.”

       

        현실적으로 그녀뿐 아니라 다른 모든 단원들이 나와 만났을 가능성은 없다.

        활동했던 지역도, 시기도 전혀 겹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유일하게 조합 내에 상주했던 접수원 출신이어서였을까.

        아이린은 자꾸만 밍기적대며 내 정체를 파악하고자 애썼다.

       

        “으음 아닌데…… 분명히 어디선가…….”

        “아무리 애써도 자력으론 떠올리지 못하실 겁니다.”

        “네?”

        “그게 세계의 법칙이거든요. 아니, 저주인가?”

       

        나는 그녀의 손에서 서류를 빼앗아 도장을 쾅! 찍었다.

        그리고 망설이지 않고 손목을 붙잡아 미궁 안으로 던져 버렸다.

       

        “위에서 봅시다.”

        “꺄악!? 잠깐, 방금 뭐라고……!?”

       

        마지막 한 사람까지 모두 올라간 것을 확인한 뒤, 곧장 짐을 챙겨 19층으로 올라갔다.

        이제 그들이 마리엘을 만나기 위한 마지막 시련을 준비할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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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Master of the Magic Tower in Another World

I Became the Master of the Magic Tower in Another World

이세계 마탑의 갤주가 되었다
Score 3.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10 years since transfer to another world

What I do inside the Ivory Tower of Truth isn’t much different from what I did on 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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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you missed today’s attendance for the ‘Principles and Understanding of Dimensional Glass’ course, you’ll get a penalty] If you want to kill the professor who suddenly changed the classroom with a phase transition 2 minutes before the start of class, go ahead. Haha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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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t why does everyone think I’m the Tower 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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