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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1

       

       

       “사건 개요 말해. 빨리.”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내기 위해 부하를 재촉하기 시작했다.

       

       아라크네가 또 나타났다고?

       

       그럴 리가. 아르테는 분명히 그곳에 있었어.

       

       아라크네가 나타났을 리가···.

       

       

       “네, 넵. 전화로 말씀드린 그대로입니다. 피로 그려진 거미 문양과 토막 난 시신. 아라크네입니다. 피해자는 이번에도 빌런. 강간 및 살해 혐의로 지명수배된 놈입니다.”

       

       “차이점은?”

       

       “잘게 잘리지는 않았다는 점일까요. 아라크네 왔다 감, 이라고 적혀있던 글씨도 없었습니다. 모방범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모방범?

       

       아니, 그런 게 아니다. 하율은 그렇게 생각했다.

       

       ···증거는 없다.

       

       그저 하율이 착각하고 있을 뿐, 클레어의 말대로 그녀가 정말 영웅이 되기 위해 애쓰고 있는 후배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너무 신경 쓰였다. 처음에는 너무 수상해서 범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아니다. 오히려 놀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동물원의 우리 속에 갇힌 호랑이를 바라보는 관객이 떠오르는 듯한 표정.

       

       나를 동물원 우리 속의 호랑이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우리를 풀고 다가오면 위협이 되겠지만, 그럴 일이 없기에 마음껏 즐기는 관광객이 떠오르는 표정이었다.

       

       

       “젠장. 놀리고 있어.”

       

       “네?”

       

       “아니, 아무것도. ···아라크네가 한 명이 아닐 가능성은?”

       

       “빌런 조직 간의 항쟁이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부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라크네가 한 명이 아니라면 해결되는 일이니까.

       

       아무런 증거도 없이 내가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 게 틀림없다.

       

       나를 놀리듯이 조직원 한 명을 던져놓고, 그래도 내가 의심을 거두지 않자 나와 만나고 있는 동안 누군가를 시켜 범행을 저질렀다.

       

       ···그렇게 말하면 이치에 맞으니까.

       

       하지만 과연 이게 맞을까.

       

       수상하다는 이유만으로 별다른 증거도 없이 사람을 이렇게 의심해도 되는 걸까.

       

       괜히 어렵게 돌아가는 게 아닐까. 정말 모방범이고, 진범은 이미 잡힌 게 아닐까.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더 이상 생각나는 게 없을 때는 무엇을 해야 할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하율은 접근 방법을 달리하기로 했다.

       

       

       “미안하지만, 그 사건은 잠깐 좀 맡아줘. 만나봐야 할 사람이 있어서.”

       

       “네?! 하, 하지만 저는 아직 이런 걸 맡기에는···!”

       

       “널 믿으니까 그러는 거야. 잘 부탁한다.”

       

       “···! 네, 알겠습니다!”

       

       

       이 자식, 쉽네.

       

       조금만 입에 발린 말을 해주면 좋다꾸나 일을 물어가 주니 아주 편했다.

       

       

       “그런데, 누굴 만나러 가시는 겁니까?”

       

       “별 거 아냐. 용의자를 만나봤으면, 주변 지인도 만나봐야겠지.”

       

       

       그것도 사건과 관계있는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책상에 널려있는 서류를 집어 들었다.

       

       

       “우선, 이 유시우라는 애부터 만나봐야겠네.”

       

       

       

       ***

       

       

       

       “그래서 저에게 오셨다고요?”

       

       “그래. 뭐 아는 게 없나 싶어서.”

       

       

       그녀가 준 협회의 수사관임을 증명하는 수첩을 돌려주었다.

       

       그때 그 사건 이후로 별다른 이야기가 없길래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그 사건의 배후를 찾고 있었구나.

       

       이럴 때 아멜리아가 없는 게 너무 아쉬웠다.

       

       이런 일은 나보다 아멜리아가 훨씬 제격이니까. ···조금 과격하기는 해도.

       

       어떻게 해야 하지?

       

       수사관은 그 사건의 범인을 쫓고 있다고는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쫓는 대상은 한 명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아르테겠지.

       

       

       “그때 당시 사건 현장 주변에 있던 게 너와 네 친구니까. 뭔가 아는 게 있니?”

       

       “아뇨. 그때는 습격에 당황해서 그런 것까지 생각하기는 힘들었어요.”

       

       “그래. ···뭔가 이상한 점은 없었고? 네 친구가 보이지 않았다던가.”

       

       

       노골적이네.

       

       그녀는 아르테를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을 숨길 생각조차 없어 보였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모습이 마치 범인을 노려보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몸을 움찔 떨었다.

       

       

       “···아, 미안. 눈매가 원래 좀 날카로워서. 걱정하지 마. 네가 체포당하거나 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

       

       “네, 네···.”

       

       

       내가 몸을 떤 이유를 체포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라고 여긴 걸까?

       

       그녀가 나를 안심시키려 했다.

       

       하지만 내가 걱정하는 건 그런 게 아니다.

       

       과연 아르테를 막기 위해 이 사람을 끌어들여도 괜찮을까?

       

       분명 그녀는 도움이 될 거다. 그건 확실해.

       

       협회의 초인범죄 담당 수사관이 도움이 되지 않을 리가 없지.

       

       ···하지만 이상한 점이 있었다.

       

       어째서 그녀는 내게 정보를 얻으려고 하는 걸까.

       

       어제의 뉴스는 나도 봤다.

       

       수많은 빌런을 잔인하게 처치한, 일명 아라크네가 체포되었다고.

       

       아라크네의 정체는 나와 아멜리아도 짐작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한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은 아르테. 그녀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그 뉴스를 보고 잔뜩 실망했었지.

       

       협회의 도움은 기대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갑자기 왜?

       

       

       “뭐든지 좋아. 수상했던 게 있으면 알려주렴.”

       

       “···왜, 그런걸 물어보시는 거죠?”

       

       “응?”

       

       “아라크네는 잡혔다. 그렇게 뉴스에 나오지 않았던가요?”

       

       “그래, 그랬지. 난리가 났어. 너도 인터넷 봤니?”

       

       “···네.”

       

       

       인터넷의 반응은 뜨거웠다.

       

       그야 그럴 만도 하지. 골칫거리였던 빌런들이 죽어버렸으니까.

       

       한두 명도 아니고, 200명 정도의 엄청난 인원수가.

       

       

       “아라크네를 석방하라. ···그런 이야기도 나돌더라.”

       

       “그건···.”

       

       “알아. 극단적이지. 하지만 알잖니? 사람들은 빌런을 극도로 싫어한다는 걸.”

       

       

       그래, 그렇다.

       

       사람들은 빌런들을 싫어한다. 아니, 혐오한다고 봐도 좋겠지.

       

       평온한 일상을 빼앗는 범죄자를 왜 감옥에서 먹여 살려야 하느냐.

       

       차라리 전부 죽여버려라. 범죄자에게 인권 같은 건 없다. 그런 이야기도 심심찮게 나돌아다닌다.

       

       외곽 지역의 마수들을 처치하기에도 모자란 초인들을 치안 안정을 위해 도시에 붙어있게 하는, 사회를 어지럽히는 쓰레기.

       

       ···그게 빌런들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다.

       

       그렇게 범죄자들에 대한 적의가 끝없이 높은 현재, 잡혀봤자 감옥에서 자신들의 세금으로 먹고살 게 분명한 빌런들을 깔끔하게 죽여버린 아라크네.

       

       민간인은 죽인 적이 없고, 오로지 빌런만 도살했다는 빌런 살해자.

       

       극단적인 말이 나오지 않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여론이 어찌 되었든 간에 범죄는 범죄고 살인은 살인이야. ···있지, 아라크네는 아직 잡히지 않았단다.”

       

       “···.”

       

       “오늘, 아라크네의 피해자가 한 명 더 나왔거든.”

       

       “네, 네?!”

       

       

       그녀의 말에 당황했지만, 한편으로는 확신했다.

       

       역시. 범인은 아르테다. 그녀가 아라크네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미 범인이 잡혔는데도 피해자가 늘어날 리가 없었으니까.

       

       

       “아직 언론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곧 나올 예정이야. 이번 피해자도 빌런이고. ···다만, 모방범이라고 할 예정.”

       

       “모, 모방범이요?”

       

       “그래. 잡았습니다, 하고 자랑해놓고 하루 만에 실수했다고 말하면 협회의 위상이 말이 아니잖아.”

       

       

       윗사람들의 이런저런 입김이 닿은 거지.

       

       그렇게 말한 그녀가 내게 몸을 붙이더니, 간절하다는 듯 내 손을 붙잡았다.

       

       

       “피해자가 늘어나지 않기 위해서라도, 무언가 수상한 게 있었다면 말해줘. 사소한 거라도 좋아. 물증이 있다면 더욱 좋고.”

       

       “그, 그렇다면···.”

       

       

       말해도 괜찮을까?

       

       아르테가 수상하다고?

       

       허무맹랑하다고 비웃지는 않을까?

       

       사실 최근 떠들썩했던 사건들의 배후에는 그녀가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말한다 한들 과연 믿을까?

       

       아니, 믿는다고 쳐도 그녀 혼자서 무얼 할 수 있을까. 그녀가 믿어도, 협회가 믿을까?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기 위해 입을 다물자, 그녀도 나를 기다려주겠다는 듯 기다려 주었다.

       

       순식간에 주위를 맴도는 정적.

       

       

       “무슨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시나요? 저도 끼워주세요.”

       

       

       그리고 그 정적은, 난입자에 의해 순식간에 깨져나갔다.

       

       

       “아, 아르테 학생. 반가워요.”

       

       “또 뵙네요, 수사관님. 오늘은 어떤 일로?”

       

       “습격 사건을 겪고 학생들이 심리적으로 힘들어하지는 않을까 해서요. 잠깐 상담을.”

       

       “아하. 그러시구나.”

       

       “그럼, 유시우 학생. 괜찮아 보이니 저는 이만. 상담할 일이 있다면 이 연락처로 연락해주세요.”

       

       

       이하율 수사관이 순식간에 자리를 빠져나갔다.

       

       ···아르테가 올지 몰랐다는 듯한 표정.

       

       운이 나빴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안녕, 아르테.”

       

       “안녕하세요. 밖에서 수사관님과 대화를 나누고 계시기에. ···민폐였나요?”

       

       “아니, 아니야.”

       

       

       방금 상황으로 깨달았다.

       

       수사관은 아르테를 의심하고 있을 뿐, 우리보다 정보가 부족하다.

       

       나와 탁 트인 장소에서 이야기하면 그녀가 찾아올 거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어.

       

       

       “수사관님도 참. 그렇게 걱정하실 필요 없는데. ···그렇죠?”

       

       “···그렇지. 이래 봬도 아카데미 학생이니까. 그 정도는 문제없어.”

       

       “후후. 멋있네요. 그럼, 저는 이만. 늦지 않게 돌아가셔야 해요? 요즘 뒤숭숭하니까.”

       

       

       갑작스러운 등장처럼 순식간에 자리를 벗어나는 아르테를 보고, 문득 생각했다.

       

       ···나, 아르테가 갑자기 나타나는데도 놀라지를 않는구나.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는 아르테가 어느새 익숙해진 걸까.

       

       시우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누군가가 나를 계속 지켜보고 있는 게 익숙해지다니. 이런 게 익숙해질 거라고는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오래 살고 볼 일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내일 연재는 미정입니다

    최근 몸상태가 별로였는데, 오늘따라 유독 심하네요. 어떻게든 오늘 분량은 올리지만, 내일은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최대한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만, 평소 올라오는 시간대에 올라오지 않는다면 다음날 올라오겠구나 생각해주세요.

    정말 죄송합니다만, 후원 감사 메세지는 다음화가 올라올때 한꺼번에 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화 보기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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